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니까야를 읽는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대응하는 아가마와 대조해 보기도 한다. 그러면 선명하게 이해될 때도 있다. 초기경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 조금씩 다르다. 예전에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경이 요즘에는 가슴에 와 닿는 경우도 있다. 연륜이 쌓이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최근 ‘빱바뚜빠마-숫따(Pabbatū pa ma-sutta, 산의 비유경)’(SN3:25)를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경은 꼬살라국의 빠세나디(Pasenadi, 波斯匿王) 왕과 붓다의
우리절에서 백중을 처음 맞이하는 몇몇 보살님들이 소란스럽게 이야기하길래 들어보니, 영단에 절을 몇 번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어떤 이는 2번, 어떤 이는 1번 절하면 된다며 설왕설래하고 있었지요. 한 보살님은 ‘어느 스님이 3배 하는 것이 잘못 되었다’고 말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정색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우리 절에서는 영가단에도 삼배를 합니다. 영가의 본 성품이 불성이니 삼배하며, 삼보에 귀의하여 부처님 법을 따라 깨달음을 성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삼배합니다. 모든 중생이 다 부처님이니, 영가라
인터넷에서 증강현실을 찾아보니 인터페이스, 3D 가상공간이 나오고, 이것을 이해하자니 프로토콜, 마커 인식이라는 말이 나오며 다소 과장하자면 무한에 가까운 새로운 용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것을 언제 다 이해하나라는 현애상(懸崖相)이 생긴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의 세대는 실제와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가상공간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공간에 넋을 잃고 말았다. 마치 정토계 경전이나 ‘화엄경’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이번 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일상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거리두기’이다. 의학과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놓은 것이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소위 ‘거리두기’는 일상의 회복을 위한 임시적 조처인가, 아니면 인류 생존을 위해 ‘거리두기’ 속의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빠른 회복을
인도의 국조(國鳥)는 인도 공작새(Indian Peafowl)이다. 학명 ‘Pavo Cristatus’는 고전 라틴어로 ‘볏이 있는 공작’을 뜻하는데, 여기서 볏은 머리 위 부채 모양의 화려한 장식깃털을 말한다. 목주변이 푸른색이어서 ‘블루 공작(Blue Peafowl)’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힌두신 쉬바(Śiva)의 목이 파란 색인 것과도 연관된다. 인도신화 중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인 ‘우유바다 휘젓기(Samudra Manthana, 乳海攪拌)’에서 선신과 악신은 불멸주(不滅酒)를 차지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승이 파초철 화상에게 물었다. “어떤 한 사람은 생사도 버리지 않고 또 열반도 증득하지 않습니다. 화상께서는 그런 사람과 제휴할 수 있습니까.” 철화상이 말했다. “그런 사람하고는 제휴하지 않는다.” 승이 물었다. “어째서 제휴하지 않는 것입니까.” 철화상이 말했다. “노승은 좋고 싫음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파초철(芭蕉徹)은 파초산(芭蕉山) 계철선사(繼徹禪師)를 가리키는데, 파초혜청(芭蕉慧淸)의 제자로 위앙종 제5세이다. 본 문답은 선문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문답은 얼핏 들어보면 전혀 비상식적인 내용처럼 간주되기도
세상의 다툼은 많은 경우 질투로 인해 일어난다. 질투는 자신이 비교 대상인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거나 평가를 받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정서이다.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나면 원망하는 마음으로 변하고, 상대를 해코지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도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남하고 비교하지 말 것을 말씀하시고, 질투 또한 주요한 번뇌로서 언급하셨다.내가 남에게 느끼는 질투가 나와 남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면, 남이 나에게 느끼는 질투는 어떠할까. 내가 질투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을테고, 상대를 처연하게 생각할
젊은 시절 한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스님은 무척 따스하고 자상한 성품을 소유하신 분이라 제자들을 깨우쳐 주시려고 늘 애를 쓰셨다. 어느 봄날이었다. 꽃구경도 하고 바람도 쐴 겸 몇몇 제자들과 함께 스님을 모시고 용인의 유원지를 가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산책하다가 큰 호수 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던 중 스님은 불현듯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만약 너희들이 죽어서 부처님, 하느님, 염라대왕과 같은 심판자를 만났다고 가정하고, 그가 너희들에게 인간 세상에서 살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는지 딱 한가지씩만 말해보라고
훈이 어머님 안녕하신지요? 뵌 지가 참 오래되었습니다. 개화사에 핀 능소화를 보면서 문득 어머님 생각이 났습니다. 훈이도 무척이나 그리워집니다.퇴직하기 전까지 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에서 가까웠던 개화사엘 산책 삼아 자주 들리곤 했었지요. 어느 해 이맘때쯤이었을까요. 개화사 앞에서 물리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훈이와 어머님을 우연히 만났던 날이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에서 자주 뵈었음에도 반색하며 반가워하시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때 어머니는 내게 물으셨었지요. “우리 아이도 재활치료 잘 받아서 팀장님만큼 잘 걸을 수 있
마명의 법설과 같이 지관구행(止觀俱行)의 수행으로 우리는 깨달음의 길(菩提之道)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깨달은 마음 곧 보리심에는 자비심(상대적 보리심)과 지혜심(절대적 보리심)의 두 측면이 있으며, 상대적 보리심을 경유하여 절대적 보리심에 이른다는 것도 고찰한 바 있다.절대지혜를 반야라 한다. 반야는 단순한 지혜가 아닌 절대지혜로서 ‘깨달음의 지혜’이다. 산 정상에서 전체를 통관(通觀)해서 보는 것과 같은, 모든 상대적 지혜를 넘어선 지혜를 일컫는다. ‘반야심경’에서 ‘반야’ 앞에 ‘마하’를 붙여 ‘큰 지혜’라 하는 것은 깨달음의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면 아마 ‘체르니’라는 이름은 한 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이엘’ ‘체르니’ ‘하농’ ‘부르크뮐러’와 같은, 우리가 책의 제목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작곡가의 이름들이다. 즉, 편의상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간단하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초보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재들이 등장했지만, 이 작곡가들이 집필한 연습곡집들은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며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피아노를 얼마나 배웠는지 궁금할 때, “체르니 몇 번까지 쳤어?”라는 질문의 주인공이 되는
