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중학교 역사 교사인 김남선 씨는 수행을 통해 얻은 새로운 삶을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명상과 수행을 통한 청소년 심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행은 고비가 고통이 아니라, 번뇌가 괴로움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유와 행복의 기회를 삼고자 자기 안의 스승을 깨어있게 하는 것이다. 자기 안의 스승과 마주하여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묻고 답하는 공부가 생이 다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깨침의 내용을 다시 삶에 투여하여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지속적인 노력도 해야 한다. 그래서 수행도 사는 동안 함께 해야할 숨쉬기와도 같은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수행과 명상을 지도하며 ‘마음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남선 씨(구암중 교사·56)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ca
“지금부터 두 번째 북남 불교도 합동법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개회선언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그동안 참았던 응어리가 울컥했는지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9월 2일. 오전 9시. 조계사를 출발한 대형버스가 어느새 남과 북의 경계선을 지나 북으로 점점 더 가까이 향하고 있었다. ‘북한의 불자들과 함께, 그것도 민족의 성지 금강산에 자리한 신계사에서 북녘 불자들과 함께 법회를 봉행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북으로 가는 지루한 6시간의 버스여행은 소풍가는 듯 했다. 200여명의 남측 불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연신 미소 띤 얼굴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그렇게 북으로, 북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외
열심히 공부하라는 법륜 스님의 당부에 어린이들은 “스님의 뜻을 가슴에 새기겠다”는 의미를 담은 듯 손을 높이 들어 보였다. JTS(이사장 법륜 스님)는 올해 건립을 추진해온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학교 교실 18개 가운데 8개 지역 13개 교실을 최근 준공했다. 법륜 스님을 비롯한 JTS, 필리핀 정토회 회원들은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을 방문해 준공식과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민다나오 지역은 로마 가톨릭교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필리핀에서 유일한 이슬람교의 전초지로 2000년 초까지 이슬람과 공산 세력이 각각 필리핀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며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분쟁 지역이다. 내전의 위험이 여전하고 전쟁의 상처 가득한 슬픔과 고통의 땅
무려 3시간이 넘는 공연에도 전혀 지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는 신유진 씨. 불교와 국악을 향한 그의 열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장마 끝에 찾아온 폭염이 전국의 산하를 용광로처럼 달구고 있을 때 즈음 대북의 힘찬 울림도 경주 불국사 경내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둥둥두~둥…. 둥둥두~둥….” 우렁찬 대북의 독려에 맞춰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는 300여 염불행자들의 함성은 대북의 외침을 타고 토함산 골골마다 스며들고 있었다. 벌써 3시간째. 북채를 잡은 신유진 씨는 이미 물에 빠진 듯 온몸이 푹 젖어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북채를 잡은 그의 손은 더욱 힘이 들어갔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는 오히려 생기가 넘쳐흘렀다. 지쳐가는 염
수행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실참과 이론으로 간화선을 대중에게 안내 할 지도인력 양성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간화선 입문프로그램 지도인력 양성과정’은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충주 석종사에서 열렸다. 화두(話頭) 하나 깨치면 삼세제불과 역대조사들과 손을 맞잡고 생사를 여읠 수 있다는 간화선(看話禪). 그렇기에 오랜 세월 선승들은 360개 골절과 8만4000천의 털구멍을 모두 동원해 화두를 타파하려 치열하게 정진해 왔다. 하지만 간화선은 그동안 꿰어지지 않은 구슬처럼 몇몇 소수 납자들의 전유물에 불과했고 일반 대중에게는 그저 그림에 떡에 불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간화선이 마침내 빗장을 풀고 대중을 향해 문 없는 문을 열기 시작했다. 참선과
덕승총림의 선맥을 잇고 있는 수좌 설정 스님은 불신은 진실하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만큼 정치든 뭐든 자기소임에 충실하고 남을 속이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산 수덕사 능인선원에는 만공 선사가 쓴 덕숭청규가 남겨져 있다. △신명을 아끼지 말고 용맹으로 정진하라. △금번 산림(山林)에 참학(參學) 요필(了畢)하기를 동맹할 사 △선원 내에 묵언을 엄중히 할 사 △선정 중 수마(睡魔)를 엄금할 사 △산림 중 출타를 불허할 사 △청규를 한 가지로 위반할 시엔 축출(逐出)할 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선불교 중흥의 모태가 되었던 덕숭총림 수덕사. 이곳은 선의 종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불조의 혜명을 잇기 위해 수많은 납자들이 생사를 건 치열한 정진을 하고 있다.
