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무지가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무지는 실상을 들여다보지 못하거나 외면할 때 더 깊어진다. 현대의 음식문화가 그렇다. 기름진 식탁의 풍성함은 숱한 생명의 고통과 희생의 대가이며, 인류의 기아와 건강 문제, 지구 환경에 엄청난 피해로 돌아옴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맛에 대한 탐착은 자비심을 상실케 하고, 그 생명들이 어떻게 우리 앞에 오는지를 살피지 않는다.스웨덴의 수의사가 쓴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저자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다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이 세상 올 때는 업연에 끌리어 오는 줄 모르고 왔지만 갈 때는 알아차림으로 한 생각 챙기면서 가는 줄 알고 가고 싶습니다. 올 때는 비록 울면서 왔지만 갈 때는 웃으며 가고자 합니다. 나를 억지로 병원으로 데려가 영양제를 놓고 음식을 먹이지 마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중들께 짐 지워 드려 죄송합니다.”지리산 정각사 죽림선원에서 정진하던 대현 스님이 만성폐렴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초였다.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 무렵이었다. 세속 나이로 74세였던 스님은 매년 이맘때면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고 이번에도 비슷하리라 여겼다
중앙승가대 비구수행관장 동명 스님이 운영하는 네이버밴드 ‘생활불교’와 다음카페 ‘생활불교전법회’에는 매일 시 한 편이 올라온다. 널리 알려진 현대 시인들의 시나 동요에서부터 옛 선사들의 선시들까지 다양하다. 매일 좋은 시를 만나는 기쁨도 크지만 스님이 시와 관련해 직접 써내려가는 ‘감상’을 읽는 즐거움도 크다. 세상을 바라보는 스님의 따스한 시선과 불교라는 깊은 우물에서 건져 올린 사색과 통찰이 영롱한 구슬처럼 빛을 내고는 한다. 출가 전 오랫동안 시인으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남기고 최근 선시 감상집인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대보적경’ ‘타태경’ 등 불경에는 태아가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인간의 생명은 수태 직후부터라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없이 약한 존재이지만 엄연히 불성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인권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도 태아의 권리는 한없이 미미하다. 낙태의 이유야 헤아릴 수 없이 많겠으나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스러져가야 하는 어린 생명에겐 엄청난 참극인 것은 분명하다.이 책은 태아영가 참회도량인 남양주 구담사 자모암 주지 지율 스님이 낙태를 해서는 왜 안 되는지, 낙태의 인과응보가 얼마나 무서운지 등에 대한 내용
조선시대는 불교계에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불교는 삼국·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찬란한 문화를 주도했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사찰은 경제 기반을 잃었고 출가의 길마저 원천 봉쇄되는 법난의 시대와 마주했다. 하지만 혹독한 500년 억불의 시대를 건너면서도 조선시대 건립된 사찰 전각들이 많고 뛰어난 고승들이 다수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일까.저자의 문제의식은 ‘조선불교는 어떻게 살아남았고, 그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조선불교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법보신문 기자로도 활동한 저자는 해답의 실마리를 왕실불교에
불교계를 사기꾼처럼 매도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망언에 대한 총무원 집행부의 대응을 두고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으로부터 “미온적인 대응” “무능한 대응”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스님 50여명이 11월1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0배 참회법회를 봉행했다.스님들은 이날 1080배 참회정진에 앞서 발표한 발원문에서 “정청래 의원이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기꾼으로 매도한 초유의 사건 앞에서 저희들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1700년 민족문화유산을 폄하, 비난, 모욕한 발언에 대해 먼저
