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얻지 못해 안달이고가진것을 자랑못해 안달난 세상 원지 스님은 가풍 묻는 이에게두손 털며 “가진게 없다” 웃어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오다 말다를 반복하던 장맛비가 그치자 매미소리가 시끄럽다. 답답한 땅속에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한바탕 환골탈태의 산고까지 치렀으니, 환희의 찬가를 부르며 동네방네 유난을 떨 만도 하다. 그 사정이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마감을 코앞에 둔 내 사정이 급하니, 매미의 기쁨도 나에겐 또 하나의 짜증거리일 뿐이다. 게으름 떨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책상에 앉아 ‘송고승전’과 ‘전등록’을 뒤졌다. 석원지(釋圓智), 그의 속성은 장(張)씨이고, 예장(豫章) 해혼(海昏)
집착 버리란 가르침 늘 듣는 말 번뇌 못놓고 항상 실망 되풀이 “도(道)를 아십니까?” 종로 3가에서 불현듯 한 청년이 길을 막고 물었다. 그가 아무나 붙들고 도를 물을 만큼 궁금증이 턱까지 차오른 자도 아니고, 곪아터진 고뇌로 괴로워하며 “누구라도 날 좀 살려주시오” 라고 아우성치는 자도 아니란 건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아는 바였다. 해서 가던 길이나 재촉하고 내쳐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척이나 바쁜 사람처럼 바닥만 쳐다보고 서너 발짝 종종걸음을 치면 대부분 포기하고 돌아서기 마련인데, 이 사람이 또 물건이다. 범죄자를 쫓는 형사처럼 달려오더니 아예 두 팔을 벌리고 길을 막아서는 거였다. “저기,
혜랑, 지견 얻으러 제방 참문마조, “지견이 마귀들의 세계” “당신, 용돈 줄여야겠어.”“왜?”“씀씀이가 너무 헤퍼!”“그럼,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소주 한잔도 하지 말란 말이야.”“이번 달 아이 과외비도 부족한데 친구는 무슨 친구야.”“뭐 그리 특별하게 키우겠다고 거금을 들여 과외를 시키니?”“당신 같은 사람 되지 않으려면 조기교육을 철저히 해야 돼.”“뭐? 내가 어때서?”“당신이 돈을 잘 벌어, 명예가 있어. 얘는 당신처럼 초라하게 살지 말아야지.”“도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야?”“다지, 당신이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어? 이 나이에 남들처럼 번듯한 집이 있어 자랑할 만한 직위가 있어. 마이너스통장만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아침나절, 모과나무에서 첫 매미가 울었다. 여름이다.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고 휴가의 계절이다. 일상의 둥지를 벗어나 이제 다들 산으로 들로 길을 나설 게다. 혹자는 그 길에서 허물없는 이들과 어울려 활개를 치며 웃고 떠들면서 그간의 답답함과 우울을 털어버리려 애쓸 것이고, 혹자는 지갑을 탈탈 털어 소문난 맛 집과 놀이시설을 찾아다니면서 늘 허기졌던 오감을 만족시켜보려고 애쓸 것이고, 또 혹자는 절이나 숲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산길을 거닐고 좌선하면서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평온함을 되찾으려 애쓸 것이다.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어딘가에서 눈길을 스친 문구이다. 템플스테이를 홍
자호, 법당서 으르렁대며 개노릇머리, 심장, 발 뜯는 개조심 경책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나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아픈 추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장에 갔다 오며 갓 눈을 뜬 강아지 한 마리를 사다주셨다. 손뼉을 쳐서 불러도 뒤뚱뒤뚱 엉뚱한 방향으로 헤매다 연신 코를 박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띨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낑낑거리며 품으로 기어드는 그 보들보들한 촉감이 좋아 몰래 이불속에서 재우기도 했다. 아침이면 영락없이 엄마의 빗자루 몽둥이가 날아왔지만 띨띨이의 옹알이 한번이면 그깟 시련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주물러서 키운 띨띨이는 어느새 산이고 들이고 따라오지 않는 곳이 없는
