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신문에 불교계를 폄하하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 내용인 즉 ‘자정능력 상실한 조계종, 막가파식 승가를 정화하자’는 것이다. 도박, 몰카 사태를 비롯한 교구본사 주지 문제로 조계종은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이 중에서도 ‘도박 몰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너무도 컸다. 이 사건을 접한 사부대중, 특히 스님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와 교계 재가 지도자들은 거리를 나서기도 창피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걸을 정도였다. 그렇다 해서 조계종이 정화능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까? 조계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유독 이 뿐만이 아니다. 개선해야 할 난제는 산적해 있다. 종단이나 교계 단체들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교계 언론과 단체들의 날선 비판이 왜 있겠는가? 각종 현안 세미나를 통해 고통을 감수하며 내부의 치부를 드러
아침에 손자 손을 잡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석이 아파트를 나서더니 “하늘이 파랗다. 구름과 달도 보이네. 저 구름 위를 걷고 싶어.”하고 즐거워했다. 그 말을 듣고 하늘을 쳐다보니 정말 푸른 하늘과 하얀 높쌘구름 그리고 흰 달이 보였다. 윌리암 워즈워드는 그의 시‘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다. 애들은 어른과 달리 언제나 신선한 감각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바로 천진불(天眞佛)이다. 특히 “하얀 구름 위를 걷고 싶다” 말이 예리한 화살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요즘은 정말 속세를 떠나 푸른 하늘로 올라가 하얀 구름 위를 걷고 싶은 심정이다. 참으로 지겨운 여름이었다. 18년 만에 다가온 폭염으로 많은 낮과 밤들을 괴로움 속에서 보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해간다(諸行無常).이제
이 시대, 그리고 오늘의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양극화라 할 수 있다. 앞을 내다보는 지성인들 중에 많은 이들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환경문제 같은 자연으로부터의 재해가 아니라 양극화라고까지 말한다. 이대로 양극화가 진행되어 두 극단이 부딪히게 되면 인류의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까지 경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 현실에도 양극화의 심각성이 계속 드러나고 있고,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쌍용차 문제 등 희생자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들이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가 이러한 문제에 앞장서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의 큰 구조가 잘못되면 그
제18대 대통령 선출이 10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대선의 대결구도가 짜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이제 겨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절차를 밟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후보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후보선출이 늦어지면 그만큼 국민의 알 권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예견되었던 대로 박근혜 후보는 무려 84%의 높은 지지율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었다. 하나마나한 경선이 될 것이라면서도 누가 2위를 차지해 차차기 유력주자로 떠오를 것인가가 그나마 새누리당 경선의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2위 다툼은 의미가 없어졌다. 민주통합
옛 말씀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권불 10년’이 아니라 ‘권불 5년’이다. 아무리 더하고 싶어도 최고의 권세를 상징하는 대통령은 5년 이상 할 수가 없고, 그것도 단 한번으로 끝이다. 욕심 같아서야 두 번 세 번, 아니 어느 불행한 대통령처럼 부하의 손에 총 맞아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오래오래 해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겠지만,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천만의 말씀이요, 만만의 콩떡”,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명박’이라는 분이 대통령이 된 뒤 우리 불교계는 그야말로 지난 4년 몇 개월이 50년 세월만큼이나 지겹고 지겨웠다. ‘고소영 정권’이니, ‘영포라인’이니, ‘하나님께 서울봉헌’이니, ‘명박산성’이니 해괴한 유행어를 만들어내
‘편안한 마음으로 취하고 버리는 사이, 그 두 가지 경계에 휘말린다.’ 중국 지공 선사의 ‘대승찬’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서 ‘편안한 마음(안심. 安心)’이란 선사들이 누누이 강조해 왔던 ‘평상심(平常心)’이나 ‘평온심(平溫心)’과는 다른 개념이다. ‘깊은 사유 없이 내는 마음’,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 없이 내는 마음’ 등을 이른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마음에 들면 취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것’이다. 그럴 경우, 자신이 ‘버리고, 취한 것’에 스스로 걸려든다는 점을 지공 선사는 짚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으로 촉발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아직은 찻잔 속 회오리로도 볼 수 있겠지만 갈등 국면이 더 심화될 경우 허리케인
