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직면한 사회 문제들은 미성숙한 인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붕괴된 핵발전소에서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출은 지구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무모한 행위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명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인류는 아직도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지구온난화, 환경과 생태 파괴, 지구자원의 고갈, 부의 불균형, 권력의 독점, 약자·소수자·인종·여성·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불의와 부정과 부조리에 의한 고통은 무지로부터 발생한다.무지를 타파하는 첫 길목이 정견이다. 불법의 핵심
‘이 책은 하루 이틀 안에 쉽게 읽어내릴 수 있는 분량과 스타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용은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해 볼 만큼 진지하다.’저자 홍창성 교수의 이 설명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무아’라는 불교의 가장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그만큼 난해한 교리를 다루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양철학을 전공했으면서도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불교에 문외한이 상당수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무아에 대해서도 철저히 서양철학적 사유와 검증을 사용한다. 무자비하리만치 치밀하게 ‘자아’의 개념을 해체시켜
강화 8경의 으뜸은 적석사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일몰, ‘적석낙조(積石落照)’다. 길, 산, 섬, 호수, 바다. 그리고 논·밭 사이로 난 길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 떨어진 붉은 노을이 빚어내는 풍광은 장관이다. 해수관음상 이마에 붉은빛이 감돌면 기도하던 사람은 자연스레 뒤돌아 이 절경을 마주하는데 그 찰나 서방정토를 꿈꾼다. 불자뿐인가. 절길 따라 고려산에 오른 사람 모두 노을 속에 자신을 맡긴 채 숨을 고른다. 세파에 요동친 마음을 쉬게 하려는 거다. 왜일까? 적석사 주지 제민(濟民) 스님은 “평온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
‘대념처경’은 사념처(四念處)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위빠사나명상의 소의경전이다. 4념처란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身念處), 느낌을 관찰하는 수념처(受念處), 마음을 관찰하는 심념처(心念處), 법을 관찰하는 법념처(法念處)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념처’라고 쓰지만, 경전의 문맥에서 보면 ‘염처’보다는 ‘수관(隨觀)’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 즉 신수관(身隨觀), 수수관(受隨觀), 심수관(心隨觀), 법수관(法隨觀)이다. 수관이라는 말은 ‘따라서, 쫓아서 보고 관찰함’이란 뜻이다. 즉 신수심법이라는 4가지 마음챙김의 대상에서 어떤 현상이 일
‘법화경’의 ‘상불경보살품’을 보면 위음왕 부처님께서 성문들에게 사성제를 가르치시어 생로병사를 넘어 구경열반에 이르게 하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오늘은 도대체 우리가 어떤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생로병사를 넘게 되는지 부족하지만 내 경험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우선 많은 분들이 처음 부처님 법을 배우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아에 대한 가르침이나 열반이라는 궁극적인 실상의 이야기가 참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절에 다니면서 다들 외우게 되는 ‘반야심경’에도 보면, 관자재보살님께서 오온이
평생 후학 양성과 역경 불사에 매진한 전 범어사 강주 정혜당 지오 대강백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엄수됐다. 금정총림 범어사 정혜당 지오 대강백 범어문도장 장의위원회는 7월1일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정혜당 지오 대강백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이날 영결식과 다비식이 봉행된 금정총림 범어사에는 예보된 장맛비도 멈춘 적멸의 날씨 속에서 의식이 진행됐다.법석에는 지유, 대성, 계전 스님 등 동산 문도 1대 상좌 스님, 지정 스님을 비롯한 광덕문도회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정여,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을 비롯
팔만대장경을 포함,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후학을 양성하며 '화엄종주’로 찬탄 받은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조실 월운당 해룡 대강백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남양주 봉선사에서 엄수됐다.화엄종주 월운당 해룡 대강백 봉선문도회 장의위원회(위원장 초격 스님)는 6월21일 봉선사 청풍루에서 영결식을 봉행했다. 스님의 원적을 슬퍼하는 사부대중의 마음 어루만지듯 안개처럼 보슬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엄수된 영결식장은 시작 전부터 월운 대강백의 향훈을 그리워하는 사부대중으로 가득 차 스님의 덕화를 가늠케 했다. 누구에게나 격의 없이 환한 미소
오온(五蘊 pancakkhandha)은 다섯 가지 무더기, 즉 색온(色蘊, 물질의 무더기)·수온(受蘊, 느낌의 무더기)·상온(想蘊, 인식의 무더기)·행온(行蘊, 의도의 무더기)·식온(識蘊, 분별심의 무더기)을 지칭한다. 붓다가 나를 해체해서 보니 이 다섯 가지 무더기(蘊, khandha 쌓임)들이 합해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온을 설하는 목적은 나(我)는 이러한 5가지 무더기들의 모임일 뿐 거기에 별도의 ‘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또한, 이 다섯 가지 무더기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불변하는
위빠사나명상은 통찰명상, 지혜명상, 관찰명상이다. 즉 찰라생·찰라멸하는 몸과 마음의 모든 현상을 예리한 마음챙김으로 관찰하여 통찰과 지혜를 얻는 명상이기 때문이다. 사마타명상이 현재 의식에서 작용하는 탐진치 번뇌들을 다루고 제거한다면, 위빠사나명상은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된 미세번뇌와 무명을 다루고 제거한다. 그래서 위빠사나명상은 지혜로써 무명을 밝히고 열반과 깨달음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지난번에는 ‘대념처경’ 제목의 의미를 짚어보았는데, 이번에는 ‘대념처경’ 서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처님은 대념처경 서문에서 법의 핵심 메시지를
향봉 스님을 1970년대에 만난 사람이라면 불교신문사 편집국장, 주필, 주간, 부사장 등으로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만난 사람이라면 60만부 이상 팔린 수필집 ‘사랑하며 용서하며’의 저자로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누군가는 1980년 설립한 ‘밀알’ 출판사의 대표나 순수문예지 ‘불교문학’의 창간·발행인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중앙종회 사무처장, 중앙종회의원, 혹은 내장사 주지로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향봉 스님은
