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명상수업이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한 불자님이 작은 상자를 들고 오더니 조심스럽게 내밉니다. 그러더니 “스님! 이건 케이크입니다” 하면서 주고 가는 겁니다. 한참 가다가 뒤돌아보더니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스님! 사실은 제가 오늘 생일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서둘러 걸음을 옮깁니다. 저도 불자님의 뒷모습에 대고 급해도 정성을 가득 담아서 힘주어 말했습니다.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방으로 들어와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빨간 과일이 포인트를 주는 아주 작은 케이크였습니다. 소중한 분들과 저녁공양을 하시려다
얼마 전 동국대 병원에 정기검진을 위해 방문하였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진료 전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시는 분들 사이로 무엇인가가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하며 다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로봇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분명 청소하시는 분들이 쓸고 계셨는데 이젠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집 거실과 방을 동그란 청소로봇이 치우고 다닌 시간은 이미 꽤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 청소를 대신하고, 식당의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에게 기회를 잃어버린 누군가의 삶에는 어떤
절에 다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절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것은 수행 정진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깨우침을 얻어야 남을 도울 수 있지 않겠냐며 수행을 강조하고 선방에서 정진하거나 경전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불교인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희생·양보·보시·이타행·보살행·자비행 등일 것입니다. 수행 정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행도 제대로 하면 자비행과 보살행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출가자와 재가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불자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부처님 법을 만나 공부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행복함에 물들어 얼굴에는 미소 가득, 마음에는 평안이 가득하면 좋겠다. 행복한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법이다. 거창한 포교가 아니라도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저절로 포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나는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졌고 내 행복의 여정을 쉽고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서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책을 만들고 강연하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여러 인연이 연결되고
서울 국제 불교 박람회에 다녀왔다. 개막식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차드 맹 탄 구글 명상지도자와의 대담이 있었다. 먼저 차드 맹 탄의 강의가 20분 정도 진행됐다. 차드 맹 탄은 자신이 어떻게 구글에서 명상 지도를 하게 되었고 현재 명상지도자로서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공유했다. 행사 전 대기실에서 잠시 차드 맹 탄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는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며 겸손했다. 대화 중에는 위트와 함께 늘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강의하는 현장에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세계전통종교지도자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석하는 동안 여러 인터뷰를 했다. 그 중 카자흐스탄의 어느 한 기자가 “종교와 국가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당시 필자는 “국가는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 하고 국가의 권력과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답변만 짧게 남기고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당시 행사 기간뿐 아니라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온다.과거 왕정(王政)이나 신정(神政) 체제의 나라에서 종교의 다원주의와 독립성은 생각하기
이번 해에는 윤달이 들어 있습니다. 사찰에서는 윤달에 생전예수재를 지냅니다. 생전예수재는 특별기도인 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포교라 생각합니다. 생전예수재를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지 고민하며 ‘보현행원품’ 독송을 기본 과제로 삼으려다가 우연히 과거에 독송했던 ‘예수시왕생칠경’과 ‘수생경’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이 경전은 분명 위경(僞經)입니다. 불교에 유교와 도교를 덧칠한 느낌이니 위경 중의 위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대 때 저는 위경은 가짜 경이어서 독송할 가치가 없고 오히려 생각을 오염시키니 있어서는 안 될 경이라
“스님, 이렇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돼요?” 71세 되신 어머니와 통화 후, 나는 부처님 법 만나 출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가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만나는 이들에게 탐·진·치 삼독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알려주긴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출가한 이후로 대중 생활을 하면서 절에 오는 신도, 법회 참석자들에게는 부처님 법을 전할 수 있었어도 가족과는 만날 기회와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출가할 때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랐던 내 마음과도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행복의 길을 전하는 대상에서 가족을
올해 처음으로 부산 동명대학교에서 명상 강의 요청이 있어 해보기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의 강단에 선다는 것이 제게는 도무지 안 맞는 것만 같아 부담이 큽니다. 이력서를 내는데 훌륭한 논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석·박사 통합으로 4년간 수료한 것이 전부입니다. 얼마 전에는 공개강의를 했습니다. 다행히 스님이 하는 강의라 색다른 느낌이었는지 평가는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앞으로가 염려되는 건 솔직한 심정입니다.저야 본래 스님이니 절에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에 있었으니 잠시 산에 가더라도 물로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대화라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에서는 고객 서비스 문의를 챗봇(Chat Bot)이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메신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GPT-3라는 개방형 인공지능(Open AI)이 소개되면서 더 이상 ‘대화’는 인간들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대화상대 중에서 가장 힘든 유형이 ‘네’ ‘아니오’ 같은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이다. GPT-3가 나오기 전 대화형 AI는 이런 단답형이거나 정보를 그냥 추출해 주는 느낌이