무척 잘난놈으로 착각하거나 못난놈으로 자책하지 말아야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특별한 일 없이 사람을 만나면, 그것도 여럿이 만나다보면 참 말이 궁해진다. 그럴 때 무료한 시간을 때울 거리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게 남이야기다. “A가 B랑 싸웠데.”“누가 잘못한 거야?”“A가 잘못했지.”“아냐, B가 잘못한 거야.” 툭하니 던진 말에도 남이야기에는 너도 나도 쉽게 한마디씩 보탠다. 이럴 때, 참여자는 대략 A를 옹호하는 사람, B를 옹호하는 사람, 중간에서 심판 보는 사람의 세 부류로 나뉜다. “A가 ~라고 말한 건 큰 실수야.”“B가 ~라고 한건 잘한 짓이고?”“둘 다 똑같지, 뭐.” 나름 치열한 변론과
광야에서 코끼리에 쫓긴 인간 우물속 갇혀서도 꿀맛에 집착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 이 속담을 천고의 명언으로 삼고 번다한 인연들을 솎는다고 솎았지만 어지럽게 휘청거리는 번민의 춤사위는 좀체 잠잠해질 줄을 모른다. 아직도 솎아야할 가지가 많은 걸까? 몇 남은 가지마저 버거울 정도로 뿌리와 줄기가 허약한 걸까? 간간이 평온함을 느끼며 제법 숨 쉴만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은 다시 불어 닥친다. 아, 이 지겨운 번민의 쳇바퀴에서 훌쩍, 그것도 영원히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이유도, 정체도 모르면서 아등바등 매달려 끝까지 놓지 못하는 ‘삶’이라는 밧줄, 이럴 때면 ‘정등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뒷집 할매에게 게으름뱅이라고 통박을 먹었다. 할매가 만만치 않은 수다쟁이니 조만간에 이 소문은 온 동네로 퍼지지 싶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만날 집에서 뭘 하는지 골목에 그림자도 비치질 않고, 간간이 대문을 두드리고 들어와도 얼굴도 내밀지 않고, 아저씨는 어디 갔냐고 물으면 아내가 늘 하는 소리는 “자 예~~”이고, 어쩌다 오후에 예리한 눈길에 포착되는 모습은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이니, 게으름뱅이라 혀를 찰만도 하다. “아이고 할매, 저 밤새도록 일하다 날이 훤해야 잠들어요.”하고 변명을 할까 싶다가, 부엉이노릇이 자랑인가 싶어 그냥 멋쩍게 웃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새벽에 잠이 깨었다. 상
흘러가는 구름 잡아두려는 허욕그것이 어리석고 부질없는 욕심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모처럼 앞산에 올랐다. 진달래가 진 숲에서는 향기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더덕이라도 어디 한 뿌리 숨었는지 볕에 달구어진 둔덕에선 쌉싸래한 냄새가 풍기고, 물기가 잔뜩 오른 풀들에선 풋풋한 오이향이 풍겼다. 그 향기를 따라 오솔길을 헤매다 마른 목을 축일 요량으로 샘터로 내려갔을 때였다. 샘가에 졸졸이 늘어선 붓꽃이 속살을 내밀고 있었다. 늘 보던 보라색이 아니라 하얀색이라 더욱 눈길이 당겼다. 문득 목련이 연상되었다. “어쩌면 저리 폭신폭신한 하얀빛일까?” 중학교 시절, 교정에 핀 목련꽃에 감탄을 하고 점심까지 굶으며 그 그늘에 앉았
▲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먼 산의 초록빛이 꽃보다 아름다운 오월이다. 산들바람이 보드라운 새잎들을 휘휘 젓고, 그 바람에 온 산이 들썩이고, 그 물결이 잦아든 틈에 꾀꼬리와 뻐꾸기가 우는 계절이다. 성근 봄 그늘에 앉아 가만히 그 풍광을 바라보자니, 분분하던 머리가 상큼해지고 울울하던 가슴이 언제인양 시원해져 절로 무릎 두드리며 손장단을 치게 된다. 영향(影響), 사람의 마음은 눈앞 빛깔의 그림자이고 귓가 소리의 메아리인가 보다. 이리 쉽게 물들고, 이리 쉽게 요동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니 가려서 보고 가려서 듣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겠다. 나무의 빛깔 새 소리에도 쉽게 물들고 흔들리는 마음인데 하물며 사람의 모습과 소리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학문(學問)이란 배우고 묻는 것이다. 