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심 선사와 청량명 선사가 함께 어부 그물에서 잉어가 한 마리 뛰어 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봉선심 선사가 말했다.“명(明) 형이여. 날쌔군요. 마치 납승과 같습니다.” 청량명 선사가 답했다.“그렇지만 애초 그물에 걸리지 않은 것만 하겠습니까?” 봉선심 선사가 다시 말했다“그대는 깨달음이 모자랍니다.”이 말을 들은 청량명 선사는 밤에 비로소 깨달았다. ※ 날쌔군요.(俊哉): 방편의 그물을 빌리되 빌리지 않기 때문.※ “그렇지만 애초 그물에…”: 본분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수(修) 산주(山主)가 한 스님에게 물었다.“어디서 왔는가?”“취암에서 왔습니다.”“취암이 무엇이라 하던가?”“‘문 밖에 나서면 미륵을 만나고 문 안에 들어서면 석가를 본다’했습니다.”“그리 말해서 되겠는가? 문을 나서면 누구를 만나며, 문에 들어서면 무엇을 보겠는가?”이에 그 스님이 깨달았다. ※‘문 밖에 나서면 미륵을 만나고…’: 찰나찰나 석가가 세상에 나오시고 걸음걸음에 미륵이 하생하시니 어디서인들 만나지 못하랴 하는 경지.※‘문을 나서면…’: 어디서 찾느냐? 하는 뜻.
나산도한 선사가 처음에 석상 선사를 만나 물었다.“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 어떠합니까?”“식은 재나 마른 나무같이 하고, 한 생각 만년 가도록 하고, 함과 뚜껑이 맞듯 하고, 맑은 하늘에 티가 없는 것 같이 하라.”나산도한 서사가 깨닫지 못하고 다시 암두 선사에게 가서 다시 물었다.“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 어떠합니까?”“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가?”이에 선사가 깨달았다.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 중생의 망념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식은 재’는 적멸 경지이고 ‘한 생각 만년…’은 변하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경지.
남원 스님이 상당해 말했다. “재방에서는 안에서 쪼는 것과 밖에서 쪼는 것을 동시에 하는 안목만을 갖췄고 안팎에서 동시에 쪼는 작용은 갖추지 못했다.” 이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안팎에서 쪼는 과정입니까?”“작가는 안팎에서 쪼기를 하지 않아 안팎에서 쪼음을 동시에 잃느니라.”“여전히 제가 물은 경지가 아닙니다.”“그대가 물은 경자란 무엇인가?”“잃었습니다.” 이에 선사가 그 스님을 때렸다.
양산연관 선사에게 대양연이 물었다.“어떤 것이 형상 없는 도량입니까?” 선사가 관음상을 가리키며 말했다.“이는 오 거사의 그림이다.” 대양연이 입을 열려 하자 선사가 곧바로 물었다.“이것은 형상이 있다. 어떤 것이 형상 없는가?” 이에 대양연이 깨닫는 바가 있어 절을 올리자 선사가 다시 물었다.“어째서 한마디 이르지 않는가”“말하기는 사양치 않으나 종이와 먹에 오를까 걱정입니다.”“이 말이 돌에 새겨질 것이다. ※ 오 거사 : 오도현(吳道玄). 관음을 잘 그리던 당대(唐代) 화가.
형주 육왕산 홍통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온몸이 닷 푼의 값어치도 되지 않는다.” “너무 가난하십니다.” “옛날에도 그러했다.” “어떻게 살림을 하십니까?” “집안 형편에 따라 다르다.” ※ 닷 푼의 돈 : 오위(五位)를 뜻한다.※ 온 몸이…값어치도 되지 않는다. : 철저히 가진 것 없는 청빈한 가풍.
민왕(王)이 약사도량을 새로 지어 여러 장로들에게 정진 염불을 해달라고 간청했다. 나산 선사도 이에 초청돼 자리를 함께 했지만 단정히 앉아만 있었다. 이에 고산 스님이 말했다. “대왕이 도량을 청했거늘 어찌 정진해서 인연을 맺지 않는가?”“대사는 몇 번이나 읽었는가?”“마흔아홉 차례 읽었소.”“다시 한 가지 읽을 것이 있는데 어찌 대왕과 인연을 맺는 않는가?” 이에 고산이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 단정히 앉았다 : ‘반야다라’가 잠자코 단정히 앉은 것과 같다.