선용 스님은 한국불교에서 아직은 생경하기만 한 정토선 수행을 이끌고 있다. “과거 역대의 수많은 조사 스님과 선지식들은 염불수행과 자력(화두)수행을 비교해서 말씀하실 때, 자력수행은 난행문(難行門)이요, 염불수행은 이행문(易行門)이라고 했습니다. 즉 자력수행은 아주 수행하기 어려운 법문이요, 염불수행은 아주 수행하기 쉬운 법문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자력수행은 마치 파도가 험난한 생사의 바다(生死苦海)를 스스로의 힘만으로 헤엄쳐 건너려 함과 같아서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반면, 염불수행은 마치 불보살님의 배(般若龍船)를 타고서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아서 참으로 안전하고 마음 든든한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북 음성 용운사에
“서당지장 대사는 (도의를 대함에) 돌덩이 속의 보석과 같고, 조개 속에서 진주를 따는 것과 같아서 ‘진실로 법을 전할 자 이 사람이 아니면 누구이겠는가?’라고 하면서 도의라 이름을 고치게 했다.” “강서(마조도일)의 선맥(禪脈)이 모두 동국의 승려에게 돌아가는구나.” 1200년 전 당대 최고의 선사였던 서당지장과 백장회해는 신라에서 온 한 낯선 구법승 도의를 보고 이 같은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두 선사의 안목과 기대에 걸맞게 그는 신라로 돌아와 선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고, 그 전등(傳燈)은 1200년 한국불교사에 면면히 흐르며 수많은 명안종사들을 배출케 했다. 일자무식의 나무꾼으로서 기라성 같은 선객들을 물리치고 법통을 계승한 혜능. 사진은 그가 머무르며
보국사 주지 지원 스님이 7월 12일 폭우 속에 훈련 중인 장병들을 찾아 격려 하고 있다. 스님은 현재 3개 부대에서 군 포교 활동에 앞장 서고 있다. 7월 12일 하늘에선 물 폭탄이 터졌는지 억수 같은 빗줄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인천 보국사 주지 지원 스님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바로 하루 전, 스님이 법사로 활동하는 부대 장병들이 유격훈련을 받으러 폭우를 뚫고 훈련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자식 같고, 남동생 같은 장병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잠자리가 편하지 않은데 장대비마저 쏟아지니 스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는 피하고 있는지…. 행여 사고는 나지 않았는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요란한 빗소
영남불교대학을 찾은 1000여명의 재가수행자들 중 어떤 이는 자신의 마음자리를 발견하고 자유로와지는 이도 있을 것이며, 어떤 이는 그 너머의 사사무애(事事無碍) 경지를 발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바세계에 놓여진 인간들은 번뇌 뭉치입니다. 번뇌에는 근본 다섯 가지가 있는데 탐심, 진심, 치심, 교만심, 의심이 그것입니다. 이 다섯 번뇌가 원동력이 되어 중생의 몸을 이루고 이들이 합세하여 진토 즉 티끌 세상을 만듭니다. 번뇌가 원인이 되어 불행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번뇌라는 종자를 녹여 없애버리면 됩니다.”-우학 스님의 『완벽한 수행법』 중에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은 수천 수만 중생들이 가진 수십겁의 욕망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집적체일지도 모
마나삐까 세야레이는 "어떤 옷을 입었는가 보다는 계율에 당당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지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인문학부 노어노문학과 3학년 휴학생 변희정 씨는 미국 어학연수 중에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전화는 한국사회에서 앞길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서울대 졸업장을 포기하고 출가의 길로 접어드는 일대사 인연이 되었다.서울대 휴학생 변희정이 미얀마 여성출가자 마나삐까 세야레이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딸이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 남양주 봉인사에서 미얀마 위빠사나 스승 우빤디따사야도에게 지도를 받으며 집중수련을 받았던 어머니 손승효(법명 수단따)씨는 딸이 혼자 떨어져 지내면서도 스스로
