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24일 전주, 익산, 완주, 김제, 진안 등지에서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진행됐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가 모여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사실은 종교계뿐 아니라 온 국민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축제가 시작되자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숙한 운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종교 간 경쟁 분위기까지 표출되면서 화합과 상생의 모토를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대 종교 화합을 명목으로 특정 종교의 순례길에 국민 혈세를 사용하며 불교계를 들러리로 내세웠
일본인 최초로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후세 다츠지 변호사의 63주기 추모식이 9월13일 군산 동국사에서 열렸다. 후세 다츠지 변호사는 일제강점 당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몇 안 되는 일본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변호사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조선인들을 변론하는가 하면, 신문에 학살을 사죄하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단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랑에서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향한 신념, 그리고 그것을 지키겠다는 양심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운쇼지 주지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추
A스님과 B스님은 절친한 도반이다. 세속 나이로 11살 차이에 출신지역, 학벌, 문중도 모두 다르지만 출가 후 중앙승가대에서 4년간 동기로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중앙승가대 졸업 후 A스님이 간세포암종으로 수술을 했을 때도 B스님은 곁에 머물러 간병을 도맡았다. 이후 B스님은 군대에 입대했고, A스님은 그동안 4차례나 재발한 종양으로 투병 생활을 지속했다.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무렵 B스님이 제대를 했다. 구족계 수계산림에 앞서 A스님을 찾아온 B스님은 사연을 듣고는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도움이 되고 싶다”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 보관되던 순천 송광사 ‘오불도’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40여년 전, 서울의 골동품점에서 ‘오불도’를 구입했던 미국인이 도난문화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반환을 쾌히 수락하면서 이뤄진 일이었다.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맺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환수를 추진해왔던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낭보가 전해지자 교계언론은 물론, 주요 일간지들도 대서특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해외로 반출됐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8월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진행된 제3차 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는 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9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 사태로 촉발된 멸빈문제의 불교적 해법 마련을 위해 출범한 사부대중위원회가 지난 1년간 활동의 결과물을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위원회 내 ‘94년 멸빈자처리분과’가 별도로 운영된 만큼 재심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진전된, 새롭거나 혹은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됐다. 사부대중위원회는 활동보고에서 “94년 멸빈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차원의 징계에 대한 회복과정이
최근 고무적인 소식이 들렸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 명상아카데미 1기 강좌에 430명이 몰려 법당이 콩나물 시루가 될 만큼 수강생이 가득했다고 한다. 380명이 수료를 했단다. 상임이사 인경 스님은 “너무 빼곡해 제대로 된 실참이 어려웠다”는 행복한 불평을 토로했다. 명상아카데미 성공 이유가 궁금했다. 협회 내부 평가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수한 강사진이 좋다.” “내게 꼭 맞는 명상을 찾고 있었는데 다양하게 배워 선택할 수 있어 만족한다.” “돈과 시간을 들인 가치가 있다.” “교사로서 명상을 수업에 적용하려는 데 여러 명상
음력 7월15일 백중은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베푼 공덕으로 먼저 생을 다한 분들이 좋은 인연을 지어 새롭게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제자 중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수행자들에게 오미백과를 공양했다는 ‘목련경’의 내용에 따라 법회를 열어 공양 올리는 전통이 자리 잡았다. 법륜 스님도 저서 ‘날마다 새날’에서 “부모는 나의 모체이고 나를 이루는 근원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부모가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내 속에 살아있는 부모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곧 나를 치유하는 것이다. 가
미국인 현각 스님이 7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불교 내에서 외국인스님의 차별을 언급하며 “기복은=$(돈). 참 슬픈 일”이라며 “더 이상 한국을 찾지 않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동국대에 재직했던 독일인 불교학자 아힘 바이어 교수와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현각 스님의 맹목적인 한국불교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현각 스님이 한국불교 특수성과 종교적 보편성을 외면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에서 한국불교를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현각 스님은 “서툰 한국어
지난 7월8~11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한 72시간 철야기도를 봉행했다. 3박4일 동안 이어진 이번 릴레이 철야기도에는 사회노동위 실천위원 스님과 집행위원, 시민을 포함해 50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린 상황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함으로써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왔는지를 짐작케했다. 그럼에도 정작 사회노동위원장 혜용 스님은 단 하루도 나타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다.세월호 등 중요 행사마다 불참교계 안팎서 비판 목소리 높아“사회 아픔 함께” 약속 못지키면이제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7월7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3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법진 스님은 1995년 선학원 이사로 취임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이사장으로써 선학원을 대표하게 됐다. 이사장 3선 연임은 100여년 선학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법진 스님의 3선 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사회적으로 3선은 ‘독재’와 ‘불통’, ‘반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3선 이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하야했고, 불교 내부적으로도 의현 스님과 월
