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 초부터 가짜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해 오면서, 되도록 내 생각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지난 글에선 나의 마음과 더불어 운명을 함께 하는 나의 몸에 대해 사색하였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타자의 몸[他身]’이라는 주제로 옮겨오게 되었다. 나는 이번 주제의 독특함에 흥미를 느끼지만, 많은 사람이 그 내용에 흔쾌히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긴 해도 그것 또한 미륵의 후예들만의 기이한 학문적 열정으로 도달한 결론이니, 그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저 미륵의 후예들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가면서 그
미륵의 후예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꿈과 같고 환과 같다고 하지만, 또한 우리가 다 알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들에 따르면, 마음(제8아뢰야식)에 의해 변현되는 세계는 극히 미세하거나 혹은 극히 광대하기에 불가지(不可知)하고, 그것들을 변현해 낸 마음의 작용은 극히 미세하기에 불가지하다.(‘성유식론’ 제2권) 그런데 ‘불가지’라는 말은 실은 가짜 말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때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꿈과 같고 환과 같다’고 하는 은유적 표현도 실은 말문이 막혀서 하는 말이요, 어떤 경이로움과 불가지함을 표현한
재가 수행자들이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 정진할 수 있도록 돕는 강좌가 열린다.티벳불교 공부도량 삼학설행사(labsum shedrub ling, 주지 텐진남카 스님)는 4월 6일 ‘2024 불교수행자 양성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 ‘불법의 올바른 견해 습득을 위한 학년제 교육과정’으로 불교에 대한 올바른 믿음과 견해를 갖고자 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마련됐다.매수 수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에 온라인 회의 플랫폼 ZOOM을 통해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되며 날란다(불교경론을 통한 지혜와 방편 두루학습), 인명
한국불교 최대 재가단체인 조계종 포교사단(단장 김영석)이 창단 24주년과 제11회 포교사의 날을 기념해 포교사들을 격려하고 포교원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조계종은 3월 10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포교사단 출범 24주년 및 제11회 포교사의 날’을 맞이해 기념법회를 개최했다. 2000년 3월 12일 설립된 포교사단은 3월 둘째 주 일요일을 ‘포교사단의 날 및 포교사의 날’로 정하고 행사를 열어 이를 기념해오고 있다. 이날 법회는 포교원장 선업 스님과 김영석 포교사단장, 김기병 초대 단장을 포함한 전직 임원들로 구성된 수메
통찰명상협회(IMS)는 미국 동부의 바레 센터에 이어 캘리포니아에도 스피릿 록(Spirit Rock) 수행공동체를 설립하여 매년 수천 명의 미국인에게 호흡 중심의 위빠사나를 가르쳤다. 불교의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상좌부 교리의 난해한 요소는 덜 강조했다. 이와 같은 시기에 동양의 불교 국가에서 온 승려들이 미국 대중을 향해 적극적인 포교를 전개하였다. 이들 중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불교 지도자가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1926~2022) 스님이었다. 틱낫한 스님이 가진 힘의 원천은 마음챙김에 관한 가르침이었다. 스님은 미국뿐만 아니
이번 글에서 나는 언설희론의 습기 혹은 명언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보충하려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습기’ 혹은 ‘종자’라는 은유적 표현이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어쩌면 그 가짜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떤 환영을 가리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륵의 후예들에겐 명료하게 보였지만 우리에겐 잘 보이지 않는 어떤 환영들 말이다. 물론, 그들의 체계적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름의 의미가 점점 분명해질 것이다. 그 대신 우리의 인내심을 압도하는 생소한 많은 동의어와 파생어를 연쇄적으로 익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3·1절 105주년을 앞두고 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만해 한용운 스님의 시를 음악으로 만나는 공연무대가 마련된다.