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적 정년을 지나고도 연명해 나갈 시간이 수십 년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이 단멸되지 않고 영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단은 안도할 일이다. 우리가 안부로 묻는 ‘안녕(安寧)’이라는 인사말의 함의가 ‘아무 탈 없이 편안한가’를 묻고 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수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있어 단순히 생명현상의 연장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꼭 달가운 일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의 부친은 무병장수하시다가 92세에 돌아가셨는데 90세가 되니까 “하루하루의 시간이 지루하다”라는 말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4·16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덜어내는 데 함께 하겠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는 물론 이태원참사 등과 같은 사회적 대형 참사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교계 나름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세월호참사 유가족은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바닷속에 있었지만, 전국의 스님들이 밤낮으로 기도해 주셔서 위안을 받았다”며 지난 10년 동안 아이들의 넋과 가족을 위로해 해 준 교계에 깊은 감
2023년 여름, 매주 법회를 어떤 주제로 해야 할까 고민하던 때였다. 임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의 사정도 잘 모르고 군종병의 잦은 휴가로 모든 청소를 혼자 도맡아 했다. 청소가 끝나가던 어느 날, 창문이 눈에 띄었다. 두껍고 어두운 커튼이 쳐져 있어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창문을 닦으려 커튼을 열어젖히는 순간, 넓고 높은 통창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통창 사이로 비치는 청명한 하늘과 마당의 작은 나무, 이곳이 절임을 일깨워주는 탑이 수채화처럼 눈앞에 펼쳐졌다.이후 창문은 나에게 쉼터가 되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종교백화점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종교적 열의도 대단하다. 종교와 신앙의 본질적 매력 외에도 식민시대와 전쟁을 겪으며 인간의 한계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기대고 싶은 신의 존재가 어느 나라보다 절실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요즘은 종교가 위기를 겪는 중이다. 기독교는 신부와 목사가 부족하고 불교도 출가자가 현격히 줄었다. 새로운 신자 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모든 종교의 공통점이다.이 시대에 가장 활발한 종교는 무종교라고 한다. 처음부터 종교를 갖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믿던 종
‘금산 칠백의총’(사적)에 의승장 영규(?~1592) 대사와 800 의승을 기리는 순의비를 세운다. 비문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의병승장비(義兵僧將碑·충청남도 문화재자료)’를 참고해 쓸 것이라고 한다. ‘칠백의총’이라는 사적지 명칭도 바로잡힐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이 ‘금산 칠백의총’ 명칭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연내 착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영규대사 및 800의승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일련의 사업들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재청 등의 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산 보석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불교리더스포럼이 1월 30일 ‘새해맞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불교대축전’을 봉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800여 명의 교계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한 여법한 행사였다는 평가들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사 준비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불교소양 부족과 독단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불교대축전’은 매년 초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해온 신년하례법회를 확대·편성한 자리다.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인 만큼 교계 관심이 집중되고, 교계 언론들도 각각 취재 계획을 세우며 준비한다.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불교계에 보낸 선물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스님들을 비롯한 불교계 주요 인사들에게 보낸 선물을 십자가가 그려진 포장지에 담아 보냈다. 거기에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해 ‘아멘’으로 끝나는 소록도병원 한센인의 기도문까지 엽서로 제작해 동봉했다. 불교계를 자극하기 위해서거나 무시할 작정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물을 받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나 원로의원스님들을 비롯해 교구본사 주지스님 등이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
새해가 되고 온라인상에선 사람들을 격려하는 명언 숏폼 등 콘텐츠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러한 영상을 매해 시청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시청자 중 한 명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나 늘 그렇듯 시청을 이어갔다. 석가모니 부처님 불상이 배경으로 있는 인생 명언 모음집이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는 어마어마했다.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불교 콘텐츠를 보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10만을 가볍게 돌파한 영상들을 보며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단순히 불교를 더 많이, 더 깊이 담아내지 않아서가 아니다
미국은 종교 때문에 탄생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갈망했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18세기 대서양을 건너와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정착하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는 시작된다. 엄연하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임에도 모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는 것이나, 전 국민(이제는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화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명시하고도 별다른 문제로 지적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 미국의 종
