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취임사에서 대탕평(大蕩平)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냥 ‘탕평’이 아니라 ‘대’탕평이라 힘주어 천명한 것은 작금의 종단 내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이번 35대 총무원장 선거는 그간 누적되어 온 온갖 불만과 불신들이 집중적으로 폭발하면서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최악의 선거’였다. 존경받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스님들은 물론이고, 종단과 한국불교의 이미지는 처참하게 추락하였다. 우리들 스스로 그렇게 몰아갔다. 다시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되면부정적으로 치달을 것 자명종단 민주주의 내세우지만승가가 추구할 가치는 아냐 오는 11월27일,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는 새로운 의장 선출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교계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의장 후보로 세 분이 거론되고 있으며, 결국 새로운 의장은 원로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일부 총림의 방장을 추대하는 과정에서 목격하였듯이 이제 조계종은 ‘어른을 모신다’는 승가전통을 상실해 버리는 과정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총림의 방장, 종단의 원로의원, 원로회의 의장, 이 모든 분들은
드디어 한중 간 사드 갈등을 해소하는 물꼬가 트였다. 한중 양국 외교부는 10월31일 공동으로 게재한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라는 발표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차 확인”하고,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간다는 전제 하에 “한중 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7개월간 이어진 사드 보복으로 사지에 몰려
양극화가 심각할 정도로 심화된 우리 사회의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통이요 건강한 대화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래 과거 정권과는 반대편의 흐름이지만 정권에 특정 색깔을 부여하고 반대하거나 요구하는 상황을 헤쳐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일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이루어진 원전문제를 둘러싼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지켜보며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결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건강한 집단 지성에의 신뢰를 보여주는 그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한국 가톨릭교회가 중요한 순교자 중 한 명으로 기리는 황사영이 중국에 보낸 비밀 편지(흔히 ‘황사영 帛書’라고 한다)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황사영은 소년 등고(登高)하여 촉망받던 수재였다. 그러나 그 청년 수재의 눈에 비친 조선은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처삼촌 정약현의 권유로 접한 천주교 서적을 통해서 보게 된 서양 나라들, 특히 당시 법국(法國)이라고 했던 프랑스는 ‘하느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온 백성이 평등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프랑스가 군함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35대 새 집행부가 출범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차기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선거 종책공약에서 비구니스님의 권익향상을 위해 비구니부를 신설하고 비구니 특별교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종단에서 소외된 비구니 스님의 참종권 확대를 위해 차별적 종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이번 선거에서 설정 스님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자들도 앞 다투어 비구니 관련 종책공약을 제시하였다. 수불 스님은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및 각종 위원회 구성시 25%를 비구니로 인선하겠다고 하였고, 혜총 스님은 ‘총무원 교
연산군-중종대로 이어지는 16세기 전반기는 한국불교 전체의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로 평가된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이미 태종-세종 연간에 불교 종파를 축소하고, 고려말 사원이 보유하고 있던 인적 물적 자원의 대부분을 강제적으로 빼앗아가는 조치를 취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승려의 도성출입을 금지시키는 등의 극단적 정책을 전개해 나가면서 불교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게 하였다. 조선불교의 중흥조로 평가되는 허응당 보우 스님은 1538년(중종 33) 발생한 법난을 몸소 겪어야 했다. 이 법난을
사람은 자기가 소속된 집단, 즉 내(內)집단을 외(外)집단에 비해 편안하게 느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 안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고, 거기에 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이것이 심리학과 사회학에서 성립한 ‘사회 정체성 이론’의 요지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 간 분쟁이 그저 각자 자기네 편을 드는 것만으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거나, 내용을 불문하고 내 편에 유리한 것이 공정하다는 식의 논지가 성립될 리는 없다. 오히려 소속을 떠나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때 치우침 없는 결
지난 8월 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차 파기환송심 판결이 이루어졌다. 4년 형이 선고됨으로써 국정원의 정치개입, 선거개입에 대한 유죄가 거의 확정된 셈이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는 등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 선거개입에 관한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국정원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정말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다시 물어야만 할 것이다. 과연 국정원이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과연 존재할 필요는 있는 것인가?일단 국정원의 필요성에 대한 물음은 유보해 두기로 하자. 이
지혜·자비없이 외치는 ‘정의’독선·오만으로 흐르기 쉬워아집·독선 감옥에 갇힌다면불제자 자처해도 불자 아냐 지난 2월1일 한국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정우진의 ‘그래도 난 서 있겠다-홀로 선 고교생의 조용한 시위’라는 기사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어 자세히 읽게 되었다.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지역 여자고등학교 배구대회 개막 경기 시작에 앞서 국가가 연주될 때, 허리케인스 팀의 선수들이 미국 내에 깊게 뿌리박힌 아시아 ‧ 아프리카 ‧ 남미계 유색인종 등 소수집단 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한
