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1932~2010)은 무소유의 삶을 보여준 청빈의 수행자였다. 쇠에서 생긴 녹이 그 쇠를 갉아먹듯 절제되지 않은 욕망이 자신과 남의 삶까지 갉아먹는 세상에서 스님은 소유가 행복일 수 없음을 글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소설 법정:아름다운 날들’(전 2권)은 ‘십우도’ ‘탄트라’ ‘관상’ 등 소설로 유명한 백금남 작가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되살려낸 법정 스님의 일대기다. 작가는 법정 스님이 1960~70년대 썼던 시와 산문 등 23편의 등단작품과 초기작품들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법정 스님이 ‘소소산방’이라는 필명으로 투고
‘삶의 상처를 가장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길어 올리는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재진 시인의 에세이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청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인은 어느새 첫 개인전을 열어 ‘삶을 위로하는 그림’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책은 시인이 쓰고 그린 134편의 글과 45점의 그림을 섬세하게 담아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저자는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작가세계’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40년간 글을 썼다. 이력에서 불교와의 교차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는
계와 율은 수행의 지침이다. 단박에 깨치고자 참선수행을 강조하는 선종에서 계율 없는 깨달음은 어불성설이다. 옭아매고 금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이다. 차도에 중앙분리선이 없다면 충돌사고가 나듯이 넘지 말아야 할 한계, 오고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렇기에 계율은 실천의 영역이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천해야 할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라는 의문은 ‘올바르게 알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으로 곧잘 이어진다. 이 책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계율에 대
[1665호 / 2023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금강경’은 예나 지금이나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이다. 조계종과 태고종 등 많은 종단에서 근본으로 삼는 ‘소의경전(所依經典)’이며, 가장 널리 독송되는 불교경전이기도 하다. ‘금강경’은 여느 경전과 달리 스님과 불교학자만 해설서를 쓰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안목으로 경전을 풀어낸다. 시인, 소설가, 과학자, 법률가, 사회활동가, 투자가, 예술가, 의사, 방송PD 심지어는 기독교 성직자까지도 해설서를 펴냈다. ‘금강경’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열린 구조의 경전이라는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럼
석가모니 부처님은 중생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중생들의 근기를 살펴 그에 맞게 대화했기에 이를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불교는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속에서 탄생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는 부처님의 당시와 많이 다르다. 세월이 무게가 더해지면서 부처님 당시의 모습이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리고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불교는 굉장히 완고해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점차 믿음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무거운 종교적인 의례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활발발한 대화나 논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이 책은 미국 홍창성
기원전 1만5000년에 그려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태극기에 사용된 태극과 팔괘. 기원전 1600년경부터 등장한 중국 은나라와 주나라의 상상 속 동물 도철, 그리고 신라와 가야의 금관에 장식된 곡옥. 신라의 처용도와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의 로고.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징과 기원이다. 구석기시대 동물벽화에서부터 오늘날 대기업의 로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바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왔다. 이는 특히 동아시아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그림이나 문자, 도형 등 시각화된 기원과 상징의
‘대승기신론’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두 가지 방법, 곧 두 가지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참선, 다른 하나는 염불이다. 이 책은 산재해 있는 역사 기록을 토대로 염불, 즉 정토수행을 통해 극락에 갔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여기에 저자의 해석을 덧붙여 ‘극락에 갔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수록했다. 그 인원이 모두 100명.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49명, 일제강점기 이후 현재까지 51명을 각각 묶어 두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2022년 8월 간행한 ‘한국왕생전’의 증보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경운동사 최초의 총체적 사상가로 평가받는 슈마허의 역작. 1973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성장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큰 충격을 주어 단숨에 시대의 문제작이 됐다. 모두가 자본주의 문명의 화려한 경관과 물질적 풍요를 동경할 때 그에 반기를 들며 ‘작고 소박한 것’의 가치를 역설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이상이 생명을 배제하는 시대, 거대주의와 물질주의가 횡행하는 한 인류는 슈마허의 통찰을 계속 필요로 할 것이다. E.F.슈마허, 문예출판사, 1만8000원.[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
