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면서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소중한 불교 보물들을 전시하였다. 그 많은 유물들 가운데 불화를 전공하는 필자가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화엄경’의 내용 가운데 정수만을 간추려 요점 정리하듯 그린 ‘화엄경변상도’이다. 1770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미타회(彌陀會)라는 불교결사단체가 발원하여 무등산 안심사에서 화련 스님을 비롯한 12명 화승들의 참여로 제작이 되었고 그림이 완성된 이후 송광사로 옮겨와 소장되고 있다.화엄종사 활동사찰 중심으로18세기~19세기 많이 그려져화엄사상 고취 시대상
불교에서 새 세상을 열어줄 구원자로 알려진 미륵의 산스크리트어 마이트레야(Maitreya)는 미트라에서 유래한다.미륵은 미래 세상에 올 부처님남녀 모두 선업인연으로 탄생변상도에는 미륵이 내려올 때나타나는 현상들 압축 표현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에 대한 기대는 하늘과 땅이 생기고 인간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피통치자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삶이 팍팍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들을 구원해줄 미륵부처를 기다렸기에 미륵신앙은 정치적으로 이용된 예가 많다. 견훤은 금산사의 미륵불이 바로 자신이며
신록의 오월, 창취한 유월이라는 말처럼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계절 하루가 다르게 창밖의 풍경은 녹음이 점점 짙어간다. 얼마 전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왕실발원불화인 ‘극락구품도’를 보면서 파주에 있는 보광사 대웅보전 벽면에 그려져 있던 연화화생도가 생각났다. 보광사 대웅보전의 외부 측면에는 널판을 끼워 맞춘 판벽에 벽화가 빽빽이 그려져 있다. 19세기 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들 가운데 연꽃이 핀 못의 풍경을 묘사한 장면은 아기자기한 구성에 불보살님도 볼 살이 통통한 아기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 보광사 판화 가운데 대중적인
그 옛날 우리들에게로 오셨던 부처님의 탄생장면은 불화로 그려진 팔상도에서 살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일생을 살필 수 있는 불화는 8장면으로 구성된 팔상도를 떠올리지만 부처의 일생을 표현한 도상에는 도를 깨닫는 장면과 열반에 드시는 2장면만을 다룬 것에서부터 여기에 탄생과 초전법륜 장면이 더해 4장면으로 구성된 것도 있고 9장면과 10장면으로 나눠진 것도 있어 표현방식에 다양함이 있다. 주로 소승불교를 믿는 남방불교권의 불전문학에서는 4가지 장면으로 표현되는 방식이 선호되었지만 북방불교권의 대승불교 불전문학에서는 이것이 더욱
어디선가 바람이 꽃 내음과 함께 살랑이며 불어오더니 고요한 수면에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고 건너간다. 겨우내 오가며 물이 꽁꽁 언 연못을 보고 물고기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떼 지어 다니는 새끼 물고기들이 봄맞이를 하고 있다. 미술품으로 모습을 나타낸 물고기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한 번에 수많은 알을 산란하여 종족을 퍼트리기에 다산하여 자손이 번창되라는 뜻이 있고, 눈을 뜨고 밤을 지새우는 습성 때문에 문이나 가구의 잠금 장식으로도 애용된다. 한자로 궁궐과 음이 같은 쏘가리(?, 궐)는 대궐에 들어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물은 필수적이다. ‘먹는 샘물’이라고 불리는 생수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마시는 물을 의미한다. 필자도 수돗물에 볶은 보리나 옥수수를 넣어 차를 끓여 마셨던 시절은 이제 생각도 잘 나지 않고 목이 마르면 당연히 정수기에서 물을 찾고 생수병을 들고 목을 적신다. 물론 우리네 정서 속에는 대동강 물을 팔았다던 봉이 김선달이란 어르신도 계시지만 그건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 알프스 눈 녹은 물을 돈 주고 사먹는 시절이 올 줄 누가 알았으리요.조선시대 수륙재 큰 재화 필요불단 등 포함한 감로왕도 그려서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체온으로 느끼는 봄은 아직 먼데 마음은 벌써 백화가 만발하다.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을 느끼고 싶어 나는 무작정 길을 나섰다. 발길 닿는 데로 봄을 찾아 나선 여행이지만 필자의 삶과 불교미술이 맺고 있는 가늘고 긴 인연 때문에 산사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천왕문을 지나 금당의 부처님도 뵙고 법당의 보살님도 만나며 이리 저리 전각들을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발길이 멈춘 곳이 명부전이다.현왕도·시왕도 지옥 장면 묘사섬뜩
