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봉축 황룡사9층탑 앞을 지나갔다. 저녁 시간 불을 밝힌 초파일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여느 해와 같은 감동적 풍경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유례없이 봉축행사가 윤 4월8일로 미루어졌고, 전 지역에 걸쳐 행사도 대폭 줄이는 모양새이다. 황룡사9층탑은 선덕여왕을 중심으로 삼국을 통일하고자, 더 나아가서는 주변 9개국을 조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표출되어 세워진 것이다. 그러한 상징성을 가진 황룡사9층탑을 지나면서 문득 ‘세계일화’를 떠올렸다. 내가 출가한 곳은 덕숭산 수덕사 견성암이다. 그 치열했던 행자시
사람은 항상 선택을 하며 산다. 무엇을 먹고, 구매하며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매순간 선택하고 있다. 선택의 근본은 좋음과 싫음[貪, 瞋]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하기에 모두가 동일하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학습한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싫은 것은 멀리하는 방법과 기준”은 선택자를 다른 사람과 차별되게 한다. 선택의 기준을 가치관이라고 하고 선택하는 행위가 익숙하게 반복되면 습관이라고 한다.사회구성원 대부분이 특정한 선택을 반복하면 문화가 된다. 더 좋은 선택을 하는 빈도가 높은 사람을 똑똑하다 하고, 더 좋
어쩌면 저렇게 곱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캠퍼스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오색연등 행렬이 만들어낸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시각 동악은 형형색색 연등들이 마치 야단법석이라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신기하게도 시끌벅적한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가끔 적막을 깨고 지나가는 조용한 바람소리 외에는 불현듯 신심이 솟구쳐 오른다.두 학기 째 불교한문아카데미 소속 기본과정 수강생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인스님들 틈에서 말 그대로 초발심자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다만 의욕은 있지만 예습과 복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르치는 선생님들께는 항상 죄송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끝났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를 정하는 법을 세우는 일이다. 법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택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적인 통치원리이다. 법치를 처음 사상적으로 체계화한 한비자는 “법이란 사(私)를 폐하기 위해서 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근본을 사(私)로 보고 법을 정하여 사가 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 법치의 근본정신이다. 법은 공적인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서 철저히 사와는 상반된 것이며, 그 출발점과 지향하는 목표 그리고 제정과 시
전통사찰을 보는 즐거움 만큼 새로운 사찰 건축물을 찾아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어떤 나라 어떤 지역에 가더라도 그곳의 건축물은 항상 우리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건축물은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생각을 담고 있는 건축물’을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로마 종교건축물과 그리스 종교건축물을 대비해보면 ‘노블’과 ‘심플’의 미학이라 할까?20세기 건축은 오히려 로마보다는 그리이스 건축이 기초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로마·그리이스의 만남을 통해 화해·융합·다양성을 받아
코로나19가 불쑥 나타나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해친지 벌써 석 달째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사람 사는 세상은 엄청난 충격을 겪고 있다. 물론 경제 분야의 충격이 크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들 간의 관계 방식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혼란스럽다.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되면서 당장 관혼상제의 기존 예법이 변하고 있다. 일례로 문상을 못 받자 부고장에 계좌번호를 적는 것이 배려가 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대중이 모여 성직자의 인도를 받았던 기존 신행이 줄고 개개인의 직접신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봄이 왔다. 당연히 꽃도 피었다. 꽃은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편지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무작정 야외로 나가고 싶어진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봄은 무조건 설렘이고 바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꽃피는 달 3월이 다가도록 대학교정이 적막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저 홀로 핀 꽃들뿐이다. 가만히 그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순간 바람이 불어온다. 산수유, 매화, 살구꽃, 개나리, 앵두꽃,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이 알아들은 척 손짓한다. 하지만 정작 꽃보다 아름다운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던 각종 개강
국무총리가 종교·체육·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집단감염의 근거지가 되는 시설에 대해서 폐쇄나 차단이라는 강력한 법적인 조치나 명령을 내리는 대신 강력한 권고의 방식으로 자제해줄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이를 무시하고 집단감염의 사회적 폐해를 낳는 경우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코로나유행병에 대한 대응과 조치를 보면 통째로 공항을 폐쇄하거나 특정지역을 격리하는 등 과격한 대처방식이 아니라, 철저한 대응을 못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유연
우리는 끝없이 성장한다. 신체적 성장은 어느 시점에 가서 정지하지만 정신적 성장은 끝이 없다. 그래서 평생교육이란 말이 나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부단한 자기 노력과 개발을 해야한다. 그에 못지않게 유아·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 교육을 어떻게 하는가 또한 크게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나는 기독교재단이 설립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집 근처에는 교회가 있어 일요일이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내가 천운으로 부처님 법을 만나 출가한 이후 소정의 종단교육을 받고 다시 대학을 졸업한 후 제일 먼저 시급히 한
예전에 선방에서 화두 드는 게 녹록치 않았던 때가 있었다. 뭔가를 연구하면 매일 진척이 있겠지만 참선은 전혀 달랐다. 머리는 상기되고 나 자신의 한계에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당시 옆에서 공부 잘하시던 선배스님을 붙들고 하소연을 하자 이렇게 말씀했다. “부처님 전에 발원을 하세요. 깨달음의 문을 여는 열쇠는 간절한 발원입니다.” 그때 치료약을 받은 듯이 기쁘면서도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부처님 신도가 되고 스님까지 돼서 화두와 싸우려고만 했지 발원하지 않았던 것이다.우리는 업장의 두터움과 중생의 한계를 느낄 때 겸허해지기 마련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연신내에서 동대입구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다. 정확하게 20분 거리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핑크 카펫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좌석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핑크빛 색상이 인상적이었다. 핑크 카펫은 임신한 여성과 뱃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배려의 산물이다. 경로석이 과거의 수고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고 있다면 핑크 카펫은 아름다운 미래를 희망하는 기다림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 자리에는 반드시 임산부만 앉았으면 좋겠다는 강박관념을
온 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어 정부가 위기 경보를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현 상황은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부처님은 독화살을 맞아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예를 들어서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독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또는 화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 근본적인 것을 캐묻기보다는 우선 화살을 뽑고 독을 치료하는 현실적인 대처가 급선무라는 것이 답이다.감염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서둘러야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