“천고에 묻힌 슬픔이여, 시간의 먼지 속에서도 그대들은 빛을 잃지 마소서. 이 땅에 우리들 발 딛고 살아가는 한 반드시, 반드시 그대들을 태양 아래로 인도하겠나이다. 부디 맑은 공기 원 없이 들이마시고 남은 원한 다 훌훌 털어버리고 극락왕생하소서.”(관음종 총무원장 법명 스님 추도사 중)3월 28일 오후 1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희생자 추모광장. 오전부터 간간이 내리던 비는 위령재를 시작할 무렵 빗줄기가 굵어지고 바람은 거세졌다. 어제까지도 완연한 봄날이더니 하룻밤 사이에 겨울의 끝자락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82년
종교학계에서는 세계종교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교리적 차원, 신화적 차원, 윤리적 차원, 의례적 차원, 경험적 차원, 조직적 차원을 언급한다. 이 6가지를 고루 갖춰야 종교의 기능을 발휘하고 생명력과 역사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윤리적 차원은 대중의 신뢰와 직결된다. 사회적인 행동 규범인 윤리의 요소가 결여되면 사회적으로 지탄받기 쉽고 확장성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불교는 윤리성이 가장 두드러진 세계종교다. 불교 윤리는 부처님이 첫 설법에서 명확히 밝힌 것처럼 의도와 행위가 개인에게 미래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업에 기반한다.
공(空)은 반야경, 중관, 유식, 여래장, 정토, 선 등 대승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이다. 그렇기에 공을 모르고 대승불교를 말할 수 없다.이 책은 용수를 중심으로 공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승불교 입문서다. 저자는 가지야마 유이치(1925~2004) 전 교토대학 명예교수. 공사상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반야·중관사상, 인식론·논리학을 중심으로 불교의 문헌학적·철학적 해석에 큰 업적을 남긴 석학이다. 저자는 ‘숫타니파타’와 ‘담마파다’ 등 초기경전에 나타난 공사상의 근원을 파헤치며, 설일체유부의 실재론을 논파한다. 또 반야
“법보신문은 불법의 인연을 우리 사회 곳곳에 잘 전달하고 있는 신문입니다.”동양화가 한경혜(49) 작가가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 작가는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하면서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 회화에 나타난 물의 표정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여러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깊은 선 체험과 사유의 세계를 펼쳐냈다.“그림은 작가가 보여주는 언어입니다. 그림이라는 형상에 내면의 마음자리를 표현하고 그것이 공통적인 울림으로 다가가 전달되는 것
“법보신문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으면 그냥 쉽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꼼꼼히 읽어보면 우리에게 유익한 내용이 아주 많고 부처님 진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교도소에 계신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습니다.”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주영주(64·가휘) 불자가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2013년부터 법보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그는 “원래 나쁜 사람이 있다기보다는 한때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것”이라며 “그 안에서 힘겨운 시간을
과잉의 시대다. 굶어 죽는 이는 드물어도 영양 과잉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앎도 마찬가지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지식에 휩쓸리고 지식에 갇혀 자신을 옭아맨다. 건강을 위해선 좋은 먹거리를 골라 적당한 양을 꼭꼭 씹어 삼켜야 하듯 지식도 좋은 내용을 선별해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 지혜가 된다.이 책은 방대한 초기 불경에서 가려 뽑은 307개 게송이 실렸다. ‘담마빠다’에서 192개, ‘숫따니빠따’에서 90개, 4부 니까야와 ‘테라가타’에서 25개를 선정했다. 게송들은 군더더기가 없고 들어서 금방 알 수 있으며, 샘물
불교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되려면 1만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가로, 세로가 15km쯤 되는 거대한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한 알씩 꺼내 그것이 다 없어지는 시간이 1겁이라고 하니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얼마나 지중한지를 보여준다. 억겁의 세월을 윤회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참된 스승의 올바른 가르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해 1월 세연을 마친 저자는 수많은 이들에게 삶의 길을 일러준 스승이다. 제자 김향진 씨가 입적한 스승을 그리며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스승이 계시지 않으니 스승의 은혜 더욱 감사
한시(漢詩)에 대한 편견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하다. 어렵고 고리타분하며 중국 문자로 써진 시라는 인식이 그렇다. 조선시대엔 한문만 중시하고 한글은 철저히 무시했듯 이젠 역으로 한문이 냉대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문은 우리 언어다. 한글 60%가 한자에 기반하기도 하지만 불과 100년 전까지도 공문서, 교재, 문집 등 절대다수 문헌이 한문으로 이뤄졌다. 또 한시로 그리움과 회한, 찬탄과 격려, 깨침과 입적의 순간을 노래했다. 한문을 배제하면 우리 문화와 정서의 태반을 잃는 셈이다. 정약용이 ‘나야 조선 사람이기에 달게 조선 시를
남들이 칭찬할 때 덩달아 칭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남들이 돌 던질 때 함께 던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들이 칭찬하는 일을 전면 비판하거나 남들이 비난할 때 막아서는 일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어렵다. 하물며 오랜 세월 받들어 온 경전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다.‘불교 사상사는 개념 왜곡의 역사였다’는 저자는 대승불교의 정수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 널리 독송 되는 ‘금강경’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비판 수준과 내용이 예사롭지 않다. 초기 경전과 대승 경전에 대한 분석과 언어학, 해석학, 논리학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저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뜻깊은 일에 선뜻 동참하게 됐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그 가르침을 본받아 서로 돕고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박동주(51·구원) ㈜마음챙김여행사 대표가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박 대표는 “법보신문은 한국 불교계 소식을 다양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는 언론”이라며 “법보신문이 펼치는 캠페인에 공감해 적극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지난 25년
