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하러 투표장에 다녀온 불자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불자들이나 개신교를 믿지 않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다녀와서 마음이 꺼림칙한 직접적인 이유는 교회 투표소를 선교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몰지각한 개신교인들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하러 갔다가 “예수를 믿으라”며 강요하는 개신교인들로부터 교회 홍보지를 받았으니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게 당연하다. 한 술 더 떠 아예 교회 입회를 위해 명단까지 작성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있었다 하니, ‘투표소를 선교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신교계의 전략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투표율을 높이려면 투표 장소부터 신경 써라”, “교회 투표소가 개신교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겠지만 개
정해(丁亥)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금년이 황금돼지의 해로서 수백년 만에 돌아오는 대 길운의 해라고 모두 가슴 설레며 큰 기대를 가졌던 연초가 엊그제 같이 느껴지는데. 불교계의 입장에서 돌이켜 볼 때 과연 금년이 그렇게 길운의 해였던가? 참으로 우울한 일들이 많았었던 것 같다. 제주 관음사, 충남 마곡사, 동국대 신정아 사건 등은 우리 불자들이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운 불상사들이었다. 이러한 참담한 사건들은 금년이 행운의 해보다 오히려 불운의 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모든 불상사들에도 불구하고 금년이 대 길운의 황금돼지 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참으로 경사로운 일이 느지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동 봉은사의 주지 명진 스님이 봉은사의 재정을
용과 뱀이 함께 어울려 사는 도량, 이것이 한국불교의 역동성을 간직한 도량의 참모습이다. 용이 되고자하는 뱀은 끊임없이 자신의 허물을 벗으면서 이무기로 변화하고 이무기는 인욕과 인고로 이윽고 용이 되는 것이다. 용은 뱀과 섞여서 몸을 숨기면서 용트림을 기다리며, 여의주를 득하여 품어 굴릴 줄 알아야 하고, 여의주를 갖춘 용은 승천하여 천지의 왕래에 그리고 용사의 왕래에 간격이 없어 자유자재하여야 한다. 그래서 용이 곧 뱀이고 뱀이 곧 용인 용사불이가 성립되고 따라서 용사상생은 당연한 귀결이 되는 것이다. 근대 한국불교에서 꺼져가던 선풍을 중흥시키고 제방의 여러 선원들을 설립하고 납자들을 지도하던 경허 스님, 오대산 상원사에서 올곧은 종풍을 정립하고 조계종 초대종정으로 추대 받은 한암 스님, 그리고 스승
제주도는 지리적인 특성상 가장 지역적인 특색이 강한 곳이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이었기에 오랜 세월을 노골적인 무시와 차별을 견뎌냈어야 했고, 특히 60여 년 전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던 4·3항쟁은 여전히 제주도민들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아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제주 문화는 ‘육지’ 문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는 종교에 있어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해방 후 개신교가 급격히 증가했던 것과는 달리 제주지역에서는 불교가 제1의 종교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지켰으며, 조계종 중심의 육지와는 달리 제주에서는 아직도 다른 종단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도 큰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 종교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백억대 건물을 갖춘 대형교회들이 속속 들어서고 이들 종교계의 적극적인 선교로 ‘불교 아성’
스님과 불자들이 속속 태안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10일 조계종이 긴급대책회의 끝에 태안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첫 자원봉사자 40명을 투입한데 이어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중앙종무기관 스님들이 현장으로 내려갔고 수덕사, 마곡사 등 태안 인근 본·말사 스님들도 안거를 마다하고 검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또 봉은사, 화계사 등 개별 사찰들도 음식 지원과 기름제거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등 기름유출 피해 복구에 교계의 역량이 집결되고 있다. 사실 태안 일대는 현재 원유 유출 1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다와 갯벌이 온통 기름으로 뒤덮인 죽음의 땅으로 변한 채 깊은 한숨만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이곳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지만 복구에 10년, 아니 수 십 년이 걸릴 것이라
국가 권력에 의한 불교 탄압이 자행되던 조선 초기 그 험한 시절에도 말없이 자비행을 실천하는 승려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자비승 혹은 선심승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물을 파기도 했고, 다리를 놓고 길을 수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院)을 세우고 목욕탕을 지었으며, 기와를 구웠다. 세종 4년(1422) 1월 조정에서는 도성의 네 곳에 구료소를 설치, 축성역으로 병들고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게 했는데, 탄선(坦宣)은 승려 300명을 인솔하여 구료했다. 그는 염병도 두려워하지 않고 성심껏 환자를 돌 본 적이 있어서 한성으로 불려왔었다. 이해 9월에도 저자거리에서 걸식하는 굶주린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왕은 흥복사에 구료소를 설치하여 죽을 쑤어 주도록 했는데, 조정에서는 탄선에게 그 일을 맡겼고, 많은 사람들이
