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는 부처님이나 보살, 나한 등을 그린 그림이지만, 불교 그 자체를 그린 그림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부처님을 표현한다는 것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모습을 통해 부처님이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 불교에서의 깨달음은 어떤 것인지 등을 설명해주기는 힘들다. 연기, 번뇌, 해탈 등을 만약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선종화는 먹의 추상적인 사용이나 형태에 대한 파격을 통해 우리의 선입견이나 판에 박힌 사고를 깨뜨려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禪窓夜夜梵鐘鳴 喚得心身十分淸선창야야범종명 환득심신십분청 檜樹蒼蒼石勢頑 葉間風雨半天寒회수창창석세완 엽간풍우반천한(밤마다 선창(禪窓) 넘어 범종 소리 울릴 때면/ 몸과 마음을 불러 일깨워서 더욱더 맑게 하네./ 회나무는 울창하지만, 바위는 험준한데/ 차가운 하늘 나뭇잎 사이로 들려오는 비바람 소리)이 시문은 고려 말 성리학을 바탕으로 정치사상을 전개한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의 문집 ‘목은시고(牧隱詩藁)’ 제28권 가운데 ‘봉사광평이시중소장산수십이첩병풍’의 ‘회암(檜巖)’이라는 시제(詩題)에 나온다. 다만 주련에는 이를
탈종교와 관련한 지난 두 번의 연재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하시고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글쓴이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 소견이 우리 모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것에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모쪼록 저의 제안들이 대중지성과 공론의 장을 통해 더욱 연마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오늘 글에서는 탈종교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불교의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불교는 그 출발에서부터 ‘탈종교’ ‘탈 중심’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사회는 바라문교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사회였습니다. 신(神)중심의
불교를 대상으로, 승려가 아닌 일반인이 직업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곳은 근대 이후 서양의 대학이다. 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시절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설치해 인도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저들의 언어, 역사, 지리, 사회, 민족, 종교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당시 유럽의 동양 진출은 이렇게 지역 경영과 연계되는 ‘지역학(地域學)’ 연구로 이어졌다. 당시 청나라와의 교역 문제로 각축을 벌였던 그들은 그런 식의 중국학(Sinology) 연구에도 박차를 가했다. 언어에 대한 학적 방법으로 중국보다 먼저 중국어 문법책을 쓴 서유럽의 학문도 그런
한국불교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신라의 원효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00년대 초기부터 원효는 주목을 받아 저술들이 수집 정리되기 시작하였으며, 최근에는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되어 적지 않은 분량의 저서와 논문이 축적되었다. 특히 원효의 저술 발굴과 주석 작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화쟁(和諍)’과 ‘일심(一心)’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상에 관한 연구도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에 관한 연구에 비하여 역사적 연구는 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1년 365일 중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하지만 같은 날이라도 챙겨서 기념해주면 더 좋은 날이 있다. ‘1월1일’이나 ‘매월 1일’ 또는 광복절, 현충일, 부처님오신날 등 공휴일은 그날의 의미에 맞게 기념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개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일(生日)’이 바로 그런 기념일이다. 생일을 정성스럽게 잘 챙기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좋은 기운을 받는다. 사람에게 돈이나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고단해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면 힘이 절로 솟아
불교(佛敎)는 글자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를 종교라는 개념에서 바라보면 그 뜻이 다소 멀게 느껴지게 된다. 그렇다면 종교(Religion)의 일반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1) 신이나 절대자 등과 인간과의 관계로서 보는 정의, 2) 신성감·외경 감정 등 종교에서 보이는 특정한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정의, 3) 특정 가치 체계를 갖춘 인간의 생활 활동으로서의 정의. 이를 근대적인 의미로 표현하자면 결국 인간(자신)의 고독 탈피를 위한 정신적인 몸부림의 소산이다. 또한 이것은 절대적 신념 체계이며 궁극적 가
처인구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날씨가 추워지는 최근 들어서 허리와 어깨에 뻐근한 통증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추워져도 큰 이상이 없었으나 40대가 된 이후에는 환절기에 유사한 증상이 늘어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본능적으로 아파오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지며, 감기에 걸리는 등 건강에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는 A씨의 사례처럼 감기와 같은 질환뿐 아니라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한다.기온이 내려가면서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는 것은 자
몇 년 전 성당 앞을 지나다 우연히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해미성지순례 관련 안내 문구가 써져 있었다. 당시 별스럽지 않게 ‘가톨릭에서도 성지순례로 신자들을 결집하고 전도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찾는구나’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었다.이 같은 생각이 바뀐 것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천진암에 대한 가톨릭계의 태도를 보면서부터다. 천진암은 오랜 세월 스님들이 머물렀던 수행 공간이다. 그런데 가톨릭에서 자기들 성지라고 주장하며 안하무인으로 깃대를 꼽고 성역화 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불교를 비롯해 종교 역사에서 초전시기
세계 역사에서 한반도 크기의 작은 나라가 반만년 넘게 독립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예도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원인을 역동적인 한국인의 DNA나 강한 민족적 기질에서 찾지만 나는 그 원인을 정(情)에서 찾는다. 부모에게 학대받아 2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기일을 맞아 넋을 위로하려고 찾아온 사람들, 생전 일면식도 없는 청년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마음 말이다. 나의 불편함과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내 이웃이 부당한 피해를 보는 것에 분노할 줄 아는 마음, 어려운 사람이나 학대받는 동물을 보면 같이 슬퍼하는 자비심이 우리 민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지혜의 시선은 필경 생사의 문제로 향하기 마련이다. 지혜가 끝내 착목하여 얻는 것이 생사대사(生死大事)에 관한 안목이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생사의 바다를 건너려면 반야바라밀다로 선장을 삼아야 한다는 아래와 같은 ‘대승이취육바라밀다경’의 반야바라밀다 말씀이 설해졌다.“만약 모든 보살이 보시바라밀다로부터 정려바라밀다에 이르기까지 오바라밀다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모두 반야바라밀다를 좇아야 한다. 반야바라밀다가 본모로서 오바라밀다를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若諸菩薩修行布施波羅蜜多 乃至靜慮波羅蜜多, 皆從般若波羅蜜多. 本母所生而爲根本).(…)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