지난 달 중순 장마철이 끝난 후 시작한 폭염과 열대야로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금년 여름이 1994년 이후로 가장 덥다고 한다. 필자는 1970년대 말 캐나다 서해 밴쿠버섬의 아름다운 항구 빅토리아에서 보낸 적이 있다. 시애틀과 밴쿠버를 아우르는 이 지역엔 검푸른 북태평양과 만년설이 덮인 높은 산들의 풍광이 있다. 고위도라 여름엔 밤이 짧고 맑고 시원한 날들이 지속하여 마치 피서지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1990년대의 멜로드라마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출연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서울과 달리 시애틀엔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없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열대야가 아니라 상처한 남자와 약혼자를 둔 여인의 운명적인 사랑 때문에 일어났을
조계종 화쟁위원회 제2기 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 1기 화쟁위원회는 조계종의 내부 기구이면서도 종단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종교적·사회적 갈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내외의 관심을 받았기에, 이를 이어 시작하는 2기 화쟁위원회 활동과 행보가 어떠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2기 화쟁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위상과 노선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충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화쟁위원회 활동은 봉은사 사태에서부터였고, 일단은 그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화쟁위원회가 종단 내부 갈등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여망도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일 수가 없다. 화쟁위원회가 조계종단의 기구이기 때문
대통령 선거가 다섯 달 남짓 남았다. 각 정당들은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절차들을 밟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8월 20일에 후보를 선출한다. 다섯 명이 출마했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해 하나마나한 경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을 치르기로 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보다 한 달 늦은 9월 23일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모두 일곱 명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다. 비례대표 경선부정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9월 중에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출마의 뜻을 접은 것은 경선 규칙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당원의 뜻과 국민의 뜻을 1대 1로 반영한다. 선거인단은 대의원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불교를 믿건, 가톨릭을 믿건, 개신교를 믿건, 회교를 믿건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공직자(公職者)가 특정 종교의 광신자(狂信者)가 되어 공무(公務)에 영향을 끼칠 만큼 종교편향자라면 이것은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망언을 해서 불교도의 공분을 샀거니와 얼빠진 포항시장, 서울의 성북구청장 등 일부 공직자들이 공직을 이용해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국민들이 낸 세금을 특정 종교선교에 낭비했는가 하면 충남 당진군에서는 군 예산으로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특정종교의 찬송가를 부르게 하는 망발을 일삼았는가 하면 일부 극단적인 공직자들이 이른
한 지인의 메시지가 휴대폰을 통해 들어왔다. ‘그동안 고마웠소. 먼저 갑니다. 미안합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만 울릴 뿐이다. 어디선가 보았던 일언이 스쳐갔다. 유서는 ‘지금 나를 봐 달라’는 마지막 메시지라는 사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1년 동안 자살하는 사람은 1만4000여 명이라고 한다. 34분에 한 명이 자살한다는 얘기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섬뜩한 말이 거북스럽지만 통계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지식채널 e’를 통해 알게 된 ‘남겨진 사람들’이야기는 더 충격적이다. 한 사람이 자살했을 경우 그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은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에 이른다. 한 해 자살 유가족이 10만여 명에 이르는 셈이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들을 옭아맨다.
1970년대의 명화로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가 출연한 대부(Godfather)가 있다. 이 영화는 이태리 시실리출신의 마피아 패밀리들이 미국에서 벌이는 범죄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대부는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유학 중 이 책을 읽은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소설 표지의 뒷장에 발자크의 다음 말이 있었다. “모든 큰 재산 뒤에는 범죄가 있다” 최근 세칭 백양사도박 몰카사건은 비단 불자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조계종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거액의 도박판을 벌려 조계종의 현 집행부가 썩을 대로 썩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고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주었다. 출가승을 비구(比丘)라고 부른다. 그 의미는 걸사(乞士)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