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작가인 조동수(70·통녕) 거사가 그동안 자신의 참선공부를 담은 ‘오등일지’를 보내왔다. 강원도 산중의 한 사찰에서 기거하던 중 ‘색즉시공’이라는 말에 걸려 밤새 씨름하다 불가사의한 체험을 한 그가 이후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수행을 이어가다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 회상에서 오도송을 쓰게 된 내용을 담고 있다. 편집자*오도송이 있느냐?계룡산 학림사 오등선원의 대원 스님이 내게 오도송 쓴 게 있느냐고 물었다. 많은 대중들 앞에서 나의 상태를 점검하면서였다. 그리하여 며칠 후, 예전의 메모를 정리하여 보여드렸다.색즉시공 한 마디에
2월20일 새벽, 시차적응도 제대로 못하고 일찍 잠에서 깬 우리 활동가들은 서로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인사를 나눴다.오늘 일정의 시작은 시리아 민간 구호단체 ‘화이트 헬멧’과의 실무 미팅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보고 전달방식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화이트 헬멧’ 사무실에서 사무국장, 지원팀장, 전략팀장, 대외협력팀장과 회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튀르키예를 비롯한 시리아 정부조차도 신경써주지 않는데 이렇게 찾아와 준 한국 NGO에 감사드린다. 한국 국민들에게 늘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드리겠다”라고 말했다.우리는 ‘
지난 2월6일 일어난 튀르키예의 지진으로 마음이 아프다. 수만 명 죽음이 확인되었고,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잔해 더미에 깔려있는지 알 수 없다. 하늘은 무고한 백성들에게 왜 이리 가혹한 고통을 안겨주는지 모르겠다. 한국인들은 마음속에 튀르키예가 6·25전쟁 때 4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해준 형제국으로 각인되어 극한의 고통을 나누기 위한 성금과 물자를 현지로 보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연대하는 것은 사회적 연기(緣起)의 실천행이다. 지구 위에 다양한 형태로 절망에 처한 이웃에 대한 연민의 정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가치가 아닐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 또는 고대 그리이스 유적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모두가 식민지 시대 야만적인 노략질로 가져온 침략의 흔적이다. 문화재에는 만든 사람들의 정신과 문화가 담겨있다. 그 문화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야만적 방법으로 절취․수탈해 이를 호화스런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들, 약탈당한 민족의 후손들과 제3자가 이를 어떻게 느낄까. 빼앗은 문화재를 마치 처음부터 문명국가였던 것처럼 버젓이 전시하는 것은 야만성과 비문화성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독일, 프랑스,
문화재청이 칠백의총 주변 정비사업을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계가 요구해 온 ‘천오백총’ 또는 ‘의승·의병의 총’으로의 명칭 변경은 “고증 자료가 필요하다”라는 이유를 내세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의승군이 청주성 수복을 비롯해 행주대첩, 평양성 탈환, 노원평 전투 등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영규대사와 의승이 제1차 금산(눈벌)·청주성전투·제2차 금산(연곤평) 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운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국조보감’ ‘기
인도 북부 지역을 최초로 통일한 마우리야 왕조는 불교 역사와 관련이 깊다. 특히 집권 과정에서 무차별 폭력을 저지른 제3대 왕 아쇼까(Aśoka, 재위 272~236 BCE) 대왕에게는 ‘잔인한 아쇼까(Caņdāśoka)’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불교에 귀의한 뒤 그는 불법(佛法, Dharma)에 따라 전쟁과 살생을 멈추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실행하였으며, 도로·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 등 사회 간접자본 건설을 추진했다. 과거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과 지역에 관용정책을 펼쳤으며, 불교뿐 아니라 백
2022년 6월에 흥천사 종이 사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기사가 법보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종의 ‘소유권’ 문제가 아니라 ‘위치’의 문제로 치환해 보고 싶다. 종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 불교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이 글을 읽고 독자들이 종의 적합한 위치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보면 좋겠다.조선의 왕 가운데 태조, 태종, 세조는 종을 만드는 데 꽤 집착했던 인물이다. 태조는 1395년에 경복궁 광화문 2층 문루에 종을 매달고, 1398년에는 운종가 종루에도 백금 50냥으로 주조한 대종(大鐘)을 매단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도 2만명을 넘어섰다.(2월10일 기준)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보다 많은 수치다. 지진 규모 7.0이면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의 에너지를 낸다고 하는데 2월 6일 새벽 발생한 지진은 7.8이었다. 2010년 50여만 명의 사상자를 낸 아이티 지진의 규모(7.2)보다 더 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도 5.0∼6.0 규모의 지진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미국 지
동체대비(同體大悲)라고 한다. 모든 중생이 겪는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으로 삼는 자비를 말한다. 억지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한 몸인 진리를 우리가 깨닫지 못하여 남으로 여기고, 편을 가르는 것일 뿐이다. 그러한 잘못된 견해를 벗어난 불보살에게는 동체대비가 자연스러운 것일 뿐이다. 불교에서만 그런가? 유학에서도 모든 존재를 나와 하나로 여기는 것을 어짊[仁]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불인(不仁), 즉 ‘어질지 않다’라고 한다. 정호(程顥, 1032∼85)는 손발에 기가 통하지 않아 자기 몸을 자기
초유의 북극 한파도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따사로운 마음의 열기는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다. 며칠 전 백설이 만곤건하던 제주의 폭설이 하룻낮에 다 녹아버렸다. 눈이 하늘 가득 내릴 때 많은 사람들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이 눈 걱정 했다. 하지만 한나절 시간에 이렇게 눈도 다 녹아나고, 사람들의 번뇌도 말끔히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작금의 우리 불교 현실도 눈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불경에 “보살은 인(因)을 두려워하고 중생은 과(果)를 두려워한다.(菩薩畏因 衆生畏果)”고 했다. 보살은 큰 지혜로 살펴서 나쁜 원인을 미리 끊