탑티어 연예인이나 강력한 셀럽이면, 유튜브 구독자를 올리는 것은 진짜 껌도 아니다. 영상 단 1개로 100만 유튜버가 되는 분도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구독자 1만 명도 ‘단디’ 각오해야 도달할 수 있는 험난한 히말라야일 뿐이다.흥미로운 것은 유튜브 AI가 ‘밀당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면, 구독자 500명도 쉽지 않다. 해서 포기할까 하면, AI는 은총의 버프를 내려준다.별 특별할 것 없는 기존과 같은 허접한 영상인데, 갑자기 조회 수가 폭발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1만 정도이다
붓다께서는 보드가야 숲에서 새벽녘에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한다. 이 새벽별이라는 것은 산스크리트 경전에서는 ‘아루나’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 뜻은 새벽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새벽, 혹은 막 떠오르는 태양으로 인해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의미를 한역경전에서는 샛별, 즉 금성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는 일반적으로 ‘동쪽 하늘 샛별을 보며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게 됐다.그러나 막상 전통불화에서는 별이 묘사된 경우가 없다. ‘월
諸法本來寂滅相 佛子行道當作佛제법본래적멸상 불자행도당작불 本佛成道無量劫 常住靈山而不滅본불성도무량겁 상주영산이불멸如來付囑諸菩薩 流通宣說無悋惜여래부촉제보살 유통선설무인석모든 법은 본래부터 적멸한 상(相)이니/ 불자가 이러한 도를 행하면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다./ 본불의 성도는 무량겁 전에 이루어졌으며/ 영산(靈山)에 항상 계시는 부처님은 없어지지 아니하셨도다./ 여래가 모든 보살에게 부촉하기를/ 불법을 유통하고 널리 설하기를 인색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주련은 제주도 애월읍 대원정사와 서귀포 무량정사에 걸려있으나 어느 것이 모본(模本)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체제는 이윤추구라는 개인의 이기심에만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기적 욕망이 지적 호기심, 도덕적 열정과 헌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 등과 함께 어우러져 작동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추동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세기를 거쳐 오늘날, 자본주의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은 크게 약화되거나 이미 사라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오늘날 자본주의는 “와인을 증류해서 알코올만 추출한 그라빠(Grappa)”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라빠엔 와인이 주던 아름다운 색깔도 풍미도 사라지고 우
1998년과 1999년 말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진 조계종 분규가 일어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다행히 그 뒤로는 그와 같은 불상사가 없었다. 물론 그 후에도 조계종 총무원을 둘러싼 갈등이 없어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몇 차례 작은 충돌이 벌어진 적이 있었고, 조계종뿐 아니라 여러 종단과 전국의 사찰에서 운영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일도 있기는 했지만 그와 같은 폭력사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마치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성(城)을 무너뜨려 빼앗으려는 쪽과 지켜내려는 쪽이 펼치는 치열한 공방전을 보는 듯하였고, 갈등과 분
정보화시대다 보니 무엇을 하든 회원가입을 해야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외워야 할 것들도 많지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자주 깜빡깜빡해서 가끔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황당한 일도 발생합니다. 어제는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켰더니 비밀번호를 바꾸어야한다는 메시지가 떠서 변경 할려고 보니 기존의 비밀번호가 자꾸 틀렸다고 나오는 겁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더욱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할 수 없이 전산담당자를 불러 임시번호를 부여 받고 나서야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보니 ‘우리도 이렇게 당
6회에 걸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삼국통일의 역사적 의의와 삼국통일 전후 불교변화의 사회적・사상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불교 문제에서 다소 벗어나 불교성립의 외적 조건인 왕권강화와 지배체제 정비, 지배이념의 변화와 유교사상의 수용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당시의 사회적・사상적 상황과 관련하여 살펴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까지 이해를 추구해온 삼국통일을 전후한 시기의 사회적・사상적 변화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그에 상응하는 불교의 변화과정을 규명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서는 먼저 불교의 가시적인 상징물인 사찰을
코로나19 문제로 온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지만 사태가 시작된 지 2년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에 익숙해졌는지 이젠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너무 심각하게 여기며 우울증을 앓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굳어지면 우리 사회가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이 상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함께 맞이하는 것인데 불교계만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무대책이 최상의 대책’이라며 태평한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들
2021년 7월 여름. 대한민국은 UN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임을 인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것이다. 정부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홍보에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차별이 만연화 된 사회구조에서 발생되는 인권 문제로 무거운 부채감 속에 여전히 살고 있다.뉴스에서는 연일 계층화된 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한 죽음이 보도되고, 군대에서조차 낮은 계급이나 소수자들이 인권유린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