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부터 15일까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에서 제7회 세계전통종교인 대회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는 조계종이 유일하게 공식 초청되었고 필자는 국제교류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세계전통 종교인대회는 2001년 뉴욕 9·11테러 이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의 제안으로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 세계평화를 증진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의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년마다 한 번씩 카자흐스탄에서 개최하는 대회이다. 이번에 열린 제7차 종교인대회에는 한국, 몽골, 베트
근래에 나는 직접선거와 간접선거를 모두 경험했다. 직접선거는 비구니회장 선출선거였고, 간접선거는 비구니종회의원 선거였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선거가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와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반가운 소식은 새로 당선된 진우 스님이 비구니계를 방문해 비구니스님들이 당면한 현안문제에 관심을 갖고 경청했다는 것이다. 비구니의 한사람으로 종단과 비구니계가 긴밀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고심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음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례적인 방문과 지지로만 끝나지 말고
서울시가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의 역사물길에 조선불교 중흥조 보우 스님의 죽음을 ‘처벌’로, 김대건 신부의 죽음은 ‘순교’로 편향 기술하고 주요 유적지·관광지마다 가톨릭 성지 간판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소문 역사공원까지 가톨릭 신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한국 천주교의 어두운 역사’에 관한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임계점이라는 말이 있다.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상(相) 변화를 할 때 저온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온도와 압력’을 뜻하
조선불교 중흥을 이끈 허응 보우 스님의 순교를 ‘처벌’로 인식하게 하는 왜곡된 역사관이 광화문광장에 이어 ‘서소문 역사공원’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가톨릭이 운영하는 역사박물관 상설전시관 불교 섹션에 첫 번째로 전시된 건 율곡 이이의 ‘율곡집’이다. 수많은 불서를 놔두고 굳이 조선시대 대표 척불론자가 쓴 ‘율곡집’을 내세운 이유가 궁금한데 전시 안내판에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서소문 역사박물관 측은 당대 최고 선지식 보우 스님을 요승으로 폄훼하는 내용이 담긴 ‘논요승보우소(論妖僧普雨疏·요망스러운 보우를 논박하는 상소문)’
최근 법보신문이 제기한 가톨릭의 무분별한 역사유적지 확대에 대한 우려의 기사들을 보면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이 가톨릭 국가였나” “서울시, 로마 ‘바티칸 시티’ 조성하려는가?” “박해·순교 역사에만 매달리는 ‘회상 종교’ 벗어나야” 등 다소 분노가 서린 기사들이 불교계의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공공의 장소를 한 종교 일변도의 성지로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톨릭 내부는 물론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지지 못한 위정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한반도에 불교
‘가톨릭 서울 순례길’ 코스의 하나인 광화문광장에 대한 교계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광화문광장 가톨릭 성지화’를 위해 불교 역사까지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역사물길 연표석’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선 중기 불교 중흥을 이끈 허응 보우 스님이 주석했던 봉은사는 “서울시의 조선 불교사 폄훼와 조선의 역사 왜곡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대한불교청년회(이하 대불청)는 “대한민국 유구한 역사 문화가 담긴 공간을 특정 종교의 시설물로 채우는 일은 공공 역사를 독점하는 편협한 행위”라고 했다. 조계종 제37대 총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오늘날 환경운동과 현대과학, 채식과 비거니즘은 화엄불교의 인드라망과 맞닿아있다. 인드라망은 우주만물의 상호연결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다. 우주는 다면체의 빛나는 보석들이 이루는 거대한 그물망이며 보석 하나하나는 다각의 거울 역할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각각의 보석은 독립된 실재다. 그러나 보석 하나하나를 바라볼 때 우리는 다른 보석들의 반사만을 보게 되고 다른 보석들도 또 다른 보석
2020년 수십 년 만에 민간정부가 들어섰던 미얀마에서 1년 만에 쿠데타로 군부가 다시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국민들이 다시 고통을 겪게 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젊은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군부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뒤 이토록 오래도록 국민들이 저항을 계속하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드문 일일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잘못된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적마다 놀랄 뿐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
드디어 법회가 재개됐다는 말을 듣고 집 인근 군법당에 처음 가던 날, 위병소에서 법당 위치를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위병소를 지나 몇 번을 물은 끝에 “저쪽 끝으로 가면 큰 종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법당인 것 같다”는 한 병사의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병사들이 종교행사를 간 적이 없다보니 위치를 모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우려를 저버리지 않고, 법회에는 3명의 간부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병은 군종병 3명이 전부였다. 법회 시간이 되자 앳된 모습의 법사가 자리에 올라 삼배를 올리고 목탁을 잡았다. 사실
‘서울 가톨릭 성지화’는 일반 상식의 선을 넘었다. ‘광화문‧서소문 가톨릭 성지화’ ‘서울 일대 가톨릭 성지 명명 간판 설치’ ‘광화문 역사물길 왜곡’ 등 일련의 사업들은 특정 종교편향을 넘어 기존의 문화와 역사까지도 비틀고 묻어 버리는 ‘역사‧문화 왜곡’이기 때문이다.가톨릭과 지자체의 ‘긴밀한 연대’ 속 성지화 사업은 2014년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이 내한했을 때부터 노골적으로 추진됐다.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은 서울 서소문과 서산 해미읍성을 찾아 그곳에서 처형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서울시가 국비‧시비‧구비 596억원을
