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문화유산의 해이다. 더군다나 더욱 뜻 깊은 일은, 초의스님이 5월의문화인물로 선정된 일이다. 초의스님은 근대의 고승이자 시서화에 모두 능하였을 뿐만 아니라 차 문화를 중흥시켜 다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지난 5월 경향각지에서 초의스님과 우리 차 문화를 각종 기념법회와 세미나와 전시회를 통하여 재조명하는 일이 활발하여, 바야흐로 우리 차 문화가 우리 일상의 삶 속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수 많은 행사를 낮은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여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맛있는 햇차를마시며,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초의스님 기념전시회에 초의스님의 유품이라고는 다기한벌은 물론이고 가사한
나는 지난 5월10일부터 26일까지 미주지역 불자들의 초청을 받아 포교여행을 다녀왔다. 불교방송에서 제작한
질문 저는 독실한 불자이신 시어머님의 감화로 불교에 입문한 초심자입니다. 어느날 시어머님의 말씀 중에 "몇 겁을 닦아도 성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겁은 아주 긴 시간으로만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긴 시간이며, 또한 찰나와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이상미) 대답 불자님 가정으로 시집을 오신 모양이지요. 불교신앙을 통하여 좀더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지도록 기원드리겠습니다. 질문하신 내용 중에 몇 겁이나 수행을 하여야 성불한다고 하니까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지요. 겁은 범어 kalpa의 음사로써 겁파라고도 하는데, 번역하면 긴 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인도에서는 가장 긴 시간을 말할때 겁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세수증대를 노린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과 사찰환경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한 개발을 계속하고 중앙정부가 이에 대해서 적절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더많은 자연환경과 사찰환경이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동안, 자연환경과 사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을 걱정하고 반대해온 국민과 환경단체 종교단체의 끊임없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사 입구에 들어서는 유흥관광단지 모악랜드를 비롯해서 가야산 골프장, 정암사 주변의 위락센터 계획, 통도사와 내원사 일원을 묶은 관광단지 조성계획, 봉암사와 선운사 경내지를 침범하는 메머드 위락단지 등, 크고 작은사례를 다 들 수 없
항주 굴지의 부호인 소북산은 소문난 효자이다. 아무런 근심이 없는 그에게 노모가 오래도록 앓고 있어서 그것이 그의 병이기도 했다. 신의라고 소문난 의사는 원근을 가리지 않고 데려다가 노모의 병을 치료하였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 조문회의 어머니의 병을 제전선사가 낫우는 것을 본 소북산은 선사를 모시고 집으로 간다. 남루한 옷차람의 재전선사를 본 노모와 하녀가 저런 거지중이 무슨 재간이 있어서 중병을 고치겠느냐고 비웃었다. 그것은 본 선사, "그대들은 나의 남루한 누더기를 비웃지 마시게. 선승의 옷이 헤어진것은 당연한 것. 이것이야말로 본래면목이다"하였다. 선사의 치료로 소북산의 어머니의 묶은 병이 나은 것은 물론이다. 사례로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으나
정치는 정과 치가 합해진 말이다. 정자를 분석해 보면 바를 정자와 철 목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다.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바른 목적을 정이라 하고, 침략해 오는 무리들을 물리치는 것을 복이라 한다. 결국 정은 오늘의 군을 의미한다. 다스릴 치자는 물과 이자의 합성글자다. 물은 내천자와 같은 의미로 여러물줄기가 흐르는 내 운하 호수 바다를 뜻한다. 그리고 이자는 사와 구의 모임인데 사는 개인을 말하며 구는 식생활의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즉 개인의 의식주가 원만해지면 좋다는 뜻으로 기뻐할 이자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다스린다는 치자의 뜻은 천재지변을 잘 다스리고 개인의 생활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오늘의 경제.재정 분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기에 보면 요임금이 산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따라서 불교의 미래이다. 오늘 어린이에게 불교를 심지 않으면 장차 거둘 불교의 과실은 없다. 때문에 우리는 어린이에 대한 포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에 대한 포교는 후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지가 지난 3주에 걸쳐 집중취재를 한 바에 따르면 우선 어린이를 지도할 포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그나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린이포교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불사에는 앞다투어 동참하지만 효과가 당장에 눈에 띠지 않는 어린이 포교에는 무관심한 교계의 실정은 어느새 경계해야 할 즉물주의가 팽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포