한암중원 스님(1876~1951)과 탄허택성 스님(1913~1983)은 불교사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한암 스님은 타고난 선문(禪門)의 지도자로 1925년 ‘천고의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며 오대산에 들었다.탄허 스님도 타고난 소년재사(少年才士)였다. 독립운동가 아들로 6세 때 사서삼경을 독파할 정도로 비범했다. 노장사상에 심취했던 스님은 1932년 8월 14일 불교뿐 아니라 유교와 도교에도 통달했다던 한암 스님에게 의아했던 점들을 묻는 글
선은 화엄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당나라 백장 스님이 훗날 가지산문을 개창한 도의 스님의 깨달음을 두고 “마조의 선맥이 모두 신라로 가는구나!”라고 경탄했듯 이후 선은 천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명안종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억불의 시대와 일제강점기에도 굳건했던 선은 아이러니하게 명상의 전성시대라는 현대에 이르러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문 닫는 시민선방이 늘더니 이제는 흔하던 선원장 초청 법회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교종립대학에서 선학 강좌를 찾기 힘들고, 선방에서조차 위빠사나 등 다른 수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탄
세상이 하얘졌습니다. 법당과 요사채 기와지붕도, 마당 나무들도 소복소복 눈을 이고 섰습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 연등은 큼직한 산딸기를 빼닮았습니다. 도시에 내리는 눈은 천덕꾸러기라지만 산사의 눈은 다릅니다. 슬쩍 우리의 본래면목 보여주듯 티 없이 맑은 세상을 펼쳐냅니다.선어록에도 종종 눈이 등장합니다. 혜가 스님이 숭산의 달마대사를 찾아가 싹둑 팔을 잘라 내려놓은 날 펄펄 눈이 내렸다지요. 원나라 선승 허주 스님의 “눈이 천산(千山)을 덮었는데 왜 한 봉오리만 희지 않은가?”라는 물음에 몽산 스님이 “별천지이지요”라는 답변은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절에 다니는 불자라면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익숙할 것이다. 불교 행사 대부분 삼귀의로 시작해 사홍서원으로 마무리한다. 한때 어느 단체에서는 사홍서원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구체적인 서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70억 인류와 수많은 생명체를 아우르는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은 당연할 수 있다. 또 찰나찰나 일어나는 번뇌 망상을 어찌 다 다스릴 것이며, 초기불교를 비롯해 부파·중관·유식·화엄·법화·밀교·
부산 금정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금정총림 범어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10대 화엄사찰 중 하나다. 근대기 한국 선의 중흥조 경허 스님이 머무르며 수많은 선지식을 양성했던 선찰대본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종사 여산정여(如山正如) 스님은 지난해 10월 말 범어사 산중총회에서 금정총림을 이끌 새로운 방장 후보에 만장일치로 추대됐고, 11월 1일 조계종 중앙종회 인준을 거쳤다.범어사에서 벽파 스님을 은사로 산문에 든 정여 스님은 지난 50여 년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아왔다. 스님은 순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사바세계라고 말한다. 괴로움과 힘겨움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고통의 바다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안전한 섬과 같다고 했다. 대전 정림동에 사는 김동우(48) 불자도 어려운 시기에 섬과 같은 불법을 만났다.지난해 겨울이었다. 건강검진에서 장기의 한 부분이 굳어가는 병이 이미 깊어졌음을 발견했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오래전 폭우에 개미집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것을
“부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을 보면 기도하라고 권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법보시를 하는 것도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경희(지혜심·64) 불자가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공공기관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그는 “불교를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나를 낮추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불자로서 늘 기도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 자세를 잊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맑은 미소의
‘부처님의 자비광명 맑고 그윽한 범종소리/ 위로는 천상에 이르고 아래로는 무간지옥까지 닿아/ 고해마다 한 중생의 희망의 빛이요/ 고통을 쉬게 하는 한줄기 감로수며/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수승한 법문이어라.’부처님이 탄생한 네팔 룸비니에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북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참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불자들의 간절한 서원이 담긴 종소리였다.서울 노원구 수락산 도안사가 주최하고 (사)108산사순례기도회와 네팔 룸비니 개발위원회가 공동주관한 평화를 기
스토리텔링은 재미와 정보 전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며, 관점 전환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다. 또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하고, 등장인물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도록 한다.옛 불교인들은 스토리텔링이 사람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잘 알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잡보장경’은 2200여년 전 성립된 경전으로 ‘현우경’ ‘찬집백연경’과 함께 불교설화 비유문학의 3대 걸작으로 불린다. 부처님 전생 이야기인 ‘
전국 선원에서 40안거를 지낸 수행자이면서 교학에도 밝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낸 하청연관(河淸然觀) 스님. 지난해 4월 ‘만선동귀집강의’ 편집 교정을 마칠 때까지도 스님의 세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누구도 몰랐다. 병원을 찾았을 때 암은 퍼질 대로 퍼져 말기로 치닫고 있었다. 황망한 소식에 지인들은 항암치료를 권했으나 스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곡기를 끊고 물과 차만 마시다가 그해 6월15일 정토에 들었다.이 책은 스님이 마지막 생명을 불살라가며 완성한 유작이다. 생전 스님은 미륵불의 화현이라 추앙받던 당나라 영명연수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