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도 불교 사원에서 유래하였던 병원제도가 동아시아 사회로 전파되어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살펴보았다. 스리랑카의 마하반사 연대기(Mahavansa chronicle)에 따르면, 기원전 4세기경 판두카바야(Pandukabhaya) 왕이 맹인을 위한 시설과 병원을 건설하였다고 한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맹인이나 사지가 불편한 사람, 그리고 출산을 위한 병원들이 건립되었다는 연대기 기록들이 남아있다. 인도와 스리랑카 불교 사원에서 병자를 위하여 시작한 이래 실크로드를 타고 육로와 뱃길을 통해 동과 서로 전파된 것이 병원 제도로 파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가 1929년에 그린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그림이 있다. 이것은 담배 파이프를 그린 단순한 그림이지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한 마디를 기입하면서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여기서 마그리트는 그림과 사물을 혼동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을 풍자하고 있다. 파이프 그림으로 담배를 피울 수는 없지 않은가?요즘 들어 “이것은 종교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카이스트의 명상과학연구소를 두고 과학이 불교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표출된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한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스치고 지나간다. 특히 사는 곳이 도심이거나 직장이 시내에 위치한 경우 아마도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매일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길거리에서 본 사람들 가운데 저녁에 집에 들어와 가만히 하루를 회상해 보면 내 마음 안에 기억나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은 몇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왜 그러한지를 살펴보면 그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갔지만 내가 그 사람들을 특별히 분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우리가 지나치는 그
아주 오래전 충무로 전철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청년이 나를 붙잡고는 “내 조상들이 나를 씨종자로 삼아 안타까운 원을 실현하려 한다”고 간절히 호소하였다. 나도 모르는 나의 운명적 의무 같은 것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그를 따라갔다가 결국 엉뚱한 이야기만 듣게 되었다. 그는 나의 전생과 현생에 걸친 거창한 목표, 이 우주의 놀라운 미래를 이야기했고, 또 종말과 구원의 필연성을 믿게끔 의도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나의 관심사는 내 인생에 과연 어떠한 의무가 지워져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 감사일기’라는 책을 낸 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책 소개와 함께 감사일기란 무엇인지,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100일간 감사일기와 분노일기를 쓰면서 지금 여기서 감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책 내용의 핵심이다. 몇 년간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한 마음을 알아차리며 살고 있지만 아상을 내세우며 감사한 마음을 놓치는 나를 늘 발견하고 더욱 겸손해진다.이미 있는 그대로 완전함을 깨닫고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추가하는 것은 사족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내년 종단개혁 3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총무·교육·포교원의 3원 체계를 비롯해 산하기관 등 1994년 이후 정착된 중앙종무기관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진우 스님은 6월22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불기 2567(2023)년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산하기관 상평하계 및 제37대 핵심주요 종책과제 이행 점검 워크숍’에서 “2024년 종단개혁 30주년을 맞아 전면적인 중앙종무기관 조직개편을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스님은 “우리 종단은 1
‘八公山銀海寺(팔공산은해사)!’ 은해사 사천왕문의 편액이 길손들을 맞는다. 땅에서 ‘툭’, 한 번의 날갯짓으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학의 자태를 닮은 듯한 아주 독특한 서체. 한눈에 보아도 동곡일타(東谷日陀·1929∼1999) 스님의 글씨다. 짙은 안개 드리워지거나, 구름이 피어오르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여 은해사(銀海寺)라 했는데, 신라의 진표 율사도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라며 감탄했다. 절 마당으로 이끄는 누문(樓門) 보화루(寶華樓)의 편액은 추사가 썼다. 그의 묵향을
비교종교학자였던 트레버 링(Trevor Ling)은 저서 ‘붓다, 마르크스, 그리고 신(Buddha, Marx, and God)’에서 초기불교가 비사회적이라는 평판은 현실적인 삶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기독교적 은자의 생활양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불교도들은 일찍부터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했다. 그는 재가와 승가의 접촉이 ‘윤리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들’을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버마 불교의 사례를 든다. 그의 눈에 버마는 불교가 “반드시 섬(insular)처럼 고립되거나 개인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룬 뒤,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기 시작한 이래 불교는 도시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인도의 전통 종교인 브라만교(婆羅門敎)는 주로 농촌에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 불교는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 나갔다.붓다 시대의 고대 인도는 16대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 2대 강국은 마가다(Magadha)와 꼬살라(Kosala)였다. 부처님은 주로 열여섯 나라의 수도와 중요한 도시를 왕래하면서 그의 가르침을 펼쳤다. 붓다 시대의 6대 도시는 마가다국의 수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 체계가 성경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주장한 가운데 교계 출·재가단체장들의 거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광 스님을 비롯한 재가불자들은 대통령의 이례적이고 선 넘는 발언을 지적하며 “심각한 종교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 개탄했다.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광 스님과 김영석 조계종 포교사단장,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장정화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회장은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