정재각(대한불교진흥원) 이사는 6월 11일 오후 2시 불교방송 3층 공개홀에서열리는 제74회 다보문화강좌에서 `한 민족은 어디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02)703-0108
우리 어머니는 원래 불교신자였다. 많은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언제라고 딱이 정할 것 없이 아쉬운 일이 있으면 절을 찾으셨고, 사월 초파일이면 속바지 주머니 깊이 꽁공 묶어 놓은 돈을 꺼내 가장 값이 헐한 등을 사서 가족의 이름을 매달곤 하셨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묘가 있는 고향의 공동묘지에 운동장이 들어서게 되어서 이장을 해야 하게 되었을 때에는 아예 묘를 없애고 두 분을 어머님께서 평소에 다니시던 절에다가 모셨다. 사실은 새 묘자리를 장만할 돈이 없는 게 주된 이유였지만, 귀신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묘에 가만히 붙박혀서 산다더냐, 극락에 갔든지 어디다른 데 환생을 한다더라, 하고 불교적 지식을 피력함으로써 변명으로 삼으셨다. 내가 중.고.대학교 입학 시험을 치르
정부(통계청)가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 총조사'는 국가기본 통계조사로 국가정책의 입안과 각종 계획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것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통계조사결과이기 때문에 5년간 국가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이 조사에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응하는 것은 국가정책의 올바른 입안과 방향설정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이번에는 특히 종교에 관한 조사도 있게 된다. `종교가 있느냐 없느냐'와 `있다면 어느 종교를 믿느냐'는 문항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다종교가 공존하면서, 절대우세의 종교가 없는 우리나라 종교상황에서 종교인구조사는 매우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가지고 있고 종교간
완연한 가을이다. 붉은빛으로 온통 물든 가을산은 보는이의 마음을 절로설레게 한다. 더불어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신부들의 설레임이야말로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24일부터 음력 9월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윤달을 이유로 미뤄왔던 결혼식이 러쉬를 이루며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맞았다. 평생 단 한번뿐인 결혼. 불자라면 불교식으로 치러야할 것이다. 절에서 치를 때는 물론 일반 예식장에서도 스님을 주례법사로 하고 불교의 화혼의식에 따라 여법하게 행한다면 이는 곧 부부로서 인연맺음과 동시에 진정한 불자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일 것이다. 불교에서는 남녀의 결혼을 화혼이라고 한다. 사회자가 식의 시작됨을 선언하면서 화혼식은 시작된다. 이어서 주례법사가 등단하고 화동과 화녀
컴퓨터의 매력 중에서도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방법은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인데 지금부터 그 요령을 배워본다. 우선 준비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전화선과 모뎀이다. 전화선이야 없는 댁이 없을테지만, 컴퓨터에 따라서 모뎀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성능과 가격이 차이가 난다. 모뎀이란 놈이 생긴 모양은 별수없이 밤색 조각에 몇개의 칩이 달려있다. 이녀석이 하는 일은 전화선과 컴퓨터의 사이를 서로 통하게 해주는 통역인 셈이다. 무슨 뜻이냐면, 우선 컴퓨터는 디지탈이라고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전화는 아날로그방식을 사용한단다. 그러니까 컴퓨터랑 컴퓨터랑 서로 의견을 나누는데는 상관이 없는데, 그 사이에 전화선이 개입을 하게 되므로써 전달이
유① 존우론과 숙명론 그리고 우연론을 비판하면서 부처님이 새롭게 제시한 것이 `연기론'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차별적으로 태어나게 되고, 거기에 따른 갖가지 고통이 있게 마련인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힌 것이 연기설이다. 이 연기설에 관해서는 위에서 이미 누차 설명한 바 있기 때문에 구태여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연기설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고, 특히 지금 우리들이 공부하고 있는 이 십이연기설을 `업감연기설'이라 부르기 때문에 `업'에 관해서 좀더 살펴보아 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차별적으로 태어나고 거기에 따른 행.불행이 있게 마련인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추구하여 얻은 결론을 경에서는 `유'라 설하고 있다. 즉 `유로 말미암아 생이 있다'고 설
길을 가다가 문득 멈추어서 눈을 들어 하늘과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거리의 풍경을 본다. 파란 하늘, 노오란 은행나무 그리고 붉은 보도블록 위에 쌓인 낙엽. 아직도 물이 설든 푸른 빛이 군데군데 남아서 노오란 색이 더욱 도두라져 보인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가을 두어해 전이다. 단풍이 지금처럼 한창인 어느 날 택시를 탔다. 기사양반의 차림새가 젊어서 처음에는 짐작 못했으나 몇마디 말을 나누는 가운데 환갑을 앞 둔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분은 자신의 나이를 가을에 견주어서 지난 날에 대한 회한과 곧 낙엽지고 말 인생에 대한 미련을 토해냈다. 그 후로도 한번 쯤 더 가을을 보냈고 또 다시 공원 구석마다 황금빛 잔듸 위에 붉은 잎이 덮히는 계절이 왔
