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주어사와 서울시 역사물길 사업, 서소문 역사공원, 경남 창원 세스페데스 공원에서 벌어진 심각한 문제만 아니었으면 불교와 천주교는 전통적으로 사이좋게 지내는 가까운 이웃이었다.그러나 그들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까, 처음에는 ‘내 것을 지키겠다’는 방어본능이 작용하다가, ‘이러면 안 된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와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졌고, 이제는 ‘그들의 잘못된 행위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게 막아야 하고, 이미 저지른 잘못된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것은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그런데
법보종찰 해인사가 의상 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를 왜곡한 가톨릭 교단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해인사는 서소문 역사박물관과 그 운영 주체인 서울시 및 중구청,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가톨릭 나전칠화’가 설치된 여주 옹청박물관 등 5곳에 공문을 보내 “해인도를 왜곡한 나전칠화를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 문제를 담당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해인사 총무국장 진각 스님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심우 스님을 임명했다. 해인사가 이 사안을 얼마나 중대하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엄일승법계도
자신들의 선대인 ‘천주학쟁이’들이 쫓겨 다닐 때 스님들이 숨겨주고, ‘강학’ 장소를 제공했던 절터를 ‘천진암 한국천주교 성지’를 만들고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불교 수행의 상징체계의 하나인 ‘법계도’ 문양을 무단 도용하여 나전칠화를 제작해 바티칸 성당에 헌납하고도,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어쩌고 하며 억지를 부리는 횡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얼치기 먹물들도 혀를 찰 ‘곡학아성曲學阿聖’(학문 지식을 비틀어서 천주님의 환심을 삼)의 꼼수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불가 수행의 중요한 방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조점향(일법수, 64) 불자는 매달 한 번씩 해오던 새치염색을 멈췄다. 늘어가는 흰머리에 주변에선 “염색 좀 하라”고 아우성이지만 “새치도 있는 그대로의 멋”이라고 애써 둘러댄다. 그럼에도 그가 염색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화학재료가 들어간 염색약으로 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물도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조 불자는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소비 줄이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 소식에 더 이상 기후위기를 외면 할 수만은 없었다. 최소한의 물만
스님들이 너무도 적은데다 해마다 출가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 조계종 종단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종교 일반으로 말하면 교단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사제계층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니, 정말 교단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명하게 숫자로 보이지는 않지만, 조계종 나아가 불교 전체의 위기를 낳고 있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불자들의 현실적 삶을 이끌고 갈 불교의 계율이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우리 현실의 불자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불자로서 가지는 어떤 구체적 삶의
“진심으로 소통하고, 신심으로 포교하고, 공심으로 불교중흥의 새 역사를 열겠다”고 천명하는 조계종 37대 총무원장의 일성이 울려퍼졌다. 지금까지 많은 불교의 글들이 필요 이상으로 이상적 세계를 기웃거리며 현실 상황과 이격되는 듯한 느낌이 많았다면 이번 취임사는 달랐다. 분명하게 우리 불교의 현재 상황과 문제를 직시하고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리더적 역할로 자리해 나갈 것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충만한 취임사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기분이 좋다. 더구나 소속감에 강한 긍지가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조
제37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5일 취임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취임법회에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중생의 아픔을 보듬고 세상의 벗이 되어 새 역사를 열어나갈 것”이라 선언하며 “한 톨의 씨앗에도 우주가 들어 있고 한 올의 새싹을 피워내는 데 온 우주의 기운과 정성이 필요하듯, 대한불교조계종을 운영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향후 4년의 임기 동안 추진해 갈 종책 기조도 표명해 사부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뢰받는 종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천명했다. 지
“적음화 집보고 있을 거지?” 하시며 주지스님께서 외출을 나가신 기해년의 어느 날. 큰스님께서 전에 없이 승복을 단정히 입으시고 불편한 걸음으로 나오셔서 “죽비맞이를 해야겠다. 같이 가자.” 하셨다. 아직은 기억이 남아있고 걸으실 수 있는 때였는데 큰스님을 모시고 법당에 들어가자마자 어쩐지 지금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동영상을 촬영했고 그렇게 간신히 큰스님의 마지막 죽비맞이를 기록할 수 있었다.큰스님 곁에서 머무는 시간동안 하루가 다르게 필자의 이름을 묻고 또 묻고, 오늘이 며칠이냐고 지금이 몇 시냐고 물어보시고, 승려로서의 일과를
2006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조사 결과 ‘1995~2005년 천주교 신자는 295만명에서 516만6000명으로 크게 증가한 데 반해 개신교 신자는 876만명에서 861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몇 달 뒤(2006년 11월30일) 개신교계 연구 모임 ‘목회사회학연구소’와 ‘일상과초월’ 공동 주최로 천주교 신자의 급증 원인을 분석하는 포럼이 서울 종로5가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개신교 목회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발표자와 논평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천주교의 교세 급등’ 배경과 원인을 궁금하게 여
