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있으니 참 좋은 점이 많다. 나라에서 밥도 주고, 월급도 주고, 운동도 하라고 시간을 준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정든 청년들이 하나둘씩 떠난다는 것이다. 일전에는 군종병이 전역한다고 찾아왔다.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데 전역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이별의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법회에 오는 청년들에게 전역해도 기쁜 일이든, 힘든 일이든 꼭 연락하라고 한다. 특히 결혼식을 하면 꼭 주례는 나에게 맡기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그날도 법회를 마치면서 주례사 당부를 하던 차였다. 그런데 한 용사가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 10일 본 투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부분 지역구는 승부를 확정 지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피 말리는 승부를 이어간 ‘초접전지’도 적지 않았다. 여야가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보이다가 선거 다음날 새벽에나 승부가 가려졌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가 채 1%p(포인트)도 나지 않는 곳들도 더러 있었다. 불과 497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지상파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예측이 빗겨 나간 곳도 적지 않았다. 나경원, 안철수, 권영세, 윤상현, 김태호 등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의
‘스님들이 사리병을 높이 쳐들어 주위에 에워싼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눈을 비비고 바라보는데 갑자기 사리에서 광명이 비추었다.’ ‘정오에 사리를 지하에 넣으려 하자 사람들이 모두 슬퍼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4월 8일에 사리를 땅속에 넣으려 하자 사리탑 옆 오동나무 가지와 잎이 일제히 사리가 묻히는 쪽을 향해 숙였다.’이 기록은 중국 수나라의 학자 왕소가 남긴 ‘사리감응기’의 일부분이다. 수(隋)나라 문제(文帝)가 인수(仁壽, 601∼604)년간에 111개의 인수사리탑을 전국에 세웠는데, 이때의 사리 봉안 과정
22대 총선은 국민의 지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실정을 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행정부의 한 부서를 담당하는 검사들을 정부의 요직에 대거 등용하고, 전문성이 없는 대통령의 지인들을 낙하산으로 공직에 앉히기까지 했다. 이태원 참사나 채상병 사망 사건을 비롯한 사회적 재난이 인재(人災)임에도 정부의 책임자들은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대통령의 부인을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는 봐주었으며,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사건처럼 대통령 일가의 이익 취득에 정부를 이용했다. 물가 급등으로 인한 생활의 곤궁함, 미국 일
마음이 무지를 갖게 되면 윤회를 한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고집인 아집(我執)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생사의 교차 순간에 아집으로 인해 여태껏 길들인 생각과 버릇대로 선택하고 되풀이한다고 한다. 마치 목적지를 정해 차를 몰고 가던 중, 잠시 다른 생각에 열중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목적지가 아닌 집 방향으로 익숙하게 차를 몰고 가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담과 유사하다.‘살아감’은 ‘죽어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죽어감’의 종착에 이르면 새로운 ‘살아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을 ‘이음상속(異陰相續)’이라 한다. 시작도 알 수
22대 총선은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집권 중반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를 매섭게 심판한 것이다. 민생, 경제·외교, 인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마저도 일찌감치 잃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잼버리가 파행을 거듭했음에도 책임지는 고위공직자 한 명 없었지 않은가.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뒤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은 총선 악용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채상병 사망 사고 조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 중이던 부처님 진신사리 1과와 지공선사의 사리 1과 및 나옹화상의 사리 2과 등 총 4과의 사리가 오는 4월 18일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이다.(법보신문 4월 3일자)참으로 기쁘고 환희심 나는 소식이다. 총무원 문화부와 문화재청의 노력에 불자로서 깊은 찬사를 보낸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사리 이운에 맞춰 4월 19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및 종단 관계자들이 우선 고불식을 봉행하고 총무원장 취임 600일에 맞춰 이운 다례재를 회암사지에서 성대하게 봉행한다고 한다.부처님 진신사리가 돌아오는 일은
근래 집 근처 절을 다녀왔다. 무언가를 자꾸 깨우치려고 애쓰는 나 자신이 답답했다. 언제부터였더라.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글에 자꾸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던 것이. 약 한 달 정도 지나고 다시 나에게 주어진 이 글 작업을 앞두고 문득 이질적인 현상 속, 그 가운데에 당도했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면 내가 보는 내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들은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미세하게 경직되어 있고 좁혀진 미간에, 사유한다는 것을 이유로 억지로 글 안에 무언갈 담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그 현상을 눈과 마음으로 목도한 순간. 나는 집착과
4월 2일 영축총림 통도사에선 8박 9일간의 조계종 구족계 수계산림 회향식이 봉행됐다. 조계종이 올해 배출한 구족계 수계자는 비구, 비구니 스님을 합쳐 모두 78명. 출가자 감소를 걱정하고 대책 마련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그야말로 소중한 출가자들이 탄생하는 기쁜 자리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구족계 수계산림 회향식 현장의 분위기는 환희로움만은 아니었다. 승가대학이나 기본선원 등에서 나름 쉽지 않은 4년 여의 교육을 마치고 구족계를 수지하는 금강계단 주인공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엄숙한 분위기가 취재 기자는 물론
“전도하는 분 내리세요”4월 4일 오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사 하나가 올랐다. 여전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기독교인의 지하철 내 전도 행위 관련 보도였다. 지하철 내 전도 행위에 대한 승객의 신고를 접수 받은 기관사가 한 역에 정차한 채 출발하지 않은 것이다. 기관사는 방송을 통해 “열차 안에서 전도 활동하는 분 얼른 내리세요”라고 안내한 후 잠시 후 “얼른 내리세요. 안 내리시면 출발 안 합니다”라고 재차 촉구했다. 얼마 후 열차가 출발했다는 보도로 보아 전도하던 당사자는 곧 열차에서 내린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사는 하
