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제주도 원명선원에서 750좌나 되는 불상이 파괴되었다. 이러한 일이 이교도인에 의해, 그것도 자기 종교적 믿음에 근거하여 저질러졌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서 매우 걱정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다종교사회다. 특히 불교·유교·기독교·천주교 등과 같은 이른바 세계종교, 증산교·대종교 등 한국의 자생종교, 나아가 무속과 같은 고유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다종교 사회이고 보면 앞으로 이러한 사건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전에도 많은 사찰방화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자기 종교의 맹신적 믿음에 연유하여 다른 종교를 말살시키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사건은 단순히 종교 간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정적 차원
지금 우리 나라는 온 국민이 최악의 국난 사태에 처해 있어서 모든 국민들이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당황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더욱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들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치셨으니 재소자들도 장차 성불할 수 있는 부처님 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소자들도 엄연히 이 사회의 구성원의 한 사람이니 잘 훈련시킨다면 훌륭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버려진다면 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입니까. 지금 우리 나라 교도소에 수형되고 있는 재소자가 약 1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 IMF 체제
"뭐 좇도, 씨팔? 이 자식이 어디 와서 까부는 거야." "자, 자, 이러다 괜히 싸움나겠소. 인수 형도 인제 그만 일어나시오." 허백수가 잽싸게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거칠게 허백수의 손을 뿌리쳤다. "놓아 임마, 이거." 허백수가 이지섭을 대신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왜 이래요?" 허백수에게 떠밀려 밖에 나오니 그때까지도 문제숙이 가지 않고 어둠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이마에 을씨년스럽게 선득거렸다.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문제숙이 말했다. "장 선생님이 너무 안되어 보여요. 안되겠어요. 어디 여관으로라도 가든지 해야지..." "집으로 가야지." 저만큼 어둠 속에 이따금 불빛들이 흐릿하게 떠다니고 있는게 보였다. 자동차 불빛이었
불교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다. 불교인들이 하나의 불교가 아니라 나름대로 해석한 여러 불교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불교 100년사에서는 한용운(만해:1879-1944)의 불교와 이성철(1912-1993)의 불교가 크게 대조되는 유형이다. 만해는 절속을 선언한 산승을 염세 독선 주의로 비판하며 보살행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했고 민중불교를 제창했다. 칼과 황금을 앞세운 일제를 악마로 규정하고 저항하며, 민족에 대한 의무의 행위를 불교적인 것으로 애해했다. 선사보다도 유가적 영웅을 더욱 찬양하고 불교유신을 주창했다. 만해는 구세의 충동으로 깨달음의 순수와 경지보다는 중생구제를 중시하고, 중생구제라는 제불보살의 서원을 민족의 정치적 영사적 운명에 연결할 줄 알았다. 만해불교는
얼마전, 일본에서 옴진리교의 독가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명의 '옴'이라고 하는 인도말 때문에 이 교파가 불교와 관련이 있는가 해서 일반은 불교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고 불교계는 긴장을 하였으나 곧 이 교파가 신흥종교 단체로서 불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교이자, 사교임이 밝혀져 안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반은 종교의 탈을 쓰고 불특정 다중을 상대로 자행한 무차별적인 인명의 살상을 보면서 현대문명사회에서 어떻게 그와 같은 악의 집단이 버젓이 존재할 수 있는지 전율을 금치 못하였으며 우리나라라고 해서 그러한 사교집단의 테러로 부터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오대양사건을 비롯하여 세모와 영생교사건 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
4대 지방선거의 개표가 끝난 다음날 우리동네 포교원 입구에는 두개의 당선 축하 화환이 내걸렸다. 하나는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후보를 축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평구청장에 당선된 민주당의 이배영후보를 위한 것이었다. 생각컨대 이것은 포교원의 주지스님이 이 지역과 관련있고 또 불교와도 관련이 있는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자는 뜻으로 내건 화환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신도들의 심경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 같다. 우선 신도들 가운데는 이 화환이 왜 포교원에 걸리는 것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교원은 부처님을 모시고 불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은 순수히 종교적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곳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의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다가온 듯 하다. 소쩍새 마을을 운영해왔던 '일력'이라는 사람의 승적이 종단협소속의 한 종단으로부터 발급됐었다는 보도내용의 진위를 가리지 않더라도 종단협이 개혁돼야 한다는 데 이론을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소속 종단이 29개에 이를 정도로 양적 급성장을 거듭했지만 종단협이 나아졌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종단협소속 종단들 조차 '종단협은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중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눈총의 대상이 되어버린 종단협의 설립목적은 대단하다. 종단간 유대를 증진하고 불교계 현안을 함께 협의, 추진함으로써 불교중흥.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것이 설립 이유다. 목적대로라면 한국불교를 위해 더
