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초기불교 수행법이 국내에 소개되고 사띠(sati)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학자 간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른바 ‘사띠 논쟁’. 이 논쟁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법보신문’으로 한층 확장됐다. 연구자들은 지면에서 자신의 관점을 가감 없이 전했고 사띠에 대한 해석을 넓혔다. 때론 서로를 향한 직언도 마다치 않았다. 그 사이 불교학계는 논쟁으로 달궈졌고 사부대중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논문도 쏟아졌다. 조준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초빙교수는 이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1930년 2월 4일자 ‘조선일보’는 잘생긴 석조귀부의 사진과 함께 ‘唯一한 新羅古蹟인 石彫刻의 龜首發見’이란 기사를 싣고 있다. 기사에는 “경성 교외에서 단 하나인 신라시대의 고적을 총독부촉탁 加等灌覺(가토 간카쿠), 경성부사 편찬주임 岡田貢(오카다 미츠구) 양 씨가 발견하였다. 창의문 밖에서 세검정을 지나 북한산을 향하여 약 10정(약 1km) 되는 구기리 80번지에서…비면이 없어 누구의 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의 큰 절이었던 장의사의 유적과 가깝고…”라고 쓰여있다. 석조귀부가 있었다는 구기동 80번지에는 현재 개인주택이
‘해심밀경(解深密經)’은 깊고도 비밀스러운 마음을 풀이한 경전이라는 의미이다. 대승경전에 속하는 가르침으로 마음을 연기와 공, 무자성에 근거해서 교설이 펼쳐진다. 세상만사는 마음에 의해 구성되고 전개된다는 주장으로 세상엔 오직 마음만 존재할 뿐 외적 대상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사상이다. 즉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체의 모습과 사건들은 단지 마음의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진실에 있어서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당나라 때 현장법사에 의해 번역됐으며 ‘불설해절경(佛說解節經)’ ‘상속해탈지바라밀요경(相
누구나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고 나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가령 설악산 봉정암에 올라 기도하고자 하던 사람은 봉정암에 도달한 자체로 행복을 느끼게 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목표한 산 정상에 오르면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오르는 과정도 행복한 일입니다. 다만 스스로 목적에만 매몰돼 그 과정이 힘들다고만 생각할 뿐, 정작 그 과정에서도 느껴야 할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 역시 행복입니다.진정한 행복은 어떠
의상의 관음신앙 자료로는 ‘삼국유사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와 승 익장(益莊)이 찬술한 ‘낙산사기문’(신증동국여지승람 양양도호부조), 그리고 의상의 찬술로 전해져 온 ‘백화도량발원문’이 일찍부터 주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기본적인 사료로 활용되어 온 이들 자료 가운데 ‘백화도량발원문’이 문헌학적인 검토를 통해 의상의 진찬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의상의 관음신앙에 대한 이해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를 요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백화도량발원문’은 고려 충숙~충혜왕대(1313~1344)에 활약한 체원(體元)이 충숙왕 15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3살 즈음 걸린 심한 열병 때문에 귀가 안 들리게 되었다고. 너무 어렸을 적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산과 절에 다니며 108배와 참선을 배웠다. 해인사에서는 성담이란 법명도 받았다. ‘맑고 투명한 물이 가득 찬 연못처럼 청정한 불성을 체득하라’는 뜻이라고 한다.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계속 부처님을 믿었다. 어머니는 공양주 일을 하셨기에 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나랑 함께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일봉 스님과 아침공양을 하는데 봄이(함께 사는 강아지)의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다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뭐가 나타났나?’ ‘고양이를 보고 짖는가?’ 그러다가 결국 설거지를 부탁하고 봄이를 보러 갔습니다. 갔더니 얌전하게 앉아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습니다.좀 더 다가가니 봄이가 반응을 보입니다. 반갑다고 뛰며 나가서 놀게 해달라고 끙끙거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해 결국 목줄을 해 내려왔습니다. 아래층 공양간에서 놀면 되겠지 싶어서 데리고 들어갔더니 그 정도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을 108배로 시작하는 주근호(77, 일법) 불자. 2024년 1월 1일도 평소와 다름없이 향을 사르고 절을 올렸다. 마지막 108배를 마치고 일어서자 볼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가슴은 환희로 가득 차올랐다. 절 수행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자 150만배 회향의 순간이었다.“숫자에 연연하지 않지만, 그날만큼은 잊을 수 없죠. 절수행을 하면서 나를 찾아온 신비한 일들이 이날도 똑같이 일어났으니까요. 잘 아는 스님에게 물어보니 업장이 소멸된 거라고 기도한 보람이 있다고 하셨죠. ‘아, 내가
나는 산만한 정신의 흐름 속으로 문득 끼어든 어떤 순간적 접촉에 의해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심하곤 한다. 오래전 내가 아직 학위논문의 주제도 정하지 못했던 시절, 고(故) 원의범 선생님이 내가 다니던 학교로 몇 년간 외부 강의를 하러 오셨다. 그분이 어느 날 수업 중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전해주셨다. “우리 선생님(김동화 박사)이 말씀하시길, 가짜[假]에 대해 알면 유식학을 거의 다 안 것이나 다름없다.” 초보 불교학도였던 나는 어떤 황홀감 속에서 그 말의 의미를 다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즉각 받아들였다. 그것은 마
법념처의 네 번째 위빠사나 명상법은 ‘칠각지명상’이다. 법념처의 오온(五蘊)과 12처(十二處)가 관찰해야 할 법이라면, 칠각지(七覺支)는 계발시키고 향상시켜야 할 법이다. 칠각지에서 각지는 빨리어로 ‘봇장가(bojjhanga)’라고 한다. 보디(bodhi)와 앙가(anga)가 결합한 명사로서 ‘보디’는 깨달음(覺)이고 ‘앙가’는 가지(支), 부분을 뜻한다. 그래서 봇장가, 각지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는 구성요소,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수행의 요소이다. 부처님은 일곱 가지로 설명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마음챙김(念), 법의
