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기도 절 하나 있으면 진짜 좋겠네요."제주도 여행하며 만난 ‘붕암’스러지는 육체를 암자에 비유젊음 교만한 자신에 부끄러움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수행지찬 스님과 제주도 자전거 여행 중 우도를 들어가게 됐습니다.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보며 온 바다를 다 둘러보고 우도봉도 올라가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감동해서 했던 말입니다. 해안가를 다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 후 점심을 먹고 나니 갈등을 하게 되더군요. 배를 타고 제주도로 나갈까… 아니면 해안가가 아닌 우도 마을 중앙을 자전거로 한 바퀴 더 돌까…
좌선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과거의 습관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 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얼마나 습관이 무서운 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매일 아침 ‘천수경’을 독송하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있다. 불, 법, 승 ‘삼보’와 탐, 진, 치 ‘삼독’ 그리고 계, 정, 혜 ‘삼학’이라는 구절이다. 그 중에서도 ‘삼독’이라는 용어가 눈에 들어왔다.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접하는 행동이나 모습으로 쓸데없는 탐욕을 내기도 했다. 또 순간을 참지 못해 분노하거나 화를 내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
정초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고뿔로 며칠을 몽롱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근육통을 동반한 지독한 감기라 신종 플루가 의심돼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근육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을 거북하게 합니다. 일정이 많은 정초에 인후통증까지 겹쳐 건강한 모습으로 새해 축원을 올려야하는 주지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염불을 하다보면 온전해지는 목소리로 위로를 삼습니다.누구나 쉽게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감기는 휴식을 통해 회복될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는 다릅니다. 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나는 오랫동안 오직 직장생활에만 전념한 사람이었다. 직장 생활이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 왔기에 그동안의 나는 종교나 수행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가끔 절을 찾기도 했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참선에 대해서는 더욱 알 리 없었다. 마음공부가 무엇인지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수십여년 간의 직장생활이 내 인생의 전반기였다. 그렇다면 참선을 알고 시작한 이후부터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자 삶의 후반기를 새로이 설계하고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포현하고 싶다. 벽시계는 고장 나도
범어 상가(Saṃgha)라는 명칭은 불교교단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었으며, 더욱이 석존께서 새로 지으신 명칭도 아니었다. 석존께서는 이전부터 상업조합과 공화국의 이름으로써 널리 사용되고 있었던 보통명사인 상가라는 말을 차용하여 자신의 교단 이름으로 삼았을 뿐이었다. 상가라는 말의 유래는 불교교단의 명칭으로 사용되기 이전부터 집단(集團), 집합체(集合體), 조합(組合)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미 사용되어 온 것이다.상업조합·공화국·불교교단상가로 불리며 민주적 운영 화합의 원리로 제시한 것이의지하며 존재하는 연기법상가는 연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말씀은 우리 역사에 대해 바르게 알자는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중국 전래설은고정관념서 못 벗어났기 때문발타라·허황후 등 기록 보면한국불교가 중국보다 빨라역대 스님들 법문의 상당수중국선사들만 인용해 아쉬워원효·의상 등 뛰어난 한국스님수없이 많지만 우리가 외면한국불교에 자부심 가져야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700여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372년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있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은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몸은 