그것은 내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리 말하지만 여기서 '그것'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최근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그것'이라고 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타이치라고 부른 태극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이 태극권을 처음 TV에서 본 것은 70년대 초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키신저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비밀리에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있었으며, 드디어 핑퐁 외교의 결과로 양국간에 국교가 재개되었다. 미국 TV들은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는 북경 시민들이 아침에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내가 보고 느낀 신선한 충격은 지금까지도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 순간 나는 중국사람들이 자기나라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부르는
지난 7월 20일, 조계종 포교원은 그 동안 준비해 온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포교청사진'을 발표하여 교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청사진은 포교원이 지난 6개월 동안, 20여차례의 진지한 연구발표와 토론을 거쳐서 내놓은 국배판 370쪽에 달하는 방대한 청사진으로서, 이같은 계획은 1600년 한국불교사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의의가 크며 그로 이하여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청사진은 이미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세워진 점은 시의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전개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1차로 세워진 5개년계획의 10대부문 1백대과제는 21세기 한국불교의 좌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청사진은 포교에
아파트에 살 때도 그러했지만 땅집에 살고부터는 더 더욱 쓰레기에 신경이 써진다. 아파트에서는 분류해서 내다버리는 순간 쓰레기 봉투는 익명의 것이 돼버린다. 그러나 땅집에서는 수거차가 오는 날 집 앞에 내다놔야 하기 때문에 누구네 쓰레기라고 딱지를 써붙인거나 다름이 없다. 쓰레기지만 깔끔하게 보이고 싶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서 꼭꼭 잘 여미게 된다. 쓰레기라도 깔끔하게 보이고 싶다는 내 허영심을 비웃듯이 수거차가 오기 전에 우리 쓰레기봉투가 무참하게 파헤쳐지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선이나 닭고기를 먹고난 후는 영낙없이 그런 일을 당했다. 고양이들의 소행이었다. 개는 안기르는 집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고양이 기르는 집은 없는 것 같은데도 동네에는 고양이들이 많다. 이렇게 도둑
1950년대, 이때는 불교정화라는 말이 신문에 자꾸 거론됐던 시끄러운 시절이었다. 그때에 식자들은 정화의 주역인 깨끗한 스님은 과연 누구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정화의 양쪽 당사자들이 깡패를 동원한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어느 젊은 스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의 혀를 잘라 버리고싶다. 나의 얼굴을 담배불로 지져 버리고 싶다"고, 나는 깜짝 놀랐다.그 젊은 스님은 말을 남달리 조리있게 잘하고, 누가 봐도 잘생긴 사람이었다. 그의 이 기막힌 발언이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러나 그의 인물됨이 비범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의 진지성 때문이었다. 그의 진지성은 나의 모골을 송연케 하고도 남았다. 그 젊은 스님은 이렇게도 말했다. "영원히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기 위해서, 아무도
한국조사선의 전통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인류문명이 나아갈 올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한 무차선회(無遮禪會)가 고불총림 백양사에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무차선회는 지난 1912년 방한암 스님 주도로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린 무차대회 이후 근 1세기만에 재현된 큰 법회였다는 점에서 우리 불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무차선회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인간성 상실의 현실과 인류 파멸의 상황에 직면해서 불교가 어떻게 이를 타개할 수 있는가하는 인류적 요구가 절실할 뿐더러 불교계 자체도 그 동안의 정체를 타개하고 민족 앞에 자신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드러내야 한다는 소구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중대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서구의 근대과학 문명이 가져온 산