이규항 전 KBS 아나운서실장(84)이 5월3일 법보신문에 ‘봉은사 추사의 절필 판전은 붓으로 쓰지 않으셨다’ 제하의 기고를 보내왔다. 1961년 KBS에 입사해 35년간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씨름·야구 중계 전문 캐스터로 활약한 이 전 아나운서실장은 퇴직 후 30년간 불교경전과 수행에 몰두해 ‘0의 행복-붓다는 인생을 발견한 콜럼버스’(2010) ‘부처님의 밥맛-이규항의 0의 행복론’(2018)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1969년 가을 프랑스에서 학위를 마치고 지기(知己)인 지섭(池涉)이 귀국했다. 서화에 관심이 많은 지 박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불교성지를 걸어서 참배할 수 있는 특별한 성지순례의 기회가 재가불자들에게도 열린다. 43일간 1167km를 직접 걸었던 상월결사 인도순례 소식을 접하며 일부 성지라도 직접 걸어 순례하기를 발원했던 불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인도성지순례의 1세대 여행사’로 손꼽히는 마음여행실크로드여행사(대표 이상원. 이하 실크로드여행사)가 ‘인도 8대 성지와 함께하는 특별한 체험-보드가야~영축산 ‘전법의 길’ 도보순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처님의 향훈이 짙게 배어있는 인도불교 8대 성지를 15일간 모두 순례하는
지금까지 의상이 당에 유학하여 종남산 지상사에 머무는 10여년 동안 화엄종 뿐만 아니라 지론종·계율종·삼계교 등 수·당대 여러 종파의 승려들과도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았음을 추정하여 보았다. 본고에서 이러한 사실들에 지나치리만큼 많은 분량의 지면을 할애한 것은 그 동안 화엄종 지엄의 영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불교사학계에서의 편협한 이해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였다. 그런데 불교사학계 일각에서는 의상이 지론종·계율종·삼계교 등의 불교를 접하게 된 것은 당에 유학하기 이전에 이미 국내에서 수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
두 차례에 걸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 이하 종교편향 특위)가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면담을 요청키로 했다.종교편향 특위는 4월1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성경과 헌법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이 결의했다.윤 대통령은 기독탄신일과 부활절에 교회를 찾아 헌법 근간이 성경에 있음을 두 차례나 언급했다. 2022년 12월25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법
이시 수보리 문설시경 심해의취 체루비읍 이백불언 희유 세존 불설 여시심심경전(爾時 須菩提 聞說是經 深解義趣 涕淚悲泣 而白佛言. 希有 世尊. 佛說 如是甚深經典) 아종석래 소득혜안 미증득문 여시지경(我從昔來 所得慧眼 未曾得聞 如是之經) 이때에 수보리가 이 경에 대한 말씀을 듣고 그 깊은 뜻을 잘 이해하고 흐느껴 울면서, 부처님께 사뢰옵기를,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렇게 심히 깊은 경전을 설하시는데 제가 예로부터 쫓아오면서 얻은 지혜의 눈으로는 일찍이 이와 같은 경을 얻어 듣지 못하였습니다.”부처님께서 ‘금강경’을 설하
상월결사는 3월14일 네팔 룸비니에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탄생지 기도법회’에서 ‘108 원력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상월결사는 이날 배탈과 감기 등으로 중단했던 순례단의 108배를 재개하며 처음으로 108 원력문을 공개, 이를 활용해 진행했다. 108 원력문은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해 체계를 갖추고, 쉬운 우리말로 작성됐다. “상월결사는 물론 108배를 하는 모든 불자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회주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작성됐다.인도순례 중 회주 자승 스님은 “108배를 참회의 내용보다 원력과 신심으로 모으는 내용으
3월 풍류 빛 거둬둘 곳이 없어버들가지 끝으로 일시에 흩어지네.애석히도 봄바람 얼굴은 볼 수 없고흐르는 물 쫓아가는 붉은 꽃잎만 보네.三月韶光沒處收(삼월소광몰처수)一時散在柳梢頭(일시산재류초두)可憐不見春風面(가련불견춘풍면)却看殘紅逐水流(각간잔홍축수류)-대혜종고(大慧宗杲, 1088~1163)3월 햇빛을 ‘풍류 빛’이라 하고, 그 풍류 빛을 ‘거둬둘(모아둘) 곳이 없어’ ‘버들가지 끝에서 일시에 흩어’진다니, 과연 종고는 종고다. 평생을 간화선에 몰두한 종고의 어느 가슴에 이런 풍류의 춘정(春情)이 숨어 있어 춘심(春心)을 뱉어냈을까.
“옛말에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인연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겠지만 포교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수동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고 불교를 알려야죠. 그게 불교와의 인연을 맺어주는 포교 아니겠습니까.”경남 함안 동광사 주지 덕운 스님이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스님은 “불교계가 바른 가르침이라는 테두리에 벗어나지 않되 사람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계단을 낮춰야 한다”며 “스님과 불자들이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일반인들이
고려와 조선의 조정(朝廷)에는 관리들이 차를 마시는 시간인 ‘다시제도(茶時制度)’가 있었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티타임 제도인데 중대사를 처리하기 전에 차를 마시는 시간을 의례화, 정례화한 것이다. 왕도 죄인에게 중형을 내리는 ‘중형주대의(重刑奏對儀)’에 임할 때 먼저 다방(茶房)에서 올리는 차를 마시고 신하들도 함께 마시게 했다. 이러한 제도는 공무에 임하기 전 다례(茶禮)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하여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라는 의도의 티타임 제도이었다.특히 사헌부(司憲府) 관리들의 업무 시작 전에 ‘음다(飮茶)’는
전주지역 ‘교회 순방’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를 지적하는 스님들을 향해 ”종교(불교)가 그러면 안된다“ “장소(사찰)를 (얘기해) 달라”라는 둥 적반하장식의 궤변과 무례함으로 일관했다. 면담 내내 공직자로서 종교편향행위를 자각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불교계를 마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떼쓰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듯한 태도여서 불교계의 공분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우범기 전주시장은 2월17일 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 사부대중과 면담을 가졌다. 우 시장은 불교계의 거듭된 면담요구를 묵살하다 불교계가 우 시장의 종교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