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 지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비켜가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부터, 이를 계기로 대입제도 등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 속에, 아니 그 이전에 놓여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떤 정치적 쟁점 때문에 대입제도 등의 교육제도가 문제가 되고, 그래서 제도가 바뀌는 일이 많았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문제인 것이다.‘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헛소리가 된 것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1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제도 개편으로 대입제도 같은 중요한 제도가
현재 일본의 우경화를 움직이는 대표적 조직은 1997년 설립된 ‘일본회의(日本會議)’다. 전국 지부는 물론 영향력 있는 정치, 기업, 교육계 인사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이 조직은 일본 왕에 대한 충성, 평화헌법 개정, 야스쿠니신사 참배, 자위대 해외 파병, 애국교육을 주장하며, 군국주의 시기 만연했던 대일본주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의 전 조직은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다. 이 양자에는 종교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임제종을 비롯한 불교계 교단, 명치신궁과 같은 신도계, 생장의 집이나 불소호념회 같은 신
올 여름이 유난히 무덥고 지루하게 여겨지는 것은 날씨 탓만은 아닌 듯하다. 세상 이야기가 답답함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나 하고 기대해보지만 연일 쏘아 올리는 미사일과 더불어 남북의 평화 교류는 꿈처럼 아득하고, 세계 주도권을 놓고 도전하는 중국과 지키려는 미국의 양보 없는 패권경쟁에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한국은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과의 관계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로 삐걱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까지 발표되는 등 최악의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아베 정권의 도발적 수출규제로 시작된 두 나라의 갈등은 이제 무역전쟁을 넘어 ‘역사전쟁’이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우리는 이미 이런 다툼에 익숙해져 있다. 식민사관 극복의 과정을 겪으면서, 1980년대 초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한편으로 상당한 내공을 쌓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이 내뱉고 있는 역사 관련 망언들을 지켜보면, 이 싸움의 양상이나 성격이 다소 변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국내 정치용 목적으로 촉발시킨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점차 커지면서 이제는 ‘한일 간의 경제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일본에서 특정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무역 분쟁’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아 이제는 민간 교류까지 완전히 막힌 데에다가 일부 정치인들이 오랜 동안 쌓였던 국민감정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그어대는 무책임한 언행을 마구 저지르면서 상황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서울 중구청이 광화문과 명동 등 시내 중
“형제가 담 안에서 싸우는 일은 있지만 밖의 침략에 대해서는 함께 막는다”는 말이 있다.(‘시경’) 요즘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일부 언론의 일본판과 관련된 일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안에서의 비판과 밖의 편을 들면서 밖의 힘을 이용해 안을 치는 듯한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다.물론 일본의 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과거와 연관된 감정 때문에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 우리 국익을 해치게 된다면, 그것은 일부
최근 불교종단협의회에서 내년에 원불교가 주관이 되어 개최할 예정인 세계불교도우의회(WFB) 총회를 앞두고 ‘원불교는 불교가 아니다’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1924년 원불교의 전신인 불법연구회를 창건했다. 그는 “불법으로 완전무결한 회상을 건설하겠다”며, “배울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요, 후진을 가르칠 바도 부처님의 도덕”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연원불을 석가모니불로 정했다. 원불교 신앙의 상징이자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은 불심(佛心)을 나타낸다. 일본불교
칠월 한여름이다. 덥다. 너무 덥다. 이제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 지역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만큼 여름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폭염을 이기는 피서법이 추천되고 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돈의문 탁족이다. 서울시는 올 여름 주말마다 도심 속의 역사·문화공간인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추억의 피서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혹서기 주말캠프, 돈의문아~여름을 부탁해!’라는 제목의 포스터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무더위를 날리는 ‘탁족’ 삽화가 맨 중앙에 놓여 있다.탁족은 아무리 더워도 옷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나눔의 집’이라는 복지시설이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고통의 삶을 살아야했던 할머님들의 여생을 보살펴드리고 있는 곳이다. 이 시설의 공식 명칭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다. 설립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력을 다해 이 시설을 이끌어오고 계시는 월주 스님께 지면으로나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적 수출규제 조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동안 마치 정례행사처럼 역사 왜곡 발언을 일삼던 아베 정권이 이번에는 전혀 그 성격을 달리