나이에 따라 저절로 자라고 곧 성장을 멈추지만, 마음은 삶의 경험을 통해 죽을 때까지 증장(增長)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몸과는 달리 마음은 무궁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가능성의 실현 정도는 사람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타락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상황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마음이 얼마나 성숙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어른인데 아이 같은 이가 있고, 반대로 어른 같은 아이도 있습니다.새해맞이 기도로 매년 1월
변했다. 자신감 잃고 일상이 무기력했던 내가 달라졌다. 이모 덕에 대비주와 인연을 맺고 10만독 정진을 새롭게 발심했다. 그리고 결국 성취했다. 지금도 그 날짜를 잊을 수 없다. 2016년 6월26일 10만독을 회향했다.되돌아보니 신묘장구대다라니, 즉 대비주 수행을 발심하고 10만독을 성취하는 동안 기적 같은 일들도 많았다. 신기하게도 나를 옭아매고 있던 강박과 불안이 소멸됐다. 강박증에서 비롯되는 불안, 근심, 걱정들이 대비주 수행이 무르익어갈수록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신경 쓰이던 마음속 번뇌들이 대비
불교 이모티콘 ‘어라’를 그린 지찬 스님과 함께 청년포교를 위한 자전거 명상 모임 ‘절친이어라’를 만들려고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20~30대 청년들과 함께 매달 한강에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함께 공양하고, 명상도 함께하고, 자전거도 함께 타는 그런 모임이죠. 본격적으로 청년들과 함께 하기전에 지찬 스님과 제주도 해안도로를 일주해보기로 약속했는데 그 날이 찾아왔습니다.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를 가려면 배를 타야 하기에 용산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출발해 목포에 도착했습니다. 목포에 왔으니 바다를 제일 먼저 보겠다고 서둘러서 도착한 해안
보리선수 수행을 배우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반갑습니다. 올 한해 수행을 통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또 좋은 결실을 맺는 한해가 되시기를 발원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 이후에도많은 깨달은 이 나왔지만스스로 부처라고 칭하지 않아진정한 깨달음 얻고 나면‘부처’라는 호칭은 의미 없어진정으로 부처 되는 길은중생 위한 대자대비한 원력오늘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묻습니다. 2500년전 부처님 이후 깨달은 분이 수없이 나왔을 텐데, 왜 그분들에 대해서는 부처님
2012년 1월 즈음이다. 믿기지 않았고 믿을 수 없는 그리고 믿기도 싫었다. 몸과 마음이 한창 혈기왕성할 20대 중반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곱씹어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몸은 쇠약했고 마음은 불안했다. 집안에 우환이 있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몸의 어떤 부위가 특별히 아프지도 않았다. 까닭도 없이 무기력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었다. 주위에선 그런 내 모습이 염려됐던 것 같다. 조카를 걱정하시던 이모가 내 손을 잡고 사천 평안사로 데리고 가셨다. 자초지종을 들은 주지스님께서는 한 마디를 꺼내셨다. “그렇게 마음이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비슷한 단계를 거치게 되었는데, 특수한 문화권에는 어느 시기가 결여되어 있고, 분명하지 않은 시기도 있다고 하지만, 대개는 일정한 발전단계를 거쳤던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대개 유사한 단계를 거치면서 삶을 꾸려왔던 인간도 비슷한 단계의 상황에서 거의 유사한 사상적 발전단계를 거쳐 진보해 왔던 것으로 이해된다. BC 8·7세기경부터 철기의 사용이 시작되면서 인도·중국·그리스 지역 등 여러 곳에서 사회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도시국가 형태의 조그마한 국가들이
우리는 지금 인터넷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물건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합니다. 온 세상이 다 내 시장입니다. 매점에 있는 것만 내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시장을 손바닥 안에서 다 볼 수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납니다. 이것을 3차 산업시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4차 산업시대에 왔다고 합니다. 4차 산업은 무엇입니까? 알파고 시대. AI라고 불리는 가장 똑똑한 로봇의 시대가 왔다는 겁니다. 4차 산업의 주된 연구는 무정물
