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주는 중국 10대 명차 가운데서도 단연 첫 손에 꼽히는 용정차의 고향이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차밭은 차의 고장 항주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항주에 가게 되면 꼭 서호변의 찻집에 들러서 차를 한잔 마셔 봐요. 항주의 용정차는 중국의 10대 명차 가운데서 최고이기도 하지만 해질 무렵 잔잔한 서호를 바라보면서 차를 마신다면 그 맛이 남다르지 않겠어요?” 차를 좋아하는 한 지인이 항주에 가기 전부터 신신당부를 했다. 용정차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이 먹어본 경험이 있어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지만 ‘해질 무렵 서호변에서’라는 표현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들렸다. 마침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때문에 낮게 드리운 안개에 잠긴 서호는 양귀비(楊貴妃), 왕소군(
영은사 대웅보전에 봉안돼 있는 24.8미터의 목조 석가모니불. 사진은 중국여행출판사가 발행한 「영은사」에 수록된 대웅보전 전경이다. 아름다운 호수 서호를 품고 있는 항주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서호의 아름다움 가운데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10가지 절경 즉 ‘서호10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항주에서의 일정은 빠듯해진다. 하지만 사계절을 모두 서호에서만 보낼 수 없으니 서호 10경은 일찌감치 접어두고 서호 주변의 아름다운 고찰들로 눈길을 돌려본다. 서호는 삼태산, 보석산, 옥황산, 남병산 등 주변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그런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고찰들도 많이 있다. 어느 사찰부터 가야할까
맑은 날 서호는 뱃놀이를 나온 휴가객들로 한껏 흥청이는 분위기에 빠져든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푸른 하늘과 푸른 호수, 그 사이에 우뚝 솟은 보숙탑과 그림 같은 전각들, 아름다운 다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어우러져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연출한다. ‘…성현은 몸을 돌보지 않고 도를 사모하니, 저 당나라 현장 법사가 서역으로 가시었고 의상 조사가 중국에 건너가셨거늘 단지 편안한데 주저앉아서 스승 구하기를 힘쓰지 않는 것은 출가의 본의가 아닙니다.… 다음해 4월 경오일 밤에 국사는 상과 태후에게 글을 남긴 채 미복으로 상선에 몸을 싣고 떠났다.…’ -영통사 ‘대각국사비명병서’ 가운데. 정주(貞州, 지금의 개풍군 대성면 풍덕리)에서 평민의 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