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시끄럽다.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뉴스를 보면 볼수록 더해지는 잔혹 행위에 보는 사람이 공포심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정말 미증유의 사건이다. 아직은 사건의 전말이 다 밝혀지지 않아서 누구라도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사람들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족보의 촌수를 공부하다 보면 참 합리적으로 짜였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부부는 무촌으로 되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1촌이고 자식과 자식 사이가 2촌이다. 부부가 무촌인
촉촉이 비가 오는 날이다. 모처럼 한가하게 업무정리를 해볼까 하고 출근을 했더니 복지관이 난리가 났다. 방수공사 중이었는데 방수가 덜된 곳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물을 퍼내고 정리하고 업체 연락하여 조치를 하고 한숨 돌리는데 건강지원팀에서 프로그램 수료가 있으니 와달란다. ‘종로 정독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바르게 걷기를 하면서 종로의 문화유적 이곳저곳을 탐방하는 것이다.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소감나누기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어르신들 각자의 소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어르신은 이 프로그램을
해가 떠오를 때쯤, 포행을 나섭니다. 매일 매일 홀로 걷는 오솔길을 나름대로 명상길이라 이름 붙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첫 소일거리로 삼은 지가 한철이 지났습니다. 털모자를 쓰고 걸었던 길이 산철쭉과 진달래가 피어나는 봄이 됐습니다. 새색시 같은 연분홍과 붉은색 꽃잎들이 햇살을 받아 빛을 내며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꽃길을 걷는 저의 발걸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마냥 가벼워집니다. 경망스러운 듯해 발길을 눌러보지만, 어림없습니다.어느덧 봄날의 꽃잎이 지면 연두색 연한 잎들이 자그마한 아기 손을 내밀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넓은
정비석 작가가 옮긴 나관중의 ‘삼국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유비는 오랫동안 양양한 황하의 강줄기를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논어(論語)’에 나오는 ‘지자요수(智者樂水,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라는 글을 떠올렸다. ‘지혜 있는 사람은 세상만사의 사리에 통달하여 무엇에도 구애되지 아니하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이었다. ‘아아, 나는 물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중략)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있지 않은가. ‘물은 모든 생명체의 원동력이다. 나는 물과 같은 인
감기와 몸살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온몸의 세포가 데모라도 일으키는 듯 작열하여 결국 밤중에 병원에 가 링거도 맞고 주사도 맞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감기 초기엔 감기몸살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며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잠시 돌이켜 생각하니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한 모든 세포들도 몹시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내 몸속의 모든 세포였다. 주인을 잘못 만나 힘들게 고생하는 세포들을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염려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나 자신의 통증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르신 한 분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슴이 먹먹하다. 예전에는 어르신들께 안부를 여쭙는 인사말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였는데 살아가면서 이 말들의 의미를 더 새기게 된다. 매일매일 얼굴 보고 인사 나누던 어르신이 밤새 안녕하시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계신다는 가족들의 연락을 전해 들었을 때는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들로서는 한동안 가슴이 아려온다.이 어르신과의 첫 만남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처음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출근하던 날 관장실로 찾아오시어 “나는 남성합창단을 맡고 있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명상법회는 자신을 관하는 수행 시간이며, 동시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놀이 시간입니다. 처음 만나는 이들과 인사 나누고 서로를 소개해 주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의 파트너와 10분 정도의 짧은 미팅을 하고, 그 후 형식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파트너를 소개합니다. 그러던 중, 굳은 얼굴로 앉아있던 한 보살님이 부담스럽다며 참가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파트너는 물론, 모두가 어쩔 줄 모르며 당황했습니다.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저는 소개하는 파트너보다 말하는 본인을 더 많이 봅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와 말투
“비가 그치고 구름이 물러가고, 하늘이 다시 맑게 개었네. 그대의 마음이 청결하다면, 그대 세계의 모든 것들이 순수할지니… 그때는 달과 꽃들이 그대를 참된 길로 인도하리라.”일본의 선승, 료칸 스님의 시입니다. 맑게 갠 하늘과 순수한 달 그리고 꽃들이 나를 반겨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자연은 늘 맑고 다정해서 우리를 순수한 의식으로 이끌고 있는데, 그걸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심연의 상태, 투명하게 맑혀진 마음에서는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기쁨과 감동의 향연입니다. 더 바랄 게 없어요. 어수선한
불교대학에서 경전반을 시작하며 ‘반야심경’을 강의하게 되었다. 경전반에서 첫 과목으로 심경을 강의한다니 약간 실망의 눈빛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반야심경’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그랬다. 사실 경전의 기본적인 구조들을 이해하려 하다 보니 짧은 ‘반야심경’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시작한 것이다.강의를 준비하면서 심경을 나름대로 열심히 학습하면서 깜짝 놀랐다. ‘반야심경’ 한역 번역본도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해설서는 웬만한 스님들은 모두 한 권씩 쓰신 것 같이 많다. 너무 많은 해설서로 인해 진정한 백미를 찾아내 익히기가 힘
얼마 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으로 노인복지관 최고관리자 역량강화 연수를 다녀왔다. 많은 복지관의 관장님들이 변화하는 노인복지정책에 관한 열띤 토론을 펼친 알찬 시간들이었다. 서울의 바쁜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 한국문화연수원과 마곡사에서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산사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힐링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도 할 수 있었다. 늘 바쁘게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은 이런 산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하여 이리 바쁘게 사는 것, 정작 중요한 것, 바쁜 것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숨 가쁘게 달리기만 있는 것은 아닌가 뒤돌아본다. 평소에
수계식을 앞두고, 어느 신도님이 보시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얼마나 하면 되는지 물어보십니다. 큰 행사라 여러모로 걱정되어 마음을 낸 것일 겁니다. 고마운 마음을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망설이며 바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절에 맞는 보시가 아니라, 신도님이 기쁜 마음으로 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얼마일까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마음에 딱 맞는 보시가 아니라면,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은 대로 또 다른 번뇌가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결국 ‘마음이 중요하니 어떤 것이든, 얼마든 기쁜 마음으로 하시라’고 나름 가장 적절한
누구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고난과 시련에 힘이 들고 지칠 때,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그런 자기 자신에 대해 초라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그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상황이 힘들고 혼란이 가중될수록 마음 깊숙이 들어가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전보다 더 성숙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미국의 대표적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타라 브랙은 ‘자기 돌봄’에서 다음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