군종제도가 창립되던 1950년대 초에 한국사회 최대의 종교는 불교였다. 그런데 군종제도를 운영하는 어느 나라든 종교인구 면에서 최대 규모인 종교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군종 창립 당시 불교가 참여자격을 얻지 못하였다.“군종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현대사회의 군종제도가 정교분리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 있다. … 가장 많은 군인들이 신봉하는 종교가 배제된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계속 줄다리기를 하는 북한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관측도 다각도로 나오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큰 지향의 과정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보면서 참으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 ‘평화통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달아올랐을 때 어느 정도의 목표를 이뤄내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하는 초조함까지 있다. 주어진 기회에 제대로 못하면 오히려 역사는 후퇴하기
비구니스님들과는 인연이 꽤 있는 것 같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때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집이 있던 경주 남산자락의 한 절을 배회했다. 그때 어떤 비구니스님이 다가와 우리 주지스님이 식사를 같이 했으면 한다고 해서 나를 데리고 갔다. 조용한 산사에서 수행의 품격이 묻어나는 비구니 주지스님과 단 둘이서 식사했다. 스님께서는 고뇌에 찬 내 모습을 보고 함께 식사라도 했으면 해서 불렀다는 것이다. 말씀은 다 잊었지만 산채의 구수한 맛과 스님의 자상했던 인상이 남아 있다. 또 하나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다
올해는 현충일 다음날이 음력 5월5일 단오였다. 사계절 절기가 중시되던 농경사회를 벗어난 지 오래라 지금은 단오를 특별한 날로 생각하는 이들이 드물지만 한때는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날이었다. 단오는 일명 중오절(重午節)이라고도 하는데, 중오는 오(五)의 수가 겹치는 5월5일을 뜻한다. 전통적인 음양사상에 따르면 홀수[奇數]는 ‘양의 수’이고, 짝수[隅數]는 ‘음의 수’인데 ‘양의 수’를 길수(吉數)라고 생각했다. 특히 같은 홀수의 달과 날이 겹치는 단오는 1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해서 여러 가지
부처님오신날 은해사에서 봉행된 법요식에 참석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그의 유별났던 신앙생활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합장과 관불의 예마저 한사코 거부하려면 법요식에는 무엇 때문에 참석했느냐는 지적에서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편협한 종교관을 보이면 되겠냐는 등의 비판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황 대표는 결국 보름이 지나서야 일종의 해명성 발언을 내놓았지만, 그의 편향적 종교
지난 5월12일 부처님오신날, 경북 영천 은해사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요식 내내 합장을 하지 않았고, 아기 부처님 관불의식을 권하자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고 여러 언론 매체에서 크게 다루었다. 심지어 일부 기독교 매체에서도 ‘이웃 종교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예의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황교안씨가 검사‧장관‧국무총리로 재직할 때에도 공직자의 종교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신학대학에서 정식으로 신학 공부를 한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자
이명박 정권 때 졸속하게 이루어진 4대강 보가 이제는 그 해체를 두고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참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일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누가 4대강을 맑게 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그렇게 졸속 정도를 넘어 폭력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어떠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시행된 사업이 이제는 그것의 해체를 두고 또다시 국론의 분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4대강 보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결국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 또한 틀림없다. 나라의 젖줄기라
‘숫타니파타(말씀의 모음)’의 첫 장 사품(蛇品)에서 석존께서는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이,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此岸)도 저 세상(彼岸)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이”(법정 스님 역)라고 설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의하면, 이 지구는 증오의 비용인 군비로 지난해에 2112조원, 하루에 5조 8000억원을 허공에 뿌렸다. 지난해 한국의 군비지출은 50조원이었다. 얼마나 어리석은가.나는 최근 석존의 생생한 법어인 ‘숫타니파타’를 읽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제자
며칠 전 불교계 신문에서 “부산 문수선원에서 여천 무비 대종사 전등법계 건당식(建幢式)이 봉행됐다. 무비 스님의 ‘화엄경’ 강의를 이수한 25명의 스님이 건당 입실했다”는 기사를 접했다.한국불교 대표종단인 조계종에선 출가 득도하여 계를 받을 때 반드시 은사스님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일단 한번 맺어진 ‘은사-상좌(도제)’ 관계는 원칙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 은사의 역할은 상좌(도제)를 책임지고 보호하며 어엿한 승려가 되도록 가르침을 가지고 인도하는 것이며, 그 대신 상좌는 은사스님의 가르침과 지도에 순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상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였다. 세계유산이자 가톨릭문명을 상징하는 곳으로 너무도 유명했기에 세계인들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성당이 타들어가는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갑작스러운 화재 속에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성당 및 소방관계자들의 미담이 전해지면서 어느 정도 위안을 주고 있다. 실의에 빠져있을 프랑스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역시 수많은 문화유산을 상실한 아픈 기억이 있다. 가깝게는 숭례문과 낙산사에서 발생했던 화재사건에서부터 조금
헌법에서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정치와 종교가 완벽하게 분리되기는 어렵다. 다만 국교 제도를 유지하던 전제왕조 시절과 달리 정치와 종교 사이에 상하‧주종 관계보다는 비공식‧간접적인 관계로 맺어지고 있을 뿐이다.1945년 민족 해방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치(정부)가 종교를 하위로 다루고 종교계도 여기에 끌려가는 분위기였지만, 1987년 민중항쟁과 직선제 개헌 이후의 민주화 시대에는 정치권이 종교계에 표를 구걸하게 되면서 선거 때가 되면 종교계가 정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