손 혁 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선거를 치르고 나면 가장 많이 나오는 평가 가운데 ‘뜻밖의 결과’라는 표현이다. 5년 전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후보가 되었을 때도, 대통령선거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 당선되었을 때도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뜻밖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뜻밖의 결과’라는 평가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렸다’가 되어야 한다. 왜 선거 때마다 번번이 전문가들의 예측, 언론의 전망이 틀릴까? 우리나라 선거가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가 안정되어 있지 않은데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선거는 유형을 나누기가 쉽지 않고 선거 하나하나가 다 새로운 특징들
17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불교 표심 잡기가 치열하다. 각 후보마다 교계를 향한 장미빛 공약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동영, 이명박, 문국현 후보의 불교 공약은 지켜만 진다면, 누가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들 후보들이 발표한 불교 정책은 불교 관련 규제법들의 정비 및 완화와 종교편향 근절, 불교문화재 보존, 남북 불교 교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광범위하다. 대선 후보들이 이처럼 앞다퉈 불교문화재 보호와 종교편향, 불교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예 산 확대를 약속하는 일은 교계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감이 아주 없지는 않다.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당선 이후 그야말로 공
우리사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치유하기 어려운 양극화로 굳어지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단적인 예로 최근 사회 한쪽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희망의 찬가를 부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하루세끼 끼닛거리를 걱정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따라서 해마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이 시기가 되면 소외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역시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연중행사의 하나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순수한 마음의 표현으로 이해하면 이때만이라도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손길이 따뜻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돕는 일은 어려울 수 있으나,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어려움에 처한
연말연시가 코앞인데 주위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 솔려있어 으례 하는 이웃돕기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나라의 5년 아니 10년 이상의 장래가 걸려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신망과 덕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특정한 사고에 빠져 있거나 자신만의 종교에 빠져 다른 종교를 무시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중도적인 입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국론분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자신은 물론 이웃도 돌아봐야 한다. 어떤 일을 함에 시작할 때는 계획을 세우고 끝날 때엔 반성과 평가를 하듯, 한 해의 끝과 시작 은 이웃을 돌봄으로 자신을 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보살은 온갖 중생 중 구호를 못 받는 자나, 갈 곳이 없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급격한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세상이 온통 황금만능주의에 젖어버렸다. 그리고 이 황금만능주의는 ‘무소유(無所有)’를 본분과 자랑으로 여겼던 불교까지도 부지불식간에 오염시켜 1600년 한국불교 역사상 들어본 적도 없는 ‘관광사찰’을 등장시켰고, 바로 이 ‘돈 많이 들어오는 관광사찰’의 주지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불교계의 문벌 간에 종권다툼이 일어났으며, 급기야는 같은 문중 간 같은 문도 간에도 주지 자리 쟁탈전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는 이 주지 자리를 둘러싸고 모략, 중상, 괴문서 살포, 폭력 동원, 살인 사건까지도 일어났다. 어디 그 뿐이었는가. 이른바 종권을 둘러싼 각종 선거에 정치판보다도 더 치사한 금품 살포와 매수와 협박까지 난무했다는 주장이 최근 모 방송의 ‘PD수첩
정해(丁亥)년 한해가 긴 낙조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희망찬 무자(戊子)년의 새 아침이 밝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법보신문 발행인 이상훈입니다. 한해를 갈무리하는 시기에 법보신문 새 발행인으로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법보신문은 지난 1988년 근대 한국불교의 거대한 산맥이었던 월산 성림 대종사께서 문서포교를 통한 불법홍포의 뜻을 세워 창간한 범불교 신문입니다. 법보신문은 지난 19년 동안 저널리즘 본연의 사명인 냉철한 이성과 예리한 시각으로 불교계의 현안을 분석하고 바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으며, 이런 노력과 독자 여러분의 성원이 함께 어우러져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불교계를 대표하는 유력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