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抹輕煙遠近山(일말경연원근산)展成淡墨畵圖看(전성담묵화도간)目前分外淸幽意(목전분외청유의)不是道人俱話難(불시도인구화난)‘멀고 가까운 산에 한 줄기 스친 엷은 안개 진실로 엷은 먹으로 이루어낸 그림 보는 듯하네. 눈앞 뜻밖의 맑고 그윽한 풍경 도반이 아니면 함께 말하기 어렵구나.’ 다이치(大智, 1290~1367)의 ‘봉의산 산속에 머물다, 하나(鳳山山居一)’.산중에 살면 사람은 세 가지 즐거움을 얻는다. 첫 번째는 날마다 새로운 맑은 햇살과 투명한 달빛 담긴 산속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즐거움이고, 두 번째는 개울 소리, 바람 소리
滄海何難測(창해하난측)須彌豈不攀(수미기불반)趙州無字話(조주무자화)鐵壁又銀山(철벽우은산)‘푸른 바다 깊이 재는 것이 무엇이 어렵고 수미산을 어찌 오르지 못하겠냐마는. 조주의 무자(無字) 화두만은 쇠와 은으로 된 절벽과 산이로구나.’ 무주(無住, 1623~?)의 ‘혜 선사에게 보이다(示慧師)’.선객(禪客)은 누구나 하나의 화두(話頭)를 지니고 살아간다. 화두는 문자 그대로 말보다 앞서가는 것이다. 즉 언어 이전의 내 마음을 잡는다는 의미로 풀어낼 수 있다. 선객이 마음을 잡으면 곧 깨달음에 이른다. 그 길에 이르도록 참선하며 진리를 찾
金剛山聳海東濱(금강산용해동빈)峯黙溪喧各自眞(봉묵계훤각자진)堪笑老僧斯不識(감소노승사불식)飢虛爲道謾勞神(기허위도만로신)‘동쪽 바다에 금강산 높이 솟았으니 고요한 산봉우리 시끄러운 시내도 저마다 참되구나. 우습구나, 늙은 스님은 이 이치 모르고 굶는 것을 도로 여겨 정신만 힘들게 하네.’ 보우(普雨, 1509~1565)의 ‘벽곡하는 늙은 스님에게 주다(寄辟穀老僧)’.햇수로 7년, 만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삶의 번뇌를 끊어내기 위해 ‘고행림’에 들어갔던 샤카족의 젊은 사내가 깡마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굴을 감싼 지저분한 수염과 넝쿨
打破無明混沌胚 廓然寂滅絶追求(타파무명혼돈배 확연적멸절추구)能開境界乾坤闢 閑放虛空日月流(능개경계건곤벽 한방허공일월류)亘古亘今何變易 不增不減遍圓周(긍고긍금하변역 부증불감편원주)森羅萬像於中現 妙用縱橫且自由(삼라만상어중현 묘용종횡차자유)‘무명을 깨부수어 혼돈을 잉태하고, 텅 빈 적멸 되어 추구함을 끊었다네. 능히 경계 여니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고, 한가로이 허공에 놓아둔 해와 달이 흘러오네. 예나 지금이나 어찌 변하겠는가, 더도 덜도 않고 두루 둥글어 널리 미치네. 삼라만상이 그 안에 나타나니, 종횡으로 묘한 쓰임 또한 자유롭구나.’ 원천
萬代轉輪三界主(만대전륜삼계주)雙林示寂幾千秋(쌍림시적기천추)眞身舍利今猶在(진신사리금유재)普使群生禮不休(보사군생예불휴)‘오랜 세월 불법의 수레를 굴린 삼계의 주인이 쌍림에서 열반한 이래 몇 천 년이 흘렀던가. 진신의 사리가 오히려 지금에도 있으니 널리 중생들의 예불이 멈추지 않게 하는구나.’ 자장(慈藏, 590~658)의 ‘불탑게(佛塔偈)’.옅은 갈색 가사의 승려가 두 손 모아 부처님에게 예를 올린다. 발걸음을 옮긴 그는 앞에 놓인 방석에 무릎을 대고 공양하듯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가 고개 숙여 절한다. 다시 일어난 승려는 발걸음을
