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지만/ 싸늘한 바람 더하고/ 시야에 먼 바다/ 이리도 푸르고도 푸른지님의 외침일까/ 가버린 추억의 채찍일까/ 바람에 나부끼는 노랑리본“…”그늘진 세상/ 빗물 같은 하소연…/ 다 펴지 못한 한 송이 꽃어디쯤일까?/ 소식 몰라 오늘도/ 돌아서는 발걸음이어라. -‘팽목항 오늘’지난 봄, 미처 펴보지도 못한 청춘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지 1년여 만에 진도 팽목항을 찾았던 스님은 그날 그곳에서의 마음을 이렇게 풀어냈다. 마음의 언어를 통해 바라보는 선의 세계를 그려온 제운 스님이다. 그동안 마음의 언어인
“광복 70주년을 맞아 만해 스님의 문학 속에 담긴 민족정신과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축전인 만큼 다양한 문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각종 문화행사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광복 70주년을 맞아 만해 한용운 스님의 문학 속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광복 70주년 기념 및 만해 한용운 탄신 136주년 기념 한국문학축전’을 준비 중인 선진규 축전추진본부장의 각오다. 선 본부장은 “만해 스님이 머물렀던 심우장이 문학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축전을
현대사회는 고도의 산업화·기계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사회구조와 생활양상 속에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불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이 책 ‘현대사회와 불교’는 현대사회에서 빈번하게 야기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와 일본 다이쇼대가 공동학술대회를 통해 연구하고 발표한 성과물이다.“불교가 출가 승려를 중심으로 하는 사문주의적 전통을
“옛날 세종 장헌대왕께서 일찍부터 ‘금강경오가해’ 가운데 ‘야보송’과 ‘종경제강’ ‘득통설의’, 그리고 ‘증도가남명계송’을 국어로 번역하여 ‘석보’에 넣고자 하였다. 문종대왕과 세조대왕에게 명하여 함께 짓도록 하고, 친히 교정하고 결정을 했다.”조선전기의 문신 한계희는 ‘금강경삼가해’ 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선은 성리학 엘리트들이 설계했다. 때문에 유학이 득세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유학군주 세종이 왜 성리학에서 이단으로 깎아내리며 탄압했던 불교와 불교경전에 관심을 가졌을까? 무엇이 세종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으며 꽃과 열매를 맺는다.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을 향해 줄기를 자라게 하고 사방으로 가지를 뻗치는 동안 나무의 연륜도 쌓여 간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나무와 다르다. 나무처럼 고요히 멈춰 있지 못하고, 원숭이처럼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건너다니는 분주한 마음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태국 고승 아잔 차의 수제자이자 호주에 최초로 사찰을 세운 호주 불교 개척자 아잔 브라흐마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수행하면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일어나게 하려고 나무를 흔들거나
선화(禪畵)는 선의 시각적 표현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선의 체험과 기운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이 내용이라면 그림은 형식이기 때문에 선과 그림이 하나로 융화될 때 비로소 선화가 탄생하는 것이다.달마도와 선묵화의 대가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범주 스님은 “선은 본래의 청정한 마음자리인 동시에 청정한 마음자리를 밝히는 일이다. 본래 마음자리란 일체의 집착과 위선을 벗어던진 순수한 의식이다. 걷고 머물고 앉고 일어나고 눕는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가리킨다. 자기가 태어나 이제껏 일궈온 터, 마음의 본바탕이 바로 선이며, 그것을 똑똑히 관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생겨나는 번뇌, 악업, 원한을 모두 풀어낼 수 있다면 행복을 향한 조건을 다 갖추는 셈이다. 수행 역시 이렇게 맺히고 엮인 것들을 풀어내고 탈피할 때 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불교에서는 이 번뇌, 악업, 원한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을 권한다. “두려움과 혼란에서 벗어나 명료하고 시원한 반야의 지혜를 증득하는 것은 물론, 극락 같은 삶과 평화로운 죽음, 환희로운 왕생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이 자비도량참법은 미륵부처님 현몽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양나라 무제(武帝)가
전투부대 지휘관으로 정년퇴임한 김정희 씨는 웰다잉 강의와 호스피스 봉사를 하던 중 세계적 명상지도자 파욱 사야도를 만나 불교 수행법을 알게 됐다. 이후 6년 동안 미얀마 파욱명상센터를 오가며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다.‘스승은 붓다이시다’는 그 기록이다. 저자는 파욱 사야도를 만나게 된 인연과 그곳에서 수행했던 치열한 과정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래서 책은 수없이 좌절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행한 끝에 귀한 결실을 얻은 재가수행자의 정진일지라 할 수 있다. 수행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
“어떻게 하면 업의 바람을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악업을 짓지 않는 것입니다. 소위 ‘모든 악은 짓지 말고, 여러 선은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다.’ 모든 망상의 파도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혜는 자연히 현전하게 됩니다. 지혜가 현전하면 일체의 무명, 망상을 깨뜨려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일체의 습기(習氣: 습관적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기운으로 형성된 행위)와 결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중국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 등 선가 5종의 법맥을 이은 허운선사(1840∼1959)의 법을 이어 중국 위앙종 9대 조사
쉰 살에 접어든 한 남자는 꽃다운 스물여섯에 암 투병을 시작했다.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 투병 사실을 숨긴 채 연차를 붙여 쓰며 암 수술을 한 후 실밥도 뽑지 못하고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 여섯 번의 암 수술, 매해 크고 작은 수술과 입원, 응급실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그는 그렇게 반평생을 암과 함께했다. 하지만 그가 20년간 몸담았던 회사는 그의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사직을 권했다. 이후 상실감에 빠져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그는 얼마 후 호스피스를 찾았다.오십대 주부 김정자 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오랜 기간 가난과 싸우며 가정을