대전고법이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하 관음불상)의 소유권은 일본에 있다”고 판결했다. “불상의 원소유자는 부석사”라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부석사는 즉각 상고하기로 했다. 고려시대 제작(1330)된 이 관음불상의 소유자가 서산 부석사이며, 조선 초의 왜구들에 의해 약탈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어 부석사가 승소했다.(2017) 이에 대한민국 정부(피고‧항소인)를 대변하는 검찰 측은 현재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고려시대 존재했던 부석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여기에 더해 약탈해 간 관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 ‘꽃’ 중에서이름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름이 있고,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되 차별과 독립성을 인정받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콜사인 같은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래서 옛 선인들이 ‘이름값 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어릴 때 먹었던 음식 맛이 엄마를 부른다면, 다 커서 만난 음식도 새로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보다. 나에게 평양냉면은 바로 그런 음식이다. 비빔은 정중히 사양한다. 사시사철 언제나 물냉면을 먹는다. 성격 한번 유별나다.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는 슴슴한 국물과 맥없이 끊어지는면발의 허무한 느낌이 내 마음을 사로잡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을지면옥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얼추 25년은 된 것 같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던 시간을 두고 한없이 불안하던 시절, 추운 겨울날 우연히 들렀던 곳이 을지면옥이었다. 처음 맛본 차
토끼 한 마리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는 어린 야자수 아래서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 지상이 파괴된다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그 순간, 잘 익은 나무 열매가 떨어져 큰 소리를 내며 야자수잎을 때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는 온 힘을 다해 달리며 소리쳤다. “땅이 무너지고 있다.” 토끼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다른 토끼가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토끼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으며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토끼는 숨을 헐떡거리며 묻지 말라고 대꾸했다. 거듭
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일이 4월18일로 확정됐다. 후보 등록 기간은 3월13일부터 15일까지다. 현재까지 동방불교대학장 상진, 행정부원장 성오, 교육원장 법안, 재경부원장 능해 스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후보는 지금보다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현 총무원장호명 스님이 다져놓은 안정 국면을 기반으로 종단의 위상을 격상시킬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이기에 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돌이켜 보면 2000년부터 호명 스님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까지 20년 가까이 크고 작은 내홍이 끊이지 않았던 태고종이다. 비리, 횡령, 반목,
우주 질서 속에 있는 우리 생명체는 유물론적 입장에서 보면 분명 시작과 종말이 있다. 사대육신이 인연이 화합하여 이루어져 있다가 사대가 흩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시작과 끝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시무종의 시공 속 사대가 흩어지는 과정에서 마지막 원자만 남았을 때 이 원자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 어느 인연과 화합할지는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전우주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불교에서의 시제는 어떨까.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제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시제가 기찻길처럼 일직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불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원형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이 인도 전역에 퍼졌다. 부처님 열반 후에도 아소카대왕의 불전결집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까지 포교됐다. 그러나 히브리와 아랍에서 일어난 새로운 사상과 충돌하면서 페르시아, 아랍, 그리이스, 로마로 건너간 불교가 소멸되더니 드디어 불교의 본거지인 인도에서마저 불교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전래된 이래 1700년 동안 중국의 유교, 도교, 우리 전통의 선가 사상 등과 함께 동거했지만, 서로 이질적인 사상이 아니기 때문에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올 한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종책 과제들을 내놓았다. 방점을 찍은 건 37대 집행부가 출범 직후 선언했던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와 명상치유센터 건립이다. 통일신라 때 조성된 ‘열암곡 부처님’을 바로 세우는 불사는 ‘천년을 세우다’로 명명됐다. 그 어떤 난관도 뚫고 일어서는 한국인의 강인한 기상을 응집시키고, 그 힘을 국운 융성의 토대로 삼자는 원력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이 불사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열정을 간단없이 이어 범국민 차원의 불사로 격상시키려면 1월에
뇌가 먼저냐 아니면 의식이 먼저냐 그리고 (자율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아닌) 우리를 머무는 무엇이 아닌 스스로 영속하는 패턴으로 보는 시스템 이론에 따른 인공지능의 가능성 유무 등 깨달음의 측면에서 보면 단순할 수 있는 문제들이 불교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화제이자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측면에서 의학계에서 줄기세포 최고 권위자이자 혁명적 사상가로 유명한 로버트 란자 박사가 그의 저서 ‘바이오센트리즘’에서 보여준 문제 제기와 방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당시에도 출간되자마자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물리학자와 생물
‘연화’. 지난해 창립된 진주 경상국립대 불교학생회의 공식 이름이다. 조계종 전 종정 청담 스님의 모교인 경상국립대는 과거 불교학생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세월의 부침 속에서 대학생 포교가 시들해지면서 경상국립대 불교학생회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수년 전부터 신입생의 발길이 끊기고 그나마 남아 있던 재학생들마저 줄어들면서 불교학생회는 대학의 공식 동아리에서 제외됐다. 이를 가장 안타깝게 여긴 것은 경상국립대 교수불자회였다. 신심 깊은 교수들이었지만 그들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관음종 소속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