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낮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고 있어 동지가 다가옴을 알 수 있다. 동지는 1년 24절기 중 끝에서 3번째에 드는 절기다. 24절기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으로 시작해 각 계절마다 6개의 절기, 또는 중기로 구성되는데 동지는 겨울이 한가운데 왔음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동지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서 양력 1월1일이나 음력 정월초하루를 새해 첫날로 삼기 전 설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동지를 다른 말로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고 부르는 이유다.동지를 한 해의 시작
사찰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가 ‘공양(供養)’이다. 식사를 하는 일에서부터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은 물론 찬불가 공연에 이르기까지 공양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럼 왜 이처럼 공양이란 말이 두루 쓰이는 걸까? 공양이란 말은 좁게는 ‘공경하여 음식을 올리는 일’을 말하고 달리 공급(供給), 공시(供施)라고도 하는 데 산스크리트 원어 ‘푸자나(pūjanā)’의 본래 뜻이 존경을 의미한다고 하니 불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예경하는 모든 행위가 곧 공양인 셈이다.공양은 공양물의 종류에 따라 아
안거는 1년에 한번 각자 흩어져서 수행했던 수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대중생활을 하면서 수행을 독려하고 각자의 증과(證果)를 확인하는 고유의 수행방식이다. 본래 우기(雨期)를 맞아서 행했던 것인데 인도와 기후환경이 다른 북방불교권에서는 혹독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겨울에도 안거를 행하고 있다.안거를 행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가 수행대중들의 공양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의 대중들이 한 곳에서 수개월 동안 머무를 경우 식사문제는 대중생활의 가능여부를 결정하는 최우선 고려사항인 것이다. 여러 경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10월25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사찰음식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현지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사찰음식의 정수를 체험케 한 ‘사찰음식 만찬’ 행사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조리교육기관 ‘르 꼬르동 블루’와 ‘페랑디 파리(에꼴 페랑디)’에서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찰음식 강연 및 시식·시연행사, 끝으로 파리 교민 및 불자, 파리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뷔페식 사찰음식 체험행사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지난 10월26일 파리의
우리 음식의 근원을 더듬다 보면 대표적인 식재료로 콩이 나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효음식인 된장이나 두부 등의 원료이기도 하고, 전체 곡식을 상징하는‘오곡(五穀)’중의 하나이기도 하여 콩을 빼고는 우리 음식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하여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콩을 귀하게 여겼는데 새해 들어 처음으로 오는 쥐날(子日)인 ‘상자일(上子日)’에는 곡식을 축내는 쥐를 경계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큰 솥에 콩을 볶으며‘쥐알, 콩알 볶아라’라는 주문을 외었다. 한편 그렇게 볶은 콩을 주머니에 담아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였는데 이에 유
사찰음식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재의식(齋儀式)’이다. 재의식은 불교의 기본이 되는 의식으로 49재, 영산재, 수륙재, 생전예수재, 우란분재 등을 들 수 있다. 49재는 돌아가신 이가 지옥의 10대왕을 만나 생전에 지은 공덕에 따라 극락과 지옥행 심판 받을 때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의식이기에 ‘천도재(薦度齋)’라고도 하였다. 영산재는 부처님께서 왕사성 영취산에서 설법하시던 모습을 의식으로 재현한 것이고, 수륙재는 육지와 수중에 사는 모든 중생의 천도를, 우란분재는 하안거 해제일을 맞이하여 포살에 임하는 수행대중에
사찰음식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채식이다. 채식은 육식을 거부하고 야채를 먹는 것이니 사찰음식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지닌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사찰음식은 채식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탁발의 전통을 견지했다. 탁발은 시주자의 처한 환경과 의지가 반영된 음식이 공양되기에 육식과 채식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음식을 탐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을 뿐이었다. 하루 일곱 집에서만 음식을 얻는 것(七家食), 구별없이 순서대로 얻는 것(次第乞食), 하루 한 끼를 오전에만 먹는 것(午後不食)
얼마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秋夕)이란 말은 ‘예기(禮記)’의 “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이란 문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 ‘중추가절(仲秋佳節)’이 있다. ‘중추(仲秋)’는 사계절마다 드는 3개월을 부를 때 첫 달에 맹(孟)자, 둘째 달에 중(仲)자, 마지막 달에 계(季)자를 붙였던 전통에 따라 7월, 8월, 9월 중 가운데에 해당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추월석(仲秋月夕)’이란 말도 쓰는데 이를 줄여서 추석이라고도 하였다. 가장 널리 부르는 순우리말로는 ‘한가위’가 있다.