行年忽忽急如流(행년홀홀급여류)老色看看日上頭(노색간간일상두)只此一身非我有(지차일신비아유)休休身外更何求(휴휴신외갱하구)‘살아온 나이가 어느새 물결처럼 빨라져 늙은 빛이 이제 날마다 머리 위로 올라오네. 다만 이 한 몸도 내 소유가 아닐진대 그만두게나 이 몸 외에 다시 무엇을 구하겠나.’혜심(慧諶, 1178~1234)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게송(息心偈)’.아마도 그림처럼 청량한 날이지 않았을까. 그 어느날, 한 선비가 조심스레 그림을 펼쳐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마치 뒷맛 좋은 햇차를 마셨을 때처럼 그는 그림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
虛負光陰眞可惜(허부광음진가석)世間人老是非中(세간인로시비중)不如端坐蒲團上(불여단좌포단상)勤做工夫繼祖風(근주공부계조풍)‘헛되이 세월을 저버리는 것은 진실로 애석한데 세상 사람들은 시비 속에 늙어가는구나. 부들방석 위에 단정하게 앉아 부지런히 공부하여 조사들의 풍을 이음만 못하네그려.’ 선수(善修, 1543~1615)의 ‘경세(警世)’.기괴하다. 그러나 아름답다. 구불구불하게 흐르는 선들로 이루어진 암석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그것은 마치 달마 내면에 응축되었던 정신이 분출된 것처럼 보인다. 달마를 바깥세상과 단절시킨 기괴한 암석은 아
學道先須究聖經(학도선수구성경)聖經只在我心頭(성경지재아심두)驀然踏著家中路(맥연답착가중로)回首長空落雁秋(회수장공낙안추)도를 배움은 마땅히 불경 공부가 먼저이니 불경은 다만 내 마음에 있다네. 문득 집 안의 길을 밟아 딛고 높고 먼 하늘로 고개 돌리니 기러기 내려앉는 가을이로다. 지엄(智儼, 1464~1534)의 ‘희준 선덕에게 주다(贈曦峻禪德)’.가을밤의 달빛은 영롱하다. 산속 수행자들에게 맑고 찬란한 그 빛은 등불과 같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해진다. 여물어가는 풀벌레들의 기분 좋은
臨溪濯我足(임계탁아족)看山淸我目(간산청아목)不夢閑榮辱(불몽한영욕)此外更何求(차외갱하구)‘냇가에서 내 발을 씻고 산 보며 내 눈 맑게 하네. 한낱 영욕 꿈꾸지 않으니 이 밖에 다시 무얼 구하겠는가.’ 혜심(慧諶, 1178~1234)의 ‘산에서 노닐다(遊山)’.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여름빛 한껏 머금은 쨍한 녹색의 나뭇잎들이 제각기 화장한다. 안토시아닌의 붉은색, 카로틴의 등색, 크산토필의 투명한 노랑색. 저마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탈바꿈한다. 탁 트인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장관에 모두 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단풍놀이의 절정은 냇
十年林下坐觀空(십년임하좌관공)了得心空法亦空(료득심공법역공)心法俱空猶未極(심법구공유미극)俱空空後始眞空(구공공후시진공)‘십 년간 숲 아래 앉아 공을 보매 텅 빈 마음 깨달으니 법 또한 텅 비었구나. 마음과 법 모두 비어도 오히려 끝이 아니니 모두 빈 것마저 비워야 비로소 진공이로다.’ 유일(有一, 1720~1799)의 ‘추월대사의 세 개의 공(空)자 시에서 차운하다(次秋月大師三空字)’.방온(龐蘊, ?~808)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묻는다. “만법(萬法)과 짝이 되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이 그