긴 여름의 끝자락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하늘이 높고 푸르다. 가을이 성큼 산문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으로 헐떡이던 마음 잠시 내려놓는다. 우란분재 백중법회에 귀에 익은 염불이 낭랑하게 들려온다.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어디서 태어나 왔으며 죽어 어디로 가는가?태어남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죽음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라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다
한국불교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서로 돌이키기 어려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이 땅의 수많은 불교도들은 ‘도대체 저분들은 왜 이리 싸우고 난리냐’며 창피해 죽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 싸움의 승패가 지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곳저곳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정’은 무엇이고 ‘사’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답답하고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지만 그저 방관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기간 내내 네팔과 인연이 유독 깊었던 탓에 네팔인들 관련한 소식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런데 요즘 부쩍 애석한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어 심난하다.지난 5월12일 경북 군위군에 있는 한 농장에서 돼지 분뇨를 치우던 네팔 이주노동자 두 명이 사망했다. 돼지 분뇨를 모으는 땅속 집수조에는 맹독성 가스가 차있기 때문에 보통은 기계로 청소하는데, 이 농장은 얼마 전 기계가 고장 난 뒤부터 사나흘에 한 번씩 이주노동자들이 수작업으로 청소해 왔다. 그날도 노동자 두 명이 맨몸으로 청소 작업을 하다가, 먼저 내려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향하는 목적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목적이 방법과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과 수단은 바로 목적을 규정한다. 이런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평가하는 나름의 잣대를 제시하고자 해서이다. 하나하나의 일들을 꼬치꼬치 따지면서 양시양비론의 잣대를 들이
조계종을 맹목적으로 비방하고 종단 승인 없이 사찰재산을 양도한 혐의 등으로 제적의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자신의 복적을 위해 목사와 신부 등이 포함된 외부 인사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8월8일 명진 스님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다.이병두 원장은 ‘황사영과 명진 스님의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라는 글을 통해 18세기말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 대응해 ‘외국 군대를 동원해 달라’고 서양 신부에게 편지를 보냈다가 발각돼 처형된 황사영의 일화를 소개하며 “황사영과 명진 스님은 외세를 끌어들여
7월20일부터 2박3일간, 한국문화연수원에서는 좀 독특한 성격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제2차 사부대중공사 준비를 위한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이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고민이 묻어 있다. 지난 4월, 한국불교의 미래전략 수립을 위해 조계종은 기존의 결사추진본부와 불교사회연구소를 통합하고 이를 계승한 ‘백년대계본부’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첫 행사로 ‘2017년 1차 대중공사’를 열었다. 그런데 야심차게 포문을 연 ‘첫’ 대중공사는 거의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혹자는 100인 대중공사가 3년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5대 총무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특정 스님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이듯 조계종은 이미 뜨거운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라고 하겠다. 조계종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불교와 한국사회에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과거 선거와는 분명 달라진 수준의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선거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제도다. 지구상 곳곳에는 아직도 온전한 의미의 선거제도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국가가 많다. 설령 민주주의에 기반한 선거제도를 확보하였다 하더라
“이름에 무엇이 들었는가? 장미는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똑같이 향기롭지 않은가.”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명대사다. 그렇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어떻게 부르든 죽고 못 사는 연인이라는 점에 차이가 날 리가 없다. 그런데 그런 논리가 동남아에 있는 ‘월남’ 혹은 ‘베트남’이라는 나라에는 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월남과 베트남은 같은가, 다른가?중국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가 멸망한 직후 100여년간 현재의 중국 남부 일대와 베트남 북부에 걸치는 영역을 지배한 왕국이 있었는데, 그 국호는 한자어로 남월(南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길에 이루어진 장진호 전투 추모연설을 보게 되었다.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감동을 준 연설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듯하다. 이 연설이 외국을 방문했던 다른 대통령의 연설과는 배경 등에서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말로 당당하게 연설하는 장면을 보면서 몇 가지 지난 일들이 생각나고, 또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하여 꼭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국가 원수로서 외국을 방문한 경우, 제발 그 나라 말로 연설한다고 필요 없는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미국 또는
우리나라가 “다종교사회이면서 평화가 유지되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며 안심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설사 현재의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할지라도 앞으로 계속 이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을까? 미국 테니시 주에 있는 하트송 침례교회(Heart-song Baptist Church) 교인들은 교회 옆에 이슬람 센터가 새로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이슬람 센터의 입주를 환영합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공사가 지연되어 라마단 기간에 맞춰 센터가 문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교회 스티브 스톤 목사는 교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