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면 별빛 희미해지지만달과 별은 서로 공존하는 법이익과 신상에 초점 모아지면지혜와 청정광명 가는 길 몰라 비가 내려주고 있다. 하마터면 비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잊어버릴뻔 했다. 一月孤輪 (일월고륜)沒有衆星 (몰유중성) 둥근 달이 떠오르자 / 모든 별이 빛을 잃는구나. 인사동에 있는 어느 찻집 안에 세워져 있는 유리창문에 붓글씨로 써져서 붙어있는 글귀이다. 붓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져있지 않다. 읽자마자 소동파의 전적벽에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月明星稀 (월명성희)烏鵲南飛 (오작남비) 달빛이 밝아지자 별이 드물어지니
초극세필이 있다. 전에 어디선가 사진으로 쌀 한톨에 앞뒤로 반야심경을 새겼던가 썼던가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실로 대단한 집중력이다. 의식을 초극미세하게 집중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전남 장성에 있는 용흥사에서 초의 스님의 세필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자초지종은 생략하고 초의 스님의 세필을 보는 순간 ‘아, 이건 삼매필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그냥 선을 아주 가느다랗게 이리저리 그어놓은 덩어리들의 집합처럼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한자로 된 중국 고전의 작품을 한 자 한자 극세필로 써놓은
저쪽 지하철 경로석에서 갑자기 ‘씨에 비읍받치고 알로우마’하는 큰 소리가 지하철안의 정적상태를 일시에 깨트리면서 귓전에 부딪혀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신고전화를 하고 있다. 경로석에는 초로의 할아버지 한 분이 손으로 젊은이를 향해 전위예술에 가까운 몸짓을 하면서 쉴새없이 음파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에너지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신업과 구업도 저절로 안정돼참으로 안으로 살피고 또 살펴내 몸·마음의 주파수 조절해야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두 젊은이는 약간
옛날 중국사람들은 심장 속에 우리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했고 요즘에는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마음은 심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시신이 되어버리면 심장도 달려있고 뇌도 매달려있건만 꼼짝안하고 병풍 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어야 한다. 병풍 앞에서 향을 맡느냐 병풍 뒤에서 향을 맡느냐 하는 차이가 생사의 소식이기도 하다.뇌를 통해서 온 몸을 통해서 작용을 하고 있는 마음이라는 대광명(大光明)은 예나 이제나 우리가 회복해야할 빛줄기임에 틀림없다. 이름이 졸(
지난 현충일과 그 다음날까지 1박2일 동안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왔다. 다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서이다. 그 전에 통증에 시달릴 때는 1박2일은 커녕 1분이나 2분만 걸어도 만사가 귀찮아졌었다. 이제 통증이 과거형으로 회억되는걸 보니 하여간 살아볼 일이다. 위엄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화를 벌컥내는 것은 99.9퍼센트가 몸 속에 깊이 들어있는 통증이 입이나 손이나 발을 활용해서 아파 죽겠다고 울부짖는 것이다.계곡물에 천천히 발 밀어 넣자시원한 기운 머리까지 휘돌아맑고 시원한 계곡물의 시원함더 이상 바랄것 없이 한가로워많이 울부짖
월드컵 축구가 막을 올렸다. 새벽시간에 벌어지는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느라 출근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참으로 형형색색이다. 티브이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사절 라디오를 통해서 축구중계 방송을 들었다.“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입니다. 지금부터 아시안 게임 축구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열띤 아나운서의 중계방송을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하게 공격하고 수비를 한다. 상대나라 선수들은 마지못해 뛰어다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골기퍼의 손가락이 하나나 두 개쯤 모자라
덜컥 여름이다. 계절도 반은 제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덥다고 열받을 일이 아니라 이럴 때 겨울 동자 동시(冬詩)를 한 편 읽어본다.북송시대의 문장가 장뢰(張耒)가 지은 ‘떡파는 아이’에 대한 시이다.城頭月落霜如雪 (성두월락상여설)樓頭五更聲慾絶 (누두오경성욕절)捧盤出戶歌一聲 (봉반출호가일성)示樓東西人未行 (시루동서인미행)北風吹衣射我餠 (북풍취의사아병)不憂衣單憂餠冷 (불우의단우병랭)業無高卑志當堅 (업무고비지당견)男兒有求安得閒 (남아유규안득한)성 너머로 달이 떨어지자 서릿발이 눈처럼 하얗게 빛나고 / 누각에서 오경
