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대룡리 282번지에 위치한 동화사의 불교문화재들이 몇 년에 걸쳐 연쇄적으로 도난됐다. 1988년 3월부터 1992년 3월에 이르기까지 응진당의 금강역사상 2구를 비롯하여 ‘석가후불도’와 부도 2기가 도난된 것이다. 그중 부도 1기는 회수되었고 불화와 금강역사상은 2020년 7월경에 되찾아왔다. 33년간 은닉돼 온 것이 문화재청과 조계종, 경찰의 긴밀한 공조수사를 통해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장 수장고에서 발견된 것이다.순천 동화사는 1047년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
威光遍照十方中 月印千江一體同위광변조시방중 월인천강일체동四智圓明諸聖士 賁臨法會利群生사지원명제성사 분림법회이군생위엄의 빛이 시방 가운데를 두루 비추니/ 달이 일천 강에 비추어도 모두가 하나이다./ 사지에 완전하게 밝으신 모든 성현이/ 분연히 법회에 임하여 군생을 이롭게 하시네.이 게송은 주로 불보살 등을 찬탄하는 ‘가영(歌詠)’으로 널리 쓰였던 게송이지만 지금은 사찰의 주련으로 더 많이 볼 수 있다. 불교의식에서 가영이라고 하는 것은 불보살의 공과 덕을 노래로 읊조려서 찬탄하는 것이며 ‘가송(歌頌)’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의식을 수록한
입추와 말복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는데 코로나19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마스크 벗고 살수 있겠다’ 싶었는데, 연일 더 많은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오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에 지쳐가는 것도 사실입니다.어제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스윗데이’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야근을 많이 하던 총무회계팀이 요즘은 가장 일찍 퇴근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2층 통합사무실의 직원들에게도 “일찍 가라”고 재촉을 해 놓고 저도 오랜만에
불교승단은 보름마다 실시하는 포살(布薩, uposatha)과 함께 자자(自恣, pavaraṇa)라는 훌륭한 제도를 갖고 있다. 자자는 3개월 안거(安居, vassa)의 마지막 날, 전체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법랍이 가장 높은 장로부터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의 허물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지적해 달라고 요청한다. 만일 지적을 받으면 잘못을 참회하거나 해명해야 한다. 이러한 갈마를 통해 자체적으로 승단을 정화하고 승단의 화합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면 ‘자자건도(自恣犍度)’는 어떻게 제정되었는가? 붓다께서 사위성의
조선 왕조 제4대 임금 세종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그가 주도해서 시행한 주요 정책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는 고결하지도 나랏일을 잘하지도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난 점이 분명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내서 나로 하여금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라며 신하들에게 자신의 허물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해 달라는 기록(‘세종실록’ 7년[1425] 12월8일)은 ‘세종이 왜 훌륭한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그러나 즉위
며칠 전, 무심히 스친 뉴스는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인류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머지않아 잠기게 된 부산과 같은 해양도시들을 대비하여 새로운 수상도시가 계획된다는 내용이었다. 돌아보면 지구 온난화는 세대가 여러 번 바뀌기 전부터 예측된 지구적 문제였다. 필자의 어린시절 온난화를 촉발하는 오존층 파괴 원인이 된다며 에어컨의 냉매가 되는 프레온가스나 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보면 오히려 지구파괴를 막기에 희망적인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
하늘에 열돔이 쳐진 듯 날은 덥고 코로나19는 방역 4단계에도 꺾이지 않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창밖에서 매미도 대단한 여름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를 나섰다. 박물관에서는 방역의 일환으로 관람객 제한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해두었지만, 무더위 속에 나서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회기역에서 이촌역 방향 경의·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한 명이 나에게 동묘앞역을 가려면 무엇을 타야 하는지 물어 건너편 승차장에서 인천과 수원행 1호선을 타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어눌한 내 말에 믿음이