去來無非道(거래무비도)執放都是禪(집방도시선)春風芳草岸(춘풍방초안)伸脚打閒眠(신각타한면)‘가고 옴에 도가 아님이 없고 잡고 놓음이 모두 선이구나. 봄바람에 향기로운 풀 언덕에서 다리 쭉 뻗어 한가로이 낮잠 자네.’ 치익(致益, 1862~1942)의 ‘홀로 읊다(自吟)’.참 달고 맛있는 낮잠이었나 보다. 따사로운 봄볕 내리쬐는 어느 날, 낮잠 즐긴 포대화상이 기지개를 켠다. 낮잠의 행복만큼 팔은 쫙 늘어지고 다리는 쭉 뻗어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듯 크게 입 벌린 하품은 마냥 통쾌하기만 하다. 절로 따라서 하품하고 싶지 않은
飢來喫飯倦來眠(기래끽반권래면)只此修行玄更玄(지차수행현갱현)說與世人渾不信(설여세인혼불신)却從心外覓金仙(각종심외멱금선)‘배가 고파오면 밥 먹고 피곤 오면 잠을 자니 다만 이 수행은 그윽하고 더욱 그윽하다. 세상 사람에게 알려줘도 모두 믿지 않고 도리어 마음 밖 따라 부처를 찾는구나.’ 해안(海眼, 1567~?)의 ‘고시를 본떠 짓다 2수(擬古二首)’.한 선승이 있다. 본래 이름도, 나이도, 출신 내력도 알려진 것이 없다. 그는 푸젠성의 민천(閩川) 일대에서 살았다. 조그만 절집인 백마묘(白馬廟)에서 지전(紙錢)을 덮고 자다가 배가 고프
随時水草活渠身(수시수초활거신)純浄何曾染一塵(순정하증염일진)苗稼自然都不犯(묘가자연도불범)収来放去已由人(수래방거이유인)‘그때그때 수초로 그 몸을 길러, 순수하고 청정하니 언제 티끌 한 점에 물든 적이 있었던가. 볏모는 자연스레 범하지 않으니, 묶어놓고 놓아주는 것이 이미 마음대로 되는구나.’잇산 이치네(一山一寧, 1247~1317)의 ‘목우도에 찬하다(牧牛圖贊)’.늦여름의 해가 진다. 잔잔한 석조(夕潮)가 출렁이고 물안개가 저 멀리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세월 담긴 얼룩이 마냥 홍시빛 물든 석양 같지 않은가. 꾸밈없는 자연의 소박한 정경
坐石看雲閑意思(좌석간운한의사)朝陽補衲靜工夫(조양보납정공부)有人問我西來意(유인문아서래의)盡把家私說向渠(진파가사설향거)‘암석에 앉아 구름 바라보며 한가로이 생각하고 아침볕에 가사를 기우며 면밀히 공부하네. 어떤 이가 나에게 서쪽에서 온 뜻을 물어보면 내 가진 것 모두 쥐여 주고 큰 스승에게 가라고 알려주리라.’ 석옥청공(石屋淸珙, 1272~1352)의 ‘산에서 지내다(山居)’ 중.고적한 산속이다. 굽디 굽은 소나무 둥치에 앉은 스님이 청량한 솔 그늘과 맑은 개울 소리를 벗 삼아 가사(袈裟)를 깁는다. 높게 든 오른손을 보니 이미 실 맨
入雪忘勞斷臂求(입설망로단비구)覓心無處始心休(멱심무처시심휴)後來安坐平懷者(후래안좌평회자)粉骨亡身未足酬(분골망신미족수)눈 속에서 괴로움 잊고 팔 끊어 구하니/ 마음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비로소 마음 편하구나.훗날 편안히 앉아 평온한 마음을 누리는 이여/ 뼈를 부수고 몸을 잊어도 보답하기에는 모자라네.‘전법보기(傳法寶記)’ 중에서.달마와 신광(神光, 487~593)의 대화가 오간다.“그대는 눈 속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가?”“감로의 문을 열어 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해주소서.”“어찌 작은 공덕과 교만한 마음으로 참다운 법을 바라는 것인
