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황금빛 파고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유유히 흐르는 이라와디 강을 따라 소박한 일상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미얀마. 미얀마를 한번이라도 다녀왔던 사람이라면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멀고, 소박한 인심에 마음을 빼앗기게 마련이다. 크리스틴 조디스의 책 『미얀마 산책』이 우리글로 번역돼 출간됐다. 수년 전부터 아시아 땅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동양 문화를 글로 담아내오고 있는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순수한 여행객이 되어 미얀마와 오롯하게 교감한다. 미얀마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버린 자신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고통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위엄과 마음의 여유를 읽어내기도 한다. 또한 비판적 지성의 눈으로 군사정권의 독재와 종족간의 내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말라.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이 세상에 원한은원한에 의해 갚아지지 않는다.원한은 원한을 버릴때에만 갚아지나니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일세. -법구경 누구나 잘 살고자, 행복하고자 노력한다. 삶이 전쟁터처럼 치열하고 그로 인해 때로 주저앉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잘 살고 싶은, 행복하고 싶은 그 마음 속 울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자비의 명상』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이런 고민, 걱정, 불안에서 한발짝 물러설 것을 주문한다. 쳇바퀴처럼 숨 쉴틈없이 돌아가는 경쟁과 탐욕의 세계에서 허
「보현행원품」은『화엄경』 입법계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르침이다. 이런 까닭에 시대를 거슬러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불자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실천에 힘쓰는 대표 경전으로 추앙 받고 있다. 『보현행원품』이 수록된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꽃이라 불리는 경전으로 붓다가 성도 이후 삼칠일(21일) 동안 설한 불법의 대의를 기록한 책이다. 특히 이 가운데도 「보현행원품」은 방대한 화엄의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쉽고 간결하게 압축한 것으로 추악함이 난무하는 예토(穢土)를 장엄한 화엄(華嚴)의 세계로 바꾸는 보현보살의 원력과 열가지 행원을 설하고 있다. 「보현행원품」은 보현보살이 52명의 선지식을 차례로 만나고 마지막으로 도를 구하러 온 선재동자에게 해탈의 세계와 해탈로 가기 위한 보살의 길을 일러주는 내용을 담
지난 1950~60년대 불교정화운동은 현대불교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발생한 왜색적이고 비불교적인 요소를 척결하는 민족불교운동으로 오늘날 조계종의 탄생도 여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금오수행연구원이 최근 펴낸 『금오스님과 불교정화운동』은 불교승단 정화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금오 스님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집이자 첫 연구서다. 특히 당시 금오 스님을 비롯해 효봉, 청담, 월하, 구산, 지효 스님 등 선지식들이 주창했던 정화운동의 이념과 정신이 퇴색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책은 계, 정, 혜 삼학의 정신을 되살려 불교승단정화운동의 근본취지와 당위성을 새롭게 자각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이 책의 1권에서는
백번을 들어도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격언이 있다. 불교 안에서 적절한 사례를 찾는 다면 아마도 탱화가 아닐까. 탱화는 경전 속 가르침이나 부처님 회상을 그림으로 그려, 불교의 가르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예부터 탱화는 경전의 난해함이나 배우는 이의 이해력 부족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설법자료이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탱화를 보며 쉽게 불교의 가르침에 빠져들고 팔상도를 보며 부처님의 위대한 삶을 이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옥도를 한번 보는 것으로 마치 정수리에 찬물을 맞은 듯 전율을 느끼며 착하고 선한 삶을 다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탱화가 가진 가치와 효용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최근 사찰에 걸리는 탱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
선(禪), 위빠사나 등 불교의 수행법들이 서구로 전해지면서 심리치료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고 있다. 대기설법으로 욕심과 탐욕, 무지로 인해 병든 마음을 치료했던 붓다의 삶처럼 불교의 수행법은 인간의 심리, 즉 마음의 문제를 탁월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까닭에 서양의 치료법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고차원의 심리 문제들이 불교라는 동양의 전통을 만나면서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깨달음의 심리학』은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회 변화, 산업화로 인한 가족 해체, 공동체의 붕괴 등으로 전에 없이 늘고 있는 심리적인 병리들을 치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서구의 심리치료와 불교 명상의 활홀한 통합을 시도한 책이다. 깨달음과 심리학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동양과 서구에서 달리 발전해 온 마음
