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기 전주시장이 시민과 소통을 이유로 선정한 장소 13곳 가운데 9곳이 기독교 시설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를 대표하는 책임자가 특정 종교 공간을 시민들과 만남의 자리로 결정한 것은 시민의 종교 자유 침해는 물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우 시장은 전주시장 예비후보 시절 목회자 222명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던 만큼 순방 장소 선정에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우 시장은 2월13일 “2월16일부터 시민과 만나기 위해 35개동을 순방한다”며 SNS에 일정표를 공개했다. 일정에 따
조계종은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이며 선(禪)을 표방하는 선종단이다. 이는 해동초조로 추앙받는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전한 선법을 계승한 도의국사를 종조로 모시고,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의 종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다.하지만 저자 현견 스님은 “이러한 조계종의 전통은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선의 편식을 불러온 셈”이라며 “임제종의 간화선 수행에만 매몰돼 있는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하며 선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선종의 장구한 역사 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는 어린 야자수 아래서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 지상이 파괴된다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그 순간, 잘 익은 나무 열매가 떨어져 큰 소리를 내며 야자수잎을 때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는 온 힘을 다해 달리며 소리쳤다. “땅이 무너지고 있다.” 토끼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다른 토끼가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 토끼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으며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토끼는 숨을 헐떡거리며 묻지 말라고 대꾸했다. 거듭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이경훈 문화재청 차장에게 “불교문화재에 깃든 정신과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진우 스님은 1월1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이경훈 신임 문화재청 차장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진우 스님은 “불교는 2000여년 가까이 우리 문화와 정신을 같이 해왔다. 실제 문화재 가운데 60~70%가 불교 문화재에 속한다”며 “물질문명으로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이 약해졌다. 불교문화재의 보존·관리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이 국민들에게 다시 전달될 수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민 앞에 참회하고 공수처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부도 신속히 공직자의 종교 편향을 방지하고 문제 발생에 따른 처벌과 조치대책을 마련하라, 국회 또한 금번 공수처장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고 다종교 ·다문화사회 민주주의 정신과 국론 통합을 위한 차별방지법 제정을 속히 추진하라”찬송가 논란을 일으킨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불교계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상임분과위원장·특별위원장은 1월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직자의 개인적 종교가 민주주의 정신을 파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단초
나는 가끔 종교란 아무도 끝까지 읽은 적 없는 책, 아니 아무도 읽을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두꺼운 책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종교는 완전한 독서를 거부하기 위해 쓴 기묘한 책, 즉 책 너머의 책 같다. 그래서 종교에 대한 나의 독해는 항상 미완이나 실패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이 점이 종교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이런 종교로 인해 그만큼 나도 세상도 두꺼워지기 때문이다.사람은 나이가 들면 과거를 먹고 산다. 더 이상 미래가 맛있는 시간의 먹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 속에서 발걸음은 더뎌지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하 공수처장)이 직원들과 함께한 시무식에서 자신의 종교색을 드러내며 예수를 찬양하는 시를 낭송하고 찬송가를 불러 논란이 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준법여부를 감시하는 공수처장이 스스로 공무원의 종교중립의무를 훼손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1월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1월2일 시무식에서 본회퍼 목사의 시를 소개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한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공수처장의 갑작스런 행동에 공수처 구성원 대부분 “깜짝 놀랐
전남 신안군이 종교차별에 해당하는 사업 전반을 변경 또는 취소한다는 입장을 담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문체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는 신안군의 천사섬 브랜드 사업을 ‘종교차별’에 해당된다고 판단,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이 같은 내용은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 특위)가 12월28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2차 회의에서 공유됐다. 특위는 이날 신안군의 1004브랜드, 12사도 예배당, 기독교 체험관 건립 등 종교편향적인 사업과 관련해 총무원
정치권력에 너무 가깝게 다가가서 혜택을 많이 보거나 종속되어 권력이 던져주는 당근 맛에 취해 있다가 그 권력의 몰락과 함께 큰 피해를 입거나 아예 역사에서 사라진 종교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종교계를 향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게도 멀게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상식이라고 할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당연한 일이 잘 안 되는 게 현실 세계이다.중국 동진시대의 혜원 스님은 여산 동림사에 은거할 때,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왔다 돌아가는 도연명과 육수정을 배웅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이 세속과의 경계