경기도 광주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3·1절 기념 ‘한용운이 부르는 님의 침묵’ 공연을 2월 25일 광주광역시 광주예술의 전당, 2월 27일 대구광역시 콘서트하우스에서 각각 오후 7시에 개최한다.이번 공연은 출가 수행자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만해 스님이 시를 통해 보여줬던 민족정신과 호국 의지, 독립을 향한 열망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지난해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천안 예술의전당 공연을 성공적으로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될까?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현대인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넘쳐나고 해마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보면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 문제는 이 시대가 풀어야 할 화두가 되고 있다. 불교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2600년 전 붓다는 인간의 고통 문제에 천착해 깊은 사유를 통해 그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정치(精緻)하고 뛰어난 통찰을 통해 고통의 원인을 분석
나는 지난번 글을 “최고의 환술사는 스스로를 홀리는 범부의 마음”이라는 취지로 끝맺었는데, 그로 인해 어떤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었다. 그 문구는 우리 자신이 마치 창조자가 된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도력 높은 불보살들도 중생 교화를 위해 환 같은 일들을 변화로 지어내지만, 그 환상에 스스로 속지 않는다. 그런데 범부의 마음은 자기가 그린 그림이 저 바깥에 존재하는 굳건하고 항구적인 세계라고 믿도록 스스로에게 강력한 주술을 건다. 미륵의 후예들이라면, 이 세계를 ‘바깥의 경계[外境]’라고 믿게 된 것은 그의 무지 때
마음 속 호신보살이 멀티미디어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디어 조각(Media Sculpture)의 스타터라고 평가받는 정영훈 작가가 ‘보살’을 현대미술로 형식화한 ‘World Art Expo 2024 전시회’를 개최한다.서울 코엑스에서 3층 C홀에서 2월 15~18일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Blue prologue(블루 프롤로그)-마지막 문일지도 모를 첫번째 문’을 주제로 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와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작품을 현물 조각과 함께 만날 수
“동굴이나 숲은 잊어버리세요. 명상은 도시에서도 가능합니다.” 매 순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삼매를 얻기 위한 장기간의 수행 없이 불교수행이 가능하다는 레디 사야도의 메시지에 수많은 재가 신도들이 고무됐다. 수행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불교 문헌에서 이미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 이전에는 누구도 이를 적극적으로 설파한 적이 없었다. 레디 사야도는 이것을 자신의 가르침의 중심으로 삼았다. 영국의 식민 지배로 위기에 처했던 19세기의 미얀마 불교는 명상의 대중화로 재점화하였다. 이것은 나중에 위빠사나 운동(통찰명상 운동)으
선수들이 까마득한 슬로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점차 속도가 붙더니 “휙” 창공으로 솟구쳤다. 순간 정적. 아찔한 곡예 끝에 시원하게 눈길을 가르자 숨죽였던 관중들의 입이 일제히 터졌다.불교계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스노보드 대회 ‘달마 오픈’이 2월 4일 19번째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체육인불자연합회가 주최하고 (사)이웃을돕는사람들이 주관, 조계종 포교원이 후원한 ‘2024 달마 오픈 챔피언십’은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한국 스노보드의 간판 이채운 선수가 펼친 특별 경기는 대중의 감탄을
3회에 걸쳐 ‘삼국유사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와 익장(益莊)이 찬술한 ‘낙산사기문’(신증동국여지승람 양양도호부조)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의상이 낙산사의 창건조사로 등장하는 연기설화는 역사적 사실성이 결여된 설화적 허구로 이해하지 않을 수 없음을 피력하였다. 그런데 이 설화의 내용은 사실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불교사 자료로서 폐기해버릴 무가치한 것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비록 의상의 관음신앙 자체를 이해하는 자료로서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하겠지만, 의상 이후 그의 불교가 전승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불교사 연구의 자료로서는 또 다른 의