불경에는 게송 한 구절을 듣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진 설산동자 얘기가 나온다. 부귀영화를 버리고 산중에서 정진하던 동자는 우연히 나찰이 읊는 “제행무상(諸行無常)하니 시생멸법(是生滅法)이라”는 게송을 들었다. 세상 모든 게 덧없으니 이것이 나고 죽는 법이라는 말이었다. 동자는 기쁨에 겨워 그 다음 구절을 들려달라고 간청했다. 나찰은 배가 아주 고프니 대신 당신의 몸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동자는 선뜻 응했다. 나찰은 “생멸멸이(生滅滅已)이면 적멸위락(寂滅爲樂)이니라”라고 했다. 나고 죽는 것이 사라지면 이것이 고요한 열반
독실한 불자였던 고 설봉 신태근 거사의 뜻을 받들어 유족들이 법보신문을 관공서·교도소·군법당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유족들은 11월11일 “아버님은 생전에 법보신문을 좋아해 주말마다 꼼꼼히 읽으시고 다 본 신문은 다시 일요법회에 가져가 다른 분이 보실 수 있도록 했다”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자들 삶의 모습이 잘 담긴 법보신문을 통해 한 분이라도 더 불교와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법보시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유족들에 따르면 올해 10월31일 90세로 세연을 마친 신 거사는 불교를 늘 가까이하며 일상에서 불
한국 태생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김현기 박사(Dr. Hyun-key Kim Hogarth)가 한국의 전래동화 30편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영어로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호랑이와 곶감’ ‘흥부와 놀부’ ‘토끼와 거북이’ ‘혹부리 이야기’ ‘콩쥐와 팥쥐’ ‘심청전’ ‘사냥꾼과 선녀’ ‘황소가 된 게으른 청년’ 등이 수록돼 있다.대부분의 민속 이야기들이 그렇듯 한국 전래동화들도 교훈을 주고 아이들에게 도덕적 지침을 준다. 선은 항상 악을 이기고, 좋은 것은 보상을 받고 나쁜 것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성격이 강하다. 그
“음악은 말 한마디 없어도 그 자체가 종교적 경험의 중요한 원천일 수 있다. 예술 중에서 가장 영적인 분야인 음악, 이 음악과 종교의 경계선은 무척이나 가늘고 미세하다. 거의 모든 경험을 고양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음악의 변형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독일 신학자 한스 큉의 말마따나 종교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다. 종교는 음악을 통해 깊은 내적 체험과 장엄함, 성스러움, 구성원들의 일체감을 이끌어낸다. 불교와 음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불교는 음악을 통해 전법의 길을 모색하고 대중의 마음을 얻었으며, 음악은 불교를 통해 더욱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시 연구자이며 평론가다. 김소월과 서정주의 시를 연구해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후 당대 최고 시인들의 시세계를 면밀히 분석하며 그 안에 담긴 심오한 뜻을 펼쳐보였다. 저자는 논문과 평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제주도 도깨비도로를 소재로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을 쓰는가 하면 여섯 권의 동화책을 집필했다. 근래에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을 걸으며 인간의 숭고함을 성찰한 여행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글쓰기의 팔방미인인 저자가 단연 사랑한 건 시였다. 강단에서
‘철해여! 철해여!…그대 오늘사 훌훌히 털고 비로소 적조에 쉬게 되는구려! 다시는 오지 마시오. 뒤돌아보지 마시오. 모든 연사(緣事) 다 놓으시고 적멸의 본공으로 돌아가시오. 오늘 그대 걸음이 나는 한없이 부럽습니다. 따라갈 날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대가 심어둔 구절초가 다니시던 길 하얗게 지키며 찬 이슬에 떨고 있네요.’(운성 스님 조시 중)10월26일 오전 11시, 경주 기림사 천불전 앞에 마련된 영단. 사람들의 비통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정 속의 철해당(鐵海堂) 종광(宗光) 스님의 시선은 무심한 듯 경내
경주 기림사 주지 및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한 강백 철해당 종광(鐵海堂 宗光) 종사가 2021년 10월24일 오후 1시 경주 함월산 기림사 지족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수 66세, 법납 53세.빈소는 동국대 경주병원장례식장 왕생원 특2호실이며, 영결식은 10월26일 오전 11시 함월산 기림사에서 엄수될 예정이다.임종게는 다음과 같다.이 물건 본래 고요하여 한 움직임도 없지만이치와 모습이 서로 아울러 하나되어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네!생사 열반에 차별 없어라 부처와 중생이 동락하여라此物本寂寂하고性相混知處이라吾汝無二相이니佛
