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영운 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당나귀의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도래했다.” 거두절미, 단도직입의 설명으로 ‘분별심을 갖지 말라’고 경책한다. 이것이 당송시대 선원의 문답법이다.선원에는 불전을 짓지 않고 불상도 모시지 않았다. 반야지혜를 통한 성불작조(成佛作祖)의 중요한 공간은 불전이 아니고 법당이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도 선원 납자들이 조석예불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다. 선원의 방장은 부처를 대신하는 현신불이었다. 가장 중요한 책무 또한 납자를 지도·교육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한파도 조계사 불자들의 빨간 고무장갑 물결에 무릎 꿇었다. 200여명의 사부대중은 조계사 마당에 모여 4000포기의 배추를 불꽃같이 따뜻한 붉은 빛깔로 물들이며 맛깔스런 김장김치로 재탄생 시켰다.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 밥상을 책임지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조계사 김장나눔전’이 12월2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렸다. 전날부터 몰아친 추위에도 두 팔 걷어 붙이고 모여든 불자들은 김장 나눔 행사에 힘을 보탰다.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배추 약 8000kg, 4000포기에 달한다. 조계사신도회(회장 김의정)가 주
사단법인 한국전통지화보존회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장 수경 스님이 제10회 묘엄불교문화상을 수상했다. 묘엄불교문화재단(이사장 김용환)은 11월 30일 11월30일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 스님) 대적광전에서 ‘제10회 묘엄불교문화상 시상식 및 세주묘엄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 수상식에 앞서 제10주기 세주당 묘엄 명사 추모 다례재가 봉행됐다.묘엄불교문화상은 지난 2011년 세수 80세, 법랍 65세를 일기로 열반에 든 세주당 묘엄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불교학 및 불교문화 발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묘엄 스님의 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 박경석, 이하 전장연)가 11월29일 오후 1시50분쯤 조계사 대웅전 어간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휠체어장애인 12명을 포함한 20여명은 장애인들과 시위대는 화엄성중백일기도 입재 중이던 조계사 대웅전으로 진입해 기습 농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7대의 휠체어가 어간으로 진입해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권리입법, 국민이 힘이 책임져라’는 손 팻말과 함께 ‘부처님께 비나이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펼쳐 조계사 대웅전 농성이 사전에 준비된 것임을 추정케 했다. 하지만 조계
사바세계에 태어난 중생에게는 각각의 업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기에 수긍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한다면 불교는 힌두교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부처님은 “오직 행으로 귀하고 천함이 결정된다”는 가르침을 통해 어떤 업이라도 우리의 삶을 묵어두지 못할 것임을 천명하셨다. 업의 족쇄를 끊는 길, 그 첫걸음은 아상을 무너뜨리고 이기심을 제거해 지혜를 밝히는 길이 참회다. ‘참회(懺悔)’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침이다. 참회의 ‘참(懺)’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반성
‘주역’에서 사용하는 주요 한자를 천(天)·인(人)·지(地)의 세 가지 기준으로 풀이했다. 음양(陰陽)이라는 원리로 세계관을 형성하고 철학과 윤리 등을 담아낸 ‘주역’은 한자의 구조와 뜻, 원리 나아가 형이상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좋은 길라잡이다. 특히 ‘주역’에서 천·인·지는 ‘삼재지도(三才之道)’라 하여 의식 즉 사유 체계의 근본을 이룬다. 천은 형이상학의 근원이며 진리적 사유, 인은 몸과 마음이 하나된 세계로 내면적이며 주체적인 사유, 지는 형이하학의 대상이자 일상적인 사유의 근간이다. 이러한 원리에 근간해 ‘주역’에서 사용되는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가 제주특별차치도(도지사 오영훈)와 함께 역사·문화 교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호·상생 협약을 11월 24일 봉은사에서 체결했다. 봉은사는 제주도와 상호협력을 통해 제주도 대표 특산물인 감귤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등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봉은사는 이날 보우당 앞 특설무대에서 협약식을 갖은 데 이어 경내에 감귤 및 감귤가공식품 판매, 감귤 품종 및 가공품 전시, 체험 및 시식 부스 등을 설치해 봉은사를 찾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에게 제주 감귤을 홍보했다. 부스는 11월27일까지 운영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민주화 요구와 내전으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미얀마에 전국비구니회가 구호물품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전국비구니회는 11월19일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열린 전달식에 이어 지난해 5월부터 미얀마 평화기원 릴레이 기도법회를 재한 미얀마인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행했다.전국비구니회가 재한 미얀마 대학생 연합회와 재한 미얀마 봄 혁명 지지자 단체를 통해 전달한 구호품은 침낭 500개, 방한복 400벌, 감기약 5000통, 햄 2000캔, 라면 400박스 등
관음성지 양양 낙산사가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겨울나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 내 이웃들을 위해 자비의 쌀과 마스크를 양양군에 전달했다. 낙산사 부주지 법인, 총무국장 대현, 기획국장 보운 스님 등은 11월23일 양양군청을 찾아 김진하 양양군수에게 10kg 들이 쌀 400 포대와 마스크 10만장을 전달했다.낙산사는 앞서 9월에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내 차상위 계층과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자비 나눔을 실시한 바 있다.법인 스님은 “신흥사 조실 무산 대종사님의 유지를 따른 것으로,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일[三歲孩兒雖道得, 八十老人行不得]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의 고승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의 한 마디 가르침에 당대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단박에 발심하고 귀의했듯 반드시 길고 어렵게 설명해야만 그럴듯한 진리인 것도 아니다. 한 문장, 한 말씀이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들기도 한다. 그러니 짧고 단순한 동화라고 해서 반드시 어린이들에게만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비가 그렇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12대 집행부 출범 3주년을 맞이해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 홍주읍성, 해미읍성 등을 순례하며 가톨릭계의 역사 왜곡 중단과 ‘공공유적지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전국비구니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을 다짐했다.전국비구니회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일법 스님을 비롯해 회장 본각, 운영위원장 상덕, 총무부장 현진 스님 등과 사부대중 등 100명은 11월12일 서산 마애삼존불을 참배하고 보원사지에서 입재식을 가졌다.입재식에서 본각 스님은 “오늘 행사는 3주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1년을 설계하는 시간이기에 더욱