새해가 그렇게 또 밝았다. 희망을 품기에는 녹록치 않은 사건들을 뒤로 하고 덕담을 건네는 것조차 쉽지 않은 무거운 새해를 맞았다. 그나마 지난 연말 어느 연예인의 시상식 수상소감이 귀전에 맴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아주 평범한 문구지만, 새해를 맞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로 암울한 현실을 위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광장에서 사람들 입을 통해 또 다른 이의 가슴으로 전해져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힘든 사방이 검은 어둠 속 등대처럼 우리를 이끈다.지금 겪고 있는 상실의 아픔은 우리가
할머니를 따라 우리 절에 자주 오는 16개월 된 아기가 있습니다. 아직 말을 못해서 부처님을 ‘아부’라 부릅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꼭 목탁을 치면서 절을 올립니다. 무거운 목탁을 겨우 잡고 일어서고 앉는데, 목탁이 바닥에 끌릴 지경입니다. 얼마 전, 뒷동산에 마애불을 봉안하는 불사가 있었습니다. 마애불의 무게 때문에 중장비가 동원되고, 절 마당도 어수선했습니다. 큰 장비차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은 울퉁불퉁 패이고 흙은 구석구석에 쌓여갔습니다. 바닥돌이 흩어져 있어서 걸음도 조심스러웠지요. 할머니와 아이도, 모두 함께 기도하며 마지막을
아침은 힘들었다. 그날 하루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 예불문부터 주력까지 아침마다 108배를 포함해 30분에 이르는 수행과 기도를 하는 게 쉽진 않다. 그래도 했다. 오히려 수행을 하다보면 정신이 맑아져 좋았다. 간혹 부득이한 경우가 생기긴 했다. 출장을 갔을 때 같은 방을 쓰는 분이 불자가 아닌 경우다. 내가 절을 하면 상대방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만큼 웬만해선 일과수행을 빼놓지 않았다. 일과수행을 거듭하면서 달라진 부분은 적지 않다. 가장 큰 변화는 ‘긍정으로의 전
나는 50여년 동안 한국불교사를 공부해오면서 다른 학자나 학계의 평가를 크게 의식해본 적이 없다. 그러한 이유는 결코 자만 때문이 아니며, 우선 자신도 만족시킬 만한 업적을 내놓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저서로 묶어 출간할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일부의 원고를 이미 출판사에 넘긴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출간을 보류하고 있다. 더욱 1970년대부터 학계와 출판사들로부터 ‘한국불교사개설’의 집필을 권유받아 왔지만 아직까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저술의 출간을 망설인 것은 기본적
“고향이 어디세요?"누가 질문을 할 때마다 난감합니다. 고향에서는 딱 6개월을 살았다고 하고, 고양에서 나머지 기간을 살았기 때문에 어디를 고향이라고 말해야 할지가 애매한거죠. 하지만 태어난 곳이 고향임을 감안한다면 제 고향은 천안입니다.생후 6개월 경 고양시로 이사와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큰 집 천안에서 한달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큰 집에는 속가 사촌 누님과 형님이 있는데 그들과 밤새 부루마블하고, 뛰어놀며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매년 천안에 가곤 했겠죠?사촌들과 함께 그들의 동네친구
얼마 전 ‘루시’라는 영화를 보았다. 나는 참나를 떠올리면서 영화에 푹 빠져 감상을 하였다. 영화의 내용인즉, ‘CPH4’란 임산부가 임신 6주차에 만들어 내는 화학물질로 아주 극소량이라고 하더라도 아기는 핵폭탄에 버금가는 초인적인 힘을 얻을 수 있게 되고, 그 힘을 뼈를 구성하는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CPH4를 주입받은 주인공 루시는 뇌의 활용량을 늘려가고, 결국 100%까지 사용하게 되자 설명이 불가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과학적인 증명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은 뇌의 2~5% 가량을 사용한다고 본다. 19
부처님을 믿게 됐다. 감사예경을 끝내고 명상하는 동안 눈물이 났다. ‘우주법계 모든 곳에 존재하시는 부처님의 자비란 이런 것이구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벅찬 마음으로 가족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입가에 부처님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부모님도 방콕 사원들을 둘러보시며 연신 “좋다, 좋구나” 하셨다. 행복해 하시는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했다. 동생도 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틀째 새벽이었다. 감사예경을 끝내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온 방콕이 나를 사랑해 주는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날 일정 중에 어머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