이 책은 저자인 신공 스님의 동국대 박사학위논문인 『청규에서의 생활문화연구』를 수정 보완해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조사선의 전통을 잇고 있는 한국불교의 뿌리의 근원에 청규가 자리하고 있다. 청규는 선원에서 선수행자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준수해야 할 선문의 율장이며 선원생활의 지침서다. 그러나 종단에 성문화된 ‘조계종 선원청규’가 존재하지 않아 조계종의 전통성과 수행정신을 구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책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출발점이다. 저자 신공 스님은 선의 정신과 문화적 토대위에 세워진 청규의 의미와 성립과정을 살펴보고 오늘날 한국 선원에서 이 정신들의 어떻게 계승돼야 하는지를 살폈다. 세속화 풍랑 속에 표류하고 있는 조계종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18,00
경제위기와 사회분열로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 가고 있다. 원인을 놓고 정치권을 넘어 국민들까지 핏대를 높이지만 해답 대신 갈등의 골만 높아질 뿐이다.책은 이런 어지러운 시국, 마음을 추스리는데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책의 제목처럼 땅에서 넘어진자는 결국 땅을 짚고 일어서는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도 공업(共業)으로 발생했으니, 그 해결 방법도 우리 안에 있을 터이다. 책은 선(禪)과 교(敎)가 칼처럼 날카롭게 대립했던 고려 중기, 이에 대한 각성으로 수행의 이론과 실천을 함께 닦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눌 스님의 어록 8편을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 수록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지눌 스님의 어록들을 한데 모아 모아 한 권의 번역본으로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지눌 스님은 1182년 보제
복잡해져가는 현대사회를 분석하는데 불교는 어느 정도 유용한 도구일까. 인류의 불안한 미래에 불교는 대안일 수 있을까. 질문을 받게 되면 불자들 대다수는 긍정적인 답을 늘어놓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그 논거를 대라고 한다면 한참의 침묵이 흐를 수밖에 없다. 교학이 바탕이 되지 않은 불교에 대한 막연한 자부심만으로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또한 스승으로 추앙받는 스님들이 책을 읽지 말라 불호령을 하고, 불교학을 연구해온 이들에게 ‘음식을 말하고 배가 부르다’고 하거나 ‘그림의 떡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라며 폄훼해 온 것이 우리 불교계의 현실이다. 특히 선불교 중심의 우리 수행 풍토에서 교학은 더욱 더 설자리가 곤궁해져왔다. 그리고 지
건축물, 특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 관련 서적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고어로 된 건축 관련 용어를 이해하기도 힘들거니와 무엇보다 건축물에 담긴 사상적 배경이 주된 내용이 되다보니, 철학을 공부하는 것 같은 압박감에 사진만을 급하게 훑어 본 후 책을 덮는 경우도 많다. 건축 관련 해설서든 기행문이든 출판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은 일반적인 건축 해설서나 기행문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글이 대단히 쉽고 간결하다. 장난기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질리지가 않고 쉽게 읽힌다. 건축을 소개하는 글이나 책으로는 그야말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건축 평론가인 저자가 건축에 대한 현학적 글쓰기의 유혹을 물리치고 ‘쉽고 편한’ 착한
인류가 상호 호혜와 상생 속에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떤 인물이고, 어떤 가르침을 전했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에서 열반까지 일대기를 서술하거나 가르침을 전한 책이 적지 않게 출간돼 왔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자랐고, 연기론을 바탕으로 한 중도 사상을 깨달은 이후의 전법과정 등을 속속들이 찾아내 전하는 책은 그리 흔치 않다. 때문에 많은 불자들은 부처님 일대기를 읽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불교성전편찬회가 펴낸 『불교성전』은 기존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해낸 책이라 할 수 있다. ‘불교성전’은 보통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후 열반에 들 때까지 설한 일대전기와 대소승의 가르
영어몰입교육, 국제중 설립, 학업성취도 평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교육 현장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연약한 아이들을 경쟁의 전쟁터로 몰아넣은 뒤 이를 평가해 우열을 가리겠다는 발상이 기가 막히다. 잘못된 줄 알면서, 아닌 줄 알면서 우리 아이가 열등생으로 낙인찍힐까 사재를 털어, 아니 인생을 걸고 아이들을 사교육의 광풍이 몰아치는 황야로 내모는 우리의 모습은 또 얼마나 비참한가. 그러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돈의 힘에 의해 우열이 갈리는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대다수 이 시대의 부모들은 ‘가랑이 찢어진 뱁새’로 전락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안도현 시인의 『호미를 먹은 쥐』는 물질만능과 성적지상주의가 판치는 지금의 교육환경에 가하는 묵직한 감로의 죽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