1540년대에 찬술되었다고 하는 조선 시대 음식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장(醬)의 일종인 시(豉)의 제조법으로 ‘봉리군전시방(奉利君全豉方)’이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봉리군’은 고려말 천태종 승려인 신조(神照)를 가리키는데, 그는 고려말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특히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장 터까지 자발적으로 참가하였는데 고려말 우왕3년 9월에 이성계가 해주에서 왜구와 싸울 때는 이성계를 위해 손수 고기를 썰어 요리를 만들고 술을 올렸다고 ‘고려사절요’에 언급되어 있다. 또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공신 목록에도 올
일제강점기에도 유치원이 있었고, 졸업식도 있었다. 다만, 암울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나마 울타리가 되어주던 유치원을 떠나 시리도록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순박하고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들 졸업식 모습이 왠지 짠하게만 느껴진다.사진은 경상남도 마산시(현 마산구) 마산포교당(현 마산포교당 정법사)이 운영하던 배달유치원 제1회 졸업식을 촬영한 것이다. 우측 상단은 이 사진이 ‘1928년 3월 22일’ 열린 ‘사립 배달유치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임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사진 속 인물로는 당시 교육을 맡은 교사 2명과 보모 4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금강경’에 “일체법이 모두 불법[一切法 皆是佛法]”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불법이요, 수행의 길 아님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법화경’에서도 “일체 생산 업무가 모두 실상과 위배되지 않는다[一切治生産業 皆與實相不相違背]”고 하였다. 이 말 또한 ‘금강경’ 사상처럼, 살아가는 삶의 원리 자체가 불도의 길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조사선의 개조(開祖) 마조(馬祖, 709∼788)를 비롯해 모든 선사들이 ‘멀리서 찾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늘 우리 자신이 참된 본성을 구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들이 살아
‘산은 어진 사람에게 길을 열고(山開仁者路)/ 물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씻어준다.(水洗智人心)/ 맑은 경쇠소리 어디서 들려오는가(淸磬從何處)/ 작은 암자는 숲속에 가려 있겠지.(小庵隱樹林)’(설담 스님의 시 ‘방부용암·訪芙蓉庵’ 전문)부용암을 찾아가는 설담(雪潭·1741∼1804) 스님의 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만행(萬行) 길에서 체득한 깨달음이 있었기에 산과 물이 내어놓은 길을 따라 무심히 걷고 있을 터다.선어록에서 보듯 오도기연(悟道機緣)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난다. 밥을 짓다가도, 기왓장 깨지는 소리에도, 날아가는 들
제 방에는 작은 칠판이 있습니다. 요즘 들어 깜박 잊는 일들이 잦은 탓에 벽에 작은 칠판 하나 걸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칠판에 “따뜻하게, 정갈하게”라는 단어를 적어 놓았습니다. 그 단어가 참 좋습니다. 생각해 보면 스스로 생각이 많음을 꿰뚫어 알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수시로 대상을 옮겨가며 비교하기 급급합니다. 잠시 일어나는 생각에서 비롯된 갈애에 연연하며 그지없는 시간을 보낼 때가 무척 많습니다. 저는 부산의 도심 속에 있는 한 작은 포교당에 있습니다. 이곳 포교당은 거리가 시끄럽고 또 분주합니다. 거대한 메가시티 안
삼보에 귀의하옵고, 저는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안OO입니다. 이곳에서 오직 법보신문 보는 게 유일한 낙인데 대전에서 이곳으로 이감된 후 한 달이 넘도록 법보신문을 구경도 못 하고 있습니다. 외람되고, 송구하오나 이 불쌍한 죄인이 다시금 법보신문을 볼 수 있게 자비 은덕을 베풀어 주십시오. 불교에 귀의하여 법보신문을 통해 시나브로 불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꼭! 법보신문을 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법보신문을 꾸려주시는 모든 소임자들께 경의를 표하며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이 중생, 너무도 간절히 법보신문 보
“조계종 포교사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지역사회에 올곧게 전하고 회향하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지역 사찰의 법회 등 각종 행사에 동참하며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젊은 불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조계종을 넘어 불교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청년 불자를 양성하는 대작불사에 법보신문 법보시로 힘을 더하고자 합니다.”조계종 포교사단 대전·세종·충남지역단 염불포교팀 강태윤 팀장과 이희선 포교사가 대학생·청년 포교 활성화를 발원하며 법보신문 법보시에 동참했다. 강태윤 포교사는 2011년 품수를 받아 염불봉사팀을 이끌며 지
“법보시 공덕은 보시 가운데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뭇 중생이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자 하는 인연들이 모여 희망찬 세상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김채원 아름다운동행 주임이 부처님 가르침이 어려운 이웃에게 고난을 이겨내는 지혜의 등불로 다가서길 서원하며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 동행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법보시 캠페인은 바른 불자를 양성하는 길이자, 정토세상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길”이라며 “교도소, 군법당 등 어려운 곳에 정법을 전해 고난을 이겨낼 지혜
“불교 성지순례는 불자들에게 있어서 불교를 공부하며 경전에서 보았던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법보신문 지면에 담기는 순례 관련 내용은 그 현장에 갈 수 없는 분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신심을 다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성지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불교의 역사적 현장을 살펴봄으로써 부처님 생애를 이해하고 경전 공부에 대한 힘을 키워갈 수 있는 과정이라는 믿음으로 순례객을 안내하고 있는 구광국 ‘아제여행 ㈜케이투어’ 대표가 법보신문을 교도소, 병원법당, 군법당에 보내는 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