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주말에 교회에 가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미안했던지 딸아이는 “아주 친한 같은 반 친구가 교회에서 놀자고 해서 가는 것”이라며 “그 친구에게는 내 종교가 불교라는 것을 미리 말해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도 절이 있으면 한 번은 그 친구와 절에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며 푸념도 했다.이 일이 있고 나서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사찰을 물색했다. 그러나 집 주변에 사찰이 많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주말마다 어린이법회를 하는 곳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차를 타고 20
법보신문이 개설한 유튜브방송 ‘법보다TV’에 새로운 콘텐츠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가 문을 열었다. 법보신문은 이미 지난 2012년 ‘정법으로 본 기독교’라는 제목의 연재를 통해 같은 주제를 지면으로 다룬 바 있다. 앞서 이명박 정권의 극심한 기독교 편향정책으로 2008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던 불교계에서는 기독교계의 공격적 선교행위에 더 이상 묵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법의 잣대로 기독교 교리의 모순과 허술함을 논리적으로 짚어냈던 이 연재는 게재 당시에도 매우 높은 인기를 끌며 불자들의 지
최근 출가재일을 맞아 전국 사찰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취재했다. 예상외로 출가재일을 기념해 행사를 진행하는 사찰‧단체가 극히 적었다. 종일 전화를 돌렸지만 10여 곳만이 특별기도, 집중수행 등 일정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몇몇 사찰 종무원들은 “출가재일이요? 그게 뭔가요?”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어떤 날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자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우린 그런 행사 안한다”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탓만은 아니었다. 주지스님과 종무원들이 불교의 명절인 출가·열반재일 자체를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출전한 불자선수단이 3월2일 조계종을 찾아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포교원장 범해 스님을 예방했다. 선수들은 올림픽에서의 소회를 밝히며 선전을 기원해준 스님과 불자들에 감사를 표했고, 스님들은 염주와 순금뱃지, 템프스테이 체험권 등 불교 관련 물품을 선물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스님들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앞서 직접 선수촌을 찾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법당에서 불자선수들의 무사귀환 축원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불자 선수들은 자신의 종교가 ‘불교’임을 당당히 알
최근 조계종에서 학인스님들을 위한 불교교재 제작에 참여했던 분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스님들이 공부하게 될 책이기에 자신이 담당한 부분을 집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아쉬움을 꼽았는데 그 중 하나가 ‘영성(靈性)’이었다. 영성은 근래 사람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종교계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의학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스님들이 종교의 보편적인 현상과 불교적 특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면 영성 개념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나 영성이 기독교적인 용어라는
고려시대 조성된 ‘서울 보타사 마애보살좌상’(보물)이 서울시의 무관심 속에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이 마애불 얼굴 중앙과 좌우 이마에서 뺨까지 긴 균열이 발생했다. 기다란 금이 오른쪽 귀 부분에도 가로지른 상황. 왼쪽 귀 일부와 목 부분 등에도 손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애불은 개운사 암자인 보타사 대웅전 뒤 기역(ㄱ)자로 휘어진 암벽 전면을 가득 채워 조각돼 있다. 높이 5m, 폭 4.3m 규모다. 좌우로 길게 뻗은 눈과 높게 솟은 콧등, 길고 늘씬한 손가
4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무속인의 등장으로 혼탁해 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이 상주하며 선거업무 전반을 관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손바닥에 쓴 ‘왕(王)’자와 ‘천공 스승’이라 불리는 인물로 인해 선거에 무속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그런데 최근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의 등장과 함께 배우자 김건희씨가 발표한 4편의 논문 중 3편이 운세와 사주 관련 내
‘통도사에서는 당사의 승인 없는 일체의 문화재 해설 및 단체활동을 불허합니다. 위반 시 퇴거조치, 거부 시 형사고발 조치함을 알립니다.’지난 12월 초 통도사에는 ‘타 종교 또는 외부단체의 임의·개별적 문화재 해설 활동 강력대응의 건’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설치됐다. 같은 내용은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문화재 해설은 통도사 지정 해설사만 가능하고, 외부인은 반드시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특별 공지였다. 불보종찰로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성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에서 문화재 해설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이례적이다. 불자들에게는
“조계종 교육아사리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교육아사리 활동은 여전히 미미하다. 박사학위를 취득했더라도 기존학회의 진입장벽이 높고, 제도권이나 사찰 교육기관에 투입되는 인원도 매우 제한적이다. 교육아사리 활용에 대한 종단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얼마 전 조계종 교육원이 개최한 교육아사리 세미나에서 한 발제자가 토로한 말이다. 교육아사리 제도는 조계종이 2010년 국내외 대학에서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스님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학인 지도에 활용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2011년 처음 19명을 위촉한 데 이
남한산성과 천진암의 가톨릭성지순례길 조성 사태가 광주시장의 사과와 사업 철회로 일단락되는 가운데 전국비구니회가 불교유적 수호와 종교간 평화를 선언했다. 불교와 불교성지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알려 종교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전국비구니회는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최근 남한산성과 천진암 등 가톨릭 성지로 왜곡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순례하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전국비구니회는 천진암에 이어 가톨릭 성지화 추진 움직임이 부상하고 있는 주어사지에 대한 수호 의지를 천명했다. 전국비구니회는 주어사지
주간 미디어오늘이 10월6일 ‘불교계 언론의 나눔의집 보도 이상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불교계 언론이 후원금과 학대 문제보다 나눔의집 의혹을 제기한 내부직원들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민관합동조사관과 경기도지사를 폄훼한다”고 보도했다. 교계언론이 조직적으로 기사를 양산해 나눔의집 운영진을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를뿐더러 오히려 미디어오늘이 자칭 ‘공익제보자’라는 이들의 일방적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언론으로서 사실관계 확인이 기본이 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확인절차도 없었으며, 교
부처님 두상[佛頭]을 소품으로 활용한 가게들이 MZ세대에게 소위 ‘핫플레이스’ 인증을 받으며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근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이태원, 을지로 등지에 불교의 동양적 색채를 가미한 카페나 바(Bar)가 많아졌다. SNS상에서도 심심찮게 불두 사진이 등장한다.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불두가 힙(Hip)한 아이템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된 공간에서 매력을 느끼다보니 ‘얼마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지가 관심의 기준이 됐다. 그 중 불두가 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력적인 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