얼마 전 신문에 관세음보살을 그린 고려불화 1점이 이탈리아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보았다. 고려는 불교가 융성하였던 시대였으니 분명 불보살님을 그림으로 그린 불화도 다량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강산이 변하고 사회지배 이념이 달라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현재 남겨진 고려불화의 수량은 겨우 160여점에 지나지 않기에 머나먼 이국땅의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이지만 그 존재가 반가운 것이다.바탕천은 1폭으로 이뤄진 비단색감 안료도 모두 천연 광물성엄청난 재물 소용된 귀한 물건심미 아름다
입춘이 지났지만 꽃샘추위가 매서운 이즈음이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는 노래가 심심하지 않게 들리는 졸업의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졸업하면 이별하는 슬픔에 너무 깊이 몰입할까 심려하여 추위로 슬픔을 잊게 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의 졸업식은 언제나 추웠다.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마음은 이별의 슬픔에 젖기보다는 온통 빨리 의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선승이 가사·발우·불자와 함께공부 완성 의미로 받는 졸업장종파 내 유대관계 증명키 위해여러 부 제작하여 배포
우리나라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깨비는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그렇다고 서양 동화에 나오는 요정은 더더욱 아닌 뭐라 꼭 집어 설명하기 곤란한 전설에 나오는 잡신 가운데 하나였다. 터무니없고 까닭 없는 일을 도깨비장난이라 하는 걸 보면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는 허무맹랑한 캐릭터에, 불로 혹은 빗자루로 변하는 걸 보면 둔갑술도 꽤 하셨나 보다. 세상이 변하면서 우리네 삶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던 도깨비가 요즈음 핫한 드라마를 통해 다시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죽음으로 인도하는 무서운
겨울이 짙어가는 이 시기 우리네 마음속엔 벌써 봄을 기다리지만 시절이 하수상 하니 봄이 올동말동할 것만 같다. 불어오는 차가운 산바람은 세상의 속진(俗塵)을 모두 털어낼 만큼 매섭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찾아간 겨울의 산사는 세상 번뇌와는 무관한 듯 고즈넉하기만 하다. 한겨울 눈바람에 발끝이 시리고 행여 바람이 들까 연신 옷깃을 여미는 이 계절에 부처님에게로 향하는 문의 창살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다. 내가 서 있는 문 밖과 부처님이 계시는 문 안을 속(俗)과 성(聖)으로 구분이라도 짓듯 법당의 문창살에는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정말 다사다난이란 말이 딱 맞았던 한 해가 가고 정유년 새해가 왔다. 새로운 한 해 모든 일이 형통하길 바라는 마음에 만나면 첫인사로 서로 덕담을 건네는데 가장 일반적인 내용은 한마디로 ‘건강히 오래오래 장수무병하시고 부자 되셔서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것이다. 사찰에서도 일반 가정집과 같이 ‘통알’이라는 신년하례인사를 하며 한 해 평안하고 건강하게 보내자는 첫출발의 마음을 다잡는다. 사실 덕담으로 건네는 부자 되고, 오래 살고, 복 많이 받으란 말들은 속세의 탐진치 삼독에 걸리는 물질과 욕심에 기인하는 말들이다. 필자도 납의(衲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