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중매결혼을 했다. 양쪽에 전화로 소개해주고, 서로 알아서 만나게 하는 것이 현대 중매의 형태다. 나이가 차서 그랬는지 얼굴 보고나서 네 달 만에 전격적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짝은 지방 국립대 불문학과의 강사로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그래도 불교를 공부하는 나와 무슨 인연이 있겠지,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프랑스를 한자로 쓰니 佛蘭西(불란서)다. 이 글자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순간 ‘아, 그렇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조어한 사람은 독실한 불교신자임에 틀림없다. 일단
훈민정음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과학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자랑스러운 우리글이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72돌이 되는 해다. 전국 곳곳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2006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격상된 이후 처음으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성대한 경축식을 개최했다. 경축식과 더불어 다양한 전시‧체험프로그램과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되어 한글의 가치를 널리 선양하였다.불교계에서도 한글날과 연계한 행사들이 열렸는데, 눈에 띄는 것은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이 10월5일
중앙승가대에는 불교사학연구소라는 작은 연구소가 하나 있다. 이 연구소는 199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정기불적답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2박3일간의 빡빡한 일정 속에 진행되는 이 답사에서 연구소 소속 학인스님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한 학술논문을 직접 발표하는 자리를 갖는다. 불교역사의 소중한 현장을 찾아 한국불교의 어제와 오늘이 던져주는 다양한 교훈을 접하기도 한다.2016년 11월 불교사학연구소 답사단 일행은 무주 안국사에서 1박을 하였다. 예정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한 터라 이미 도량 전체는 컴컴한 상태였는데, 멀리
9월28일 치러진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 스님이 당선되었다. 우선 당선을 축하드리며, 종단과 불교계가 아주 힘든 시기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신임 원장스님이 평소 알려진 원만한 성품 그대로 현재 종단이 안고 있는 여러 난제들을 잘 풀어나가 줄 것으로 기대한다.원행 스님의 새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종단 화합을 구현하되, 그것을 이유로 ‘종단을 무차별 비방했던 인사들의 언행’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반성과 참회 절차 없이 용서해주는 등 원칙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종헌‧종법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마
온 나라가 9월의 남북 공동선언에 휩쓸려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오랜 동안의 분단, 전쟁의 두려움 속에 지내던 세월을 청산하고 핵과 전쟁이 없는 민족의 미래를 선언한 것이니 참으로 감격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감격에 차 있기만 할 수도 없는 요소가 분명 있고,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움직임 또한 있다. 그 또한 당연한 일이다. 수없이 얽힌 주변국들과의 관계, 그토록 오랜 동안 쌓아온 불신과 증오의 장벽, 이러한 요소들을 무시하고 마치 금방 통일이 온 것처럼 들떠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말법시대다. 말법에 대한 의식은 6세기 중국의 혜사(慧思)에 의해 종교적 자각과 더불어 내면화되었다. 그는 악한 비구의 박해를 겪고 나서 그것을 말법시대에 들어선 교단의 타락으로 간주했다. ‘입서원문’에서 금자의 ‘반야경’을 서사하고, 미륵불 시대에 태어날 것을 발원하고 있다. 길장(吉蔵), 선도(善導), 신행(信行) 등의 조사들에 의해 그 인식은 깊어져 간다. 비장방(費長房)은 ‘역대삼보기’에서 불멸의 시기를 6종류로 종합하고, 자신은 주(周)나라 광왕(匡王) 4년설(서기전 712년)을 택하고 있다. 이는 주나라 목왕(穆王
설일체유부 5위75법의 소번뇌지법(小煩惱地法)에 속하는 ‘한(恨)’은 아주 강력한 번뇌이다. 유부의 대표 논서인 ‘구사론’에서는 “한은 마음으로 하여금 분노의 대상을 자주 여러 번 생각하게 함으로써 그 대상에 대해 원한을 품게 하고, 또 그렇게 하여 품은 원한을 버리지 않게 하는 마음작용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자주 여러 번 생각하게 하고’ ‘버리지 않게’ 도와주는 힘은 ‘념(念)’ 심소로 모든 마음작용의 바탕이 되는 대지법(大地法)이다. 그런데 일단 작용을 시작한 ‘한’은 ‘념’에 의해 그 세력이 강화되면서 무서운 파괴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스님의 거취를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갈등과 혼란이 일단락되었다. 총무원장스님의 사의 표명,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의결, 원로회의의 인준 등을 거치면서 총무원장스님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스님 개인의 상처도 물론 크겠지만 이 기간 동안 입은 조계종 전체의 상흔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어쨌든 조계종은 이제 종헌종법에 따라 제36대 총무원장을 새롭게 선출하는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이다.지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이 다시 떠오른다. 불교계 매체에서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그러한 신념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과장이 있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의 폐해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근본 원리가 ‘법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고, 그 점에서 법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 소크라테스의 말이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법이 이토록 무시될 수 있는지? 그 법을 담당하는 주체인 사법부가 이토록 처참하게
2018년 여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염으로 한반도가 불타고 있다. 연일 최고온도를 경신하던 서울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마침내 ‘서프리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서울 풍경은 온통 붉게 보인다. 광화문 광장에서 종일 뙤약볕과 아스팔트 열기에 시달린 탓에 ‘붉은색을 넘어 노랗게 달궈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사진은 화염지옥을 연상케 한다. 밤에도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가 이어진다.올 여름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5일까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해 자칫 국가재난 수준의 재앙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런데 이 폭염에 이 땅의 사부대중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어가는 곳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청사가 자리하고 있는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주변이다.한때 ‘견지동 45번지’로 통칭되기도 했던 이곳은 지난 20세기 이후 숱한 불교 갈등의 상처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도 그러했고 1950~60년대 정화운동이 전개되던 시기나 1994년 개혁종단이 출범할 때, 이곳은 항상 치열한 승가의 갈등이