아득하고 먼 길이었다. 송광사에서 지리산을 넘어 해인사를 거쳐 통도사에 이르는 천릿길. 전남과 전북, 경북과 경남의 4개 지역을 가로지르고 가파른 고개들이 불쑥불쑥 가로 막아서던 423km의 험난한 여정. 때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늦더위에 여기저기 땀띠가 돋고, 갑작스런 시월한파에 오돌오돌 떨기도 했다. 며칠간 쏟아 붓는 폭우 속을 걷는가 하면 칠흑 같은 어둠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서로 의지해 나아가야 했다.10월1일부터 10월18일까지 진행된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수행. 김형규(진여·53) 법보신문사 대
빠름과 바쁨에 매몰된 채 타인의 욕망을 덩달아 욕망하며 휩쓸려 살아가는 일상. 문득 깊은 탄식과 더불어 ‘왜 이렇게 살까’ 짙은 허무에도 젖지만 남에게 뒤처질세라 또다시 그 질주의 대열에 오르곤 한다.시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브레이크다. 관성의 메커니즘에서 멀찍이 떨어져 보게 하는 관찰자로도 만든다. 그리하여 일상을 알아차리고 시든 감성을 일깨우며 삶의 성찰을 이끌어낸다. 선시도 그렇다. 선이 온갖 번뇌를 끊어내고 지금 여기에서 지고의 평안함을 지향하듯 선시는 일상을 살아내되 일상에 얽매이지 않는 초탈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이 10월8일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박 소장은 “불교의 핵심은 모든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는 이고득락(離苦得樂)과 널리 모든 중생들에게 행복과 이익을 준다는 요익중생(饒益衆生)에 있다”며 “법보신문은 그동안 포교와 호법, 불교계 여론 조성에 크게 기여해왔고, 특히 한국사회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치는 등 이고득락과 요익중생을 위해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박 소장은 학술세미나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유능한 학술기획자이자 명강사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외대 중국
조계종 제1기 군승으로 월남전에 파병 근무하고 육군법사로 활동했던 한국불교 군승의 산역사였던 정묵당 김봉식 법사가 지병으로 10월11일 아침 86세로 입적했다.분향소는 서울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2층과 서울 국방부 원광사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월13일 오전 8시30분이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1936년생인 고인은 1954년 불교종립학교인 대전보문고를 졸업하고 입산했다. 1961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동국역경원에서 근무했다. 1968년 3월부터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중고등학교에서 교법사와 교감으로
효봉 스님(1888~1966)은 가야총림 초대 방장과 통합종단 초대 종정을 지낸 고승이다. ‘절구통 수좌’로 유명했던 스님은 판사라는 선망의 자리를 뒤로 하고 38세에 산문에 들었다. 늦깎이 출가자였지만 스님은 한번 앉으면 엉덩이 살이 헐어 진물이 달라붙을 정도로 정진했다.효봉 스님은 용성 스님과 수월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얻은 후 운수행각과 용맹정진에 돌입했다.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스스로를 토굴에 가둔 채 화두에 매진했고, 마침내 1931년 금강산 법기암 무문관 토굴에서 깨달음을 이뤘다. “이 산승은 상세(上世)에는 육조를
번뇌의 뿌리를 잘라내는 지혜의 칼 ‘금강경’은 가장 폭넓게 읽히는 대중적인 경전이기도 하지만 해설서가 유독 많다. 매년 출간되는 ‘금강경’ 해설서는 10여종, 여기에 개정판과 전자책까지 포함하면 20여종에 이르며, 서점에 유통되는 ‘금강경’ 관련 서적도 200종이 넘는다. 대부분 스님이나 불교연구자가 쓰는 여느 경전들과 달리 ‘금강경’은 소설가, 시인, 법조인, 명상가, 과학자, 경제인, 사회활동가 심지어 목사가 쓴 해설서까지 있다. ‘금강경’이 지니는 파격성과 열린 해석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금강경’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난 후 망국의 서러움과 온갖 고난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난 재일동포를 비롯한 해외동포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태고종 세종충남교구와 사단법인 충남불교문화진흥원은 10월15일 오후 2~4시 천안 성거읍 국립 망향의 동산 특설무대에서 합동위령재를 봉행한다.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합동위령재는 망향의 동산에 묻힌 고혼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지역 불교계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에도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을 비롯해 박상돈 천안시장과 천안시 국회의원 등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