1979년 10월26일 밤, 청와대 인근 궁정동의 중앙정보부(‘중정’으로 약칭) 안가에서 중정 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등이 목숨을 잃었다. 박정희 개인으로서는 1961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18년 동안 누려온 권력과 목숨을 한꺼번에 잃은 것이었지만, 국민들 중에는 “이제 유신독재 체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며 안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1979년 12월 이른바 ‘12‧12 사태’, 1980년 5월 계엄확대조치와 광주민주화운동, 이어지는 국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목소리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케사르와 같이 최고의 웅변가들이나 조수미처럼 천상의 목소리로 평가받는 성악가들을 꼽을 수 있다. 불경에서는 모든 존재 가운데 최고의 목소리 소유자는 부처님이라고 말한다. 우선 부처님은 ‘32길상 80종호(種好)’라는 일반 중생들이 지니지 못한 32가지의 특별한 관상과 80가지의 위대한 사람이 갖춘 이상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전해진다.그 가운데 부처님의 목소리도 언급하고 있는데 32길상 가운데의 ‘범성상(梵聲相)’과 80종호 가운의 ‘성불추광(聲不麤撗)’, ‘성여뢰음청창화아(聲如雷
승이 길주의 자복여보 화상에게 물었다. “고인의 노래란 무엇입니까.” 자복은 원상을 그려보임으로써 그 질문에 응대하였다.길주(吉州)의 자복여보(資福如寶) 선사는 위앙종의 제4세인 서탑광목(西塔光穆)의 법을 이었다. 선문답에는 음악과 관련한 주제가 더러 등장한다. 그 음악은 흔히 목소리를 통하여 뱉어내는 노랫가락 내지 악기를 통하여 연주해내는 음률이 주를 형성하고 있다. 고인의 노래는 고인의 가르침을 표현한 것이다. 노래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듯이 선지식의 훌륭한 가르침은 납자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교훈이다. 그
부처님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다. 속가시절 이웃나라 공주 야소다라와 결혼해 29세때 라훌라(Rahula)라고 하는 아들을 보았다. 17세에 결혼했으니, 꽤 늦게 아들을 본 셈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라훌라는 ‘장애’라는 의미이다. 출가를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고따마 태자는 아들이 태어난 날 밤 출가를 감행했으니, 라훌라는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이야기만 전해 듣고 자라났다.그러던 중, 정각을 성취하고 2년 뒤에 부처님은 모국인 까삘라왓뚜를 방문하게 되고, 아들인 라훌라를 처음 만나게 된다. 라훌
토끼는 크게 산토끼(hare)와 집토끼(rabbit)로 나뉜다. 유럽인들은 토끼를 굴(窟)을 파지 않는 산토끼와 굴을 파서 사는 집토끼로 구분했는데 아시아 토끼들은 굴을 파지 않고 살기 때문에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산토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빨간 눈의 흰 토끼와 다르게 ‘인도 토끼(Lepus nigricollis)’는 전체적으로 짙은 검은 색을 띤다. 특히 목덜미에 검은 띠를 두른 것처럼 보여서 ‘검은 목 토끼(Black-naped Hare)’라고도 부른다. 얇은 귀와 검은 털 때문에 웅크리면 크고 칙칙한 돌처럼 보여서
종교의 세속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의 세속화도 그렇다. 처음 시작할 때의 본래 정신이 세월 속에서 변질될 경우,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해야 할까? 석가모니 생전 당시에 불교도들은 제사를 멀리한 것으로 경전은 증거한다. 그런데 긴 역사의 우여곡절 끝에, 현재 한국의 절에서는 ‘우란분절’을 제사 형식으로 지내고 있다.연기적 관계로 인간과 세상을 설명하는 불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무명 쪽으로 물들어가는 연기도 있고, 밝음 쪽으로 맑아지는 연기도 있다. 지금 우리는 세속의 물결에 떠내려가는 것인가? 아니면 세
