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본사 쌍계사 주지인 원정 스님이 9월 25일 오후 산중총회에서 신임 주지 후보로 추대했다. 주지 후보로 단독 입후보한 원정 스님은 75년 고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88년 백양사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했다.
“자네도 검버섯이 피었네 그랴.” “자네도.” “자네는 이제 삭기 시작하네 그려.” “이렇게 우리가 나란히 지붕에 얹혀 비바람과 눈과 태양빛을 쪼인지 벌써 얼마나 됐나?” “까마득해서 이젠 기억도 나지 않네 그려.” “지금까지는 어쨌든 그럭저럭 잘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몰라.” “글쎄 또 이렇게 무정한 세월이 하릴없이 흐르겠지.” 지붕위에 나란히 얹혀진 기왓장들이 나직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느 듯 이끼가 슬고 마모되어가는 우리도 어깨동무를 풀지 말고 한 세상 소용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문경 대승사에서
비원 깊은 숲속에 있는 연경당은 흔히 아흔아홉 칸 집으로 불립니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열린 방문이 하나의 액자가 되어, 바깥 경치가 그림처럼 벽에 걸렸습니다. 각 방의 열린 화폭에는 나무와 야트막한 담장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그림은 햇살과 바람의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움직였습니다. 나는 그림 속에서 순간적으로 옛날 이 집에서 살았을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림 속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서산 개심사를 둘러보다가 문득 누군가의 마음의 흔적을 느끼고 놀랐습니다. 수백 년 전 그 어느 땐가, 정신적으로나 심미안의 경지에서 뛰어난 디자이너 고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절터를 잡고, 건물을 배치하고, 계곡 입구에서 금당까지의 동선을 소나무 숲 사이로 자유자재로 배치하고, 경내의 적재적소에 꽃나무를 심고, 풍수지리에 따라 연못을 파서 비보를 해놓고…, 한 마디로 산 전체 국면을 놓고 거대한 정원을 꾸며 놓은 것입니다. 그 섬세한 손길과 담대한 스케일과 탁월한 심미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차를 타니 창밖으로 풍경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돌이켜 봅니다. 움직이는 건 기차인지, 풍경인지? 시계를 보니, 나를 감싸고 시간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흐르는 것이 나인지, 시간인지? 이제 기차에서 내리니, 가는 건 풍경이 아니라 기차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시간이 따로 있어 흐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인생 기차에서 내리게 되겠지요. 그때 물끄러미 물러서서,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요?
한국정원의 원형으로 “산수정원”이 있습니다. 일정한 장소를 정해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이 아니라, 원래 산천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 사방 벽이 텅 빈 정자 하나만 달랑 세운 것. 즉, 자연 자체를 정원으로 삼은 것입니다. 영월 땅, 두 강이 만나는 절경의 언덕 위에 요선정이란 작은 정자가 있습니다. 정자 앞에는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가 천연 연화대 위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방울 다이아몬드 같은 저 알바위는 자연국보로 손색이 없습니다.
영주 성혈사의 조선 중기 때 창살에는 여름날의 한가로운 연못 풍경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보일 듯 말 듯한 소년의 미소는 시간을 초월한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합니다. 바랜 나무 색 때문일까요? 세속의 때를 말끔히 씻어버린 듯한 작은 얼굴에는 내면의 해맑은 빛이 스며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듯이, 동자의 자리에 앉아 이 세상이라는 만화경을 꿈꾸어 봅니다.
희미한 비명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내 안의 꽃을 내가 밟고 있다니요. 저는 얼른 발을 떼고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아직 꺾이지 않았습니다. 하마터면 이 아름다운 꽃을 영영 꺾어놓을 뻔 했습니다. 안의 소리에 민감하게 됩니다. 마음을 살펴보게 됩니다. 행여나 안에 핀 꽃을 밟고 있지나 않은지 수시로 돌아보게 됩니다. 꽃은 밟히지 않을 때,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조계산 선암사를 찾았을 때, 깊숙한 선원 뒷마당에 수조들이 올망졸망 키 높이대로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맨 위 사각형의 수조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둥근 돌확들이 자아내는 시각과 청각의 리드미컬한 음악성. 어느 분의 격조 높은 손길과 천연스런 마음씨가 고스라니 전해졌습니다. 시공을 뛰어넘어 마음이 통할 때, 기쁨 또한 넘칩니다. 저는 문화유적을 볼 때, 그곳에 ‘스며있는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광전 기둥에 낡은 목탁은 그대로 걸렸습니다만, 소문에 듣던 목탁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그 새 날아갔을까, 그새?” 이 말은 저에게 법문으로 들렸습니다. 덩치가 더 커져서 작은 목탁 구멍으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지기 전에, 얼른 이 몸 목탁에서 나가야 되겠지요. 그동안 내가 이만큼 클 때까지 집이 되어주어 고맙지만, 영원한 감옥이 되면 곤란하겠지요. - 가평 현등사에서
"참여정부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즉각 허용하라." 한나라당 국민참여위원장이자 불자 의원들의 모임인 정각회 회원인 이계진(59 법명 향적) 의원이 7월 14일 “제9회 만해 평화상 수상을 위한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이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한 허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직전인 2003년 12월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라마와 직접 대담을 나누기도 했던 이계진 의원은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우리 정부의 거부로 무산돼 결국 티베트 망명정부의 동북아 대표인 초펠라 대사가 만해 평화상을 대리 수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니, 실망을 넘어 허탈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방한 무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
불교계가 수경사 언론보도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선다. 참여불교운동본부, 동국대석림동문회, 중앙승가대동문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전국 29개 교계단체는 7월 12일 수경사 불교대책위원회(상임대표 혜총 스님)를 구성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보도 내용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에 들어갔다. 수경사 불교대책위는 아동학대와 인신매매에 관한 진실 규명과 은평아동학대예방센터의 위장 자원봉사 투입, 종교편향에 대한 문제를 조사할 방침이다. 수경사 대책위는 13일 조계사에서 갖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경사 문제에 대해 어떤 것이 진실인지가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며 “해당 사찰의 위법이 발견되면 법적 조취를 취할 것이며 만약 보도내용 중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SBS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나무 애인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아슬아슬한 암벽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암자를 찾았다가, 절벽가에 서있는 평범한 떡갈나무 한 그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습니다. 존재를 견디고 있는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나누는 은밀한 소통 같은 것. 가끔 마음속에 바람이 불면, 내 나무 애인을 떠올립니다. 마음은 그의 곁으로 달려가 기대어 아득한 허공을 바라봅니다.- 봉화 청량산 응진전에서
햇살이 수면을 뚫고 바닥에 가 닿습니다. 햇살이 아롱대는 돌마다 미소 꽃이 피어납니다. 그 무늬가 우리 마음에도 어리는 것 같습니다. 생각의 빛이 마음바닥에도 가 닿은 것일까요? 마음속에서도 무언가가 살며시 깨어납니다. 우리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이 순간, 아니 우주의 일생에서도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지금 이 찰나가 살아 움직입니다. 모든 순간은 ‘난생 처음’입니다. - 내설악 백담계곡에서김홍근 박사는? 성천문화재단 연구실장. 문학평론가. 저서로는 『참선일기』, 역서로는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활과 리라 - 옥타비오 파스의 시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