인도의 부처님 8대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울산 황룡사뿐 아니라 법륜 스님의 정토회와 상월결사, BBS 그리고 상도동 보문사 등 많은 사찰과 단체에서 비슷한 기간에 서로 다른 일정으로 성지순례를 하였습니다. ‘열반경’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아난다야, 신앙심이 있는 신실한 사람이 실제 찾아가 보고 감격할 장소 네 곳이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 말해주겠다. 수행의 완성자가 태어난 곳, 수행의 완성자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곳, 수행의 완성자가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한 곳 그리고 수행의 완성자가 번뇌 없는 열반에 든 곳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행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나에게 있어서 수행도 마찬가지다. 탐진치로 얼룩진 번뇌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여정이다.오랜 시간 동안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정히 봐주기보다는 부정적이라 여기며 모른 척 회피하거나 눌러 없애기 바빴던 것 같다. 기쁨과 행복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듯 분노와 우울도 느닷없이 찾아온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불쑥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내 것이라 붙잡는 힘이 점점 빠지게 되었고, 지금 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생각과
조계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택시를 탔습니다.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스님! 한 가지 물어봅시다. 대통령이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약간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니 그냥 “그러니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5분 상간에 흥분해서 고함을 치십니다. 둘만 있는 택시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홧김으로 둘러싸입니다. 당신은 화를 내고 저는 들어주니 신이 나셔서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이를 어쩌나 하다가 마침 눈에 백화점 건물의 예쁘고 화려하게 치장된 불빛들이 보입니다. “어머! 저것이 뭡니까?”하고
언제가 방송에서 사찰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 스님들은 아마 국수라고 이야기 할 것이지만, 필자는 단연코 두부이다. 두부 요리의 종류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들기름을 살짝두르고, 겉면이 노릇노릇 될 때까지 구운 두부부침이다. 국수가 스님들을 웃게 만든다고 해서 승소(僧笑)라 불리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두부 또한 오래전부터 사찰 음식을대표하는 것이고 승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음식인 삼소(三笑) 중에하나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필자의 사제 중에는 두부가 너무
사섭법(四攝法)이란 사람을 포섭하는 네 가지 방법으로 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입니다. 보시섭은 말 그대로 보시를 많이 해서 포섭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보시는 평등 보시가 되어야 합니다. 스님과 신도는 평등합니다. 비구계를 수지한 부처님 제자이기에 더 존중하는 것이지 사람 자체가 더 높지 않습니다. 나이 많다고 더 높은 것도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어린이도 그 자체로 존귀합니다. 불교를 믿든 기독교를 믿든 그 자체로 존귀할 뿐입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평등하게 존귀합니다. 유교 이념이 세상을
거대한 꿈을 품고 출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함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홀로 있거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조화롭고, 행복을 나누며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출가 전에도 그랬고 출가 후에도 그랬다. 평안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전 구절은 중국 선종 3대 조사 승찬 스님의 ‘신심명(信心銘)’ 첫 부분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로지 가리고 선택하는
“저 마당에 있는 차 타고 오후에 어디 가는가?”은사스님께서 점심 공양 끝에 한 마디 던지십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신문을 읽고 계시는 것을 보니 컨디션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어제 종일 쉬시고 다시 기운을 차리셨나 봅니다. 스님을 영도 요사채에 모신지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2년 전부터 정착을 하셨습니다. 매일 영양과 사람이 함께하니 스님도 많이 안정되신 듯합니다. 평상시의 모습에서 스님은 거의 요구하는 단어를 잊으신 듯합니다. 어디를 가자고 하거나 뭐가 필요하다거나 먹고 싶은 것이 뭐다 이런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기다립니
불교는 우리가 부처님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서는 안 되는 것’과 ‘당연히 해야 할 것’을 규정한다. 부처님 제자는 5계를 받아 지니는 것부터 시작된다. 강제로 ‘~해야 한다’가 아닌, 스스로 ‘~하겠습니다’이다. 5계는 불교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실행 가능하며, 실생활에서 5계가 작용하면 밝은 미래는 당연 보장된다.1.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겠습니다.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겠다는 약속이다. 방생습관을 들이면 된다. 생명방생을 포함해, 왈칵 화를 내어 사람·동물·곤충 등을 때리고, 학대하고, 미워하거나, 방화로
한국불교는 선불교 이전에 대승불교입니다. 대승불교의 핵심은 나와 너 모두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목표며, 이를 위해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보살도를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대승불교의 실천덕목인 육바라밀을 살펴보면, 보시는 타인의 성불을 위해 마음과 물질, 언어, 행동으로 돕는 것이고, 인욕은 그것을 실천하는데 싫증 내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요, 정진은 열심히 보시하는 것입니다. 선정은 집중된 고요한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이고 반야는 그 보시가 가장 적절해서 무궁무진하게 확산되는 것입니다. 대승의 핵심 실천사상인 육바라밀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 관계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 또는 안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등으로 불안하신가요? 겉보기에 근사한 전문능력을 가진 사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사람에게도 모두 불안이라는 손님은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그리고 불안과 싸우면 싸울수록 공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2년 공황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의 숫자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안을 대하는 명상적 태도란 어떤 것일까요? 이것과 관련해 재밌는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