‘삼국사기’ ‘삼국유사’의 영웅들이 소설로 탄생됐다. 삼국시대 가장 처절했던 전쟁을 겪었던 난세의 명장들과 왕들의 지략과 권모술수,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고승들의 지혜의 목소리가 소설 속에 가득 담겨 있다. 치열했던 인생과 사랑, 삶의 사슬들이 간결하면서도 빠른 전개와 아름다운 문체로 재미있게 쓰여진 소설이다. 현대의 한국인들에게 조상들 지혜와 용기를 배우며 선조들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서사적 소설이다. 임창석 지음, 아시아북스, 1만6500원.[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증오’, 유대인 문제를 통해 차별과 혐오, 타자화의 논리와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고발하는 책. 이 책은 추방, 유배, 이산, 귀환 등으로 요약되는 ‘유대인 신화’는 서구의 기독교 세계가 유대인이란 ‘타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음을 조목조목 밝힌다. 또한 기독교 세계의 소수자로 살아가던 유대인들이 박해를 피해 ‘유대 국가’를 세웠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을 낳았음을 지적한다. 정의길 지음, 한겨레출판, 2만4000원.[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
충북 음성에서 농사짓고 글도 짓는, 30대 작가 지망생의 일기장 같은 책. 계절이 바뀌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알싸함을 느끼게 한다. 쓰러진 고추를 세우고 말뚝에 줄을 감아 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추슬러지는 것 같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 간다고. 그 옆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와 산책을 재촉하는 강아지가 책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남설희 지음, 아무책방, 1만4000원.[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2022년 한 해 출간된 불서는 모두 383종이며 분야별로는 법어, 에세이, 신행 등을 다룬 불교문학 부문의 책이 132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불서총판운주사가 집계한 2022년 불교도서 신간 목록에 따르면 불교문학 부문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출간된 불서는 경전 부문으로 올해 88종이 새롭게 선보였다. 명상·마음챙김·선어록 등 수행 분야 책이 61종, 학술·인문 분야가 50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개론·교리 등 불교입문 분야에서 18종, 건축·사진·미술 등 불교예술 분야에서 12종, 의식과 티베트불교 관련 서적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쉽지 않다. 부처님의 법문도 많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전의 양도, 종류도 넘사벽이다. 내용도 어렵다. 중관과 유식과 같은 대승불교 가르침의 난해함에 들어서면 어지간한 지적능력으로는 이해조차 어렵다. 거기다가 다른 종교처럼 믿고 따르면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이 알아서 구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배우고 스스로 익혀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성불이든 해탈이든 가능하다. 이렇게 어렵다보니 일찌감치 경전과 담을 쌓고 기도와 보시, 참선과 같은 실천으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다른 종교의 신
불교영화의 역사와 특징을 조명하고 기획, 제작, 배급의 전 과정을 현 시점에서 기록했다. 꾸준히 축적돼 온 불교영화 자산을 바탕으로 현대 불교영화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독립영화 감독이기도한 저자는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불교 영화의 현실을 가감 없이 수록했다. 영화를 통한 소통으로 불교가 현대사회와 교류, 호응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구담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미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영화기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립영화 ‘두 번째 화살’(2018), ‘불타는 다이어트’(2019), ‘크리스마스의 제사’(2
14년간 동안 선(禪)을 수행하고 1996년부터 구도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손꼽히는 서구의 수행 지도자다. 선 수행을 통해 얻은 통찰과 특유의 간결한 가르침은 깨달음, 혹은 늘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이들에게 선명한 길을 보여준다.30가지의 주제와 각각에 제시돼 있는 실습 방법은 안내에 따라 하나씩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본성, 나에 대한 이해, 머무르기, 모든 존재의 연결성, 무아 등 관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기 보다는 실습을 통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수행은 시나브로 깊어진다.
사람들이 감정이나 생각, 의지를 표현할 때 그 중심에는 ‘마음’이 있다.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안 좋다.” “마음을 잘 다스려라.” “마음을 독하게 먹어라.” “마음먹기 달렸다.” 우리는 눈과 귀, 코, 혀, 몸으로 사물을 지각하고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동일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받아들이거나 괴롭게 만드는 건 결국 ‘마음’이다.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기쁨과 행복,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분노, 혐오, 슬픔,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을 만드는 것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