때는 을미년, 7년 전 초여름이다. 막 개종을 하고 반년쯤 되었을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필자가 고기와 술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어느날 고기를 계속 먹지않는 자식이 너무 걱정되신 모친께서 김밥에 야무지게 햄을 크게 잘라 넣어 만들어 케이크처럼 쌓아놓으셨다. 생각 없이 집어먹다보니, 김밥에 들어있는 고기가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라 절로 뛰어들어갔는데, 가자마자 큰스님을 붙들고 급하게 여쭤봤다.“스님 제가 김밥에 들어간 햄을 먹었어요! 고기먹었어요!”그러자 큰스님께서는 “그것은 햄이여, 고기가 아니여”라고 하셨다.큰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서 무심코 발화한 비속어가 국내외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 XX들’과 ‘○팔려서’란 듣기 거북한 단어를 대통령의 육성으로 들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정은 솔직히 벌레라도 씹은 기분이다. 위압적인 태도와 건들건들하는 걸음걸이는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설마 대통령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상스러운 말까지 내뱉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광경은 점입가경(漸入佳境) 꼴불견의 연속이다. 욕설 자체가 없었다고 강변하는 여당 의원들까지 등장했다. 다음에는 유엔에 간 적도 없다고 할 판이다. 이
최근 서울에서 한 승객이 음료가 든 컵을 가지고 버스에 승차하다가 운전기사와 벌인 실랑이가 온라인 상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해당 승객은 버스에 승차하려다가 테이크 아웃 컵에 든 음료 때문에 기사에게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승객은 자신의 행동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기사의 제지를 “무식한 짓”이라고 반박했다. 그 승객은 “이걸 들고 타지 말라는 법적인 근거를 대라”며 오히려 기사에게 “노인네”가 무작정 그렇게 한다며 비난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또 다른 승객이 서울시에 관련 조례가 있다고 운전기사를 변호했다. 그러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9월28일 퇴임식을 끝으로 공식임기를 마무리했다. 퇴임식에 동참한 대중들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오!”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한 사부대중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1994 종단개혁’ 이후 평화로운 종권 이양과 공식 퇴임식이 거행된 건 2009년 지관 스님과 2017년 자승 스님에 이어 세 번째다. 1994년 이후 여덟 명의 총무원장이 취임했음에도 공식 퇴임식이 세 번이었다는 건 그만큼 조계종 내의 혼란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외세를 믿고 행패를 부리던 천주교에 저항했던 제주도민들의 억울한 넋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의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를 읽었거나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현기영은 소설가의 상상으로만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조선 말 정계의 주요 인사로 프랑스와의 수교 교섭 책임자였던 김윤식이 제주도로 유배되었을 때 쓴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를 기본 사료로 하고 천주교 측에 보관된 관련 자료들도 꼼꼼하게 살폈다고 한다.프랑스(당시 법국) 신부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일부 천주교인들 행패가 심해져서
부산에서 도심포교당을 운영하는 한 스님은 최근 시내에서 갑작스러운 상담 의뢰를 받았다. 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계산하던 60대 후반의 중년으로부터 고민을 듣게 된 것이다.남성은 자신이 은퇴 후 절에서 소일하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스님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었다. 의외로 이 같은 고민을 지닌 시니어 세대가 주변에 상당히 많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고령화로 사회 전반에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회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낯선
9월13일부터 15일까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에서 제7회 세계전통종교인 대회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는 조계종이 유일하게 공식 초청되었고 필자는 국제교류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세계전통 종교인대회는 2001년 뉴욕 9·11테러 이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의 제안으로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 세계평화를 증진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의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년마다 한 번씩 카자흐스탄에서 개최하는 대회이다. 이번에 열린 제7차 종교인대회에는 한국, 몽골, 베트
근래에 나는 직접선거와 간접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직접선거는 비구니회장 선출선거였고, 간접선거는 비구니종회의원 선거였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선거가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와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반가운 소식은 새로 당선된 진우 스님이 비구니계를 방문해 비구니스님들이 당면한 현안문제에 관심을 갖고 경청했다는 것이다. 비구니의 한사람으로 종단과 비구니계가 긴밀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고심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례적인 방문과 지지로만 끝나지 말고
서울시가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의 역사물길에 조선불교 중흥조 보우 스님의 죽음을 ‘처벌’로, 김대건 신부의 죽음은 ‘순교’로 편향 기술하고 주요 유적지·관광지마다 가톨릭 성지 간판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소문 역사공원까지 가톨릭 신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한국 천주교의 어두운 역사’에 관한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임계점이라는 말이 있다.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상(相) 변화를 할 때 저온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온도와 압력’을 뜻하
조선불교 중흥을 이끈 허응 보우 스님의 순교를 ‘처벌’로 인식하게 하는 왜곡된 역사관이 광화문광장에 이어 ‘서소문 역사공원’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가톨릭이 운영하는 역사박물관 상설전시관 불교 섹션에 첫 번째로 전시된 건 율곡 이이의 ‘율곡집’이다. 수많은 불서를 놔두고 굳이 조선시대 대표 척불론자가 쓴 ‘율곡집’을 내세운 이유가 궁금한데 전시 안내판에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서소문 역사박물관 측은 당대 최고 선지식 보우 스님을 요승으로 폄훼하는 내용이 담긴 ‘논요승보우소(論妖僧普雨疏·요망스러운 보우를 논박하는 상소문)’
최근 법보신문이 제기한 가톨릭의 무분별한 역사유적지 확대에 대한 우려의 기사들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이 가톨릭 국가였나” “서울시, 로마 ‘바티칸 시티’ 조성하려는가?” “박해·순교 역사에만 매달리는 ‘회상 종교’ 벗어나야” 등 다소 분노가 서린 기사들이 불교계의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공공의 장소를 한 종교 일변도의 성지로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톨릭 내부는 물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지지 못한 위정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한반도에 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