5월 27일 새벽 5시 53분 대지를 뒤흔드는 심한 요동이 인도네시아 자바섬 욕야카르타주의 아침을 무섭게 깨웠다. 잠시 후 ‘꽝’하는 큰 굉음과 함께 건물 이곳저곳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노인과 아이들은 피할 겨를도 없었다. 몸은 성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찢기고 피가 나고 멍이 들고 부러졌다. 대지는 어제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의 피로 물들어 있었고 아이들은 사방에 시신이 널려있는 지옥을 경험해야만 했다. 인구 150만이 거주하는 이곳은 비명과 눈물, 사람들의 울부짖음으로 한순간에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해버렸다.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은 최소 6000여명이 사망하고 2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印泥 지진 피해 구호 방문
후반전, 박지성 선수의 활약으로 만들어진 프리킥에서 이천수 선수가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동점골을 넣고 있다. 괴테의 고향 프랑크푸르트가 붉은 악마들의 함성으로 뒤덮혔다. 수 백 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젊은 베르테르들 중 어느 누구도 이 평화로운 도시에서 이날처럼 시끌벅적한 풍경을 보지는 못했으리라. 6월 13일 새벽부터 프랑크푸르트의 중심가 뢰머 광장으로 붉은 옷의 12번째 선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00여명 남짓하던 붉은 군단은 11시쯤이 되자 거의 3만이 넘는 수로 불어났다. 경기가 열리기 5시간 전부터 이미 뢰머 광장에는 꽹과리와 북소리에 맞춘 대~한민국 함성 속으로 파묻혔다. 독일인들은 신기한 듯 붉은 악마들을 쳐다보며 미소로 환대했다. 오후 3시
JTS는 인도네시아 지진 발생 3일만인 5월 29일 구호활동가를 파견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5월 27일 새벽 5시, 인도네시아는 죽음과 고통, 눈물과 절규에 떨고 있었다. 쓰나미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이 인도네시아 전체를 강타한 것이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집 더미 속에서 겨우 구출해낸 가족마저 부족한 의료시설과 밀려드는 환자들 속에서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져갔다. 살아남은 이들은 계속되는 여진의 공포와 가족을 잃은 슬픔 그리고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고통 속에서 두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진은 불과 몇 분 만에 평화로운 작은 섬 하나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몇 분만에 아비규
성원사 주경 스님 원력서울-부산-강릉-문경10개 지역에 800여명 오신채 유혹 뿌리친 후1년이면 오히려 역겨워초발심 수행인의 기본 “왜 좀더 드시지 않으시고요?”“많이 먹었습니다. 제가 좀 소식하는 편이라서요. 고맙습니다.” “오늘 음식엔 웬 마늘이 이렇게 많이 들어갔어?”“애들 기운이 좀 없는 것 같아서요. 오늘만 참으세요.” “지난 주말 예식장에서 뷔페 음식을 좀 먹었는데 오늘까지 냄새가 진동하네요.”“그래서 안색이 안 좋으시군요. 그냥 보약(?) 한 첩 잘 먹었다 생각하세요. 하하하…” 강릉 성원사의 도반 모임인 갈앙회 회원들이 공양 초대를 받았거나 가정에서 곧잘 일어나는 일상 한토막이다. 도반 모임 이름으로는 다소 생소한 갈앙회! ‘갈앙’(渴仰)이란 한여름 가뭄 때 비를 기다리는 마음
