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서울 순례길’ 코스의 하나인 광화문광장에 대한 교계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광화문광장 가톨릭 성지화’를 위해 불교 역사까지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역사물길 연표석’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선 중기 불교 중흥을 이끈 허응 보우 스님이 주석했던 봉은사는 “서울시의 조선 불교사 폄훼와 조선의 역사 왜곡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대한불교청년회(이하 대불청)는 “대한민국 유구한 역사 문화가 담긴 공간을 특정 종교의 시설물로 채우는 일은 공공 역사를 독점하는 편협한 행위”라고 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오늘날 환경운동과 현대과학, 채식과 비거니즘은 화엄불교의 인드라망과 맞닿아있다. 인드라망은 우주만물의 상호연결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다. 우주는 다면체의 빛나는 보석들이 이루는 거대한 그물망이며 보석 하나하나는 다각의 거울 역할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각각의 보석은 독립된 실재다. 그러나 보석 하나하나를 바라볼 때 우리는 다른 보석들의 반사만을 보게 되고 다른 보석들도 또 다른 보석
2020년 수십 년 만에 민간정부가 들어섰던 미얀마에서 1년 만에 쿠데타로 군부가 다시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국민들이 다시 고통을 겪게 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젊은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군부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뒤 이토록 오래도록 국민들이 저항을 계속하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드문 일일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잘못된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적마다 놀랄 뿐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
드디어 법회가 재개됐다는 말을 듣고 집 인근 군법당에 처음 가던 날, 위병소에서 법당 위치를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위병소를 지나 몇 번을 물은 끝에 “저쪽 끝으로 가면 큰 종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법당인 것 같다”는 한 병사의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병사들이 종교행사를 간 적이 없다보니 위치를 모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우려를 저버리지 않고, 법회에는 3명의 간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병은 군종병 3명이 전부였다. 법회 시간이 되자 앳된 모습의 법사가 자리에 올라 삼배를 올리고 목탁을 잡았다. 사실
‘서울 가톨릭 성지화’는 일반 상식의 선을 넘었다. ‘광화문‧서소문 가톨릭 성지화’ ‘서울 일대 가톨릭 성지 명명 간판 설치’ ‘광화문 역사물길 왜곡’ 등 일련의 사업들은 특정 종교편향을 넘어 기존의 문화와 역사까지도 비틀고 묻어 버리는 ‘역사‧문화 왜곡’이기 때문이다.가톨릭과 지자체의 ‘긴밀한 연대’ 속 성지화 사업은 2014년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이 내한했을 때부터 노골적으로 추진됐다.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은 서울 서소문과 서산 해미읍성을 찾아 그곳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서울시가 국비‧시비‧구비 596억원을
지속가능성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소피아의 회복이 요구된다. 우리 안의 마고할미라 할 수 있는 소피아(Sophia)는 인간 본성의 신성한 여성성을 뜻하는 단어로 양육하고 돌보고 배려하는 사람의 본성을 일컫는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양육과 풍요의 여신이었고 인간 내면의 여성적 힘 또는 지혜를 상징한다. 철학(Philosophy)이란 단어 PhiloㅡSophia는 ‘소피아에 대한 사랑’이란 뜻이다. 동물을 학대하고 죽여 먹는 육식 행위는 소피아를 억압하며 인간의 지성과 창의성 발현을 근본적으로 막는다. 인간, 동물, 사회 등 모든 살아있
대한불교조계종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그렇기에 조계종의 위상은 그대로 한국불교의 위상과 연결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수승하다 한들, 현실의 불교 위상이 떨어지면 그 가르침의 가치 또한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있어서 우리 불교가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종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그것은 바로 조계종을 비롯한 현실 불교 종단의 위상이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말해주며, 그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조계종 종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자들이 조계종의 행보에 관심을 집
지구촌의 엄청난 환경재앙을 목도하면서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부처님 가르침에 육화경법(六和敬法)이 있다. 여섯 가지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다. 굳이 부처님 가르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성현은 가르침을 통해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이해와 화합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화합은 동일한 종류를 묶어 서로 비비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적인 것이 함께 섞여 보다 나은 무언가를 이루어 내게 하는 힘이다.부처님의 육화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 업과 계율, 견해, 이익 앞에서 서로 분열하기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진우 스님이 당선됐다. 이로써 진우 스님은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후 최초의 무투표 당선 총무원장으로 한국 불교사에 기록됐다. 역대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진우 스님이 단일후보로 확정된 건 ‘청정 선거’를 치르자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횡행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 즉 ‘괴문서 사건’은 갈등을 심화시켰고, 금권선거 의혹은 세인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했다. 24개 교구본사 주지는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단일후보로 추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앙종회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막 지났다. 예부터 처서에는 왱왱대던 모기의 입이 돌아가고, 쑥쑥 자라던 풀도 갑자기 성장하기를 멈춘다고 했다. 갑자기 서늘해진 기운에 모기와 풀도 깜짝 놀란다는 비유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날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거짓말처럼 체감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가까이 있던 하늘도 저만큼 높아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깨닫는다. 절기(節氣)의 법문은 이렇게 미묘하기만 하다. 꼬박 보름 동안 집수리에 매달렸다. 하필이면 가장 더울 때였다. 낯선 사람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집안 곳곳을
지난 8월1일,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제안 Top10을 선정하여 국정에 반영하려 했으나, ‘어뷰징’ 때문에 우수 제안을 고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에서는 주로 중복투표, 해외IP 등 부정행위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어뷰징’이 어떤 단어인지 유추가 어려워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가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는 필자가 아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단어의 뜻과 철자는 알았지만, 발음을 몰랐던 것이다. 어뷰징의 기본형은 ‘abuse[어뷰즈]’로, 부정의 접두어 ‘ab-’와 사용하다의 ‘use’가 합쳐져 ‘잘못 사용하다’는 뜻이다.
