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금방 날아가 버린다. 불교 경전에서 ‘서사수지독송(書寫受持讀誦)’의 공덕을 찬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글은 수시로 필사하고 외우고 소리 내 읽어야 몸과 마음에 스민다. 체화가 되고 자신의 지혜로 내면 깊숙이 자리 잡는다.용인 행복선원 선원장 연암 스님의 ‘고요한 소리’는 필사하고 외워도 좋을 책이다. 102개 아포리즘 형식의 짧은 글들은 읽고 새길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경전 공부 외에 위빠사나, 자비명상, 싱잉볼 명상 등 수행의 끈을 놓지 않았던 긴 세월을 거치며 무르익은 지혜의 언
‘철학자 이진경, 선어록을 읽다’ ‘이진경의 불교를 미학하다’ 등의 법보신문 연재를 통해 인문학적 불교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와 국내 AI(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개척자로 손꼽히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POSCO 석좌교수가 만났다. 철학자와 공학자의 만남, 사회학과 과학의 만남으로 대표될 만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인공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터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까지 거침없이 짚어준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개체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자의 설명은 불
계(戒, Śīla)는 ‘훈련하다’ ‘습관 들이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Śīl]에서 파생됐다. 율(律)은 비나야(vinaya)로서 ‘법률’이라는 뜻이다. 계가 스스로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도록 훈련하고 습관 들이는 기준으로 자발적 다짐에 가깝다면, 율은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서로 간의 약속이며 규정이다. 불교에 입문하는 이들은 삼귀의계와 오계를 수지하면서 삼보에 귀의할 것을 약속하고 다섯 가지 악은 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곧 계를 통해 불자가 되는 것이다. 출가자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행동의 기준들이 요구된다. 반드
‘웃을 때 반짝이던 별이/ 웃음을 멈추자/ 빛을 내지 않았다.별이 다시 빛을 내기 시작한 건/ 내가 다시 웃을 때였다.’ -‘별’ 중에서책은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조계종 제7교구본사 덕숭총림 주지 도신 스님의 첫 산문집이다. ‘별’은 책의 제목이 된 시로, 시를 넘어 지혜의 사리들이 알알이 배어있다. 삼라만상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의 투영이다. 내가 웃으면 별도 웃고, 내가 울면 별도 운다. 나의 아름다운 미소로 세상을 물들여야 한다는 깨우침이다.누구에게나 칠흑같은 어둠 속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아픈 경험들이 있다. 그러나
2017년 제2회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장편불교소설 ‘꺼지기 쉬운 빛’의 후속작이다. “왜 돌부처에 절을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안고 어느 날부터 법당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것은 ‘나’를 내려놓겠다는 작은 몸짓이고, ‘너’를 부처로 바라보겠다는 소박한 다짐이었다”며 “‘나’를 내려놓으니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자유로움이 찾아 왔고, ‘너’를 부처로 바라보니 눈부처가 이어주는 시절 인연은 삶의 진실을 만난 참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소설은 그 놀랍고 고마운 만남을 담기 위한 작업이다. 전편 ‘꺼지기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사소설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멸망 이후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기상과 용맹함을 되찾기를 촉구하다. 인간의 욕심으로 가속화된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이 해수면 상승을 불러오며 전 세계의 지형도가 바뀐 2040년. 환경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나라의 소멸을 불러오듯 힘과 패권의 논리로 자행한 역사 왜곡 또한 자멸로 이어진다. 이행 지음, 해조음, 1만1000원.[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
원효 스님의 대각처를 밝히기 위해 관련 사찰 답사를 이어오고 있는 화성지역학연구소의 네 번째 보고서다. 2021년 6월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 소재의 자재암을 시작으로 원효 스님이 창건하거나 주석한 전국의 108곳 사찰을 답사했다. 책에서는 화성시 백곡리 대형고분군과 주위의 사찰 등을 상세히 점검하며 “원효 스님 오도처가 화성이라는 점이 여실하게 입증되었다고 본다”고 주장한다. 화성지역학연구소 편, 한누리미디어, 2만5000원.[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자신 안의 힘에 주목하도록 이끌어주는 자기계발서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장서우의 조금 특별한 사이’를 통해 MZ세대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메시지를 전해온 저자는 ‘나에게 더 집중’하고 ‘관계에서는 힘을 빼다 보면’ 어느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며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증명하고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극한 스트레스에 처했다면 즉각 도움이 될 이야기들이다. 장서우 지음, 청림출판, 1만7000원.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
1636년 청나라의 황제 홍타이지가 12만 대군을 이끌고 순식간에 한양까지 밀어닥쳤다. 45일만의 항복 선언.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을 겪으며 국력의 부재가 뚜렷이 확인됐고 백성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권력 팽창에만 골몰한 결과였다. 병자호란을 전후한 상황 속, 인조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는 이유는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만을 지키려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여실히 드러내기 위함이다. 유근표 지음, 북루덴스, 1만8500원.[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
1960년 7월 조계사 법당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30세의 젊은 비구니 명성 스님이 의자에 앉아 ‘법화경’의 오묘한 이치를 펼쳐내고 있었다. 비구니스님의 위상이 현격히 낮았기에 한국불교 총본산격인 조계사에서 법문하는 자체가 희유한 일이었다. 그때 종단의 최고 어른이었던 동산, 청담, 서운, 일타 스님 등이 들어오더니 법문을 듣기 시작했다. 예기치 않았던 큰스님들의 등장에 명성 스님으로서는 충분히 당혹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당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큰스님들이 오셔서 들었는데도 저는 떨리지 않고, 더 힘이 나서