한동안 잠잠했던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인을 상대로 위패와 불상 등을 판매하거나 천도재를 종용해 큰돈을 챙기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2016년 당시의 수법 그대로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일상 속의 대면이 자유로워진 만큼 유사포교당의 부당 상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천도재(薦度齋)는 극락으로의 옮김‧변화(薦)이자 중생을 구하는(度) 것이며, 공양과 정법을 베푸는(齋) 의례이다. 한 마디로 영가는 물론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무상무
부처님이 직계 제자들과 후대의 제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가르침, 물려주고 싶었던 법의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무명과 갈애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생로병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명상수행과 열반의 증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명상수행을 통해서 부처님도 자유롭고 청정하게 뭇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몸소 체현하여 보여주셨고, 수많은 제자들이 그 뒤를 이어왔다. 그래서 불교를 명상수행의 종교, 자기성찰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불
‘화엄경’ 구성작가는 드물지만, 부처님을 등장시켜 직접 말씀하시게 하는 서술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십정품 제27’에도 그런 방식이 등장한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십정품’의 이 대목을 훈고학자들은 ‘본분(本分)’이라고 과목명을 붙였다. ‘본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열 가지 큰 삼매를 설하면 어떤 공덕을 얻는지를 말씀해주신다. 둘째는 구체적으로 열 가지 삼매의 이름을 나열하신다. 셋째는 선정의 뛰어난 덕을 찬탄하신다. 넷째는 대중들이 법문 듣기를 원하니 보현 그대는 어서 법문을 설하라고 권하면서 마무리
공동체와 이웃 위하는 마음이 부처님 마음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오늘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 부처님께서 오신날입니다.올해 부처님오신날은 더 특별하고 감격스럽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려움 없이 이웃과 함께 활짝 웃으며 서로를 마주보는 온전한 부처님오신날을 3년 만에 맞이했습니다.어려움을 극복한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공동체의 질서를 해치지 않은 희생정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보살피는 자비심이 우리 모두를 구했습니다.공동체와 이웃을 위하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며, 아기
‘샤카디타 세계대회’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것 같다. 이 중요한 대회가 또 한 번 한국에서 열린다. 2004년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린지 19년 만에 한국의 중심부인 서울 코엑스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샤카디타 세계대회는 여성불자들에게 큰 자부심과 기대를 주는 행사다. 1987년 인도에서 세계여성불교협회(The 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 약칭 샤카디타)가 결성된 이래 격년으로 나라를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개최지를 정할
돌이켜보면 모두 불보살님 가피였다. 43일간 1167km를 걷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도 그랬다. 처음 동참의사를 밝혔을 때 주변에선 만류했다. 젊은 사람도 견뎌내기 힘든 험한 길을 왜 굳이 가느냐는 거였다.서울 전등선원 회주 동명(東明) 스님은 그 순례가 고난의 여정임을 잘 알았다. 칠순을 넘긴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걷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문제는 속병이었다. 인도에서 물과 음식으로 고생한 얘기를 숱하게 들어온 터였다. 가뜩이나 장도 좋지 않아 덜컥 병이라도 걸리면 어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순례대중에 큰 폐를 끼치기
아들이 대학생, 딸이 수능을 앞두었던 때,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도의 광풍이 몰아치니, 딛고 있는 땅은 그대로 싱크홀(sinkhole)이었다. 땅이 꺼지면서, 몸은 심연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배신감을 견디기 힘들었지만,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자식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눈이 멀어 요지부동이었다. 나를 받치고 있던 기둥이 무너졌고, 삶의 지향점은 상실됐다.식욕이 달아나면서 물 한 모금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게 됐다. 깊은 우울이 나를 덮쳤다. 죽으
시누이가 하던 조그마한 가게를 물려받았다. 정류소 앞이어서 많은 사람이 왕래하며 가게를 이용하는 곳이었다. 가게에는 법복을 입은 보살님들이 자주 오셨고 유독 눈에 띄었다. 하루는 궁금하여 “보살님 어디 갔다 옵니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사에 다니는 신도라고 하였다. ○○사는 마침 우리 집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이었고 나도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세상살이는 누구나 쉽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힘든 일이 많았고 부처님에게 기도하면 모든 어려움이 잘 이루어질 것 같다는 막연한 심정으로 00사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법당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5월14일 ‘불교의 힌두교에 대한 오해 두 가지’ 제하의 기고를 보내와 이를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칼 융의 집단무의식 개념을 비롯하여 다수의 저명한 인류학자에게 영향을 미친 독일 인류학자 아돌프 바스티안(1826~1905)은 전 세계 신화와 종교체계에서 같은 이미지와 주제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고 이를 ‘기초발상’이라고 불렀다. 그
‘화엄경’에서 성불 즉 ‘깨침[覺]’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제7회에서 전개된다는 이야기는 지난 호에서 이미 했다. 그리고 제7회에 배치된 전반의 총 6품은 ‘인원(因圓; 수행이라는 원인의 충만)’을 소개하고, 후반부의 총 5품은 ‘과만(果滿; 깨달음이라는 결과가 꽉 참)’을 소개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필자는 향후 ‘성불 관련; 각론’이라는 부제를 붙여 총 11품을 해설해 가기로 한다. 총 11품이 제7회 보광명전 법당에서 진행되는데, 본 회의 ‘종취(宗趣)’는 보현보살이 실천한 수행의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의 효용[德用]이 완전하고