그저 배우기만 하고 물을 줄 모른다면 그건 학문이 아니고, 그저 묻기만 하고 배울 줄 모른다면 그것 또한 학문이 아니다. 또한 학생(學生)은 선생(先生)에게 올바른 질문을 제기할 줄 알아야 하고, 선생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 질문에 성실히 답변할 줄 알아야 하고, 다시 학생은 그 답변을 심사숙고해 선현들의 경험과 깨달음을 십분 습득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선생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솔직함’이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님이 자로(子路)에게 말씀하셨다.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줄까?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덕산, 몽둥이 날리던 제자들 앞서 86 노구 꼿꼿이 앉아 편안히 입적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봄비가 내린다. 수선화 노란빛을 추적추적 지우고 달개비 초록빛에 반들반들 윤기를 더하며 저리 무정하게 내린다. 그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흘을 꼬박 앓아 누었다. 몇 년을 방구석에 처박혀 책만 마주하고 살다 근래 서울나들이가 잦았으니, 이래저래 탈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욱신거리는 무릎관절이야 어려서부터 그랬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추간판이 들러붙어 그렇다고 몇 년 전 의사선생님이 일러주셨으니 허리통증도 모르는 일이 아니다. 헌데도 공연히 마음까지 심난해지는 건 왜일까? 꽃잎은 바람결에 떨어져강물을 따라 흘러가
헛된 선객들에 몽둥이 들던 덕산 치기가득 학인엔 목 내밀고 웃어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눈 깜빡할 새 도망쳐버리는 봄날을 놓치기 싫어 아름드리 벚나무가 늘어선 직지사로 나섰다. 훈훈한 바람에 날리는 새하얀 눈발과 개울가에 수북이 쌓인 꽃잎이 가히 장관이었다. 곱게 단장하고 꽃놀이 나선 할머니들은 연신 깔깔대느라 바쁘고, 막걸리 한 사발 걸쳤을 영감들은 흥타령이 늘어졌다. 흐뭇한 웃음을 베어 물고 그 꽁무니를 따라 거닐다 반가운 얼굴과 마주쳤다. 간만에 친구를 만났으니, 꽃놀이도 뒷전이다. 찻집으로 찾아든 둘이는 살가운 친구사이를 확인하는 절차인양 사돈에 팔촌까지 들먹이며 서로의 안무를 꼬치꼬치 캐묻고, 미주알고
남보다 잘하기 위해 불안하고불편하게 살면 본말전도된 것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새벽 세시, 화장실을 가려다 창이 훤한 아들의 방을 보고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어문제집 꼬부랑글자에 코를 박고 잠이 들어있었다. 불을 꺼주고 조심조심 방문을 닫으며 돌아서려는데, 이런 게 아비 된 심정일까? 가슴이 저렸다. 많이 힘들게다. 감수성이 도드라질 고등학교 1학년, 재미난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참 많을 나이다. 그러나 하루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해가며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지루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야만 하고, 10시가 훌쩍 넘긴 시각에 집으로 돌아와서도 쪽지 시험에, 모의고사, 중간
먹구름에도 끝내 잿빛 되지 않고가을 빛에도 물들지 않는게 하늘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당나라 강릉(江陵)의 성 동쪽에 천황사(天皇寺)라는 유명한 절이 있었다. 강릉은 초나라 왕이 물가에 지은 궁전이 있어 저궁(渚宮)으로도 불렸다. 큰 고을의 사찰답게 웅장하고 화려했던 천황사는 뜻하지 않은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이를 가슴아파하던 주지 영감(靈鑒)은 사찰을 복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통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거주하던 스님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옛 터엔 화근내만 그득하게 되었다. “천년세월 범천의 궁궐을 하룻밤에 태워버린 것도 내가 복이 없어서요, 비바람 피할 헛간 한 채 새로 짓지 못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맘이 묵직할 때, 목욕만큼 좋은 게 없다. 