지속가능성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소피아의 회복이 요구된다. 우리 안의 마고할미라 할 수 있는 소피아(Sophia)는 인간 본성의 신성한 여성성을 뜻하는 단어로 양육하고 돌보고 배려하는 사람의 본성을 일컫는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양육과 풍요의 여신이었고 인간 내면의 여성적 힘 또는 지혜를 상징한다. 철학(Philosophy)이란 단어 PhiloㅡSophia는 ‘소피아에 대한 사랑’이란 뜻이다. 동물을 학대하고 죽여 먹는 육식 행위는 소피아를 억압하며 인간의 지성과 창의성 발현을 근본적으로 막는다. 인간, 동물, 사회 등 모든 살아있
대한불교조계종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그렇기에 조계종의 위상은 그대로 한국불교의 위상과 연결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수승하다 한들, 현실의 불교 위상이 떨어지면 그 가르침의 가치 또한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있어서 우리 불교가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종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그것은 바로 조계종을 비롯한 현실 불교 종단의 위상이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말해주며, 그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조계종 종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자들이 조계종의 행보에 관심을 집
지구촌의 엄청난 환경재앙을 목도하면서 진정한 화합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부처님 가르침에 육화경법(六和敬法)이 있다. 여섯 가지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다. 굳이 부처님 가르침을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성현은 가르침을 통해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이해와 화합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화합은 동일한 종류를 묶어 서로 비비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질적인 것이 함께 섞여 보다 나은 무언가를 이루어 내게 하는 힘이다.부처님의 육화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 업과 계율, 견해, 이익 앞에서 서로 분열하기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진우 스님이 당선됐다. 이로써 진우 스님은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후 최초의 무투표 당선 총무원장으로 한국 불교사에 기록됐다. 역대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진우 스님이 단일후보로 확정된 건 ‘청정 선거’를 치르자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횡행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 즉 ‘괴문서 사건’은 갈등을 심화시켰고, 금권선거 의혹은 세인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했다. 24개 교구본사 주지는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단일후보로 추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앙종회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막 지났다. 예부터 처서에는 왱왱대던 모기의 입이 돌아가고, 쑥쑥 자라던 풀도 갑자기 성장하기를 멈춘다고 했다. 갑자기 서늘해진 기운에 모기와 풀도 깜짝 놀란다는 비유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날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거짓말처럼 체감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가까이 있던 하늘도 저만큼 높아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깨닫는다. 절기(節氣)의 법문은 이렇게 미묘하기만 하다. 꼬박 보름 동안 집수리에 매달렸다. 하필이면 가장 더울 때였다. 낯선 사람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집안 곳곳을
지난 8월1일,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제안 Top10을 선정하여 국정에 반영하려 했으나, ‘어뷰징’ 때문에 우수 제안을 고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에서는 주로 중복투표, 해외IP 등 부정행위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어뷰징’이 어떤 단어인지 유추가 어려워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가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는 필자가 아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단어의 뜻과 철자는 알았지만, 발음을 몰랐던 것이다. 어뷰징의 기본형은 ‘abuse[어뷰즈]’로, 부정의 접두어 ‘ab-’와 사용하다의 ‘use’가 합쳐져 ‘잘못 사용하다’는 뜻이다.
불교사회연구소가 ‘다종교 현상과 종교 공존’ ‘세계 공공성지 운영의 현황과 검토’ 주제의 학술대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가톨릭 서산 해미읍성 성지화, 가톨릭 서울 서소문 성지화, 신안 1004섬 개신교 성지화, 광주 천진암 가톨릭 성지 순례길 등의 사업 추진으로 불거진 갈등 원인을 짚고 그에 따른 해법을 모색한 자리였다. 특히 다양한 종교의 역사문화가 중층적으로 배어 있는 공간을 특정 종교의 ‘성지’로 확정‧추진하는 무리한 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 의미 깊었다. 이것은 ‘사회적 약속’이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이
광화문 광장이 근 2년 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사를 끝내고 8월6일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돌아왔다. 그곳에 가면 조선조의 혹독했던 불교탄압의 집단광기와 함께 아직도 진행 중인 이 땅의 불교 차별 잔혹사를 침묵으로 증언하는 연표석을 확인할 수 있다.정부서울청사 정문 부근의 옛날 육조거리 ‘예조(禮曹)터’에서 시작, 북에서 남쪽방향으로 물길이 흐르도록 조성된 ‘역사의 물길’에는 1392년 태조즉위(조선건국)로 시작해서 올해까지 꼭 630년 동안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사건을 새긴 연표석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곳을 둘러보며 참담함을 갖지
국립중앙박물관이 9월3·4일 관내 극장 ‘용’에서 반가사유상을 소재로 한 ‘사유의 길’ 공연을 개최한다. 국립무용단에서 훈련장으로 활동하는 무용수 장윤나가 주인공 자아 역을 맡는다. ‘소유’ ‘멈춤’ ‘비움’ 3막으로 구성된 ‘반가사유상의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브랜드 전시 ‘사유의 방’이 전하는 감성을 무용이라는 장르로 확장해 고요와 침잠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무대다.한국의 대표 브랜드 ‘반가사유상’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유목사회 또는 농경사회라 하듯 삶의 전제에 수반되는 음식선택은 심리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인간의 문화적 심리 형태를 분석할 때 대상이 동물이냐 식물이냐는 인간 집단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는 하부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음식을 선택하고 대하는 인식과 태도에 있어 ‘풍요냐 결핍이냐’는 삶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전제와도 직결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믿음과 현재의 정치 경제의 잘못된 점에 대응하는 방식에도 결정적이기 때문이다.만약 삶이 정글이라면 실제 정글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