지난 주말 강원도 동북단 건봉사에 다녀왔다. 2개월만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속으로야 애들보다 더 즐거웠다. 4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도로 한가운데서있는 고장난 트럭 덕분에 8시간이 족히 걸려 밤 9시에야 도착했다. 가을색이 완연한 산과 가을 걷이가 끝나가는 들녘을 보며 내 삶의 빛깔을 되짚어보니 긴 숨이 절로 토해져 나왔다. 출발할 때의 기쁨과 이런저런 생각들이 엉켜 늦어지는 시간이 야속한 줄도 몰랐다. 맑디 맑은 가을 달빛아래 찾아든 경내는 불사가 한창이라서 어수선했지만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가 이루어낸 자연의 질서는 달빛에 어우러져 더욱 경이로왔다. 얽히고 설켜 혼탁하기 짝이없는 도회지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언제나 저만큼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산이지만 좀처럼 찾
경허(1849-1912)는 자신이 살던 시대를 `사도가 치성한'시대로 한탄하고 조선의 서산이 살아갔던 시기를 오히려 융성기로 보았다. 1900년 어떤 절의 주지에게 선법을 선양하기를 당부하며 쓴 글에서 경허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선지의 이치는 똑바르고 높다는 것, 본지풍광을 깨닫는다면 옛 부처와 어깨를 함께 한다는 것,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수많은 사람이 불지에 이르렀다는 것, 그런데 근세에 이르러 그 도가 폐지되어 전하지 못하거나 발심한 자가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참구한 자가 없다고. 또한 불자라고 하면서 불법을 힘써 행하지 않는 자, 사심을 가지고 선방을 폐지하고 선객을 받아들이지 않는 주지가 있는데 이들은 성불할 불종자를 끊는 자이며 반야를 비방하는 자이고,
가을하늘이 너무 맑아 눈이 부시던 지난달 22일, `문회의 달' 10월을 마감하는 어린이행사들이 다양하게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불심과 우정을 함께 나누었다. ○…제3회 불교아동 미술대회가 도선사(주지 동광스님)에서 월주(조계종총무원장)스님, 덕신(문화사회부 국장)스님을 비롯 어린이 7백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월주스님은 격려사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잘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달라고 "당부했다. 목동청소년회관, 영화사, 석불사, 조계사 등 각각의 사찰에서 참가한 어린이들은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경내로 흩어져 각자의 미술실력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미술잔치에서 최우수상으로 뽑힌 유나영(성심사 신강국교 3년)양은 "부
일주일 전 성지순례차 몇군데 사찰을 방문했다. 갈때마다 법당에 가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일주문을 들어서면 그 절에 계시는 보살님들이 "등이나 기와 접수하세요"하는 것이다. 참배객이 많으면 좀 덜할텐데 어떨 땐 나혼자 법당에 들어가서 108배를 좀 하고 나올 요량이면 꼭 등뒤에서 그러니여간 난처하지 않다. 물론 부처님께 공덕을 짓는다고 볼 수도 있으나 한편 생각해보면 장사속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주라는 것은 본인의 마음이 우러나야 하는 것이지억지로 강요에 의해 하는 시주는 안하니만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에게 있었던 일은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시주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음력 2월24일 관음재일의 일이다. 지금은 전주의 어느곳에서 잘 자라고있을 강아지와의 불연이다. 그날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연일 신문.텔레비전에서는 은폐된 사건을 밝히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고 국민감정 또한 매우 복잡다단하다. 또 `통치자금'이라는 희한한 조어가 등장해서 어리둥절해 진다. 우리는 대통령이 통치를 위해서 써야 할 돈이 많으리라는 것을 짐작한다. 언제나 `높은 사람'들은 희사를 할 때면 금일봉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액수를 밝히기 어려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권위주위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고 꼭 많이 내란 법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적은 액수이기 때문에 더욱 진실하게 느껴질수도 있지 않을까? 요컨대 그 금일봉을 비롯해서 촌지, 후의금, 경조사 까지를 포함해서 보통사람들보다는 씀씀이가 훨씬 크리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재임중이기
한달 동안 미국을 여행하면서 나는 좀처럼 불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독교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무슨 불교이며 불교인이겠느냐는 생각은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짧은 여행가운데서 결코 만만치 않은 불교의 모습을 접하면서 어떤 희망같은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뉴욕에는 물론 원각사를 비롯한 한국절이 10여군데나 된다고 하니까 당연히 불교의 모습이 상당한 크기를 차지하고 있을 것같지만 내가 만난 한국신문들의 특파원들은 한결같이 기독교도들이라서 그런지 그들로부터 들을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교회의 동향에 관한 것들 뿐이라 섭섭한 마음 지울길 없었다. 그런만큼 내가 뉴욕에서 접한 불교는 사찰이 아니라 박물관에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