종교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의 큰 축을 법보신문 한 호에서 나란히 보게 되었다. 조계종이 종교간 화합·평화로운 사회 기원 트리등에 불을 밝혔다는 기사와, 조계종 중앙종회 특위가 종교편향 담당 전담조직 구성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종교평화를 실현하는 길에 있어서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향과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방향을 잘 드러내주기에, 주마가편의 마음으로 한 마디를 더 보태고자 한다.우선 적극적으로 다른 종교에 화합과 협력의 손길을 내미는데 불교처럼 큰 강점을 가진 종교는 없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종교의 교단을 떠나 당신에게
어려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꿈에도 그리던 대학 캠퍼스를 못 누린지가 벌써 3년차에 접어드는 20학번 이후의 새내기들. 근 3년을 학교 급식하느니 마니 하고, 학원과 도서관에서 마스크까지 답답함을 가중시켰던 그 무렵, 어머님들은 절에서 기도하고, 스님들은 염불로써 힘을 보태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던 것이 근년의 코로나 사태였다. 고진감래의 시험 기간이 끝나면 한 가지 특이한 자유가 있으니 수능금지곡을 맘껏 들어도 되는 것이다.연령대가 높은 불자들이 알만한 수능 금지곡을 들자면 ‘진진자라’와 ‘아모르파티’, 좀 더 젊은
불교윤리는 덕윤리적 성격뿐만 아니라 보편적 결과(쾌락)주의의 요소도 풍부하게 함축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찰스 굿맨(Charles Goodman)의 “결과주의, 행위자·중립성, 그리고 대승윤리(Consequentialism, Agent-Neutrality, and Mahāyāna Ethics)” (Journal of Buddhist Ethics, vol. 20, 2013)라는 논문을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저자는 대승의 윤리가 특히 결과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결과주의의 다양한 버전들 가운데서도 불교윤리의 입
식인귀로부터 인육에 대한 중독을 멈추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수타소마는 그에게 나무에 매달린 왕들을 풀어주라 하였다. 그러자 식인귀는 왕들의 복수가 두려워 수타소마에게 함께 풀어주자고 하였다. 수타소마는 왕들로부터 식인귀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승낙 받고 그들을 풀어주었다. 왕들은 칠일 동안 먹지 못하고 손바닥이 뚫린 채 나무에 매달려 시달렸기 때문에 힘이 없었다. 수타소마는 왕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두 팔로 가슴에 꼭 껴안아서 자신의 아들처럼 조용히 땅에 내려놓고 눕혔다. 천천히 손바닥의 밧줄을 빼내고, 피를 닦고, 나무껍질을 돌에 찧
어떻게든 1시간은 버티려고 하다 보니, 지나치게 힘을 주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혜연 스님께 ‘쉐우민 방법’으로 지도를 받고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걸 배웠다.혜연 스님은 ‘고엔카 10일 코스’ ‘미얀마 단기출가’를 알려주고, 순룬 사야도나 떼인구 사야도와 같은 미얀마의 아라한 스님들 이야기도 해주셨다. 스님의 소개 덕분에 고엔카 10일 코스에 몇 번 참가하다 보니, 집을 떠나 더 오랫동안 수행에만 전념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먼저 부처님 말씀인 ‘니까야’를 모두 읽고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하고 1년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큰 공을 멀리하고 지나치게 술을 말라.석 잔도 오히려 사양커늘 하물며 많이 하랴.불경 중에 기록되길 손으로 갚을 일 없다지만승려로서 경계하지 않으면 말년에 어찌하리.破除功業酒無過(파제공업주무과) 三爵猶辭矧敢多(삼작유사신감다)記得經中無手語(기득경중무수어) 僧而不誡末如何(승이불계말여하)-연담유일(蓮潭有一, 1720~1799)‘술’[주(酒)] 철이다. 코로나19로 3년 동안 묶였던 술들이 임인년 밤거리를 흔든다. 몇 해 전 이정일이라는 작가는 ‘흔들릴 때마다 한 잔’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흔들릴 때
1930년 최남선(崔南善)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불교-그 동방문화사상에서의 지위’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여 통불교론을 제창함으로써 원효불교 이해의 신기원을 열었다면, 1967년 이기영은 ‘원효사상1-세계관’이라고 하는 저술을 출간하여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와 ‘대승기신론별기’에 대한 전면적인 해설을 시도함으로써 원효불교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새장을 열었다. 동시에 이기영은 원효불교를 거사의 관점에서 시종일관 접근하여 유마(維摩)거사를 종교적 전범으로 삼는 승속불이(僧俗不二)의 실천운동의 새 길을 개척하였다. 그런데 70~
경기도 광주 천진암은 스님들이 초기 가톨릭 신자들을 도왔던 절이었지만 지금은 온통 가톨릭 성지로 뒤바뀐 곳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글은 월간 ‘대중불교’ 편집장이었던 김희균씨가 ‘천진암터에서 천주교가 벌이는 백 년 동안의 시위’라는 주제로 해인사가 발간하는 ‘해인’ 1995년 12월 166호에 기고했던 글이다. 해인사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지난여름에 불자 김환봉씨가 ‘대중불교’를 찾아왔다. 십여 년 만의 만남이라 반갑게 안부를 묻고 나니 그는 뜻밖의 주
포교사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일반 포교사 선발이 현행대로 유지된다. 단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일반 포교사 고시 및 전문포교사 선발 난이도는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조계종 포교원(원장 범해 스님)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견에서 “포교사 고시가 지나치게 교리에 치우져 있다”며 포교사 선발 제도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이에 포교사단은 “포교사 전문성·결속력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며 수차례 포교원에 ‘포교사 고시 폐지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5월 포교원과 포교사단은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해 포교사 선발 제도 변경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인간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실체에는 수의 원리가 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다. 서양음악 이론을 정립한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물론이요, 중국음악에도 관련한 여러 수학자들이 있다. 우선 중국의 신화적인 율정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면 “옛날 어느 황제가 음악을 담당하는 신하에게 명하여 율을 짓게 하여 그 신하가 대나무 중 구멍과 두께가 고른 것을 자르니 그 길이가 3치 9푼이었고, 불어보니 황종의 궁음이 되었다. … 중략 … 12개의 대통을 만들어 완유산 밑으로 가서 봉황새의 울음소리를 듣고 12율을 나누었는데, 수놈이 우는 소리 6률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은 유구한 역사의 뿌리를 스스로 송두리째 잘라버렸다. 뿌리가 잘린 나무는 다시 자랄 수 없듯, 파괴되고 끊어진 역사는 되살릴 수 없었다. 그것을 누구보다 절감한 중국은 지금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변 민족과 국가들의 역사를 자기 것이라 우겨 중국 문화의 공백을 채우려는 것이다. 이왕이면 그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가져가고 싶을 터. 한민족과 한반도의 역사·문화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도, 김치도, 한복도 무조건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긴다. 그 모습이 뿌리 잘린 꽃처럼 보여 안쓰러운 마음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