윤청광 시평-계율은 ‘안녕’하신가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자들에게 계율을 엄히 지키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계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아니라고 단언하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출가수행자들이 생명처럼 지키고 자랑으로 여겼던 그 엄한 부처님의 계율이 차츰차츰 무너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인 조계종은 아직도 꿋꿋이 청정계율을 생명으로 삼고, 취처, 육식, 음주, 도박, 폭력 등 파렴치한 행위를 파계행위로 간주, 엄중히 다스리고 있다. 통칭 한국의 2천만 불자가운데서 절대다수의 불자들이 조계종을 신봉하고 있는 것도, 조계종의 사찰과 스님들이 청정계율을 생명처럼 아끼며 지키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불교계에 우후죽순처
얇아진 월급봉투, 갑작스런 실직. IMF한파는 서민들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가족의 건강과 화합이 더욱 중요한 때다. 주말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간의 돈독한 정을 느껴보고, 자녀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강원도 자연학습원(원장 현각 스님)은 어린이에겐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어른에게는 답답한 도시를 떠나 생활의 활력소를 되찾을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자연학습원은 학교나 단체, 그리고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단체생활과 자연체험을 통해 서로간의 화합을 다지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평창
공덕산은 오히려 사불산이란 이름으로 더 오래 알려져 왔다. 산 중턱에 놓인 그 사면불 때문이다. 그것은 커다란 반석 위에 바로 선 높이 2.5m에서3.4m에 이르는 장방형 바위 4면에 새겨진 여래상으로서 각기 동서남북을 향하되 동서면의 것은 좌상이고 남북면의 것은 입상이다. 지금은 선각조차 흐릿하게 마모된 상태지만 거기에 관하여 일찍이 《삼국유사》는 이렇게 전한다. "죽령 동쪽 일벽여리에 우뚝 솟은 산이 있다. 진평왕9(587)년 갑신, 갑자기 하늘에서 반듯한 사면에 모두 여래상을 새긴, 한길이나 되는 큰 바위가 붉은 비단에 싸여 이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왕이 듣고 거기 거동하여 예배하고 바위곁에 절을 세워 대승사라 이름했다. 그리고 연경을 외우는 비구망명에게 청하여 주지로 삼아 받침돌을
조동종 제4대 총무원장 송정스님 취임법회가 6월 29일 서울 올림피아 호텔에서 3백여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됐다. 제4대 조동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송정스님은 취임사를 통해 "종도들의 화합과 교육을 통해 조동종의 선풍을 드높일것"이라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이날 법회에는 조동종 종정 운파, 종단진흥회 회장 일공, 법상종 종정 영명,삼론종 종정 대산, 원융종 총무원장 보인, 총화종 총무원장 남정, 대한법화종 총무원장 대호, 대승종 총무원장 일오스님을 비롯 신한국당 김영일, 이한동, 조남석, 국민회의 박찬주 의원 등이 참석했다.
불교자원봉사연합회는 지난 7월 3일 종로구청 4층 강당에서 `제5회 자원봉사시민대학 수료식 및 자원봉사단 어진간병인회 발족식'을 가졌다. 회장 성덕스님을 비롯, 2백5명의 수료생과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수지침, 방송모니터, 환경, 원왕생교육 등 과목별 이수자들에게 수료증이 수여됐으며 지난 5월 30일, 5일간의 `97 제 1기 주부 및 준고령자 간병인교육'을 끝낸 회원 70여명을 중심으로 `어진간병인회' 발족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발족한 어진 간병인회는 앞으로 각 병원과 불자가정에 파견돼 무료간병인봉사와 유료간병인봉사를 병행해 나갈 계획이어서 간병인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의 접수를 받고 있다. 02)733-3221
지난달 송광사 하계수련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종무소에서 접수를 하는데 총무 스님께서 “신청서를 보았을 때 다른 수련회에 참가도 해보고 절도 많이 해보았다고 하여 간사회의에서 뽑았는데 이렇게 장애가 심할 줄 몰랐어요. 먼 곳에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지만 후원에서 자원봉사자와 가벼운 일을 도와주면서 교육시간 강의는 받고, 참선 시간은 수련장에 들어가지 마세요.” 척추와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목발을 짚고 있는 나를 보고 하루18시간 반복되는 강의와 참선시간을 생각할 때 당연히 그렇게 볼 수 있었다. “스님 이곳 수련회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왔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실내에서는 목발을 짚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 하루만 지켜봐 주세요. 그것도 안되는지요.” 나는 40여 분간
저는 매주 일요일이면 소리없는 몸짓으로 법문을 합니다. 청각 장애인 불자들과 만나면 평소 쓰던 말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입모양과 수화를 동원,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지요. 이들을 만날 때면 `더욱 열심히 장애인 포교에 매진해야 겠다'는 발원(發願)이 두터워짐을 느낍니다. 멀리 파주에서 새벽 밥을 먹고 오는 이, 성남이나 의정부 등에서 오는 이 등 일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불법(佛法)을 깨우치고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옵니다. 부처님께서 인간에게는 불법을 깨우칠 수 있는 씨앗인 불성(佛性)이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불교에 내포돼 있는 평등사상을 엿볼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살펴보면 수승한 가르침만 있으되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송석구 동국대 총장은 중국 북경대에서 `동서양 종교의 철학적 기초'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북경 강파대학과 학술교류 의정서를 교환한뒤 6월 27일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