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리산에서 오년 동안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사는 60대 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깊은 감동을 준 적이 있었다. 그는 대기업의 중견 간부로서 오직 승진과 재산, 그리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몸속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그런데 자신의 몸속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초기 암이어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문득, 정신없이 살아온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각각 직장을 잡은 터여서 그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모색하다가 부부가 함께 산간오지에 짐을 풀고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지리산으로 와서 살기 시작했다. 한 오년을 그럭저럭 살다보니 건강도 확연히 좋아지고 몸속의 암도
일요일 새벽 두시,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문지방을 나서자 한 차례 선선한 바람이 가사자락을 휘감고 발밑에 나뭇잎이 부스럭댄다. 그렇게 가을은 산가에 제 색깔과 소리를 결 곱게 풀어 놓고 있다. 새벽 예불을 하기 위해 서둘러 법당에 오른다. 밤새도록 간절하게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의 모습이 더러 눈에 보인다. 도선사 법당에는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추위가 닥쳐도 정성껏 기도를 올리는 보살님들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구하고자 하는 것을 얻었으면 하는 것이 진정 이 스님의 마음이다. 대개 불자들이 불교에 입문하고부터 먼저 실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절과 기도이다. 신심(信心)이나 불교적인 지식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찰에 오면 으레 사람들은 법당 부처님 전에 가서 절을 올린다.
지난 주 우리나라에 두 차례의 강한 태풍이 지나간 뒤 날씨가 아주 선선해졌다. 그토록 기다린 가을이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이다. 산가(山家)에는 어느새 코스모스, 익모초, 단풍취 등 많은 꽃들과 아름모를 풀꽃들이 산객(山客)들을 화사한 미소로서 마주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산의 주인은 풀꽃이며 사람은 한갓 객일 뿐, 함부로 산꽃들을 훼손하거나 꺾어서도 안 된다. 이렇듯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사계는 저들만의 색깔을 어김없이 뽐내며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도 이 대자연의 법칙을 거슬리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대자연이 품어 내는 그 생명의 신비 속에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불가에서는 이 생명의 신비를 두고 ‘불성(佛性)’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
부처님이 하신 진리의 말씀을 두고 흔히 ‘팔만사천법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중생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온갖 괴로움과 번뇌, 그리고 그 병이 팔만사천 가지에 이르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없애는데 필요한 부처님의 법문도 팔만사천 가지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진리의 말씀 중에는 미혹한 중생들이 항상 가슴속에 담고 살아야 할 것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잊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법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업(定業)은 난면(難免)’이다. 자신이 지은 과거의 업보는 인과응보에 따라 반드시 자신이 풀지 않는 한 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것은 ‘유리왕이 석가족을 오백 명이나 죽인 고사(古事)’를 통해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시기 전 카필라성 안에는 작은 어촌이 있었다. 그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정진하고, 마음의 안일함을 물리쳐 수행에 게으르지 말고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라.’ 불교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나아가라’는 게송이다. 이것의 의미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기 전 최후의 유훈인 “제행이 무상하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제행무상 제법무아와 일맥상통한다. 즉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는 부처님 최후의 유훈처럼 게으름 없이 열심이 묵묵히 부단히 홀로 정진하라는 말씀이기도 하다. 108산사순례는 다음 달 이면 2006년 9월에 시작한 이래, 제 72차 순례를 맞이하게 된다. 꼭 6년째가 되는 것이다. 나와 우리 회원들은 그동안 ‘소
순례를 떠나는 우리 회원들의 배낭 속에는 ‘108산사순례’ 책자와 초코파이 한 봉지, 부처님께 올릴 공양미 한 봉지, 광명진언 사경집, 염주를 담을 염주 주머니, 그리고 포대화상님에게 전할 보시 봉투 등이 각각 들어 있다. 또한 도반들과 함께 먹을 도시락들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혹 순례에 필요한 물품들 중 빠진 것이 없는지 일일이 챙긴다. 순례에 있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말하자면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108산사순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일흔 한번에 걸친 순례를 빠짐없이 다닌 회원들의 108산사순례 책을 잠시 펼쳐보면, 마치 한권의 그림책을 연상시킬 정도로 붉은 낙관들이 순례사찰의 장마다 빼꼭하게 찍혀 있고 행사의 과정과 지역의 특산물 등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심지어 어