울산지역 신행과 수행의 중심도량이자 새로운 불교문화부흥의 구심점을 발원하며 문을 연 신불산 태화선원 주지 명본 스님이 법보신문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명본 스님은 “불교의 수행과 전법은 종교라는 제한된 틀을 넘어 문화적 접근을 통할 때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며 “다양한 기획과 연재를 통해 불교문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법보신문이 우리사회 구석구석 전해지는 것이야 말로 포교 활성화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7월2일 개원한 울산 태화선원은 ‘도심 속 수행·문화 포교도량’을 기치로 내걸고 지역문화의 중심
상월선원 천막결사 3주년을 맞이한 상월결사(회주 자승 스님)가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추모 위령법회를 봉행했다. 순식간에 생사의 갈림길에 몰려 참기 힘든 고통 속에 마지막 숨을 거둬야 했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 땅에 다시는 무고한 희생이 벌어지지 않길 발원하며 합장한 동참자들의 손끝은 추모법회가 끝날 때까지 헤아릴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추모법회는 11월11일 서울 봉은사에서 봉행됐다.오후 12시 30분 식전행사로 열린 봉은국악합주단의 추모공연에 이어 오후 1시 정각 경내에 울려 퍼진 타종으로 추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남’이 나보다 뒷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나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즉 모두가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다 가져서는 안된다. 남을 위해서 이 세상을 조금 비워두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남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비워둔 곳, 온갖 감각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자리에 행복이 찾아든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다. 물론 세간을 향
여래장 사상은 인간 본래 마음속에 여래가 될 가능성인 여래장(如來藏), 불성을 갖추고 있기에 모든 사람은 여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마음이 진여이고 곧 여래장이다. 유식론에서처럼 마음의 작용에 관한 이론과 작용의 원리에 몰두하기 보다는 이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제일 중요시한다. 여래장 3부경으로 불리는 ‘여래장경’ ‘부증불감경’ ‘승만경’의 핵심사상이며 이는 곧 대승불교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여래장경’은 ‘여래장’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선창한 경전이다. 껍질이 씌워져 있는 곡물에 비유하며 ‘번뇌
“걷기명상을 통해 생기는 지혜로 삶과 죽음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자신만만한 이 선언의 주인공은 팔공총림 동화사 율주를 역임한 자비선사 주지 지운 스님이다. 명상, 그 가운데서도 걷기명상을 통해 스님은 고요함에 이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혜를 얻으며 탐욕과 분노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과연 걷기의 어떤 작용이 이같이 엄청난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살펴보자.‘자비경선 걷기명상은 걸으면서 발바닥 감각을 알아차리는 가장 기본적인 명상입니다. 발과 땅의 접촉은 첫째, 상호
13년 전, 지리산에서 수행하는 두 비구니스님의 일상과 수행을 담은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은 종종 은사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두 스님의 수행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은사 정봉무무 스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렇게 지리산 깊숙이 자리잡은 홍서원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책은 열댓 명 둘러앉을 수 있는 홍서원 작은 공간에서의 소참법문을 엮었다. 참선을 왜 해야 하는지, 번뇌망상은 왜 일어나는지 묻는 불자들의 질문부터 담배를 끊는 방법, 어떤 사람이
죽음에 직면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 텍스트는 선사들이 남긴 열반송이다. 삶을 마감하며 살아있는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언어에는 한 인물의 삶이 압축돼 있다. 하물며 평생 수행에 매진한 선사들의 열반송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은 이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보리달마와 육조혜능 스님을 비롯해 덕산선감, 포대화상, 원오극근, 대혜종고, 임제의현, 동산양개, 대각의천, 보조지눌, 태고보우, 경허성우 등 한국과 중국의 선지식 30여명의 열반송과 함께 삶과 죽음의 일화를 해설하고 있다. ‘불교신문’에 동명으로 연재했던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합동 분향소를 설치했다. 조계사는 10월31일 대웅전 영단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영가 위패를 봉안하고 일반인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조계사는 일주일 간 사시예불에 이은 ‘금강경’ 독송을 희생자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추모기도로 진행한다고 밝혔다.사시예불에 이어 영단에 분향한 조계사 부주지 원묵 스님은 “핼러윈 축제 중에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계사에서는 꽃다운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은 유구한 역사의 뿌리를 스스로 송두리째 잘라버렸다. 뿌리가 잘린 나무는 다시 자랄 수 없듯, 파괴되고 끊어진 역사는 되살릴 수 없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절감한 중국은 지금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변 민족과 국가들의 역사를 자기 것이라 우겨 중국 문화의 공백을 채우려는 것이다. 이왕이면 그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가져가고 싶을 터. 한민족과 한반도의 역사·문화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도, 김치도, 한복도 무조건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긴다. 그 모습이 뿌리 잘린 꽃처럼 보여 안쓰러운 마음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