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희성 심도학사 원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 신앙을 지닌 신실한 크리스천이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명예교수이며, 보조국사 지눌 스님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불교를 강의한 연구자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이라는 한국의 3대 종교가 경쟁하고 갈등하는 한국사회에서 길 원장은 이들 세 종교의 한 가운데 몸담고 살아가는 셈이다.이런 길 원장이 바라보는 불교와 기독교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표면적으로 두 종교가 매우 달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불교는 자기를
3월20일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2700억원 대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첫 형사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씨 일가 5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가운데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씨도 포함돼 있었다. 서씨는 그의 딸(34)과 함께 롯데 측에서 ‘공짜 급여’ 508억원을 받은 혐의와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원을 벌어들인 혐의 등을 받고 있다.이날 법정에서는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잇따라 연출됐다. 뒤늦게 휠체
요즘 부쩍 법조인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특검, 변호인단, 재판관들의 존재감이 부각됐기 때문일 것이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겸 법원도서관장도 주목받는 법조인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강 판사의 경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인 사건과 무관한 강연 내용에서 비롯됐다.강 판사가 지난 1월 부산지법원장을 떠나면서 강연한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https://www.youtube.com/watch?v=N3JYzb_pCr8)라는 제목의 고별강연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95만 건을 넘어섰다. 여
지난 3월4일 조계종 디지털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의 격려사가 포교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10년간 디지털대학 교무위원장을 맡아 전문포교사 양성에 힘써온 공로로 이날 감사패를 받은 스님은 졸업생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건넸다. “여러분은 초심자가 아닙니다. 불자들 중에서도 지도자급 불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들이 스님을 잘 모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법산 스님은 일부 스님들이 으레 하는 말처럼 출가자는 삼보의 하나이니 존중받아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스님은 말을 이어나갔다.“어떻게 해야 스님을 잘
선배 불자들의 유창한 능엄주 독송은 초심자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스타타 가토스니삼 시타타 파트람 아파라 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로 시작해 A4용지 3장 분량은 됨직한 생소한 말들을 줄줄 외기 때문이다. ‘나모라다나다라’로 시작하는 대비주보다 훨씬 길고 까다로워 종종 능엄주 암송 여부가 신심의 척도로도 작용한다.능엄주는 ‘능엄경’에 수록된 427구의 주문이다. 능엄주를 외우면 모든 재앙과 마(魔)를 물리칠 수 있고, 무생법인을 얻어 성불할 수 있다고 전한다. 능엄주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다. 이때부터 사찰에
최근 손원영 서울기독대학 신학과 교수의 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2월22일 성명을 내고 “지난 23년간 근속한 양심적 학자를 파면하는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해임 철회를 촉구하는 등 불교계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 교수의 해임 원인이 불교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천 시내 포교당인 개운사에 60대 개신교 신자가 난입해 불상을 파손하고 향로, 촛대, 목탁 등을 바닥에 내던지는 훼불이 자행됐다. 그는 저지하는 스님을 “
초기경전에는 부처님의 하루 생활이 자세히 나온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 일과는 오전 4시에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부처님은 곧바로 깊은 선정에 들어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자애의 마음을 보낸다. 깊은 통찰로 중생을 살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비록 먼 곳에 있더라도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 기꺼이 도와준다.오전 6시가 되면 출가 제자들과 탁발에 나선다. 이때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으면 초대받지 않아도 그곳으로 향한다. 정오가 되기 전 하루 한 번 하는 식사를 마친 부처님은 곧바로 출가자들에게 법을 설한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미얀마는 상좌부불교의 중심지로 전 인구의 90%가 불자인 불교국가다. 이런 미얀마가 최근 로힝야족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지난해 10월9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 국경검문소 3곳에서 무장세력의 습격에 경찰관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미얀마군은 로힝야연대기구와 신생 이슬람 무장단체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라카인 주의 로힝야족 거주지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과 방화, 성폭력, 고문, 불법체포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2월2일 발표한 부자보고서가 화제에 올랐다. 현대인의 선망인 부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수치로 드러나기 때문이다.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2326만원이며 지출액은 970만원이다. 이 같은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반가계(342만원)보다 약 3배 더 많은 수준이다. 또 부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6시간이며, 9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시간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부자들이 훨씬 많았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 평일에는 3.6배, 주말에는 2배 이상을 가정에 할애하고 있었
경세가란 학문을 하면서도 정책에 참여하는 조선시대의 사대부와 비슷한 존재다.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나아가 뜻을 펼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 학문을 연마하기 때문이다. 1월13일 지병으로 별세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경세가로 불렸다.학문과 실천이 둘이 아니라던 박 교수는 뛰어난 학자이며 정치가였다.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선진화론’을 주창했으며, 대통령 수석비서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 국민생각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로써 세상을 바꾸려 했다.이런 그의
며칠 전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화제에 올랐다. 불교인구가 300만명 가까이 줄고, 기독교에 종교인구 1위의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누군가는 이번 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서 불교인구가 준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종교 신뢰도가 가장 낮은 개신교도가 갑작스레 저리 늘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또 대중적인 신뢰도가 높다는 가톨릭 신자마저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불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관용어 중 하나가 신수봉행(信受奉行)이다. ‘믿고 받아들여 받들어 행한다’는 의미다. 경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말에는 온몸을 던져 진리의 삶을 살겠다는 서슬 퍼런 결기가 담겨있다. 송나라 학자 정이천이 ‘논어를 읽기 전이나 읽은 뒤나 똑같다면 그 사람은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듯, 불경을 읽고 나서 ‘신수봉행’의 노력이 없다면 결코 불경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2600년 전 인도에서 살다 가셨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학자들은 고대 인도사회에 문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