최근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한만수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전 교수는 그동안 동료학자의 표절의혹에 대해 “표절은 도둑질”이라며 혹독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랬기에 그의 표절의혹은 단순히 학자의 연구윤리를 넘어 인격과 품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양상이다.‘표절은 범죄’ 외치던 단체들 한 전 교수 의혹엔 침묵일관‘정치적 의도’였음 시인한 꼴진정성 얻으려면 비판성명내야한 전 교수의 논문표절의혹이 제기되자 동국대 동문승가회와 불교대학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불교를 지키는 모임(불지모)’은 성명을 내고 그
“북쪽에서 온 여대생인데, 급하게 있을만한 곳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좀처럼 서두르지 않는 소설가 남지심 선생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북한이탈주민 지원활동을 펼치는 NGO 통일바라밀숲을 이끌고 있는 남지심 선생이 도움을 요청한 것은 북한이탈주민 쉼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사연은 이랬다. 황해도가 고향인 이 여대생은 탈북 후 현재 서울의 명문대학에 재학 중이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원되는 얼마간의 돈으로 거처도 마련해 그럭저럭 서울 생활도 적응했다. 하지만 고향에 남아있는 부모님에게 송금할 수 있다는 말에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 모
최근 불일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20주년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심사찰 내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불일미술관은 서울 사간동 법련사(주지 진경 스님) 내에 자리한 작은 문화공간이다. 불교계 최초의 전문 전시공간으로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찾아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불교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물론 공간 일부를 문화공간으로 마련한 곳이 법련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각사 로터스 카페, 금륜사 다륜 북카페, 대운사 쿠무다 카페, 선덕사 틔움 도서관 등은 복합 문화공
“사건 발생 1년이 넘은 지금도 순간순간 그때 사건이 떠오릅니다. 조직적인 가해가 있던 날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인권위의 기각으로 저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듯합니다.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자존감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저를 지지해주는 소수를 생각하며 다시 힘내겠습니다.”지난해 4월 부천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이하 원종복지관)에서 벌어진 ‘성차별 인권침해’ 피해 임산부였던 J사회복지사가 6월9일 자신의 SNS에 한편의 글을 올렸다. 원종복지관 한 부장의 “가임기 여성은 다
동국대 일부 학생 막말 잇따라사진 조작해 인신공격도 자행총동창회 권유로 학생 고소 취하학생들 막말에 총동창회는 ‘모르쇠’반불교적 정서 더 이상 좌시 안돼학교당국 법적 조치 다시 강구해야최근 동국대 안팎에서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과도한 언행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 특정 스님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이미지와 글을 게재하는 등 인신공격은 물론 승가 모독이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동국대 일부 학생들은 과도한 언행과 비하로 논란을 일으켜왔다.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가 조계종 총무원장
최근 의정부의 한 사찰에서 주지스님이 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를 CCTV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주지스님은 2009년부터 수년간 사찰 법당 및 요사채 등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고 수십회에 걸쳐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는 등 성직자로서 상상할 수 없는 행각을 벌여 사회적 충격을 전했다. 네티즌들은 관련 보도를 스크랩하며 ‘땡중’ ‘막장 스님’ 등이라는 표현으로 이 사건을 평가했다.문제는 이 주지가 스님 행세를 한 가짜 승려였다는 사실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해당 승려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그는 소속 종단 없이 개인적
부처님오신날이 지나갔다. 봉축기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제등행렬과 전통문화마당이 열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겼으며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전북지역 또한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어김없이 거리를 장엄하고 갖가지 행사를 치러냈다.하지만 전북지역 봉축행사에 일반인이 얼마나 참여했을지 의문이다. 각종 행사장에는 사찰신도들과 신행단체에서 나온 사람들만 눈에 띄고 일반시민이나 타종교인 등이 동참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일반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모
부산 범일동에는 각종 물품을 거래하는 도매시장인 자유시장과 평화시장이 있다. 자유시장에는 신발, 옷, 꽃과 소품 등이 판매되고 평화시장에는 생필품, 설비와 관련된 다양한 자재가 취급된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로 인해 도매상은 갈수록 규모가 축소되는 실정이다. 세월이 흐르고 부침의 역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장의 많은 사람들도 바뀌었다. 하지만 두 시장에는 변치 않는 전통이 있다. 바로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시장 일대에 내걸리는 형형색색의 연등이다.자유시장과 평화시장의 연등은 20년 전인 1996년 불자 한 사람의 소박한
“제 축사가 아닙니다.”조계종 포교원장스님의 겸연쩍은 말이다.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열린 어느 행사였다. 사회자가 총무원장스님 축사 순서를 알렸고 단상에 오른 포교원장스님은 혹시 오해할까 싶어 꺼낸 말 같았다. 총무원장스님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총무원장스님이 참석하지 못한 행사에서는 포교원장스님이 종종 축사나 치사를 대독한다. 대부분의 경우 총무원 부장스님이나 기획실장스님이 대신하기도 한다. 총무원장스님은 1명이고 여러 업무상 모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교원장스님을 모셔놓
서울 조계사가 4월21일 대웅전 앞마당에 수유실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5㎡(약 1.5평) 크기의 조계사 수유실은 다소 소박한 규모지만 소파와 기저귀교환대는 물론 수유쿠션, 물티슈, 기저귀 등을 비치해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특히 온수 사용이 가능한 싱크대와 에어컨까지 갖추고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는 아기의 정서를 고려해 수유실 안팎을 파스텔 톤의 동화그림으로 꾸몄다.이와 관련 조계사 주변은 환영 일색이다. 늦게나마 꼭 필요한 시설이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청년불자들은 물론이거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