올해 들어 500여 예멘인들이 무사증 입국을 통해 제주에 도착한 뒤 대거 난민지위를 신청하자, 정부는 황급히 출도(出島)제한 조치를 내려 그들의 발을 묶고 예멘을 무사증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집회가 6월30일과 7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도심에서 열렸고, 그에 대한 맞불 성격의 이주인권 단체들의 집회까지 열리는 바람에 난민 이슈는 단박에 초미의 사회적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난민수용 반대를 주장한 1차 집회는 ‘불법 난민 신청자 외국인 대책 국민연대’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주관했고, 2차 집회는 ‘난
“균등하면 가난이란 없고, 화합이 이루어지면 부족함이 없으며, 안정되면 위태로움이 없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분배의 균등함, 국민의 화합, 그를 통해 이루어지는 내적인 안정이 국가 존립의 근본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화합의 전제조건은 분배의 균등함이요, 안정의 전제조건은 국민 화합이라는 것을 그 말 속에 담고 있다. 그러한 중요한 요건 가운데 분배의 균등함이 첫 번째 요건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공자는 신분적 차등이 있는 사회를 인정하고 있으니 절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균등
여름 방학을 앞두고 주요 사찰에서는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방과 후 사교육에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니 절에 올 시간이 없다. 겨우 마음을 내더라도 주변에 어린이법회를 보는 사찰도 그리 많지 않다. 아이들이 불교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지만 여름불교학교는 아이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어린이 포교는 일제강점기 유치원 설립으로 시작되었다. 1923년 강릉 관음사 금천유치원 개원을 필두로 마산 정법사 배달유치원 등, 1923년
지난 1993년 겨울 성철 스님의 입적 소식은 한국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섰다. 조계종 종정이라는 상징적 자리에 계셨던 한 수행자의 치열하면서도 검소했던 삶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적실만큼 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국불교는 1994년 봄 최악의 분쟁사태를 겪고 말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전개되었던 조계종 승려들의 난투극, 그리고 이 사태에 개입된 경찰과 조직폭력배들이 한데 어우러진 폭력사태는 결국 수많은 부상자의 속출로 이어지게 되었다.1994년의 개혁종단은 이렇게 탄생하였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6월13일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결과는 놀라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호남을 고립시키고 나머지 여야 3당이 통합함으로써 지속되어온 보수의 지역 우위구도가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붕괴되더니, 이번에는 대구와 경북, 단 두 곳만 남기고 전멸했다. 이 결과가 말 그대로 ‘보수의 궤멸’이냐, 일시적인 후퇴냐를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다.지방선거 전부터 보수의 대패를 예견하는 전문가들은 많았다. 개중에는 전직 대통령들이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고 실정과 부정을 저지른 데 대한 환멸, 현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야당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북한이 금강산댐을 무너뜨리면(?) 서울이 물바다가 될 것이라고 하여,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일이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한 평화의댐 건설을 시작했고, 거기에 성금을 낸 국민들도 적지 않다. 그 분들이 지금 자신이 성금을 내 건설한 평화의댐을 보면 어떤 마음일까?전 정권의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던 때가 있다. 그런데 북한이 휴전선에서 총격을 하며 도발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보수 언론들이 이 사실을 집중적으로 다루자 지지율이 금방 50%대로 뛰어 올랐다. 정치를 잘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북한 도발만 있으면 정권 유지에 전혀
마성 스님의 ‘미얀마 불교의 역사와 현황’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후반, 인도 남부에서 바다를 건너온 타밀족이 스리랑카에 침입해 왕을 쫓아내고 통치권을 행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바닥나서,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고 심지어 존경하는 스님들의 시신까지 먹는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자칫하면 부처님 가르침인 삼장(三藏)을 구전으로 전해주는 전통이 끊어질 상황이었다. 이 비극을 맞아 스리랑카 불교의 대장로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보존할까?”를 고민·숙의하였고, 그 결과 ‘진실한 교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때
한동안 국회를 마비시킬 정도로 논의가 분분하던 드루킹 사건이 5월29일, 정부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일명 드루킹 특검법)을 공포·시행함으로써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사건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개발하여 댓글 순위를 자동으로 조작한 사건이다.‘댓글 순위 조작’은 분명히 옳지 않은 악행이다. 그런데 이 행위를 신구의(身口意) 삼업에서 본다면 어디에 속할까? 고전적 의미구분에 의하면 경계가 모호하다. 하지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연등회 제등행렬 행사가 5월12일 봉행되었다. 이날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우리 불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불교계의 가장 큰 축제를 앞두고 방영된 ‘큰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시사프로그램, 사실 여부를 떠나 이같은 내용이 방송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불교는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여러 명의 승려들이 호텔 방에서 도박을 하는 동영상이 방송되었고, 그해의 봉축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