千峰突兀攙白雲(천봉돌올참백운)一水潺湲瀉蒼石(일수잔원사창석)自然聞見甚分明(자연문견심분명)爲報諸人休外覓(위보제인휴외멱)‘일천 봉우리 우뚝 솟아 흰 구름을 찌르고 한줄기 물은 조용히 잔잔히 흘러 푸른 바위에 쏟아지네. 자연스레 듣고 봄이 매우 분명하니 모든 사람을 위해 알리노니 밖에서 찾지 말게나.’ 충지(沖止, 1226~1292)의 ‘게송을 지어 여러 스님에게 보이다(作偈示諸德)’.“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네(雲在靑天水在甁).”선사의 한 마디가 산의 적막을 깬다. 고요한 산기슭 큰 소나무 아래에서 나이 든 선사와 젊은
獨坐觀心海(독좌관심해)茫茫水接天(망망수접천)浮雲無起滅(부운무기멸)孤月照三千(고월조삼천)‘홀로 앉아 마음 바다 바라보니 한없이 아득한 물결이 하늘과 닿아있네. 뜬구름 일어나 다함이 없고 외로운 달 삼천세계 비추는구나.’ 취여(取如, 1720~1789)의 ‘마음을 보다(觀心)’.노승이 앉아 있다. 그의 뒷모습은 단정하고 말쑥하다. 마음은 회색빛 장삼처럼 흔들림 없이 침착하다. 불가의 극락에 있다고 전하는 연화대(蓮花臺)처럼 노승이 앉아 있는 자리에는 연꽃과 연잎이 만개해있다. 노승은 마치 연꽃 무리에서 피어난 듯 차분하고 단아하다.조선
情存見道還迷道(정조견도환미도)心要求安轉不安(심요구안전불안)安到無安見無見(안도무안견무견)方知此事勿多般(방지차사물다반)‘도를 보는 것에 뜻을 두면 오히려 도에 미혹되고, 마음으로 편안함을 구하면 도리어 편안하지 않게 되네. 편안함이 편안치 않음에 이르고 보는 것이 보는 것이 없음에 이르면, 바야흐로 이 일이 복잡하지 않음을 알게 되리라.’ 충지(冲止, 1226~1292)의 ‘도안 장로에게 부치다(寄道安長老)’.먼 옛날, 무진장이라는 비구니가 혜능을 찾아와 ‘대열반경’의 가르침을 구했다. 혜능은 자신이 글자를 모르니 경전을 독송하여 들려
性如鏡體心如光(성여경체심여광)性若澄淸心自彰(성여징창심자창)風掃宿雲千里盡(풍소숙운천리진)碧天孤月曉蒼蒼(벽천고월효창창)달은 마음의 거울, 달빛은 척도만법은 마음서 나오는 법이니달을 본다는 건 마음 본다는 것절벽아래 습득 달 기다리는 이유성품이 거울의 본체라면 마음은 빛과 같고 성품이 만약 맑고 깨끗하면 마음은 저절로 드러나네. 바람이 머문 구름 쓸자 천 리가 말끔하니 푸른 하늘 외로운 달이 새벽까지 푸르디푸르구나. 취여(取如, 1720~1789)의 ‘성심 노숙에게 답하다(答性心老宿)’.달은 마음의 거울이다. 차면 충만(充滿)하나 비면
摠收諸不足(총수제부족)不足還爲足(부족환위족)求足世間人(구족세간인)不知不足足(부지부족족)‘여러 가지 부족함을 모두 거둬들이면 부족함이 도리어 족하게 되는 것이라네. 만족만 추구하는 세상 사람들아 부족함이 만족함인 줄 알지 못하는구나.’ 해원(海源, 1691~1770)의 ‘만족함을 알다(知足)’.포대에 중생 번뇌·고통 담고웃음과 희망 주는 포대화상행복에 잠긴 담백한 미소엔욕심없는 고승 성정 엿보여고담(枯淡)하다. 그림은 물론 화면 속 인물이 그러하다. 묽은 먹을 적당히 머금은 붓의 흔적에서 어떠한 기교도 찾을 수 없다. 속되지 않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