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계획. 참 설레고 뜨거운 말이다.부처님께서 설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두가 존귀한 사람임을 실천의 중심에 둔 이 진정성 넘치는 말은 지금 장애인복지현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중요한 지원방법이자 가치이다.조금 낯설게 들릴수도 있는 단어이지만 1970년대 미국의 탈시설화 정책으로 많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었고 더불어 정상화(normalization)의 원리가 널리 적용되면서 당사자중심의 사람중심계획(Person-Centered Planing)이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PCP와 그에 따른 실천 방법으로 PATH(Pl
“오징어~” “달구지~” 어릴 적 이 외침과 함께 오징어 외계인 같은 모양을 한 그림 위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동네 마당의 전투는 시작된다. 그러다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들의 불호령이 서너 번 반복 되고 최소 두 명 이상이 끌려가는 사태를 맞이하고서야 이 전투는 내일을 기약하고 휴전을 한다. 당시에 필자가 살았던 부산 동네에서는 ‘오징어게임’이 아니라 ‘오징어달구지’라고 불렀다. 지역적으로 조금씩 부르는 표현은 달랐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이 놀이가 있었고 지금 마흔을 넘은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놀이에 참전한 경험이 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매일 100여 명의 사람들이 자해나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습격과 장기화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스러운 생존법칙마저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국립중앙의료원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해 또는 자살 시도자는 총 1만8213명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자해 또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3만490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3만6336명)에 비해 3.9%
세계 역사에서 한반도 크기의 작은 나라가 반만년 넘게 독립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예도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원인을 역동적인 한국인의 DNA나 강한 민족적 기질에서 찾지만 나는 그 원인을 정(情)에서 찾는다. 부모에게 학대받아 2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기일을 맞아 넋을 위로하려고 찾아온 사람들, 생전 일면식도 없는 청년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 말이다. 나의 불편함과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내 이웃이 부당한 피해를 보는 것에 분노할 줄 아는 마음, 어려운 사람이나 학대받는 동물을 보면 같이 슬퍼하는 자비심이 우리 민
지난 10월5일 조계사 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금산사와 호국불교’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그 취지는 뇌묵 처영의 의승활동에 대한 조명을 통하여 호국도량으로서 금산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필자 또한 ‘금산사의 미륵신앙과 호국애민정신’이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청허와 사명 그리고 처영이 표충(表忠)의 대표적 승장으로 받들어지는 반면, 금산사에서 의승군을 이끈 처영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의미가 큰 학술대회였다.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유학자들이 바라보는 불교에 대한 시각으로부터 불교계는
탈시설이 쟁점이다. 장애인복지관 기관장으로서 탈시설이라는 단어가 무겁고 진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포함되어,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인권적 삶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탈시설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지난 8월2일 보건복지부는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장애인의 온전한 자립을 뒷받침하겠습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탈시설 로드맵에는 주거결정권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시험 점수를 고쳤다 발각된 적이 있다. 일명 올백(전부 100점)이면 당시 유행하는 무전기(워키토키)를 사주신다는 것에 욕심을 내어 비록 ‘촉법소년’의 나이였지만 사문서를 위조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때를 기억해보면 성적표를 고치는 그 순간도 두렵고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가장 무서웠고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은 그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였다. 두려움에 오히려 강력하게 부인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명백한 물증과 확실한 증인(당시 함께 공모했던 누님)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정했을 때 차라리 편안했던 기
병역의무 중인 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전역 100일을 남겨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한다. 조카의 시계는 올겨울 전역일에 맞춰져 있다. 태양이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인류가 정한 시계는 하루 24시간이지만, 사람마다 가진 시계는 다르다. 기자들의 시간은 원고 마감시간에 맞춰 흐르고, 사업가의 시계는 직원들 급여일에 맞춰져 있다. 대선을 꿈꾸는 분들의 시계는 내년 3월9일에 맞춰져 있고,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시계는 내년 6월1일이 데드라인이다. 코로나19로 집합금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시계는 전 국민의 70%가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 일명 ‘언론징벌법'을 놓고 정국이 뜨겁다. 밀어붙이는 쪽에선 이번에 반드시 ‘가짜뉴스'를 잡아야 한다고 국회 통과를 벼르고 있고, 막는 쪽에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진짜뉴스'까지 잡을 것이라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국민 여론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언론으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제약한다고 비판하고 있다.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가치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헌법 제21조에 4개항
개학을 앞두고 책장을 정리하다가 노란 표지의 자그마한 책 하나를 잡고서 다시 보고 있다. 1973년 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당선된 글을 ‘여시아문’에서 2000년에 출판한 책으로 지허(知虛) 스님의 ‘선방일기’이다. 이 책은 서울대 출신의 지허 스님이 오대산 상원사 선방에서 동안거 기간에 경험하고 느낀 점을 일기의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36명의 선객들이 음력 10월15일에서 1월15일까지 3개월 동안 어떻게 참선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솔직 담백하게 잘 그려져 있다.10월25일 ‘선객의 운명’이란
며칠 전, 무심히 스친 뉴스는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인류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머지않아 잠기게 된 부산과 같은 해양도시들을 대비하여 새로운 수상도시가 계획된다는 내용이었다. 돌아보면 지구 온난화는 세대가 여러 번 바뀌기 전부터 예측된 지구적 문제였다. 필자의 어린시절 온난화를 촉발하는 오존층 파괴 원인이 된다며 에어컨의 냉매가 되는 프레온가스나 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보면 오히려 지구파괴를 막기에 희망적인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
살면서 ‘왜 하필 지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하는 우연치고는 너무나 절묘한 시점에 생기는 난처함과 불행을 누구나 겪어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명 머피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필자 또한 기억하기 싫은 머피의 법칙이 있다. 필자가 동국대 입시를 치를 때 일이다. 당시 경찰행정학과는 대입시험을 치른 다음 날에 신체검사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원자 모두가 남자여서 옷을 탈의하고 속옷만을 입은 채로 신체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래서 필자도 겉 상의를 벗고 바지를 벗는데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하고 머리는 하얗게 타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