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한 뜻을 묻는 오랜 친구에게퉁명스레 한 말씀을 나는 던졌다.여기 죽으러 들어왔지 달리 무슨 뜻을 두겠나선산 자드락에유류품처럼 흙 한줌 더 얹어놓고휘적휘적 가는 홀가분함이지.내 가고 난 뒷날에도이 전가(田家)의 뜨락에서누군가는 여전 지켜보겠지,꽃망울이 뭉글뭉글 부푸는 저 소릴배곯고 잉잉거리는 벌이나 나빌 제 젖먹이처럼 데리고 빨릴하루하루 불어터지는 꽃망울들이신열에 뜬 벚나무를.(‘시로 여는 세상’ 82, 2022년 여름호)도연명(陶淵明, 365~427)은 41세에 귀향하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명시를 남겼다. 지금이야 41
마조선이 전개되는 시기는 선종이 성립하고 발전하는 시대와 맞물려 있다. 마조선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 불교의 최성기라고 할 수 있는 당나라 때이다. 당시 불교는 정치적·사회적 보호정책 등으로 국가불교적인 성격을 띠면서 천태종·법상종·화엄종·선종 등 8종이 형성되었다. 교학불교의 여러 종파가 형성되어 최대의 전성기를 누릴 무렵, 당나라는 2건의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불교계에 큰 타격을 입혔던 무종[在位 840∼846] 때 일어난 회창파불(845∼847)이고, 또 하나는 회창파불보다 80여 년 앞서서 일어난 안록산의 난(755∼76
관음성지 곡성 성덕산 관음사(주지 덕운 스님)는 4월 2일 ‘대웅전 삼존불 점안식 및 낙성식’을 봉행했다.점안식은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을 증명 법사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39호 전통불복장 보유자 백양사 염불원장 도성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점안식에는 화엄사 회주 종열, 주지 덕문, 부주지 우석 스님을 비롯해 관음사 주지 덕운, 전 주지 대요, 종회의원 연규(향일암), 태안사 주지 각초, 서안사 주지 덕해, 무위사 주지 법오, 화방사 주지 성학, 연왕사 주지 자명 스님 등 스님 50여 명과 윤영규 곡성군의회의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한구)이 카르마 사상이 현대인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관련 전문가에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진흥원은 4월 16일 오후 7시 서울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이충현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초청 화요열린강좌’를 개최한다. ‘인과법칙을 통한 심리치료 효과’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화요열린강좌에서 이충현 교수는 삶의 인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고 삶의 본질을 깨닫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이충현 교수는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테스코, 동아원, 제너
겨울의 쌀쌀했던 궂은 날씨가 시나브로 지나고 꽃 피는 봄이 찾아왔다. 우리 학생들도 낯설었던 새 학교, 새 친구와 금세 적응했는지 온 교실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처음 만났을 때 긴장과 걱정의 표정은 온데간데없다. 이제는 개강 법회와 신입생 환영 법회까지 마쳐서 법사실에 우르르 몰려와 간식을 달라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간식을 주느라 며칠 만에 준비해 둔 간식이 동나기도 한다. 이러한 하루를 보내면서 나 역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행복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내 수업은 학교 법당인 정각원에서 진행한다. 과목은 ‘철학’이다. 학생들은 법당
지난 3월 20일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불교동아리 ‘템플애플’이 창단됐다. 동국대 첫 단과대 불교동아리의 창립이자 학부생과 대학원생 84명이 동참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전체 참석자들이 함께 관세음보살님의 수인인 ‘자비수(慈悲手)’를 하고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흔히 누군가를 응원하거나 힘내라고 할 때, 또는 행사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친다. 이는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외국에서 ‘파이팅’은 힘내라는 의미보다 싸움, 투쟁, 싸우
공공도로 지하에 예배당을 설치한 사랑의교회 도로 점유사건은 14년 전인 2010년 처음 불거졌다. 서초구 주민들은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특정 종교단체가 점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특혜”라며 서초구청에 사용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초구청장을 비롯해 차기 구청장 후보, 국회의원, 시·구의원 등 다수의 공직자들이 사랑의교회와 연계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특히 행정소송 결과 ‘원상회복하라’는 법원판결이 나왔음에도 당시 구청장이 사랑의교회 옹호 발언을 하는 등 도를 넘어서
봄이 왔다. 봄은 왔는데 새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이러한 일이 현재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싹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다. 제주의 어느 기업은 둘째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고 했다. 아니 주고 있다.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고 2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인구감소를 겨우 막을 수 있는데 현재 우리의 출산율은 0.68명이라고 한다. 정말 봄이 와도 싹이 움트지 않는 대지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저출산을 기저로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상상 그 이상으로 엄청난 충격을
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노비구니스님의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복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의료비·법복 지원 등의 복지에서 가사 지원 및 장례까지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돌봄부터 회향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지난 2월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비구니스님에 대한 복지 필요성을 이렇게 피력한 바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사원도 의식주 해결에 급급했습니다. 포교를 위해 절 짓는 일에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걸망 하나 편히 놓고 쉴 수 없던 시대를 걸어오신 분들
① 가난한 노파, 한 개의 등만사위성 바사닉 왕이 부처님을 모시고 궁중 법회를 열었지. 불제자들이 궁 안에 가득.이름난 부자 한 사람이 많은 인부를 시켜,부처님과 제자들이 돌아가실 길에 등을 달았지.대궐 대문에서 기원정사 소원의 탑까지 등줄 잇기, 꽃등 달기. 고운 꽃등이 1만 개. 성문 밖에 사는 착한 노파가 이 소식을 들었지. “나도 부처님 다니시는 길에 등을 밝히자.”그러나 노파는 끼니를 걸식하는 가난뱅이.여러 집을 다니며 한 푼씩 얻어 모아 겨우겨우, 꽃등 하나를 사서 달았지. 날이 어둡자 꽃등마다 불이 켜졌지. 만 개의 등
지난 글에서는 부처님 재세 시절 무렵, 스님들은 사유재산을 가질 수 있었으며, 다만 그 돈의 관리와 지출을 재가자에게 맡겼다고 말씀드렸다. 그렇다면 이 일을 맡은 재가자는 스님들의 재산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것을 추측할 수 있는 기록이 율장에 보인다.우리말 경전에서 주로 녹자모(鹿子母)로 등장하는 므리가라마따(Mrgaramata)의 원래 이름은 위사카(Visakha)이다. 마가다국 사람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예류과를 얻을 정도로 현명한 여인이었으며, 이후에 ‘녹자모강당’이라고 불린 정사를 교단에 기증한 부자이기도 했다. 그녀
“중생이 생사의 바다를 오래도록 떠도는 이유는 실로 계율이라는 공덕의 나룻배가 없기 때문이다. 계율의 나룻배를 타고 자비의 노를 젓는다면, 반드시 풍랑을 헤치고 멀리 피안에 오르게 된다. 그러므로 바른 가르침이 많더라도, 한결같이 계율을 행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나갈 때는 반드시 문을 통해 나가는 줄 알면서, 어찌 이 계율을 통해 나가지 않는가?” (‘광홍명집’ 계공편 서문)종남산 줄기의 중앙에 자리한 용담희수풍경구(龍潭戱水風景區)의 차도를 따라 구비구비 오르다 보면 길 바로 옆에 산문(山門)이 보인다. 사찰도 보이지 않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