유튜브를 하다 보면, 종종 ‘엉망인 자막을 왜 다느냐? 차라리 자막을 달지 말라’는 댓글을 다는 분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영상이 자막이 없는 영상이었다는 점이다. 세상에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유튜브 편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 중 하나가 자막 작업이다. 또 자막에는 필연적으로 오타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팔만대장경에도 오타가 있는데, 어찌 자막이 완벽하겠는가!해서 자막을 빼고 올리는 경우도 많다. ‘노가다’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막도 없는 영상에 ‘자막 때문에 짜증 나니, 빼라’는 댓글이 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롤스의 사회정의론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도덕 무관심적인 이성주의는 불교의 세계관이나 윤리관과는 대단히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을 더 진전시켜 보면 놀라운 관련성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 내에서의 개인의 위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불교의 무아설은 ‘사회적 동력’ 즉 자아에 대한 확장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무아설을 상즉상입(相卽相入, mutual penetration)하는 연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각각의 자아는 다른 모든 자아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것은 롤스와의 재
‘반야심경’의 지득(智得)에 관한 고찰을 더해 보기로 한다. 공성의 구경적 단계로 지혜와 얻음의 공성까지 설파한 것이다. 얻음은 지혜(반야)에 의해 얻어지는 해탈이나 열반을 지칭하는데, 그 순차에 대한 이해를 경전에 입각하여 해두어야겠다.‘열반경’ 사상품(四相品)과 가섭보살품에 의하면 “해탈즉시여래(解脫卽是如來), 여래즉시열반(如來卽是涅槃)”이라 하여 해탈과 여래(깨달음의 당체)와 열반은 동일 개념이 된다. 완전한 자유(해탈)와 완전한 행복(열반)은 여래의 성품으로 동일 맥락이기에 그러하다. 굳이 순차를 분별하자면 해탈이 선인(先因
법당의 불상 뒤에 후불탱화가 걸려있다는 것은 불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상과 불화가 하나의 세트로 불단 위에 모셔지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이런 법식은 아마 조선시대에 이르러 보편화되었을 것이다. 불상 뒤에 바로 불화를 걸면 사실상 불화가 잘 보이지 않음에도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봉안 법식이 자리잡게 되었을까.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불탱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 원래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래 불상 뒤에는 당연히 광배가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 불상은
月巢鶴作千年夢 雪屋人迷一色空월소학작천년몽 설옥인미일색공坐斷十方猶点額 密移一步見飛龍 좌단시방유점액 밀이일보견비룡 학은 달집 속에서 천년의 꿈을 꾸고/ 눈 집에 사는 사람은 일색(一色)의 공(功)에 어둡다./ 앉아서 시방세계를 끊으려고 하나 오히려 이마에 상처만 생김이라./ 가만히 한 걸음 옮겨야만 나는 용을 지켜보리라.이 주련의 내용은 굉지정각(宏智正覺 1091~1157) 선사의 제자인 종법, 종영, 법징, 종신 등이 스승의 어록을 엮은 ‘굉지선사광록’ 총 9권 중 제2에 나오는 게송이다. 주련에는 잘못 쓴 글자와 원문과 같은 의미의
신라 최초 사찰 흥륜사 금당에는 ‘10성(十聖)’이라 하여 동쪽 벽에는 아도(阿道)・염촉(厭髑)・혜숙(惠宿)・안함(安含)・의상(義湘), 서쪽 벽에는 표훈(表訓)・사파(蛇巴)・원효(元曉)・혜공(惠空)・자장(慈藏) 등 10인의 소조상이 안치돼 있었다. ‘중고’와 ‘중대’ 불교사에서 중요한 인물 10인을 선정하여 ‘10성’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부처님 10대 제자에 대응한 조합이라고 추측된다. 또한 10성 가운데 최후 인물로서 화엄종을 개창한 의상과 그를 계승한 표훈을 들고 있는 점, 그리고 의상의 10대 제자와 화엄 10찰이라는 표현에서
전국비구니회·로터스월드의 동남아 사찰 긴급지원(법보신문)을 보면서 감사‧감동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일었다. 세계에서 불교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는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불교가 그래도 상당한 교세를 가지고 있는 다종교 국가를 제외하면 동남아의 여러 국가와 몽골이야말로 진정한 불교국가라 불릴 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불교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여 있고, 그것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극한의 위기 상황에 빠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킬링필드의 상처로 사원과 승려 체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