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스승인 린포체들의 잇따른 방한과 달라이라마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티베트에 어떻게 불교가 전래되고, 발전돼 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티베트어가 난해한 데다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티베트 불교사를 공부할 수 있는 서적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현존 최고(最古)의 티베트 불교 역사서로 불리는 ‘바세’를 우리말로 완역하고, ‘바세’ 관련 연구논문 등을 묶은 연구서다. ‘바세’가 번역돼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세’는 티베트 제37대 짼뽀(왕에 대한 티베트식 칭호)
불교 경전 속 아귀(餓鬼)는 늘 굶주리는 귀신이다. 몸은 태산만 하고 입은 바늘구멍과 같이 작아서 고춧가루 하나 넘기기 힘들다. 식탐은 끊임없이 증폭되고 이에 비례해 고통이 더욱 증가하는 끔찍한 딜레마가 아귀의 숙명이다. 주체할 수 없는 식욕에 비해 그 식욕을 조금도 만족시킬 수 없는 몸은 탐욕의 시대에 욕망에 목말라하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불교에서는 육도윤회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가장 최악인 지옥도, 굶주림의 고통이 심한 아귀도, 짐승과 벌레들이 사는 축생도, 노여움이 가득한 아수라도,
선은 화엄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당나라 백장 스님이 훗날 가지산문을 개창한 도의 스님의 깨달음을 두고 “마조의 선맥이 모두 신라로 가는구나!”라고 경탄했듯 이후 선은 천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명안종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억불의 시대와 일제강점기에도 굳건했던 선은 아이러니하게 명상의 전성시대라는 현대에 이르러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문 닫는 시민선방이 늘더니 이제는 흔하던 선원장 초청 법회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교종립대학에서 선학 강좌를 찾기 힘들고, 선방에서조차 위빠사나 등 다른 수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탄
인간사회를 지탱했던 도덕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본에 기반한 탐욕과 퇴폐, 쾌락과 허영이 일상화된 시대다. 저자는 이런 위기 속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윤리학으로 불교의 자비를 주목한다. 인간존재를 넘어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와 연민을 포함하는 자비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위대한 정신임을 강조한다. 또한 자비는 인간과 공동체의 선한 삶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윤영호 지음/세개의소원/1만6000원.[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어릴 적 성폭행의 후유증으로 20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는 그 사건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수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어둡고 절망적인 청춘을 보내야 했다. 이후 불교에 귀의한 작가는 자신이 회복된 지난하고도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여주인공 리사의 입을 빌려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펼쳐놓는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최다경 지음/인디북스/1만6800원.[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
옛이야기를 연구해 온 저자가 신화와 전설, 민요와 굿놀이 등에 스며있는 신탁 콤플렉스를 탐구한 첫 산물이다. 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규정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다른 시각에서 독해하고, 그가 새로 명명한 신탁 콤플렉스를 통해 여러 옛이야기를 재해석했다. ‘바리데기’ ‘도량선비 청정각시’ ‘꼬댁각시놀이’ ‘삼공본풀이’ ‘세경본풀이’ ‘막동이말놀이’ 등 우리의 신화와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며 그 안에서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가늠해 본다. 조현설 지음/이학사/1만6000원.[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의 주요 도시를 살펴보며 건축과 국가권력의 관계에 대해 청소년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이다. 주요 나라들의 건축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세계 근현대사를 공부하게 된다. 파놉티콘, 박물관, 아파트의 기원 등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건축과 관련된 상식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서윤영 지음/철수와영희/1만5000원.[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유마경’은 대승경전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인 1~2세기 성립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경전이 부처님이 설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유마경’은 ‘유마힐’ 거사의 설법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부처님을 대신해 다른 인물이 경전의 설주(設主)가 되는 것은 ‘유마경’과 짝을 이루는 ‘승만경’을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 또한 ‘원각경’ ‘능엄경’ ‘반야경’처럼 대다수 경전이 부처님의 깨달음 경지를 그대로 경명(經名)으로 사용하지만, 사람의 이름을 따서 경명으로 삼는 것도 이례적이다. 때문에 ‘유마경’은 대승경전 가운데 가장 독특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가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풀 내음 가득한 고즈넉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독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전통사찰 템플스테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외국 관광객들까지 찾을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문화상품으로 각광 받게 된 이유일 게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산사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최근 들어 유독 관
“세상에 차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도(道)를 모르는 사람은 차에 먹힌다.” 일본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센노리큐(千利休, 1521~1591)의 명언이다. 차를 마시는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가르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는 음식이지만 음식 그 이상이다. 차 속에 수행과 깨달음, 성불로 이어지는 수행의 길이 놓여있다. 차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차를 마시는 장소도 중요하다. 참선을 위해 선원이 있듯, 차를 마시는 행위가 수행이라면 차를 마시는 장소 또한 수행의 장소여야 한다. 다실이