제 71차 ‘108산사순례’ 법회가 지난주 9일부터 11일까지 강진 월출산 무위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남도(南道) 천리를 쉼 없이 달려간 버스가 해안고절처(海岸孤絶處)로 불리는 무위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법화 주지스님과 대중들이 우리회원들을 반갑게 마중 나왔다. 바람 한줄기 불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낮의 폭염, 그야말로 지독한 여름 찜통더위였다. 그러나 우리회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극락보전 앞마당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천수경’독경과 나를 찾는 고요한 시간인 입정을 거쳐 광명진언 사경을 하고‘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강한 신심에서 우러난 회원들에게 폭염은 더 이상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나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으로 생활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옛날 선지식들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살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 말씀 속에는 그저 자연의 순리대로 살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기온변화는 나이 드신 보살님들에게는 다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108산사순례도 원만히 회향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108산사순례법회 행사순서는 천수경 독경, 입정, 광명진언사경, 108참회기도 등으로 변함없이 이어진다.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광명진언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우리 회원들은 이를 반드시 숙지하고 사경을 해야 한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부처님은 왕자시절 사문유관을 통해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보고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어 위대한 성인(聖人)이 되셨다. 이와 같이 사람은 주위환경으로부터 충격을 받거나 혹은 큰 병(病)을 앓고 나면 심적(心的)변화를 크게 일으키게 된다. 이때 이를 잘 극복하고 헤쳐 나가는 사람은 더욱 성장하게 되지만 딴마음을 먹게 되면 오히려 잘못된 길로 들어 갈 수가 있다. 누구나 사람에게는 어떤 계기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작년 여름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부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 땅의 선지식들이 큰 장애 속에서도 정진하여 도(道)를 이루신 것처럼, 나는 이병이 부처님께서 주신 하나의 고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꺼이 받아드리고 능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부처님에게 향하는 강한 불심(佛心)
소요산 자재암 제70차 ‘108산사순례’ 법회가 지난 7월5일부터 7일까지 여법하게 봉행됐다. 본격적인 장마가 예고된 그날, 이른 새벽 전국 법등에서 출발한 버스가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자재암 주지 혜만 스님과 대중들이 반갑게 순례 행자들을 맞이했다. 싱그러운 녹음 사이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귀가를 울리며 온심신을 청아하게 풀어준다. 자재암 경내가 좁아 6000여명의 회원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잠시 소요산 경치를 둘러보고 난 뒤 야외 주차장에 조성된 대형 석가모니 불화(佛畵)앞에서 진신사리를 모시고 법회를 진행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천수경 독경과 나를 찾는 고요의 시간인 입정을 거쳐 광명진언 사경을 하고 ‘108참회’ 기도에
7월 들어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전국이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시점에 단비가 내리는 것은 농사짓는 농부들에게 실로 반가운 일이다. 또한 농촌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에게도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그런데 산사순례 당일 가장 염려되는 일은 변화무상한 기후이다. 순례지역이 대부분 산악지대여서 더욱 그렇다. 더구나 6천여 명의 많은 인원들이 삼일에 걸쳐 순례를 하다가보면 어떤 날은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고 또 어떤 날은 한없이 날씨가 맑을 때가 있다. 또한 한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강한 한파는 순례에 많은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기후는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없는 일이어서 여간 염려스럽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69차 산사순례를 다니면서 날씨로 인해 순례가 영향을 크게 받은 적이 별
불교의 가르침을 두고서 승가(僧伽)에서는 크게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으로 나눈다. 여기에서 승(乘)이란 일반적으로 수레를 뜻하는데 대승은 큰 수레, 소승은 작은 수레인 셈이다. 대승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탈 수 있는 수레라는 뜻이고 소승은 혼자 타는 수레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수레는 반드시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수레가 당도해야 할 그 목적지는 해탈(解脫)과 성불(成佛)이다. 말하자면 중생들이 온갖 괴로움을 여의고 부처가 되기 위해 위없는 가르침의 수레를 타고 치열하게 수행하여 해탈과 성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대승과 소승이다. 다만 함께 가느냐, 홀로 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소승불교는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 등지에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웰빙(well being)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날은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해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얻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간성상실 등으로 인한 정신적 소외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인은 우울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때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 그리고 물질적 풍요에서 벗어나 인간본성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하는 불교수행법이 새로운 웰빙 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다. 웰빙이란 일반적으로 행복과 복지를 뜻하지만 풀이하면 어떻게 이 세상을 참되고 지혜롭게 살 수 있는 가를 말한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고 조화로운 결합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하나의 문화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즉, 물질적 풍요나 명예보다 개인의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삶을