뜨끈한 탕에 코를 박으며 자맥질을 하다가 비누를 듬뿍 바른 때수건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밀다보면, 어깨며 허리에 뭉쳤던 담이 슬금슬금 풀어지면서 무거웠던 머리도 절로 가벼워진다. 속이 어수선 할 때, 청소만큼 좋은 게 없다. 책상이며 바닥 여기저기에 널부러진 책들을 거둬 책장에 가지런히 꽂고, 걸레를 들고서 꼼꼼히 바닥을 닦다보면 분분하던 마음이 한결 말쑥해진다.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말씀에 새삼 고개가 숙여지고, 수행은 목욕이나 청소와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장 회해(百丈懷海) 선사가 ‘백장광록(百丈廣錄)’에서 말씀하셨다. “이
우리 본 마음도 그같음 망각하고눈밭 연탄재처럼 온갖 경험 쌓아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어려서 삼촌과 형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유난히 고집이 센 탓에 이런저런 일로 생떼를 쓰다가 쥐어 박힐 일이 많았던 난,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할아버지의 호통이 두려웠던 삼촌과 형은 부리나케 눈깔사탕을 벌린 입속으로 들이밀고 구지 선사처럼 손가락을 세웠다. “뚝!” 그렇게 볼떼기를 실룩거리며 눈깔사탕을 빨다보면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고, 삼촌과 형은 질책 반 안심 반, 괘씸 반 귀여움 반을 담아 한마디씩 했다.
눈 앞에 버젓이 보이는 그것은마음 거울에 비친 인연 그림자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며칠 전 TV에서 사자며 원숭이 개 등에게 거울시험을 하는 것을 보았다. 사육사가 거울을 들고 다가가자 어떤 놈은 살벌하게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고, 어떤 놈은 깜짝 놀라며 부리나케 도망치고, 어떤 놈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가 몸을 비비고 얼굴을 핥았다. 동물들의 우스꽝스런 행동에 깔깔대며 웃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만 저렇게 어리석은 것일까?” 동물들은 눈앞에 보이는 ‘그것’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란 사실을 모른다. 따라서 거울 속의 ‘그것’을 보고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동물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자기 보배창고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만 떠돌면 구할 수없어 ▲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26년 전 이맘 때였다. 입학 2주 만에 다니던 대학을 접고 직지사 백련암으로 들어갔다. 시름이 늘어진 부모님께는 재수를 핑계 대었지만 속으로 불교학과를 가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던 때였다. 그러니 산더미처럼 지고 올라간 교과서며 참고서는 전시용일 뿐이었다. 상큼한 새벽공기를 깨우는 종소리 따라 일어나 불전에 예배하고, 아침나절 두어 시간쯤 산길을 헤매다가, 목탁소리에 어우러진 천수경의 청아한 가락을 듣는 게 마냥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상좌 사랑이 지극했던 암주 덕형 스님이 참선을 시작하려는 혜송 스님을 데리고 화두를
꽃과 나비 그리고 남자·여자나와 너도 별반 다르지 않다 ▲ 일러스트레이터=이승윤 드디어 봄이다. 한 평 남짓한 툇마루에 앉아 따뜻한 햇살로 시린 손바닥을 녹이기 딱 좋은 때다. 이제, 손바닥만 한 우리 집 화단에도 꽃이 피고, 마당 한편 모과나무에도 싹이 틀게다. 온 동네를 주름잡는 고양이 세 마리가 겨우내 찾아와 볼일을 보았으니, 거름은 따로 넣지 않아도 되지 싶다. 섣부른 봄볕에도 이리 가슴이 부푸는 걸 보면, 지난겨울이 길고도 추웠나보다. 커피를 마시며 화사한 봄날이 코앞인양 그리다가 문득 옛일이 떠올라 웃음이 터졌다. 몇 년 전, ○○스님을 만나러 유성에 갔을 때였다. 아침 일찍부터 바지런을 떤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