인류 역사이래 음식을 분류할 때 속도를 기준으로 정한 경우는 현대의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가 유일한 것 같다.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빠른 음식이다. 주문한 음식이 주문자의 손에 도착하기까지 매우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음식을 말한다. 늘 시간에 쫓기고 효율성의 굴레에 매어 사는 현대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저렴한 가격에 맞도록 원자재 가격을 낮춰야 하기에 환경파괴의 대표적 사례인 대규모 플랜트농업과 공장식축산으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음식의 미감을 살리기 위한 여러 첨가물 등이 조리라는 이름하에 들어가고 결국
오는 8월17일은 음력으로 7월15일 백중이다. 백중은 부처님의 탄신일인 4월 초파일,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과 더불어 불교의 5대명절로 꼽힌다. 한편 백중은 설날, 단오, 추석, 동지와 더불어 대표적인 세시절기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세시절기이면서도 불교명절인 경우는 백중이 유일한 경우이다. 농경사회의 절기적 풍속이면서도 불교적 명절이 된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추수하기까지 곡식이 잘 영글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일인 김매기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김매기는 대개 세 번 정도하는
불교의 음식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중국은 소식(素食), 일본은 정진요리(精進料理), 우리나라는 사찰음식이다. 요즈음에는 사찰음식이 꽤 익숙한 이름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우공양, 사찰요리, 산사(山寺)음식, 절밥, 선식(禪食)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 이름들 외에 사찰음식을 높여 부르는 말로 ‘향적(香積)’이 있다. 향적은 ‘유마힐소설경(유마경)’의 ‘향적불품(香積佛品)’에 나오는 말로 진리를 깨닫는 법열을 음식에 비유한 것이다. 사리불이 점심시간이 다되어 마음속으로 여기 모인 수많은 보살들은 무엇을
여름을 대표하는 명절로 유두(流頭)가 있다. 음력 6월 보름날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두란 말은 ‘동류수 두목욕(東流水 頭沐浴)’에서 온 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을 의미한다. 머리를 빗는 의미의 소(梳)자를 써서 ‘소두(梳頭)’, 혹은 물 수(水)자를 써서 ‘수두(水頭)’, 일부 지방에서는 ‘물맞이’라고도 부른다. 여타의 다른 명절과 달리 유두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다.13세기 고려 희종(熙宗) 때 학자인 김극기의 ‘김거사집(金居士集)’에 경주의 풍속이라 밝혔고, 조선 후기의 백과사전인 이규경의 ‘오주연
만두(饅頭)는 메밀이나 밀가루로 껍데기를 만들고 각종 재료로 만든 소를 싼 후 삶거나 쪄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만두의 유래는 분명치 않으나 중국 송나라 고승이 지은 ‘사물기원(事物紀原)’에는 널리 알려진 제갈공명의 고사를 전하고 있다. 제갈공명이 남만지방을 정벌할 때 물살이 거친 강을 건너고자 했다. 이 때 그 지방의 풍속에 따라 사람 머리 49개로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하여 대신에 양고기 등을 밀가루 반죽으로 싸서 사람 머리모양을 만들어 제사지내게 했는데 여기에서 만두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
단오는 여름을 대표하는 절기로서 겨울을 상징하는 동지와 더불어 대구(對句)가 되는 명절이다. 동짓달로부터 기산하면 음력 5월은 7번째 달이니 12지로 보면 오(午)에 해당되기에 오(午)를 썼고 초닷새를 뜻하는 오(五)와 음도 같아 중의적으로 쓰였다. 5월5일처럼 양수가 겹치는 것을 중양(重陽)이라 하였고, 1월1일, 3월3일, 7월7일, 9월9일 등이 모두 해당되는데 각기 고유한 이름을 지니고 있어 9월9일만을 중양절로 여기기도 한다. 단오는 1년 중 가장 양기가 강한 때라 하여 단양(端陽), 달리 천중가절(天中佳節)이라고도 하였으
얼마 후면 불가(佛家)의 최대 명절인 ‘부처님오신날’, 사월 초파일이다. 줄여서 초파일이라고도 하는데 음력 2월8일, 12월8일도 초파일이고 매달 드는 8일도 초파일이나 일반적으로 초파일하면 부처님오신날을 지칭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국가의례와 축하연희, 그리고 민속놀이가 벌어졌는데 이를 통칭하여 ‘연등회(燃燈會)’라고 하였다.‘연등(燃燈)’은 ‘등을 사르다’는 말로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요즈음 연꽃모양의 등을 지칭하는 ‘연등(蓮燈)’과 음은 같으나 의미는 다른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