지난 6월7~9일, 제69차 ‘108산사순례’ 법회를 위해 이른 새벽. 전국의 각 법등에서 출발한 순례버스가 설악산 신흥사 입구에 가 닿자 동해에서 불어오는 초여름의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가사자락을 휘어 감고, 푸른 나무에서 빚어내는 싱그러운 녹음(綠陰)이 마음을 적셨다. 거대한 청동통일대불을 지나 설악(雪嶽)의 길목에 들어서자 다람쥐 한 마리가 고목나무 구멍에서 반갑다는 듯 먼저 고개를 쑥 내밀고 인사를 한다. 고개를 돌리자, 한국의 산경(山景) 중에서도 으뜸인 설악이 눈앞에 우뚝 다가서있는 듯 했다. 회원들은 초여름의 산사순례가 그저 즐거운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산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주문 앞에서 신흥사 주지 우송 스님과 대중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오방번을 좌우로 하고
나와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우리나라 명산(名山)에 있는 ‘108산사’를 찾아가서 불우한 이웃과 병든 이들을 돕고 또한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나서는 순례자들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의 순례자들은 오지를 찾아 나서며 험난한 길도 마다하지 않지만 또한 그들은 어느 한곳에도 머물러 있지 않고 진리를 위해 끊임없이 길을 나선 적이 있다. 당나라의 현장법사나, 신라의 혜초 스님이 대표적이다. 그들처럼,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지난 6년 동안 제 1차 통도사를 시작으로 각원사까지 68차례의 순례를 다녀왔다. 또한 지난 2월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 동산에 2556년 만의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탄생불을 조성하고 또한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순례탑도 세우고
남북통일 기원 청동대불이 있는 천안 태조산 각원사에서 제68차 ‘108산사순례기도회 법회(10~12일)가 여법하게 펼쳐졌다. 이른 새벽 전국에서 출발한 버스가 태조산 산문(山門)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철쭉과 하얀 글로벌에서 품어 나오는 향기로운 꽃냄새와 향 내음이 뒤섞여 코끝을 싱그럽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또한 연화지(蓮花池)에 떠 있는 종이연꽃과 오색연등이 물결 위에서 한없이 하늘거렸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든 청동향로를 들고 나와 주지 대원 스님은 길을 인도하고 ‘108산사순례기도회’보현행원들은 그 뒤를 따랐다. 대웅보전에 이르자 우리 회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기도준비에 들어갔다. 대웅(大雄)이란 뜻은 위대한 영웅, 곧 부처님을 의미하는 말로서 마군(魔軍)의 장애를 극복하고 부처님이 되었다는 뜻에서
며칠 후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 서울시청 앞은 물론, 방방곡곡마다 오색연등이 찬란하게 그 빛을 밝힌다. 이 연등의 유래는 석가모니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가다국의 아사세왕은 인도를 통일하였지만 수많은 전쟁을 하다 보니 많은 악업을 짓게 되어, 그 죄업으로 등창이 나 많은 고생을 하게 되었다. 그때 어느 불자의 권유로 부처님께 귀의해 참회기도를 하고 나서 병이 나았고 부처님의 가피에 감사의 뜻으로 등을 밝히면서 연등 달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 태조의 훈요 10조에서 ‘부처님을 섬기기 위하여 연등회를 행한다’고 하였고, 궁중의 공식행사로 진행돼 그 규모가 호화로웠다. 이 연등회는 가을의 팔관회와 더불어 거국적인 큰 행사였으며 초파일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연등놀이였다. 부
부처님, 산에는 꽃이 피고 나무마다 초록이 눈부신 오월입니다.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과 불자들은 오월이 되면 마음이 더없이 풍성해집니다. 왜냐하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나투신 ‘부처님오신날’이 바로 오월이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산사마다 아름다운 오색 연등 물결이 파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지면 우리 불자들은 마음에 자비의 등불을 하나씩 밝히거나 가까운 사찰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연등을 답니다. 곧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도 제68차 산사순례에 가서 미혹과 무명을 다 걷어내고 지혜를 밝히는 연등을 하나씩 달고 돌아올 것입니다. 연등만으로 미혹과 무명을 다 걷어낼 수 없겠지만,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오월임을 절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주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그 보살님은 ‘108산사순례기도회’에 가입을 한 뒤 처음 몇 번은 순례를 잘 다니다가 어쩐 일인지 몇 달간 보이지 않았던 회원이었다. 그 분은 내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는데 나는 산사순례에 왜 오지 않는지 매우 궁금해 물었다. . “스님, 조그마한 사업을 하다 보니 산사순례를 가고 싶은 데도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막상 산사순례에 가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바쁜 일이 생기곤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회원은 처음에는 108산사순례에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주 불국사 순례 때는 늦잠 때문에 버스를 놓치고는 KTX를 타고 달려올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런 회원이었는데 바쁜 일
제 67차 108산사순례 법회가 지난 4월 12부터 15일까지 선(禪)과 다(茶),범패(梵唄)의 근본도량 삼신산 쌍계사에서 여법하게 열렸다. 쌍계사 입구 십리벚꽃 길에 들어서는 순간, 꽃잎이 봄바람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꽃비였다. 비 오듯 쏟아지는 꽃잎들은 갓 움트기 시작한 야생 녹차 밭 위에 수복하게 떨어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엮어 내고 있었다. 나는 물론, 우리 회원들은 있는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기도는 해야 할 터, 오방번을 앞세우고 나와 쌍계사 주지 성조 스님은 진신사리를 모시고 불도(佛道)로 들어가는 연화문이 그려진 일주문을 거쳐 대웅전으로 오르는 산길을 들어섰다. 그 순간 산사의 길은 마치 꽃 터널을 이룬 듯 꽃잎이 또 한 번 우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