고산 스님이 시중해 말했다.“만약 이 일을 이야기하자면 마치 한 자루의 검과 같다.” 한 스님이 물었다.“화상께서 ‘만약 이 일을 이야기하자면 마치 한 자루의 검과 같다’고 하셨는데, 화상께서도 죽은 송장이요 학인도 죽은 송장이니, 어떤 것이 검입니까?”“이 송장을 끌어내라.” 그러자 스님이 “예”하고는 떠났다. 저녁이 되자 고산 스님이 수좌 스님에게 물었다.“아까 질문한 스님은 어디에 있는가?”“그 즉시 떠났습니다.”“스무 방망이를 때려 주었어야 좋았을 것이다.”
경청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어디서 오는가?”“응천사에서 옵니다.”“뱀장어(鰻魚)를 보았는가?”“보지 못했습니다.”“그대가 뱀장어를 보지 못했는가, 뱀장어가 그대를 보지 못했는가?”“그런 것 모두가 아닙니다.”“그대는 첫머리는 잘 지키더니, 마지막은 삼갈 줄 모르는구나.” ※‘뱀장어’는 응천사 주인을 이른다.당나라 당시 응천사 희원의 성이 장씨였는데 그가 살던 작은 방은 낭야산 정수리였다고 한다.정수리 복판에 우물이 있고 우물에는 뱀장어가 있었는데 물의 줄고 늘어남이 바다의 간만시각과 맞았으며 이 밖에도 신령스럽고 이상한 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호국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마음과 법을 둘 다 잊을 때 어떠합니까?”“세수를 않느니라.”“달이 싸늘한 못에 잠길 때가 어떠합니까?”“세수를 않느니라.”“빛과 경계를 모두 잊은 때 어떠합니까?”“얼굴을 씻지 않느니라.” ※ ‘마음과 법’은 안의 마음과 밖의 법인데 “마음과 법을 둘 다 잊는다”는 것은 중간구(中間句)절이다. ※ ‘달이…’는 용구(用句)이며 ‘빛과 경계…’는 체구(體句)이다. ※ ‘얼굴을 씻지 않는다’: 여읜 듯이, 일단 이렇게 세월을 보내리라 한 경지.
운문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오늘 장작을 나르는가?”“그렇습니다.”“옛 사람이 말하기를 ‘한 법도 보지 않는 것이 그대의 눈동자라”했느니라. 그리고 나서 나무 나르는 곳으로 장작 한 쪽을 던지면서 말했다.“일대장교(一大藏敎)가 오직 이것을 이야기 했을 뿐이니라.” ※ 한 법도 보지 않는 것이…: “한 법도 보지 않는 것이 곧 여래이니 관자재(觀自在) 하리라”하는 뜻.※ 한 쪽을 던지면서…: 일대장교가 다만 이 한 조각의 장작을 설했다는 의미.
운문 스님이 시중해 말했다.“눈에 띄는 것마다 걸림이 없게 되어서 명신(名身)과 구신(句身) 등의 모든 법이 공한 줄을 알더라도, 산하대지가 명칭이요, 명칭 또한 얻을 수 없으면 삼매라 부르는지라. 성품의 바다가 구비되더라도 역시 바람도 없는데 겹겹이 이는 파도니라. 당장에 각(覺) 위에서 지(知)를 잊으면 각이 곧 불성이니라. 이를 일러 일 없는 사람이라 부르거니와 다시 모름지기 위로 향하는 한 구멍이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명신·구신: 명사(名詞)에 속하는 단어. 단어와 단어를 연결한 문구.「능가경」에 “명신과 구신과 문신(文身)의 차별은 범부들이 헤아리고 생각하는 것이니, 마치 코끼리가 깊은 진흙에 들어간 것 같다”는 말이 있다.『조원통록』에 “앙산이 이르기를 성품의 바다를 총괄해 지니고 삼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