나는 새해 들어 ‘가짜[假]’라는 주제와 연관된 몇 편의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것이 그 두 번째 글이다. 이전 것을 건너뛰고도 매회의 글이 그 자체로 이해되면 좋겠다. 그래서 이후로도 이전 내용을 종종 반복하게 될 것 같다.이번에는 환상(幻狀)의 세계와 그곳의 환술사(幻術師)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어떤 교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교설대로 세상을 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고, 또한 거기서 고통의 근원과 그로부터 빠져나올 출구를 찾는다는 것이다. 저 가짜에 관한 학설을 받아들인 이후로, 나는 자연스럽게 어떤 환상의 세계에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명 스님) 산하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가 2024년 1차 사찰음식 정규강좌 수강생을 모집한다.재가자를 위한 초·중·고급과정과 스님을 위한 승가 초급과정이 개설되며, 강좌당 정원은 24명이다. 주 1회 3시간씩 총 12주간 수업이 진행된다. 재가자 초급과정은 2월 21일부터 수요일 유화 스님·23일부터 금요일 동희 스님, 중급과정은 22일부터 목요일 주호 스님, 고급과정은 20일부터 화요일 경운 스님이 지도한다. 승가 초급과정은 서류심사가 포함되며 26일부터 월요일 동원 스님이 수업을 진행한다.조계종 신도
나는 산만한 정신의 흐름 속으로 문득 끼어든 어떤 순간적 접촉에 의해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심하곤 한다. 오래전 내가 아직 학위논문의 주제도 정하지 못했던 시절, 고(故) 원의범 선생님이 내가 다니던 학교로 몇 년간 외부 강의를 하러 오셨다. 그분이 어느 날 수업 중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전해주셨다. “우리 선생님(김동화 박사)이 말씀하시길, 가짜[假]에 대해 알면 유식학을 거의 다 안 것이나 다름없다.” 초보 불교학도였던 나는 어떤 황홀감 속에서 그 말의 의미를 다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즉각 받아들였다. 그것은 마
화엄성지 오대산 월정사에서 전 세계 청년들의 출가 체험의 장이 펼쳐진다.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는 1월 8일 대만 우든피시 재단(Woodenfish Foundation, 이사장 이파 스님)과 협약을 맺고 올해 7월 한달 간 ‘인본주의적 불교수행 체험 프로그램(HBMLP)’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인본주의적 불교수행 체험 프로그램’은 우든피시 재단 이사장 이파 스님이 2002년부터 대만, 중국, 태국 등에서 해마다 열어온 집중 정진으로, 대학생 등 청년들이 아시아 지역의 유수한 사찰에서 불교수행을 체험할 수 있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살피고 자기가 이미 한 일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시도해 보세요. 자신은 이미 아름다운 것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많은 일을 이루었음을 깨달을 겁니다.”지난해 12월 방한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캉쎄르 린포체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제대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한 법문집을 펴냈다. 책은 불교의 근본 번뇌 가운데 하나인 탐심에 대해 분석하고 어떻게 탐심을 다루어야 하는지를 설명한 것으로, 일종의 ‘탐심 사용 설명서’이다. 그에 따르면 욕망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원한다’는 마음으로, 어떤 대상을 ‘내
흔히 불교를 마음의 종교라고 말한다. 팔만사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도 결국은 ‘마음 심(心)’자 하나를 풀이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라도 불교의 수많은 경전을 접하다 보면 부처님의 일체 교설들이 일관되게 중생 마음에 초점을 두고 설해졌음을 알 수 있다. 초기 경전인 ‘법구경’의 ‘심위법본(心爲法本-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다)’에서부터 대승 원교인 ‘화엄경’의 ‘심외무법(心外無法-마음을 떠난 법이 없다)’에 이르기까지, 또한 불립문자를 강조하는 선가의 ‘이심전심(以心傳心-마음으로 마음을 전할 뿐이다)’ 등 불교 안에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있습니다.”티베트 불교 겔룩파 전승의 제8대 캉쎄르 린뽀체(Khangser Rinpoche)가 한국을 찾아 릴레이 법문을 이어가는 가운데 부산 홍법사 불자들에게 내면의 행복을 찾는 법문을 전했다. 홍법사(주지 심산 스님)는 1월2일 경내 대광명전에서 ‘캉쎄르 린뽀체 초청 특별법회’를 봉행했다. 홍법사의 정기 신묘장구대다라니 정진기도 대신 마련된 이 법석에는 사부대중 400여 명이 운집해 법문을 경청했다. 이날 캉쎄르 린뽀체는 법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