컬러링은 색을 칠할 수 있도록 선으로 그린 그림이나 도안을 말한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며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 컬러링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색칠을 하고 그림 한 장을 완성할 때마다 확실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때문에 컬러링은 현대인들의 심리치료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와 인기 덕에 컬러링 도안도 점점 다채롭고 화려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너무 정교하고 복잡한 컬러링은 끝까지 완성하기가 어렵고, 초심자의 진입 장벽도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동자승 컬러링 100’
조선 초 사상가 김시습은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시인으로, 익히 알려진 ‘매월당집’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 등을 저술한 인물이다. 또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발해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켰던 생육신이었으며, 이후 불교에 귀의해 스님으로서 삶을 마감했다. 설잠은 그의 법명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시대 유불도를 모두 아우른 천재 사상가로 불렸던 김시습은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인 화엄, 천태, 선에 두루 밝아 상당한 불교 관련 저술도 남겼다. 책은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정각원장을 맡고 있는 철우 스님이 설잠의 불교사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결
2022년말 발표된 ‘유엔 세계 난민 보고서’에 따르면 353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책은 난민의 뜻이 무엇이고, 왜 난민이 생겨나는지, 난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난민과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명했다. 난민 인권이 왜 중요한지와 같이 어린이가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난민과 관련된 31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김미조 지음·홍윤표 그림/철수와 영희/1만3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노벨평화상 수상자 달라이라마와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조차 기쁨은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자신과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두 저자는 ‘기쁨’이란 행복까지 아우르는 위대한 감정이며, 사랑에서 비롯된 빛나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기쁨이란 세상을 접근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달라이라마·데스몬드 투투 글, 라파엘 로페스 그림, 안희경 옮김/하루헌/1만7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
밀리언 셀러 ‘언어의 온도’와 스테디셀러 ‘말의 품격’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기주 작가의 신작 산문집이다. 그간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저자는 이번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희망과 후회, 생명과 죽음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삶을 떠받치는 단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이 어떠한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다. 이기주 지음/말글터/1만6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
삼성TV가 세계 1위로 도약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전설의 삼성맨 이승현 씨의 회고록이다. 1992년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전자상거래’를 도입, 삼성이 다기능 모니터를 통해 전자 업계 후발주자의 딱지를 떼고 일본 열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자리매김한 일화를 비롯해 일본 비즈니스 세계에서 체험한 속살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또한 삼성을 떠날 무렵 불교를 접하고, 수행하면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이승현 지음/꽁치북스/1만6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
효당 최범술은 스님이자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이후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가이기도 했다. 또한 원효학 연구로 한국불교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현대 차 문화를 개척한 다도인으로 꼽힌다. 그렇기에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책은 실천적 지식인으로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던 효당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연구서다. 효당의 맏제자로 사천 다솔사에서 평생 그를 시봉해 왔던 저자는 효당의 생전 자료를 총망라해 그의 생애와 학문 세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근대화의 격동기를 거친 효당의 삶을 연
말기암 환자가 진통제마저 듣지 않는 통증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진통제를 맞았기에 진통제는 더 이상 진통을 할 수 없었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까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을 그 고통과 괴로움의 깊이를 알 길은 없다. 다만 편두통이 오거나 독감에 걸려 괴로울 때 그 통증의 잣대로서 그 사람의 절망과 참담함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얼마나 아프면 죽을까. 얼마나 아프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 물론 그 아픔이 육체적인 통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느끼는
‘화엄경’은 방대하고 난해한 경전의 대명사다. 그래서 ‘화엄경’을 읽고 대의를 깨달아 통달하기란 참으로 난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화엄경’은 한국불교의 큰 줄기이며 한국불교를 다른 지역의 불교와 구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유명 산들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은 의례 비로봉이다.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의 명호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사, 해인사, 고운사, 불국사, 범어사, 통도사 등 큰 사찰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땅이 화엄국토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불교
‘대승기신론’은 마명보살이 대승불교의 이론과 수행을 체계화해 제시한 논서로, 대승불교의 정수와 핵심을 담은 기본 교과서로 불린다. 특히 대승불교 전반을 아우르는 근본 이론을 담고 있어 대승불교의 개론서로도 평가받는다. 그러나 내용이 난해해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때문에 예로부터 ‘대승기신론’을 해설한 수많은 주석서가 나왔다. 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원효 스님의 ‘소별기’다. 원효 스님은 ‘소별기’를 통해 의미가 심오하고 난해한 ‘기신론’의 핵심을 짚어 설명하고 있다. 원효 스님은 “기신론의 핵심은 일심(一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