把定則雲橫谷口 (파정즉운횡곡구)放下也月落寒潭 (방하야월락한담)선정삼매에 집착하면 구름이 골짜기 입구를 가로막으니 / 놓아버려야 달이 차가운 연못에 떨어져 내린다네집착하지 않으려는 집착병을오히려 모르는 사람도 있어스스로 성내지 않는 마음서갈등 사라진 무쟁삼매 이뤄금강경에서 무쟁삼매(無諍三昧)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부처님은 무쟁삼매를 얻은 사람 중에 제일가는 사람이다. 육조 혜능 스님은 마음에서 생겨났다, 없어졌다하는 작용이 사라지고 본각(本覺)이 항상 광명을 뿜어내는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야부 스님은 무쟁삼매에 게송을 붙여서
지금은 거의 극복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통증 때문에 수십년 동안 불면의 밤을 보내고 그 덕택에 낮에도 멍하게 보냈다. 아니면 마음을 거칠게 휘둘렀다. 밤새 잠을 자도 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 전체나 어딘가가 늘 불만에 차있게 된다. 그걸 누가 잘못 건드리면 바로 폭발해버린다. 푹푹 찌는 여름날 사람들이 더워서 죽을 것 같다고 아우성을 치는 날씨쯤 되어야 조금 몸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고 5분만 달리면 온 몸이 슬슬 얻어붙으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덕분에 그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 안다.가슴
거울 없는 거울로 여전히 우리를 비춰주고 있는 스님이 있다. 경허(鏡虛) 스님이다. 허공을 거울로 비춰준다. 허공도 비어있고 거울에 그림자로 뜬 허공도 비어있다. 경허 스님에겐 그 거울마저 텅 빈 것일 뿐이다. 자신의 얼굴에 낙서를 잔뜩 해놓고 거울을 본다. 낙서가 보인다. 그것도 거꾸로 보인다. 자신의 얼굴에 낙서가 된 것을 모르고 거울을 탓한다. 거울은 말이 없다.거울을 자세하게 살펴보면실제모습 거꾸로 되어있어얼굴에 낙서 잔뜩 하고서말이 없는 거울을 탓하네낙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직지사의 조실스님이셨던 관응 큰스님 덕택에 중국에
어김없이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다. 한 찰나도 고통이 없는 날이 없는 사바세계 감인토(堪忍土)에 해마다 빠짐없이 방문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바람에 미칠것처럼 저리고 쑤시던 팔꿈치에 스르르 혈액이 흘러주면 그 시원함이란 말로 다할 수 없다. 어깨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목의 어느 한 부위가 꽉 눌려서 피가 통하지 않으면서 찾아왔던 극심한 두통도 어떤 인연으로 피가 통하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모든 고통은 내 마음의 그림자거울 속 떠오른 상분 잘 다스려현재 앓고 있는 고통과 아픔부처님오신날 계기로 치유되길부처님은 그런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방삼세 제불보살님과 모든 성인분들과 천지신명 모든 분에게 기적적으로 모두가 구조되도록 해주십사 축원을 올린다. 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도 부디 좋은 세계로 속히 가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곳곳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점등식이 행해지고 있다. 해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길거리에도 연등이 줄지어 걸린다. 가끔 가다가 전선줄에 연결되어있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연등이 있긴 하지만 환하게 켜져서 온누리를 밝히는 일은 보통 큰 일이 아니다.오랜시간 가슴 아플 ‘세월호’함께 안고 풀어 가야함이니 연등전
“생각이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생각나는 것이 생각이므로 생각을 생각하지 않는 생각이 좋은 생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한말씀 하시는 바람에 한참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과학 선생님은 어느날 “1억이라는 숫자를 차례차례 일, 이, 삼, 사 하고 세어선 1억까지 세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하는 질문을 던지셨다. 어떤 친구는 아무 생각없이 “한 열시간이요”하고 대답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빙그레 미소를 띄우고 대답을 듣고 있던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준 대답은 “하루에 8시