무문관은 한 평 남짓한 '쪽방'이다. 불청객을 맞은 스님이 밖에서 문이 잠기기 전 잠깐 무문관 정진 모습을 공개했다. ‘철커덕….’문이 잠겼다. 사람이 방안에 들어앉았는데, 모질게도 문은 그렇게 밖에서 잠기고 말았다. 5월 13일 오전. 병술년 하안거 결제일이 하루 지난 이날 백담사 무금선원 무문관(無門關)은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 밖으로 잠겼고,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의 독방 살이를 자처한 스님들 역시 문밖 세상을 등지고 앉았다. 무문관에 입방한 스님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문밖 세상을 뒤로한 채 이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화두’를 들고 수행 정진한다. 누가 등 떠밀어 들여보낸 것도 아니고, “살 때는 철저히 살아야 하고 죽을 때도 철저히 죽어야 한다”는
부처님 탄생·성도·열반을 모두 기리는 스리랑카의 불교 축제 웨삭을 맞아 사원들은 오색등과 불빛으로 경내를 장엄해 장관을 연출한다. 불자들은 흰 옷을 입고 사원을 찾아 밤을 새우며 기도한다. ‘인도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라는 서글픈 별칭의 나라 스리랑카. 하지만 스리랑카는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보물섬’이며 마르코폴로가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며 사랑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져 있는 불교국가이며 최근 조계종 복지타운 건립 등으로 인해 교류가 넓어지며 ‘일불제자의 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5월 12일 화려한 웨삭 축제가 열렸다.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방 불교국가 최대의 불교 명절인 웨삭 축제를 현지에서
배가 불록 나오도록 카레를 실컷 먹은 병사들이 빵과 과일을 담은 꾸러미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오전 6시. 점호가 끝나기 무섭게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JSA 경비대대(캠프 보니파스) 내무실에는 ‘오늘의 점심메뉴’라는 주제로 한바탕 토론의 장이 열렸다. 통닭과 자장면, 피자, 족발 등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을 나열하기 바쁜 그들의 대화는 비록 ‘밥’으로 시작해 ‘후식’으로 시시하게 끝났지만 사실 병사들의 마음속에는 한동안 얼굴을 마주 못한 ‘어머니 같은 아버지’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시각, 병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밤새 잠 한숨 이루지 못한 이재성(三光·71) 법사는 모든 준비를
지장삼존도 동국대 건학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국대학교 국보전’이 2일 오후 3시 동국대 박물관에서 개막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보물742호 ‘납석제 삼존불상’, 보물321호 ‘청동은입사향완’, 보물741호 ‘민애대왕 석탑사리호’ 등 불교미술사를 언급 할 때 빼어 놓을 수 없는 유물들이 공개되고 있다. 국보176호 ‘홍치2년명(1489년) 청화백자송죽문호’는 현존 기년명을 가진 最古의 청화백자로 그 크기는 물론 질적으로도 국보중의 국보로 평가받고 있다. 보물743· ‘정조어필 파초·국화도’ 두 점은 동국대 박물관 비장품으로 정조 임금의 능숙한 솜씨와 함께 어의(御意)를 엿 볼 수 있는 회화작품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통도명 청동은입사향완’과 1450년의 ‘여래삼존상’이 특별 전
세수 일흔 여덟에 접어든 운문 스님은 요즘도 틈나는 대로 찬불가 가사를 쓴다. 가사가 떠오르지 않으면 화두를 잡는 것이 스님만의 비법이다.“거기 잠깐 앉아 있어요. 내 이 불자님들 등만 달아드리면 되니까.”종로구 홍지동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빌라. 현관문 앞 흰 종이에 사인펜으로 적은 ‘조계종 운문사’라는 안내문이 난감하게 방문객을 맞는다. 손수 현관문을 열어주고 지객까지 도맡아 하시는 스님이 올해 세수 일흔 여덟의 운문 스님(사단법인 삼보불교음악협회 이사장)이다. 수년째 주석하던 종로구 구기동 운문사를 한국불교음악역사관 부지로 내어주고 이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지만 시자 한 사람 없이 노스님 혼자 계시는 모습을 보니 앉은 자리가 영 불편하다. 그래도 거실에 마련한 법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