영국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수전 블랙모어가 10가지 화두에 대한 탐구 기록을 책으로 옮겼다. 명상에 집중할 때의 희열을 비롯해 온갖 잡념과 싸우며 자신을 괴롭히던 순간까지,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참선 과정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그래서 이 책 ‘선과 의식의 기술’은 의식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심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가 참선을 통해 의식의 밑바닥을 탐구한 기록이기도 하다.‘나는 지금 의식이 있는가’ ‘방금 전 나는 무엇을 의식하고 있었나’ ‘질문을 던지는 자는 누구인가’ ‘이것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은 어떻
100세 시대다. 평균나이 80을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자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닌 게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준비되지 않는 고령화 사회의 폐단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녀의 봉양을 받아 마땅한 나이지만, 자녀들도 제 몫의 삶을 살아내는 게 벅차 부모를 봉양할 형편이 못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하지만 그렇게 황혼이 멍들어 가는 지금 세상에도 여전히 ‘효’의 당위성은 유효하다. 비록 반인륜적 패륜이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세상일지라도, 부모자식의 천륜이 부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
“붓다와 다른 종교의 지도자들을 구별 짓는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붓다는 신이라든지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한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신도, 신의 화신도, 신화적인 인물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는 외적으로는 인간이었지만 내적으로는 인간의 상태를 뛰어넘는 존재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붓다는 유일무이한 존재,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불린다.”그렇다.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신과 같은 외부의 매개자 없이 해탈을 얻을 수 있으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백운교는 옆에서 보면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백운교의 높이와 폭과 길이를 간단한 비로 나타내면 약 3:4:5가 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르면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a와 b, 빗변을 c라 할 때 a²+b²=c²이다. 백운교의 비 3:4:5에서도 3²+4²=5²이라는 관계가 성립한다.”문화유산에는 이처럼 지역, 민족 특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학 등이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서양 로마와 더불어 동양에서 단 하나뿐인 1000년 도시 경주도 그렇다. 경주는 1000년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을 대변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불통’이다. 그만큼 서로 등지고 갈등하며 제각각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세대간·계층간 소통 불능 상태다. 위정자는 사회 여론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대중들은 그런 위정자를 보며 분통을 터트린다. 권력을 움켜쥔 자들은 권력 놀음에 빠져 세상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세상 사람들은 그런 권력자들을 보며 가슴만 치는 불통의 뿌리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더욱 부처님의 지혜가 간절한 시대이기도 하다. 부처님은 자신이 먼저 깨달음을 얻고 사람들을
“내 삶속의 행복을 이어주는 다리, 내 삶에서 영원을 노래할 수 있는 연결고리, 행복과 불행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욕하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 우리들은 늘 극락세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며 영원을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희망을 실현시켜 주는 것은 바로 삶속의 믿음이 브릿지가 되어줄 테니까요. 믿음이 삶의 브릿지가 되어 행복으로 꽃피우기를 바랍니다.”‘삶의 브릿지’는 법화행자로 살아온 일우 스님이 ‘법화경’에서 강조하는 믿음이 신행생활의 근간이 되어야 그 위에서 열매 맺고 꽃
탄허 스님의 ‘화엄경합론 23권’의 영구보존을 염원하며 한정판으로 금장본 100질을 펴낸 교림출판 서우담 대표가 이 책을 끝으로 출판사업을 정리한다. 서 대표는 최근 “탄허 스님이 1958년부터 1968년까지 10년간 번역한 ‘화엄경’ 관련 책들을 펴냈는데, 이제 마지막으로 100질의 한정판을 펴내며 출판사 운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책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탄허 스님 책만 발간해온 출판사 운영이 무의미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탄허 스님의 ‘화엄경합론’은 ‘화엄경 80권’ ‘통현화엄론 40권’ ‘청량국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진실)를 보리라.‘금강경’의 핵심 사구게다. 불교 사상의 요체를 압축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구게를 “무릇 있는 바 모든 것은 다 고정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만약에 모든 것이 하나의 모양으로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줄을 알면 여래를 보는 것이니라”로 풀이하며 보통사람들도 ‘금강경’을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해설한 책이 탄생했다.김제 금산사에서
여름 휴가철,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수많은 인파에 가는 길이 불편하지만, 재충전을 갈망하는 도시인들은 멀리 산으로 바다로 향하는 발길을 멈출 수 없다. 가슴을 짓누르는 마음 속 고뇌를 내려놓고 편안히 몸도 쉬며 심신을 에너지로 가득 채우겠다는 기대를 안고 떠나는 길이다.재충전을 기대하며 떠나는 여행. 제대로 알고 가면 더욱 생생한 에너지를 심신 가득 불어넣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하늘이 내린 땅, 영지(靈地)다. 이른바 산과 물이 조화되어 밝고 따뜻하며 사람의 삶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명당이다. 이미 그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내가 없으면. -‘세월’”“도자기가 된 진흙/ 한 점 나를 찾을 수 없다. -‘한 소식’”책장을 펼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생경하기도 드물다. 말 그대로 낯설다. 알 듯 모를 듯 툭 던지는 짧은 첫 구절, 그리고 긴 여백 뒤에 보이는 두 번째 구절이 곧 마지막 구절이다.시집 ‘한 줄로 된 깨달음’은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간결하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시집의 1부에 엮은 시들의 형식이 모두 그렇다. 단 두 행뿐이다. 아무리 시(詩)가 보여주는 모습 중 하나가 압축과 은유라고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