얼마 전에 당진에 계시는 독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고 하신다.“예 그러십시오.” “갤러리서 강아지가 컹컹 짖는 것이 법문이라고 하셨는데 무슨 깊은 뜻이 있습니까?” 대답을 드렸다.“예. 강아지가 우리 인간들에게 그대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 우리와 다를 게 뭐 있느냐고 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썼습니다.” “진묵 스님의 시에서 땅을 담요 삼는다고 했는데 다른 인터넷 자료에는 자리나 돗자리라고 많이 되어 있던데요.” “예. 저는 이불과 한 세트로 보아서 담요라고 했습니다. 돗자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꽃
3월28일 금요일 약수동에 있는 약수법사에서 정충모 법사님의 집전으로 입적하신 목정배 선생님의 49재가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약수법사 입구의 계단을 오르니 지장보살님 옆에 피어있는 홍매 한그루가 고인께서 맞아 주시는 듯 환하게 피어있다.49재 참석차 오신 권기종 선생님께서 ‘시향만리’를 잘 읽고 있노라고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 감사의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함께 올라온다. 자연스럽게 더욱 분발할 일이다.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49재의 절차를 마치고 “가족 대표분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하는 정충모 법사님의
‘논어’에 참 좋은 구절이 많다. 그 중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 하는 글귀가 있다. 스포츠 선수들 중에도 여유롭게 축구와 야구를 정말 즐기는 선수를 더러 볼 수 있다.치열하게 승부를 다투고 때로는 멋진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해하지 않으면서 미소를 머금는 선수가 텔레비전 화면에 뜰때면 차라리 저 선수가 프로 수행명상선수보다 더 선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가끔 있었는지 없었는지 생각해보니 잘 기억이 나
기온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곧 봄날의 나른함이 찾아오고 나른함에 기대어 잠깐 조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때 살짝 스치는 꿈은 대개는 강아지꿈이기 십상이지만 더러는 번쩍하고 영감을 일깨워주기도 한다.수염을 깊게 드리운 분이 주장자를 세우고 앞에 앉았다. 눈빛이 정갈하게 가라앉은 상태에서 투명한 광채를 부드럽게 뿜어낸다. 머리는 스님처럼 삭발을 하셨다. 대뜸 필자를 향해 질문을 던지신다. 목소리도 부드러우면서 힘찬 종소리처럼 웅웅 울리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시에 대한 감상문은 시 자체가 준엄한 독자 구멍없는 피리가 내는
인사동 예당갤러리에서 조용하지만 가히 혁명적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중산(中山) 안묵하 선생의 선화전이다. ‘생동하는 기운’이 이번 전시회의 기획주제이다. 차 한잔 하러 들려서 전시회 초대장을 읽어보니 기운이 생동거린다. 작가는 스스로 쓴 초대의 글 말미에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써놓고 있다.“나의 그림은 새의 똥과 같은 것이다”한줄 띄우고 내용은 다시 이어진다.“더욱 가벼운 존재가 되고자 자신을 비우는 것이다”삶과 죽음은 모두다 자연의 한 조각일 뿐뜬구름 실체 없듯이생과 사도 매한가지자신의 존재를 흰 구름처럼 가볍게 했던
인천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옆에서 여학생의 엄마가 딸이 우울증세가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의 부모가 지인과 아는 사람이어서 만난 자리였다. 필자가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학생은 지구를 벗어나서 갖고 싶은 별이 어디에요?” 조금 전까지 우울증세를 앓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던 여학생이 눈동자를 빛내며 대답했다. “토성이요” “왜 토성에 가고 싶어요?” “흑토 자니까 무랑 배추랑 심고 싶어서요” 필자가 장단을 맞추었다. “수성에서 물 끌어다가 물주고 고구마 심어서 화성에서 구워먹으면 되겠네요” 여학생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 천지 가득 눈발이 흩날렸다. “조금만 더 계시라고 했는데 그만 일찍 가셨어요” 사모님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천(彌天) 목철우 선생님·목정배 교수님께서 입적하셨다. 그 특유의 파안대소하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뵐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넘치는 해학과 더불어 전광석화처럼 빛나는 핵심 메시지를 던져주시는 강의와 말씀을 이제는 들을 수 없다니….선생님. 극락왕생하시어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울트라 슈퍼 건전지로 재충전 하시어서 다시 사바세계에 초강력 활력에너지를 뿌려 주십시오.생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