불교사회연구소가 ‘다종교 현상과 종교 공존’ ‘세계 공공성지 운영의 현황과 검토’ 주제의 학술대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가톨릭 서산 해미읍성 성지화, 가톨릭 서울 서소문 성지화, 신안 1004섬 개신교 성지화, 광주 천진암 가톨릭 성지 순례길 등의 사업 추진으로 불거진 갈등 원인을 짚고 그에 따른 해법을 모색한 자리였다. 특히 다양한 종교의 역사문화가 중층적으로 배어 있는 공간을 특정 종교의 ‘성지’로 확정‧추진하는 무리한 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 의미 깊었다. 이것은 ‘사회적 약속’이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이
광화문 광장이 근 2년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사를 끝내고 8월6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돌아왔다. 그곳에 가면 조선조의 혹독했던 불교탄압의 집단광기와 함께 아직도 진행 중인 이 땅의 불교 차별 잔혹사를 침묵으로 증언하는 연표석을 확인할 수 있다.정부서울청사 정문 부근의 옛날 육조거리 ‘예조(禮曹)터’에서 시작, 북에서 남쪽방향으로 물길이 흐르도록 조성된 ‘역사의 물길’에는 1392년 태조즉위(조선건국)로 시작해서 올해까지 꼭 630년 동안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사건을 새긴 연표석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곳을 둘러보며 참담함을 갖지
국립중앙박물관이 9월3·4일 관내 극장 ‘용’에서 반가사유상을 소재로 한 ‘사유의 길’ 공연을 개최한다. 국립무용단에서 훈련장으로 활동하는 무용수 장윤나가 주인공 자아 역을 맡는다. ‘소유’ ‘멈춤’ ‘비움’ 3막으로 구성된 ‘반가사유상의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브랜드 전시 ‘사유의 방’이 전하는 감성을 무용이라는 장르로 확장해 고요와 침잠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무대다.한국의 대표 브랜드 ‘반가사유상’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유목사회 또는 농경사회라 하듯 삶의 전제에 수반되는 음식선택은 심리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문화적 심리 형태를 분석할 때 대상이 동물이냐 식물이냐는 인간 집단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는 하부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음식을 선택하고 대하는 인식과 태도에 있어 ‘풍요냐 결핍이냐’는 삶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전제와도 직결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믿음과 현재의 정치 경제의 잘못된 점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결정적이기 때문이다.만약 삶이 정글이라면 실제 정글이 아니라
여성장애인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권익 쪽과는 다르게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주로 발달장애인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여가와 재활, 심리치료와 행동치료 등 사회적응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기도 하고, 상당 부분 배울점도 많다.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비장애인의 경우 감정들을 주고받을 때 가끔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속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미세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좋고 싫은 감정들을 주로 크게 드러낸다. 요즘 장안에 화
금년 우란분절 기도주간에 청년회 불자들이 함께 법회를 참석했었다. 사찰의 제사의식인 상용영반을 진행하기 전 30여명의 청년 불자들에게 사찰이나 집에서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결과는 겨우 3분의1 정도였다. 다른 청년들에 비해 주중과 주말 정기적으로 법회를 참석할 정도의 신심 있는 청년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관음시식 같은 재의식이나 집안의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수원사가 탈북민의 친목을 도모하는 ‘동포 모임’을 2년 6개월 만에 개최했다. ‘동포 모임’과 함께 탈북민만을 위한 법회도 봉행해 의미를 더했는데 ‘탈북민 법회’를 갖게 된 연유를 전한 오장미 연꽃쉼터 사무국장의 설명이 의미심장하다. “그동안의 동포 모임은 노래 부르고 이야기 나누고 선물 받아 돌아가는 정도로 운영돼 친목 성격이 강했다. 지난 7월 탈북민과 함께 약식으로 법회를 진행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8월부터 정기법회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한 정착 과정에서 받은 탈북민의 상처를 불교가 치유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의 하나가 청와대의 활용 방안이다. 청와대를 사적지로 지정하여 일체의 훼손을 방지하자는 안과, 이보다는 청와대 원래 개방 취지대로 모든 국민에게 완전 개방하자는 안, 그리고 사적지로도 지정하고 국민도 활용하는 절충안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이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안은 세 번째 ‘사적지로 지정하여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국민들도 활용하는 절충안’이 아닐까 한다. 청와대 본관이나 춘추관은 원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역대 대통령의 통치 유물과 외국에서 받은 선물, 소장
신화란 영적 가능성의 실마리다. 마고성 신화는 인류의 시원을 설명하는 역사적 전개 같지만 실제로는 인류 내지 인간의 내부적 잠재성을 가리킨다. 키르티무카 신화 또한 생명의 온전한 드러남을 위해 삶의 엄정한 현실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율려를 회복함은 본래 우주의 빛과 음악을 일상 속에서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이나 신을 보는 것이요, 성스러운 일상의 회복이자 삶의 온전성 즉 우리의 삶에서 가능하지만 실현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 열망의 실현이다. 타고르와 간디가 자신들은 ‘그 대양의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