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은 서남해지방 있던 풍속애지중지한 육신에 대한 집착시신 자연스런 소멸해체 통해생사 자유로운 해탈 염원 담아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모기한테 물렸다고맙구나내가 살아 있구나긁적긁적4·3·4조 운율에 22자 짧은 시생명의 존엄을 통쾌하게 표현‘긁적긁적’은 살아 있는 모습을생동감 있게 쓴 고수의 마무리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가해를 한 동물 1위가 모기임을 발표하였다. 매년 100만 명씩 모기에 물려서 죽어가고 있다. 모기가 전염병에 걸린 사람의 피를 빨아 먹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시킨다. 모기를 박멸할 근본적인 방법이 없다. 특히나 모기에 물리면 모기의 타액이 몸속에 들어와 가려움을 유발시킨다. 모기는 특히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일본뇌
부처님이 아난에게 설법하는모습 취한 발상과 전개 참신떨어지는 은행잎이 무상 설법박정희독재에 권력 무상 일침지혜로와라 은행잎이여/ 붓다는 가을날 어느 늦은 오후/ 세종로를 거닐며 내게/ 이렇게 일렀다.시절을 마련할 줄 모르는 불자 있거든/ 하늬바람에 지천으로 떨어지는/저 은행잎을 보게 하라.은행잎은 높은 가지 끝에서 스스로의 알몸을/ 땅으로 떨어뜨림으로써 인간을 깨쳐주느니/ 아, 차바퀴 아래 저렇게 아우성치며/ 굴러가는 은행잎은/ 차라리 그 날 이 거리에 쏟아지던 데모대의 구보행렬-흰 눈을 뒤집어쓰고 누렇게 매달린/ 미련스런 은행잎을
밤이 깊어지니별들이 하늘에 내려와목욕을 하더라하늘은 너무나 넓어서물장구를 치는 애기 별도 있더라만해도 별이 되어백담사도 시도 벗어 던지고하늘로 목욕을 하러 떠났더라멀리 한양에서 찾아온 이들,아랑곳없이.만해 스님이 가고 없는 오늘날백담사서 만해시 평론·낭송 등시인들의 찬양과 사모 이어져절 풍경까지 담은 순례시 백미설악산 백담계곡에서 여름 한 밤 중에 목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해 스님이 살아생전에는 시를 쓰다말고 하늘의 별들이 계곡물에 비추는 밤에 목욕을 했다. 참선하던 선승들도 가부좌를 풀고 물속에 첨벙 몸을 담그고 목욕삼매에 들었
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이별이 너무 길다.슬픔이 너무 길다.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그대 손짓하는 연인아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우리는 다시
값없는 보배란/ 티끌에서 찾느니라/ 티끌에서 찾았거니/ 티끌에 묻을소냐두만강에 고히 씻어/ 백두산에 걸어 놓고/ 청천백일 엄숙한 빛에/ 쪼이고 다시 쪼여/ 반만년 살아오는/ 사랑하는 우리 겨레/ 보고 읽고 다시 써서/ 온 누리의 빛 지으리라. (불교 87권, 1931.) 1931년 국보 수준 경판 발견서울로 옮겨 모두 영인 간행우리민족문화 최고 보배 평가한국전쟁때 절 소각하며 소실10월9일이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만해 한용운(1879~1944)이 쓴 한글과 직접 관계된 시를 소개한다. 만해는 우리글인 한글을 우리 민족의 혼
여자 혼자 사는 한옥 섬돌 위에남자 신발 하나 투박하게 놓여 있다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절대 아니라고남자 운동화에서 구두에서좀 무섭게 보이려고 오늘은 큰 군용 신발 하나동네에서 얻어섬돌 중간에 놓아두었다몸은 없고 구두만 있는 그는 누구인가형체 없는 괴귀(怪鬼)다른 사람들은 의심도 없고 공포도 없는데아침 문 열다가 내가 더 놀라누구지?더 오싹 외로움이 밀려오는헛신발 하나자신을 지키는 허세인 헛신발마음속 믿을만한 우상과 같아깨닫고 보면 허깨비같은 인생내 헛신발 무언지 돌아보게 해필자의 고모가 젊은 나이에 시골 면장 집에 시집가서 딸만 둘
길 건너 전신주늘 그대로이다.비에 젖어추레하게 서서오는 비 다 맞으며세상은 나같이사는 거라고한 세월 골목에서그냥 산다.비교하고 차별하지 않고 살면세상은 괴로움 없는 부처 세계여여한 삶 주장하는 시 전체에깨달음의 소식 담은 시구 가득깨달음을 얻은 입장에서 보면 철학자가 인생이 무엇이라고 나불대는 것은 허공에 핀 꽃(허공화)이요, 부질없는 토끼뿔 같은 허황한 소리다. 김동수(1947~현재) 시인은 인생을 “전신주처럼 오는 비 다 맞으며 그냥 산다”고 노래하였다. 개나 고양이가 무슨 신통한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는다. 그냥 주인이 밥 주
부음(訃音)을 받는 날은내가 죽어보는 날이다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잠시 생각하다가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기,뼛가루도 뿌려본다부음 받고 직접 관에 들어가서자기 살아온 과거 반추해 보고마지막 화장해 뼛가루 뿌리는과정 모두를 사실적으로 묘사필자는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비탈 아래 가는 버스멀리 환한복사꽃꽃 두고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이상적 성취대상 상징 복사꽃죽어 묻힌 무덤 봉분 옆에 피어눈 어두워 옷 속 여의주 못 보고내 곁 관음보살 모르는 게 중생인생은 한나절 소풍이다. 꽃이 피는 봄날의 소풍일 수도 있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초겨울날 소풍일 수도 있다. 젊은 날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소풍은 참으로 찬란하게 아름답지만 노년에 홀로 공원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소풍은 쓸쓸하고 외롭다. 시인은 삶과 죽음을 등치(等値)시켜서 인생을 읊고 있다.
나는 날마다 몇 명씩의 아내를/ 죽이거나 내쫓거나 한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 젊고 싱싱하고 예쁜 여자를 만나면/ 차례로 내 아내를 만들었다간/ 차례로 내쫓거나/ 나가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나는 날마다 몇 채씩의 집을/ 태워버리거나 팔아버린다/ 길거리를 떠돌다가 마음에 드는 집/ 아담하고 편리하게 지은 집을 보면/ 역시 차례대로 내 집으로 만들었다간/ 차례대로 팔아버리거나/ 팔리지 않으면 불태워버린다.그리하여 밤이 되면 나는/ 빈방에 눕는다/ 밝은 달 빛나는 별빛/ 시원한 바람 속에/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이 되어
강을 사이에 두고꽃잎을 띄우네잘 있으면 된다고잘 있다고이때가 꽃이 필 때라고오늘도 봄은 가고 있다고무엇이리말하지 않은 그 말엄마가 자식 기다리는 마음과사랑하는 이가 배 기다리듯이한 아닌 단아한 어머니 마음에인욕선인의 바라밀행 깃들어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강 건너에 살고 있다 시인 고은은 ‘저 건너’란 시에서 “어찌 살고/ 너 없이”라고 표현했다. 김초혜(1943~ 현재) 시인은 여인답게 사랑하는 임에게 “꽃잎을 띄우네/ 잘 있으면 된다고/ 잘 있다고” 오늘도 꽃피는 봄은 아름답고 행복하게 잘 가고 있으니 그런 줄 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