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스님이 어느 날 말했다.“등롱은 그대의 자기이나 발우를 잡고 밥을 먹을 때의 밥은 그대의 자기가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밥이 자기일 때 어떠합니까?” 운문 스님이 말했다.“이 들여우 요정아, 집이 세 채뿐인 마을의 시골뜨기로구나. 이리 오너라. 그대가 밥이 자기라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집이 세 채뿐인 마을의 시골뜨기가 꿈엔들 보리요.” ※ 등롱은 그대의 자기: 일체 만법이 자기 아닌 것이 없다는 뜻을 갖고 있다.
운문 스님이 직세에게 물었다.“오늘 어디 갔다 왔는가?” 직세가 말했다.“띠를 베어 왔습니다.” 운문 선사가 다시 물었다.“몇 명의 조사를 베었는가?” 직세가 대답했다.“3백명입니다.” 이에 운문 선사가 말했다.“아침에 3천 방망이 저녁에 8백 방망이를 때려야 겠구나. 동쪽 집에는 표주박 자루가 길고, 서쪽 집에는 표주박 자루가 짧으니 어찌하겠는가?” 직세가 아무런 말을 못하자 선사가 때렸다.
운문(雲問)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스님이 대답했다.“탑에 예배를 하고 왔습니다.” 선사가 다시 말했다.“나를 속이는구나.” 스님이 말했다. “저는 정말로 탑에 절을 하고 왔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말했다.“5계도 지키지 못하는구나.” 이를 놓고 보복 스님이 말했다.“지혜 있는 이는 어석은 이를 꾸짖지 않는다.” 분주 스님이 말했다.“피차 바보를 만드는구나.”
운문(雲門) 스님이 대중에게 말했다.“소리를 들어 도를 깨닫고, 색을 보아 마음을 밝힌다 하는데, 어떤 것이 소리를 듣고 도를 깨치는 것이며, 색을 보고 마음을 밝히는 것인가?” 이어서 손을 들고 말했다.“관세음 보살이 돈을 갖고 와 호떡을 샀다.” 다시 손을 내리고는 말했다.“원래는 만두(饅頭)였구나.” 이에 대해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색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을 깨칠 만한데 소양(韶陽)이 재창할 때는 아는 이 적다.만두도 호떡도 사는 이 없으니 곁에서 보는 이들 웃음만 짓게 하네.”
장생(長生)이 보복(保福)에게 말했다.“한 스님이 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기에 제가 불자를 세웠는데 옳습니까? 틀렸습니까?” 보복 선사가 말했다.“내가 어찌 된다 안된다 할수 있겠는가? 어떤 이가 물으면 어떤 이는 이 일을 찬탄하기를 ‘범이 뿔을 인 것 같다’하고, 어떤 이는 이 일을 훼방하기를 ‘한 푼 어치도 되지 않는다’하니, 한결같이 같은 일이어늘 어째서 찬탄하는 이와 헐뜯는 이가 같지 않는가?” 이에 장생 스님이 다시 말했다.“좀 전의 말은 우연히 나온 것입니다.”이이 어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헐뜯은들 어찌 옳겠는가?”또 어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눈썹을 아껴라.”
운문 스님이 한 스님에게 물었다.“설봉 화상이 말씀하시기를 ‘길을 터 놓으니 달마가 왔다’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스님이 말했다.“화상의 콧구멍을 쥐어지릅니다.”운문 스님이 다시 물었다.“지신(地神)이 나쁜 생각을 일으켜서 수미산을 한주먹 갈기고 다시 범천으로 뛰어 올라 제석의 콧구멍을 쥐어찔러 깨뜨렸는데, 그대는 어째서 일본 나라 안에 가서 몸을 숨기는가?”스님이 말했다.“화상께서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운문 스님이 다시 물었다.“노승의 콧구멍을 쥐어질렀다는 일은 또 어찌 되었는가?”스님의 대답이 없자 운문 스님이 말했다.“그대가 말이나 배우는 무리임을 짐작했다.”