지난 1월 16일 해봉 자승 대종사의 49재 막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소신공양이다’ ‘분신자살이다’ 궁금해 하고 의심을 품기도 한다. 며칠 전만 해도 왕성하게 활동하셨던 분이 갑자기 자화장으로 입멸하셨으니 자신들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이 종단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발표했고, 총무원장 스님은 “가히 범부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격외의 모습을 보이셨다”라고 찬탄했다. 불교사적으로 소신공양은 ‘법화경’에서 언급되
연말연시에 학생들과 함께 인도 불적지 순례를 했다. 과거와 현재, 신과 인간, 야만과 문명이 공존하는 인도는 혼돈 그 자체였다. 무리한 일정을 따르다 보니 독감에 걸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평소 그렇게도 원했던 성지순례를 하게 되어 비록 상비약과 침대 신세를 졌지만, 어떻게든 2600년 전 석존의 숨결과 자취를 느끼고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분리된 심신 때문에 그간 공부해 오면서 상상했던 성지의 모습과 현실과의 간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문을 증폭시켰다.특히 부다가야의 마하보디대탑에서는 시야의 광경
조계종이 2월 5일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사리’ 환수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협상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된다. 2009년 첫 협상이 불발된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재협상인 만큼 교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 보스턴미술관은 ‘사리 환수·사리구 환수 불가’ 입장을 견지했고, 문화재청은 ‘일괄 반환’을 주장하며 ‘사리 반환’을 거절했다. 사리만 돌려받으면 훗날 사리구 반환을 재논의할 때 난항을 초래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보스턴미술관은 2023년 11월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월26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녹색당은 2020년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식단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다”며 “공공급식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를 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자기 결정권, 건강권, 환경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채식선택권이
지적 장애인을 장기간 착취했다는 혐의를 받은 서울 노원구 학림사 주지스님이 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최근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이른바 ‘사찰 노예사건’으로 지탄받아야 했던 스님은 6여년 만에 비로소 혐의를 벗게 됐다. 당시 검찰은 주지스님이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 3급을 판정 받은 편 모씨에게 예불, 기도, 마당 쓸기, 잔디 깎기, 제설 작업, 각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면서도
“케이블카요? 다른 곳도 다 적자라던데 왜 놓겠답니까?” 삭풍이 몰아치던 지난해 11월 말, 영축총림 통도사 경내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 철회’ 기자회견을 위해 사중 스님들이 든 현수막을 보며 한 시민이 보인 반응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E 시민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가 재추진된다는 소식 자체가 시대착오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시민은 “케이블카가 무슨 문제냐, 절에서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10여 년 전부터 유행처럼 앞다퉈 추진되던 케이블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한창 자비 없이 연달아 늘어선 시험 사이에 끼어 있던 기말고사의 어느 날, 글을 쓰려 책상에 앉으니 뒤늦은 걱정이 일었다. 불교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데 어떤 이야기를 써가야 조금이라도 알맹이가 남을지, 나름 오래 고민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 괜히 멋들이는 글보다는 내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나는 20대 방황의 시기가 제법 일찍 찾아온 편이다. 대학엔 입학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발붙일 곳을 찾지 못했다. 혼자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듯 모든 것이 막막했던 3월, 이끌리듯이 들어간 불교 동아리가 나에게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만암당 종헌 대종사’가 한국불교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국은 깊고도 선명하다. 1876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만암 스님의 삶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6·25한국전쟁을 관통하는 혼란의 한복판이었다. 이러한 시대, 갓 열 살에 접어들던 1886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만암 스님은 손수 논밭을 일구며 기근에 허덕이던 주민들을 구제하고 쇠락해 있던 백양사를 중창했다. 광성의숙·심상학교·정광중고등학교 등을 세워 출가자와 재가자를 아우르며 인재 양성에 매진하는 한편 일제강점기 조선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참선수행과 선
“중앙승가학원이 큰 교육기관으로 발전되어 많은 인재가 배출되길 바랍니다.” 1979년 4월 14일 서울 돈암동 보현사에서 중앙승가대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승가원을 개원하는 자리에서 석주 스님이 전한 법어 중 한 대목이다.‘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승려전문교육 정규대학으로 1979년 개교에서 2024년 현재에 이르러 42회 졸업생 2000여명의 동문을 배출하며 한국불교의 지도자 양성에 매진해 왔다’고 하는 홈페이지 표현대로, 5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중앙승가대학교는 현대 한국불교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이 승가대의 앞날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 인구 증가율은 –0.176%로 마이너스를 기록하였으며,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2022년의 0.78명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임신이 가능한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며,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한다. 2023년의 합계출산율은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떨어져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면서부터 주목되기 시작하였
조계종 총무원이 2024년을 ‘K명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 회견을 통해 “한국불교 존재 이유는 세상 고통과 함께하고 온 중생을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라며 “2024년, 한국불교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사회적 정진을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국민으로부터 호응받는 유수의 템플스테이 사찰을 활용해 종단에서 마련한 ‘선명상’프로그램을 보급할 계획이다. ‘선명상’ 프로그램은 조계종 미래본부가 준비한다. 명상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 시대에 예정대로 ‘선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