내가 좋아하고 가끔 찾아보는 사진이 있다. 나치 정권이 극성을 부리며 모든 사람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던 시절 열린 수천 명이 모인 어느 집회에서 참석자 전원이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며 “하일 히틀러(Heil Hitler)!”라고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앉아있는 장면이다.오래전 인터넷에서 눈에 들어와 그동안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SNS 계정에 여러 차례 이 사진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올리곤 하였다. “이 장면이 나치 친위대에 걸렸다면 혹독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 분명했던 그 살벌한 시절에 어떻게 이
올해 초, 새해를 여는 ‘불교 대축전’이 있었다. 불교계가 대통령을 모시는 자리인 만큼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다. 행사장은 서울 강남 한복판이었지만 사홍서원은 ‘전통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불교의 역사적 전통과 고색창연한 풍미를 자아냈다. 옥에 티라면 선창과 후창으로 진행된 ‘순 한문’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초대한 손님들은 물론 일부 재가불자에게도 조금은 낯설고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미리 준비한 화면 자막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넘어갔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한국불교가 전통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이 격돌한 가운데 선거 2주 전부터 오차 범위 내에서의 접전 지역이 속출했고, 여야의 지지층이 속속 결집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박빙의 승부가 의외로 많이 나올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과 몇천 표, 심지어 몇백 표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심판’이다. 여당은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 달라”고 하고, 야당은 “무능한 정부의 폭주를 심판해 달라”고 한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내건 정책 보다는 어느 당의
겨울의 쌀쌀했던 궂은 날씨가 시나브로 지나고 꽃 피는 봄이 찾아왔다. 우리 학생들도 낯설었던 새 학교, 새 친구와 금세 적응했는지 온 교실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처음 만났을 때 긴장과 걱정의 표정은 온데간데없다. 이제는 개강 법회와 신입생 환영 법회까지 마쳐서 법사실에 우르르 몰려와 간식을 달라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간식을 주느라 며칠 만에 준비해 둔 간식이 동나기도 한다. 이러한 하루를 보내면서 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행복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내 수업은 학교 법당인 정각원에서 진행한다. 과목은 ‘철학’이다. 학생들은 법당
지난 3월 20일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불교동아리 ‘템플애플’이 창단됐다. 동국대 첫 단과대 불교동아리의 창립이자 학부생과 대학원생 84명이 동참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전체 참석자들이 함께 관세음보살님의 수인인 ‘자비수(慈悲手)’를 하고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흔히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힘내라고 할 때, 또는 행사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친다. 이는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외국에서 ‘파이팅’은 힘내라는 의미보다 싸움, 투쟁, 싸우
공공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설치한 사랑의교회 도로 점유사건은 14년 전인 2010년 처음 불거졌다. 서초구 주민들은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특정 종교단체가 점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특혜”라며 서초구청에 사용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초구청장을 비롯해 차기 구청장 후보, 국회의원, 시·구의원 등 다수의 공직자들이 사랑의교회와 연계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특히 행정소송 결과 ‘원상회복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음에도 당시 구청장이 사랑의교회 옹호 발언을 하는 등 도를 넘어서
봄이 왔다. 봄은 왔는데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이러한 일이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싹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다. 제주의 어느 기업은 둘째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고 했다. 아니 주고 있다.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2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인구감소를 겨우 막을 수 있는데 현재 우리의 출산율은 0.68명이라고 한다. 정말 봄이 와도 싹이 움트지 않는 대지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저출산을 기저로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상상 그 이상으로 엄청난 충격을
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노비구니스님의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복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의료비·법복 지원 등의 복지에서 가사 지원 및 장례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돌봄부터 회향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지난 2월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비구니스님에 대한 복지 필요성을 이렇게 피력한 바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사원도 의식주 해결에 급급했습니다. 포교를 위해 절 짓는 일에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걸망 하나 편히 놓고 쉴 수 없던 시대를 걸어오신 분들
지난 2월부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독립운동의 영웅이자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초석을 만든 인물로 극찬하였다. 이 영화는 개봉 27일만에 누적 관람객 100만 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그 영화를 긍정적으로 본 사람들은 대체로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과 한국 전쟁 당시 이승만의 리더십과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비판적으로 본 사람들은 이승만이 국가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른 독재자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개봉 시
국가유형문화재 가운데 불교문화재가 70%를 차지하는 만큼 불교는 한국의 민족 정체성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문화재의 국가유형문화재 비율과 달리 국가무형문화재의 비율은 155건 중 6건(3.8%)으로 눈에 띄게 낮다. 불교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3월 20일 조계종 종책질의에서 밀양 표충사 주지 진각 스님은 불교무형문화재 중에서도 ‘가사작법’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스님은 “다양한 국가에 불교가 존재하듯 국가별 가사 형태와 가사작법에 차이가 있다. 한국도 고유한 가사작법이 존재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