강과 덕 두 상좌가 용천경흔 선사에게 오다가 길에서 선사를 만났으나 소를 타고 오느라 자기들을 알아보지 못하자 강 상좌가 말했다.“발굽과 뿔이 매우 분명한데 타고 다니는 이는 알지 못하니 어찌 하리요?”두 상좌가 나무 아래서 차를 달이자 용천경흔 선사가 다가가 물었다.“두 상좌들은 어디서 떠났는가?”강 상좌가 답했다.“저쪽입니다.”선사가 다시 물었다.“저쪽의 일이 어떻던가?”강 상좌가 잔을 들어 올리자 선사가 말했다.“그것은 오히려 이쪽 일이라 저쪽 일이 어떤가?”강 상좌가 말이 없자 선사가 말했다.“소 탄 이만 알지 못한다고 말하지 말라.”
황산월륜 선사가 협산 선사에게 참문하러 갔다. 협산 선사가 물었다.“어디서 오는가?”“민중( 中)에서 왔습니다.”“노승을 아는가?”“화상께서는 학인을 아십니까?”“그렇지 않다. 그대는 노승에게 짚신 값을 갚아주어야 노승은 그대에게 여릉의 쌀값을 갚아줄 것이다.”“그렇다면 화상은 모르겠거니와 여릉의 쌀값이 어떠합니까?”이에 협산 선사가 말했다.“참 사자 새끼라서 영각을 잘하는가?”단하순이 송했다.“부자가 만난 자리에 눈이 더욱 밝으니/ 신령한 싹 우거진 숲을 평탄히 걷는다./ 그 중에 진실로 금털 사자라 해도/ 벌써 염매(鹽梅)를 대갱(大羹)에 넣은 것이다.”*염매: 양념 *대갱: 양념을 넣지 않은 최고의 맛
암두 선사가 덕산 선사 앞에 다가가 하직 인사를 올리자 덕산 선사가 물었다.“그대는 어디로 가는가?”암두 선사가 말했다.“잠시 화상의 곁을 하직하고 산을 내려가려 합니다.”덕산 선사가 말했다.“그대는 다음에 어찌하겠는가?”암두 선사가 대답했다.“화상을 잊지 않겠습니다.” 덕산 선사가 다시 물었다.“그대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말하는가?”이에 암두 선사가 말했다.“듣지 못하셨습니까? 지혜가 스승과 같으면 스승의 덕을 반으로 줄이고, 지혜가 스승보다 나아야 비로소 전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이에 덕산 선사가 말했다.“그렇다. 잘 보호해 가져라.”
한 스님이 익주 대수법진 선사에게 물었다.“겁화가 활활 타서 온 세계가 모두 무너진다 하는데 그것도 무너집니까?”“무너진다.”“그러면 그를 따라가겠습니다.”“그를 따라가느니라.”그 스님이 또 수산주 선사에게 똑같이 묻자 수산주 선사가 말했다.“무너지지 않는다.”“어째서 무너지지 않습니까?”“대천(大千)세계와 같기 때문이다.” *겁화(劫火): 겁이 끝날 때 일어나서 온 세계를 다 태우는 불. *겁화가 활활 타서(劫火洞然): 겁화가 활활 타면 대천세계가 무너지고 수미산과 큰 바다도 사라져서 흔적도 없다고 한 경지를 이른다.
한 스님이 협산(夾山) 선사에게 물었다.“먼지를 헤치고 부처를 볼 때 어떠합니까?”선사가 말했다.“이 일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검을 휘둘러야 된다. 만일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어부(漁夫)가 둥지에 깃든다.”후에 그 스님이 석상 선사에게 이 일을 물었다.“먼지를 헤치고 부처를 볼 때 어떠합니까?”석상 선사가 답했다.“그는 국토가 없거늘 어디서 그를 만나랴?” 그 스님이 다시 돌아와서 협산 선사에게 전하니 선사가 말했다.“문정(門庭)의 시설은 협산에게 없지 않으나 진리에 들어간 깊은 이야기는 아직 석상보다는 백 걸음이나 틀리는구나.”
한 스님이 운거(雲居) 선사에게 물었다.“어떤 것이 한 불법입니까?”이에 운거 선사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모든 법인가?” 스님이 다시 물었다.“어떻게 알아야 합니까?”이에 운거 선사가 다시 물었다.“한 법은 그대의 본심(本心)이요, 모든 법은 그대의 본성(本性)이니라. 마음과 성품이 하나인가, 다른 것인가?” 운거 선사의 물음을 들은 스님은 절을 올렸다. 이에 운거 선사가 다음과 같이 송했다.“한 법은 모든 법의 근본이요만 법은 한 마음에 통한다.유심(唯心)은 오직 그대의 성품이니같다거나 다르다거나 말을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