사찰음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국수와 두부, 떡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승소(僧笑)’라고 하여 합쳐서 ‘삼소(三笑)’라고도 부른다. 이 중 두부는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과도 매우 깊은 연관이 있을뿐더러 불교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음식이라고 하겠다. 두부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문헌상으로는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아 만든 ‘만필술(萬筆術)’에 제조법이 나와 있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고려 말 대학자였던 이색 선생의 ‘목은집’에 언급된 것이 가장
예로부터 3월3일, 삼짇날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자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귀하게 여겨 왔다. 나라에서는 임금이 풍년을 기원하며 친히 농사를 짓는 ‘친경례(親耕禮)’를, 왕비는 누에치기와 길쌈을 장려하는 ‘친잠례(親蠶禮)’를 행했다. 민간에서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굿이나 용왕제를 지냈고 절을 찾아 삼짇날맞이 불공과 방생을 했는데 주로 자손 얻기를 바라는 기자불공(祈子佛供)을 드렸다. 또한 꽃과 새순이 다투어 피는 산과 들로 봄나들이를 가는 ‘답청(踏靑)놀이’를 즐겼고 꽃들을 따서 전으로 부쳐 먹었는데 이를
3월16일, 음력 2월8일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출가재일이다. 또 3월23일, 음력 2월15일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열반재일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양 재일 사이의 일주일을 정진주간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세시서인 ‘형초세시기’에 보면 “2월8일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로 팔관재계를 지키며 보개로 치장한 차와 색색의 등으로 이 날을 즐겼고, 당일 아침에는 향화를 들고 성 주위를 한 바퀴 돌았는데 이를 행성(行城)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2월8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여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연등이 국가적 의례였다면민
사찰음식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국수(掬水)다. 국수는 ‘승소(僧笑)’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데 맛에 탐착하지 않고 소식에 익숙한 스님들도 국수는 과식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별미인지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해서 이와 같은 별명을 갖게 된 모양이다. 국수는 떡과 두부와 함께 ‘삼소(三笑)’라고도 하였다. 혹은 떡 대신 만두를 포함하기도 한다. 국수란 말도 그대로 풀이하면 물속에 담겨진 면을 움켜쥔다는 뜻이니 국수를 만드는 모양과 먹는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고 한편으로는 만드는 법도
지난 2월22일은 음력으로 1월15일, 바로 정월대보름이었다. 1년에 12번 드는 보름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달리 대보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연중에 드는 첫 번째 보름이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처럼 특별하게 여기는 보름날로 7월 보름인 백중과 8월 보름인 추석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삼망일(三望日)이라고 하였다. 삼망일은 농사의 시작과 고된 농사일 속의 휴식, 그리고 농사의 수확을 상징하는 날이라고 하겠다.대표적인 풍속은 연등놀이과거에는 국가에서 수륙재마을에 내려가 오곡밥 탁발절에서는 1년 한번 김 먹어예로부터 큰 명절에는 이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