초발심(初發心)은 진리를 깨쳐 불도를 이루겠다고 처음 서원을 세우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어떤 경계에서도 초발심을 지속하면 도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허나 첫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철석같은 다짐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편안한 것에 머무르려 한다. 간화선 주창자인 대혜 스님이 ‘익숙한 것은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은 익숙하게 하라’고 한 것도 결국은 초발심을 잃지 않는 것이 수행의 핵심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치문경훈(緇門警訓)’은 ‘먹물 옷을 입은 이가 경계 삼고 교훈 삼을 글’이다. 4년 과정의
“마라여, 그대는 열반의 뜻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대는 중생을 교화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을 열반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마라여, 일체중생이 아직 나의 법 가운데서 이익을 얻지 못했는데, 그대는 왜 나에게 반열반에 들라고 합니까?”부처님께서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시자 마라가 속삭이다. “이제 편안히 반열반에 드소서.”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뜻을 잘못 알고 있다”며 마라의 청을 물리치신다. 그렇다면 열반이
사불은 사경과 더불어 수행과 신행의 방편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이 책은 ‘관세음보살 42수 진언’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그림과 감각으로 재해석, 재구성한 책이다. 미국에서 신행활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의 노력이 불교와 미술의 대중적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모든 중생들을 살피고 구제하겠다는 관세음보살님의 원력은 ‘천수천안’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시각화됐다. 천수에 각기 들려있는 지물 또한 고단한 삶을 관세음보살님에게 의지하려는 중생의 간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42수의 진언 또한 마찬가지다. 진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태어났으면 반드시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생겨났으면 결국 생주이멸(生住異滅)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그리고 붕괴돼 사라지는 것은 태어난 것이나 생겨난 것이나 생명 있는 것이나 생명 없는 것이나 모두에게 필연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렇게 죽음을 맞이할 운명인데도,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해 보지 않고, 그리고 애써 숨긴다. 인간들이 이렇게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누구도 죽음 이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를 알 수 없으니, 죽음은 어두컴컴한 심연으로 가라앉는
우리가 찾으려는 완전한 자유와 평화는 우리의 바깥이나 미래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관점을 ‘도덕경’에서 찾아내는 작가의 신선한 통찰과 해석이 독보적이다. ‘도덕경’을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 마음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가는 작가는 모든 위대한 경전들처럼 ‘도덕경’이 전하는 이야기 또한 ‘진정한 나를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임을 말하고 있다. 김기태 지음, 침묵의향기, 1만5000원.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
명상과 요가, 동양의 영성 등을 지도하며 미국인들에게 영적 지도자로 손에 꼽히던 람 다스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도반인 마라바이 부시를 초청해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이를 책으로 출간했다. ‘웰다잉’의 매뉴얼로 불리는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철학이 필요할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부모와 친지, 사람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인지 말해준다. 람 다스·미라바이 부시 지음, 올리브나무, 1만8000원. [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
기자 시절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으로 꼽혔던 저자가 미디어 혁명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봤다. 하지만 선사시대 인류의 출현부터 세계사의 큰 흐름을 바꾼 사건과 계기들은 언어 혁명, 문자 혁명, 인쇄 혁명, 인터넷 혁명 등 가히 혁명이라 불릴 만한 미디어의 극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왜 프랑스 혁명이 시민 혁명의 상징으로 손꼽히는지, 산업 혁명이 왜 서유럽에서 시작됐는지, 왜 ‘중국문명’이 아니라 ‘동아시아 문명’이라고 불려야 하는지 등을 미디어의 변화로 설명하는 저자의 혜안이 돋보인다. 손석춘 지음, 철수와영희,
예술을 통해 우리와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이해하려는 저자는 “예술이 우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또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우리 자신의 뿌리 깊은 진실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예술 작품을 읽어내는 혜안이 돋보인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저자의 설명을 따라 천천히 그림을 읽어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청림출판, 2만2000원.[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단군이 참성단을 지어 하늘에 제사 올린 곳, 고려의 대몽항쟁, 조선시대의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 외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딘 섬 강화도를 민족 역사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조명한다. 사료나 기록, 유적에서 찾아낸 객관적 정보에만 의탁해 바라본 강화도가 아닌 인간, 역사, 문화의 영역에서 펼쳐진 뜨겁고 인간적인 서사의 집합체로서 강화도라는 시공간에 접근한다. 역사의 바다를 건너온 강화도가 오늘날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노승대 외 12인 엮음, 불광출판사, 2만원.[1689호 / 2023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에 대해 궁금하다”며 누군가 경전을 하나 추천해 달라면? 혹은, 어떤 경전을 읽어야 할까 스스로 고민이 된다면? 선뜻 한 권의 경전을 추천하거나 선택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는 불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거나 고민해 보았을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어렵다’는 심리적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경전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불광출판사의 당찬 발원이 이 시리즈에 담겨있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는 ‘경전 개요서’가 되기를 자청했다. 첫 장은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